<비호후전> 〈十五. 無敵의 三萬六千招 〉 무공을 연마하며 예불로는 자기도 모르게 지음지양 지강지유 지대지소 지방지원 지정지사 대공법을 썼다. 그러자 무진장의 내공에 의해 굴 속의 모든 어등(魚燈)이 불려 꺼졌다. 예불로가 지음지양 지강지유 지대지소 지방지원 지정지사 대공법의 연마 중에 주화입마 되어 있을 때 그는 땀투성이였다. 그리하여 부주의로 그만 대공법 책에 땀이 젖어들었다. 이 비적(秘籍)은 괴이하기도 했다 어찌된 일인지 물만 만나면 글자가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예불로가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는 이 비적을 받쳐들고 중얼거렸다. "이 대공법 책이 이렇게 대단한 줄 알았더라면 미리 잘 보관해 둘 걸. 여기 '이 곳을 벗어나기 위해...' 라고까지 씌어있는데... 그런데 글자가 안보이니... 내가 애써 임독 이 맥을 통했지만 여기 주저앉아서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냥 죽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바로 이 때 마술처럼 예불로가 쥔 비적에는 서서히 두 줄의 글이 나타났다. "비적이 놓여있던 곳을 힘껏 내리쳐라. 절경(絶景)이 앞에 있다." 예불로는 깜짝 놀랐다. '이 네 분 선배님들은 세심도 하시지 어찌하여 이리도 딱 맞추는가? 백년이 지났는데 오늘 내가 올 줄 알고 내가 절을 할 줄 알고 내가 무공을 연마하다 주화입마 될 줄도 알고 내가 땀을 낼 것도 알았군.' 그는 원래 사대위사들에 대해 의심했지만 지금은 더없이 탄복하게 되었다. 더 생각할 사이 없이 그 비밀 책이 놓여있던 돌벽 앞에 가서 두 손으로 밀었다. 쿵.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앞의 돌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와 동시에 그의 뒤에서도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밖의 절벽에서의 입구가 돌무더기로 막혀버렸다. 굴 속을 삽시에 어두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예불로는 잠시 당황했으나 조금 후 냉정을 찾고 먼저처럼 돌 조각을 문질러 불을 일구고 옷소매로 횃불을 만들었다. 그의 앞에는 더욱 큰 동굴이 나타났다. 그러면서 또 그의 뒤의 작은 굴로 통하는 길이 무너져내려 막혔다. '오오, 지음지양 지강지유 지대지소 지방지원 지정지사 대공법이 이리도 위력이 있는가? 내가 내력을 총동원해 민 적도 없는데 돌벽이 무너진단 말인가?' 그는 곰곰 생각하고 그 도리를 알았다. '아마 사대위사들이 돌벽 가운데 무엇을 장치한 것을 내가 걸어 동작했겠지.' 그는 생각할수록 가슴이 서늘해왔다. 마치 백년 전 이자성의 호모범전 사대위사들이 지금 이 동굴에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사대위사들의 넋이 시시각각 조금도 떨어지지 않고 따
<베오울프와 괴물그렌델> 英文學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 중에 古典 敍事詩 《베오울프》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토록 유명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야기’로서의 베오울프에 대해서는 국내에 충분히 보급되지 않은 상태라 할 수 있다. 분량으로 보아 비교대상일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의 고전《三國志》가 국내 유수 작가들에 의해 십여 회수가 넘음직하게 평역된 것에 비하면 조금은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과 유럽(영국)은 우리 문화에 끼치는 영향의 차이가 나는 만큼, 이제까지의 편식(?)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는 이제까지 중국 대륙을 무대로 하는 소설인 무협지가 대중에게 사랑받아왔듯이, 유사(類似) 유럽 대륙을 무대로 하는 소설인 판타지가 또한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 추세다. 그러므로 지금의 시점에서 판타지의 배경의 뿌리를 이루는 유럽의 고전을 평역하여 펴냄은 조금도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하겠다. 영문학의 전공도 아닌 작가가 영문학의 태두(泰斗)인 《베오울프》의 평역을 낸다는 것은 혹 당돌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중문학 비전공 문인들이 삼국지의 평역을 하였으며 그에 대해 중문학계에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에 비추어 보면, 다소의 계면쩍음은 무난히 감수할 수 있으리라 보여진다. 또한 이 작품은 사실상 서사시 《베오울프》로부터 소재와 캐릭터를 따왔을 뿐이고 평역에서도 몇 걸음 더 나아가, 원래는 줄거리의 정도에 머물러 있던 서사시의 내용을 하나의 ‘환상’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다. 영웅의 이야기는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를 감동시킨다. 이 작품이 영문학의 고전 《베오울프》에 대한 일반의 인지와 이해를 도울 수 있다면 보람 있는 일일 것이다. 새千年 봄 朴 京 範
<탄생, 그리고 위기의 한글> 현 시대의 이념갈등 가운데 가지는 불교와 한글의 의미를 밝히다 훈민정음 창제의 공로는 모두가 인정하지만 과연 오늘날 한국인들이 훈민정음 창제의 본 취지를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이번 소설의 집필동기가 되었다. 결국 이번 소설은 신미대사의 한글창제 비화에 더해 오늘날 우리 한국인이 당면한 언어문제를 화두로 삼으며 이에 연관된 이념문제까지 전개한 유례가 드문 삼중三重 액자소설로 탄생되었다. 이번 전자책은 단행본으로 출간된 <신미대사와 훈민정음 창제>의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종이책으로 인쇄까지 되었으나 사회적 파문을 두려워한 출판사의 사정으로 배포가 이루어지지 않은 내용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