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안
유서안
평균평점 3.25
황제의 상관이 되었습니다

전장에서 사망했다. 눈을 뜨니 모르는 남자 옆에 있다.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모르는 남자라니, 네 부관이잖아.” 내 부관은 안 저런데? 훨씬 더 어린애라고! “너 죽고 십 년이 지났으니까 그때랑은 다를 수밖에 없지.” 뭐? 십 년?! “참, 네 시체가 다 썩어서 적당히 황제 후궁 몸에 빙의시켰어. 새 몸에 잘 적응해 봐, 황제랑도 잘 지내고.” 뭐? 황제 후궁이 장군의 부관이랑 놀아나다니. 불륜이야? “아냐, 걔가 이제 새 황제야.” 뭐?!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황제까지 변할 줄은 몰랐네요. 그것도 평민 출신 천애고아인 줄 알았던 내 부관이 새 황제가 될 줄이야. ……근데 이렇게 되면, 난 쟤를 뭐라고 생각해야 되는 거야? 부하, 아니면 모셔야 할 폐하? 그것도 아니면 남편?

제비꽃 설탕 절임

“저와 교제하지 않으시겠습니까?”“자네와? 왜?”“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어리고 잘생긴데다가 돈 많고 대위님께 헌신적이기까지 하니 어디 가서 빠지는 애인감은 아니지 않나요?”“그건 나도 알아.”“그럼 사귀시죠.”“아니, 난 왜 내가, 를 물은 게 아니라 왜 자네가, 를 물은 걸세. 자네는 매력적인 애인감이겠지만 난 아닐 텐데?”“이유요? 간단하지 않습니까.”남자는 환하게 웃었다. 후광이 비치는 것같이 아름다운 얼굴이었다.“제가 대위님을 사랑하게 되었으니까요.”신분, 재력, 능력, 까칠하지만 제 사람에게는 다정한 성격마저 백마 탄 왕자님 그대로인 에드워드 델 크뤼거. 하지만 그가 매료된 상대는 말에 탈 생각이 없는 맨발의 사생아.

웃어? 웃음이 나와?
3.5 (1)

“성기사 에델. 그대를 마족과의 내통 혐의를 물어 파문 및 사형에 처한다.” 파문은 영혼을 죽이는 벌(罰), 사형은 육체를 죽이는 형(刑). 내 모든 것을 지우겠다는 선포에도 나는 억울하거나 슬프지 않았다. 다만. “후회하실 겁니다.” 단장이 처형 개시의 의미로 손을 들어올리고, 차가운 칼날이 내 목을 파고드는 것을 느끼며. 나는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넌 지금 왜 웃고 있니? * “앤트클리프 경을 스파이 혐의로 고발합니다.” 내가 내놓은 폭탄 같은 고발에, 회의실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근거는?” 기사단장의 질문에 나는 눈을 딱 두 번 깜박였다. 한 번도 세 번도 아닌 두 번을. 그리고 말했다. “웃는 게 마음에 안 들어요.”

만수무강하세요, 폐하 저는 빼고요
3.0 (1)

천재 재상이자 무패 장수로서 칭송받던 이백련의 말년은 비참했다. 온 삶을 다 바쳐 충성했던 황제에게 버림받고 자결했으니. “다시는 폐하와 옷깃조차 스칠 일이 없기만을 바라나이다.” 그것 하나만을 간절히 바라며 목숨을 끊었는데. “내가 먼가 뎐뎐생에서 킁 달모슬 항 게 분멍하디.(내가 뭔가 전전생에서 큰 잘못을 한 게 분명하지.)” 눈 떠 보니 그녀는 3살짜리 어린아이로 환생해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두 번째 삶은 영웅 따위는 되지 말고 안락하고 여유로운 삶을 누려야겠다. 그런데……. “그래. 무엇을 원해? 호수를 파서 복숭아 주스로 가득 채워줄까, 나무마다 쿠키를 매달아 새들이 쪼아 먹게 해줄까.” 분명 처음 보는 대공에게서 왜 익숙한 폐하의 기운이 느껴질까. 이번이야말로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나만의 삶을 살리라. 그렇게 결심했건만. “왜. 이번에도 목을 매려고? 안 되지. 그대는 언제나 짐의 것이었는데, 두 번째 삶이라고 다를 것 같았나?”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을 것 같다? 폐하. 만수무강하시고, 저는 그만 놓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