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재수 없는 본부장을 구하고 죽은 혜인. 그 선행의 보상으로 본부장과의 악연을 풀기 위해 전생으로 가게 되는데. '본부장이 내 시종에다 안트로퍼였다고?' 나의 전생은 본부장이 전생에 모시던 백작가 아가씨! 게다가.... "제 모든 쓸모는 아가씨의 것입니다."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종 녀석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 녀석은 날 좋아하나 싶어 악연을 푸는 것도 탄탄대로일 것 같았는데... 네 모든 쓸모는 내 거라더니 바로 다음날 사직서를 내는 게 어딨어! 악연을 풀기 위해 돌아간 전생에서 벌어지는 디아나와 카일론의 예측불허 로맨스 판타지
“복수할 기회는 주고 죽어야지.” 나직이 짓씹는 한 마디에 심장이 쿵 떨어졌다. 고개를 움켜쥔 손길엔 더 이상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죽은 줄 알았잖아.” 차가운 얼굴 위로 일순 미소가 스쳤다. 복수할 기회를 소실하지 않았다는 안도감. 먹잇감을 놓치지 않았다는 승리감. 그는 투박한 순진함과 거추장스러운 다정함 대신 세련된 오만과 아름다운 냉소를 지니고 있었다. 많은 것이 바뀌었고,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당신이 추락한 만큼, 나는 올라왔거든.” 통증을 참는 데엔 이골이 날 정도로 익숙했다. 그러나 쾌락과 욕망을 견디는 것은 낯설었다. “도려내고 싶어요. 그 밤의 기억 전부요.” 그래서 도망쳤다. 그의 아이를 품은 채. *** “그동안, 잘 지냈나 봐.” 그녀를 바라보는 입가에 건조한 미소가 번졌다. “못 보던 애새끼까지 생기고.” 셰드의 손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내리더니 창백한 뺨에서 멈추었다. “그 새끼랑, 행복했나?” 내가 미친놈처럼 제국을 뒤지는 동안? 까드득, 이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긴 손가락이 그녀의 고개를 붙잡아 들어 올렸다. *** 우리는 서로에게 낙원이었고, 그 낙원에 진 그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