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두려 그랬다, 너를. 보름달이 뜨던 밤, 낯선 곳에서 눈을 뜬 리별. 누군갈 죽이려 드는 한 남자를 발견한 그녀는 몰래 자리를 벗어나던 중 첩자로 몰려 제압을 당하게 된다. 깨어난 그녀의 앞에 있는 것은 어젯밤의 그 살인마! 그런데 그 사람과 지금 이 남자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이곳은 대체 어디야? “지금은 윤슬 169년, 청월(靑月)의 시대이다.” “아무래도 제가, 과거로 온 것 같아요.” “그 말을 믿으라는 것이냐.” 황당하기만 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리별은 윤슬의 군주, 뮨의 곁에 남게 되고 은밀하게 숨겨져 있던 그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잠깐 맛보기 “저는, 미래에서 왔어요.” “미래?” 품안의 가방을 깊숙이 끌어안고서 남자에게 눈을 맞추었다. 진심이 담긴 눈동자는 단단했고, 그것과 마주한 남자의 눈은 미약한 떨림을 내었다. “그 말을 믿으라는 것이냐.” “제가 돌아가는 것까지 도와 달란 말은 안 할게요. 대신.” 그 떨림의 의미를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제게 남은 마지막 기회를 잡아야만 했다. “제발 저를 죽이지 마세요. 살려 주세요…….” “……네 말은 믿을 수 없다.” “제발.” 하지만 돌아온 남자의 대답에, 나는 처연하게 눈을 떨구고 말았다. “하나.” 그리고 허공에서 멈춘 시선. 그것은 다시 위로 올라, 남자의 입매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여기에 남은 동안 너의 몫을 해낸다면, 살려는 주겠다.” “제 몫요?” “약조할 수 있겠느냐.” “하지만 저는 할 줄 아는 게…….” “약조, 하겠느냐.” 그 입술이 믿음직해 보여서. “……네. 할게요.” 나도 모르게 약속이란 말의 깍지를 끼워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