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기업인 로웰컴퍼니의 회장은, 선조 때부터 대대로 뱀파이어들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그늘 속에서 인간을 보호하고, 세계 곳곳에 눈에 보이지 않는 뱀파이어들의 무덤을 세웠다. 함부로 볼 수도 없고 드나들 수도 없는 그곳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인간은 단 한 명, 로웰 회장님께 강제로 특채된 대한민국의 취준생 송나린. 3년간 비서실에서 구르다가 결국 사직서를 날렸다. 퇴사라니, 누구 마음대로? 놔줄 마음이라곤 요만큼도 없는 회장님과, 뱀파이어고 나발이고 목숨이 중요한 비서의 퇴사 전쟁, 혹은 전쟁 같은 로맨스.
황제의 반려가 자살했다. 정확하게는 황제가 내린 비단으로 목을 매고 죽었다. 14년이나 충성하고 연모했으나 마음도, 황후자리도, 아무것도 보답 받지 못한 채. 죽겠다 했는데, 이상하게 죽어지지가 않는다. 자꾸만 14년 전으로 돌아와서, 오만하고 커다란 남자와 마주하게 된다. “넌 내 반려가 맞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을 너무나 손쉽게 하는 황제와 다시 마주했다.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쳐. 죽고 싶으면 죽어. 제국을 찢어놓는 한이 있더라도 널 다시 찾고야 말 테니.” 지나치게 냉정하고 차분하던 황제는 황금색 눈을 번뜩이며 그녀를 놔주지 않는다. “네가 싫다면 황제도 하지 않을게.” 아무래도 14년을 거슬러, 제대로 미친 게 분명했다. 황후가 너무 되고 싶었지만 실패한 여자와, 여자를 잃어 뼈저리게 후회한 남자 이야기.
그녀는 스물한 살에 모든 걸 잃고 은퇴했다. 뛰어난 검술도, 마법도, 심지어 체력까지 원인도 모른 채 잃고 말았다. 비웃음과 손가락질을 피해 칼레타 제국을 떠나 시골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전직 천재기사 루스티카 제너스. 어느 날 시골 술집에 존재할 리가 없는 엄청난 미남을 발견하곤, 취한 김에 일을 저지르고 마는데. “남의 순결을 가져갔으면 평생 책임져야죠, 루.” 얼굴과 몸만 훌륭했지, 정신은 썩 훌륭하지 못한 놈이었다. “정말 이유도 없이 모든 힘을 잃었다고 생각해요?” 스물다섯, 눈앞에 뚝 떨어진 남자의 정체는 이웃나라 황제. 뭔가 알고 있는 듯, 아리송한 말을 던지며 눈웃음을 친다. “그런데, 나 정말 기억 안 나요? 우리 예전에 만났는데.” 루의 기억과 힘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리고 이 남자는 언제까지 그녀를 쫓아다닐 작정인 걸까? 어쨌든, 하룻밤만 즐기고 쿨하게 헤어지는 건 일단 망한 게 분명했다.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남편에게 냉대받고, 남편의 계부이자 삼촌인 황제와의 전쟁에 휘말려 비참하게 죽은 카엘라. 죽음이 차라리 기뻐 기꺼이 죽었는데, 눈을 떠보니 다시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죽음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또다시 남편과 결혼하게 되어 또 추운 북쪽으로 가게 됐다. 그냥 다 포기하자. 이젠 아무런 미련도 없어서 죽을 기회만 노리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남편이 그녀를 내내 보호하고 지키고 애틋하게 사랑해준다. 소용없다. 죽음만이 그녀에게 안식을 가져다줄 것이기에 이번엔 확실하게 제대로 죽어야겠다고 결심한다. 누군가에겐 미련 없고 지겨운 생애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처절한 참회록. 함께해야 할 부부가 어긋나 아내는 죽음을 보고, 남편은 아내만을 향한다. 결국 어느 한쪽은 광기로 치달을 운명이었다.
교통사고 후, 낯선 저택에서 따돌림받는 하녀 샐리 존스가 된 정율리. 가족을 잃고 몸을 잃은 것도 모자라 심술궂은 도련님 수발까지 들어야 한다. “율리야.” 휠체어에 앉아 저택을 지배하는 도련님은 분명히 뭔가 알고 있다. 서늘한 금빛 눈이 그녀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그 눈을 피해 도망치다 붙잡히고, 떠밀리다 끔찍하게 죽었다. 간신히 원래 몸을 되찾아 깨어나 보니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 홀로 낯선 세계에서 고군분투하며 간신히 대학생이 된 지 3년째. 후원이 끊겨 위기에 빠진 율리 앞에 부유한 사업가가 된 도련님이 다시 나타났다. 도련님의 숨겨진 신분은 망국의 왕자이자 신의 축복을 받았다는 성기사. 그가 율리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밀어내고 잘라내도 그는 끝내 그녀를 움켜쥔다. 신분격차가 분명한 이 세계에 급기야 전쟁의 불온한 그림자가 뒤덮인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세상에 불을 지른 남자 곁에서 도망쳐야 했다. 또다시 죽기 전에. “적당히 더럽고 추잡하게 얽혔네, 우리.” 금안이 웃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저 눈에 홀려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