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네 원래 모습이야?” 자고 일어나니 투견이었다가 사람으로 변했다. 그를 데리고 온 여자, 에레티아는 ‘몬타’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고, 기억이 없는 몬타는 맹목적으로 그녀에게 집착했다. 하지만 그녀는 부모의 복수를 위해 그를 떠나려 했다. “에레티아는…… 내 거야?” 혀가 목을 쓰다듬고 콱 물었다. “아파, 간지러워. 그만해.” “안아 주면 그만할게.” “……안아 줄게.” “더 세게 안아.” 몬타는 깨달았다. 에레티아의 마음이 멀다면 몸을 가까이하면 된다. 그런데 어째서 몸을 만지는데 연기를 잡는 기분인지. “에레티아, 날 버리면…… 널 먹어 버릴 거야.”
저주에 걸려 성기사 헬리오스 데페르트와 밤을 같이 보내야만 살 수 있는 몸이 됐다. 하지만 치명적인 벽이 있었으니. 첫째, 그녀는 그와 사이가 좋지 않다. 둘째, 그는 그녀를 몹시 싫어한다. 셋째, 그녀도 그를 매우 싫어한다. 넷째, 그는 쓰레기다. 엔야는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구하려 했지만 정작 그는 침착하기 짝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은근한 열기까지 묻어나는 눈으로 저를 바라봤다. “괴로울 바에야 하는 게 낫지.” “……뭐?” “입부터 맞출까, 마탑주.” 순간 엔야의 머릿속을 친 생각은 하나였다. 저게 드디어 미쳤구나.
몇백 년간 단절되어 있던 정령과 인간의 평화 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인간계로 나선 사절단의 대표, 아벨. 그곳에서 만난 인간 대표, 알렉산더. 분명 처음 만나는 그가 어쩐지 낯익다, 사절단의 대표로서 제 임무를 수행하려 하지만 기억이 지워진 아벨은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 그가 내 옷깃을 붙잡고 짓눌린 짐승의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렸다. “나 사랑했잖아…… 나 사랑한다며…….” 그의 말끝에는 짙은 후회가 흘렀다. “이젠 아니야?” 하지만 난 그를 잊었다. 아니, 내 기억 속에서 그를 잃은 지 오래였다. 난 숨죽인 채 입을 열었다. “이젠 아니에요.” 날 잃은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