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의 시중을 들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 언제 시중을 들라 했느냐. 당돌하구나.” “원치 않으시면 내쳐주소서.” “……후작의 짓이군.”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지는 왕의 소리에 주먹 쥔 다리우스의 손등에 핏줄이 돋았다. 치욕스럽기 그지없었다. 비록 왕위에서 뒤쳐진 소국의 왕자기는 했으나 그 역시 왕족이거늘, 한 여자의 노리개로 전략할 줄 상상이나 했을까. 왕이 다리우스의 턱을 잡고 그로 하여금 눈을 마주하게 했다. “몇 살이냐.” “스물입니다.” “피부가 여인과 같구나.” 왕의 눈빛이 무거워졌다. “여자를 아느냐.” “……잘 알지 못합니다.” 딱딱하게 굳은 남자의 턱을 매만지던 왕이 코웃음 치며 그의 섬세한 목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흔치 않은 남자다. 그런 남자에게 날 세기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
[15세 개정판]곤고한 철벽 속에서 밖을 동경하는 차도녀와 이해 받고 싶은 섹스 심볼의 말도 안 되는 사랑 이야기. 여사장과 제비라니. 이게 말이 돼?!“끝까지……. 안 가도 돼요……?”이 남자가 어떤 남잔 줄 알고 이런 걸 묻는 거지? 사기 납치단의 일원이면 어떡해? 남자가 씨익 웃었다. 어둠 속에서 그의 코오롱 향수가 옅게 다가왔다.“돼요.”“서, 성병 있어요……?”내 말에 그가 온몸을 들썩이며 웃어댔다.“없어요. 전 항상 콘돔 써서.”“성인……. 맞죠?”그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 쳤다.“내가 미성년자처럼 보여요?”“끝까지 가면 강간으로 신고할 거예요. 각서 써요.”“알았어요.”이 이상 더 물을 게 없다.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내 인생 최고의 반항이다. 조용해진 내게 그가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지금 갈까?”마른 침을 삼키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가 내 손을 잡았다. 택시 안에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동기들에게 먼저 집에 간다고 메시지를 날렸다. 내가 미친 게 분명했다.- 본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