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프로즌)
김형준(프로즌)
평균평점 3.43
영주님은 엑스트라
2.71 (12)

14년 차 짬밥 직장인 이진호. 회사에서 해고당한 날, 재수 없게 교통사고까지 겪고 만다. 그리고 눈을 떠 보니... 여기는 과거 자신이 썼던 미완의 판타지 소설 <귀환 용병왕> 속 세계!아재답던 자신의 술배는 온데 간데 없고, 온 몸은 흉기급 근육덩어리. 도대체 어떤 캐릭터의 몸에 들어온 건지 혼란스럽던 그 때!발렌트라는 작은 영지의 영주, 루크 발렌트로 깨어났음을 알아차리는데… 원작 주인공 손에 순삭당하는 엑스트라1이 되어 버린 이진호.엑스트라급(?) 영주님의 대반란이 시작된다!

백룡공작 팬드래건
2.68 (17)

하급 귀족 가문의 차남으로 태어난 레이븐 발트. 반역에 연루되어 홀로 살아남은 그는 사면을 대가로 ‘악귀 부대’에서 싸우게 된다. 대부분이 1년을 버티지 못하는 곳에서 10년의 사면기간을 채울 때까지 살아남은 레이븐 발트.사면을 목전에 둔 어느 날, 어려운 임무를 받고 팬드래건 공작가문의 후계자인 엘렌 팬드래건과 함께 임무에 투입되는데...글. 김형준(프로즌)그림. 김영한

신탁의 대군주
3.0 (1)

한때 FPS 게임의 유명 프로게이머로 활약했던 강세희. 은퇴 후 개발 중인 게임의 테스터로 참여하던 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이계로 가게 된다.영주의 사생아 세이엘로아 메이헴의 몸으로 전장 한복판에 떨어진 세희.가진 것이라곤 악과 깡, 잔머리뿐!<일곱 번째 기사> 김형준 작가의 또 다른 이계 생존기가 지금 시작된다!

일곱 번째 기사
3.75 (130)

대한민국 퓨전판타지의 올타임 넘버원 리얼리티와 감동이 살아 숨 쉬는 판타지 걸작[김형준(프로즌) 퓨전판타지 장편소설] [일곱 번째 기사]가진 것이라고는 책 두 권과 맥가이버 나이프뿐...평범했던 현대인 한지운의 이계 생존기!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하여 한 세계의 역사를 바꾼 ‘한 포를란 지스카드 데 지운’의 위대한 여정!당신이 만약 일곱번째기사를 읽었다면더 이상 읽을 퓨전판타지는 없다.

폰 블레이크
3.12 (4)

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최하급 병사, 블레이크!끝까지 살아남아 영웅이 된 폰이 보여주는 한 판 뒤집기!

월광의 알바트로스
3.12 (12)

일곱 번째 기사, 사자의 귀환, 그리고 월광의 알바트로스.드래곤 지스카드의 세계에서 운명적으로 맞물려지는 장대한 대서사시,지스카드 연대기 그 네 번째 이야기.세계에 정면으로 맞서며 역사를 바꾸어 나가는 사람들.그리고 피의 알바트로스라 불리게 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한 소년의 걸음이 시작된다.

사자의 귀환

사자는 왕이요, 왕은 잔혹과 자비, 용기와 지혜를 모두 갖추고 있는 존재다. 사자는 용사요, 용사는 수풀에 스치는 바람 소리에 놀라지 않으며 뒷걸음질을 알지 못한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사자가 돌아왔다!...

더 데이 : 태초의 전쟁

신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신이 될 것인가?인류의 생존을 건 잔혹한 전쟁의 시작!아무도 몰랐던 ‘노아의 방주’의 비밀이 지금 풀린다!인류의 조상 아담은 에덴에서 추방될 때 생명나무 씨앗을 가지고 나온다. 아담의 명령에 따라 생명나무를 지키려는 아담의 후손 셋족(천족), 그리고 생명의 열매를 취해 인간을 지배하는 신이 되고 싶은 가인의 ...

헬싱의 후예들

흡혈귀로 부활한 제국주의의 망령이 인천을 통해 대한민국으로 흘러 들어온다! 도시에서 벌어지는 흡혈귀들과의 사투. 살아남는 것은 인간인가? 흡혈귀인가!...

클론 : 전쟁의 서막

<클론 : 전쟁의 서막> 신이 되어버린 인간과, 인간이 되고자 한 피조물들. 인간과 맞선 그들의 전쟁이 이제 곧 시작된다. 제1회 NHN게임문학상 입상작!

자유로에 귀신은 없다

매번 취직 문턱에서 떨어지고 있는 호철은 최근 괴한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었다. 호철을 위협하는 괴한의 정체는 다름아닌 사채업자들. 알고 보니 호철이 사채를 빌려 쓰고 못 갚고 있었던 것이다. 석두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한 둘, 그리고 그들의 차 안에 숨어 있던 수상한 남자. 자신을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자신을 금당산 옥녀봉으로 데려가...

무덥고 끈적끈적한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당선작] 이 이야기는 철저하게 실화에 근거해서 쓴 작품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내가 이 일을 겪었던 건 지금으로부터 약 십여 년 전이었다. 월드컵 열기가 광기처럼 전국을 휩쓸던 그때, 나는 무더운 날씨를 견디며 영화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계약금에 일을 다 하고 나서도 잔금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조차 없었지만, 그래도 난 그 일을 해야 했다. 영화를 꿈꾸던 그때, 난 외계인을 만났고 귀신을 체험했으며 좀비와 맞닥뜨렸었다. 그런 일을 겪으며 떠오른 건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던 시절에 주워들은 얘기들이었다. 세기말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종이책이 금방이라도 없어질 것 같은 불안감으로 각 문예지들이 이와 관련된 글을 쏟아냈던 시절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적이 사라진 이 시대에서 글을 쓴다는 건 굉장히 어려울 거라고 말이다. 정말로 그렇게 변한 줄 알았다. 적은 사라지고 이제 문학이 가야 할 길은 새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때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 나서도 우리 주위엔 여전히 수많은 적들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어쩔 땐 인간의 영혼을 다른 존재에게 팔아버리는 외계인으로, 어쩔 땐 영혼을 읽어버린 채 외계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좀비로 나타났다. 그들의 희생양이 된 귀신들은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쓴 작품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일상생활과 관련된 몇 가지 부분은 눈에 띄게 변했을지 모르지만, 이 작품에 나오는 외계인과 귀신, 그리고 좀비는 지금도 여전히 여러분 곁에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적은 아직도 우리를 노리고 있다.

이상현상

<책소개>  철호와 미경은 일요일 오후에 마트에서 가서 장을 보고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면서 지하주차장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에 대해서 듣게 된다. 십 층에 사는 아저씨가 지하주차장으로 도망을 쳤는데 쫓아온 아줌마가 그의 목을 물어뜯어 죽였다는 것이다. 폐쇄회로카메라에 찍힌 화면으로 살인현장을 지켜보았던 경비원에 의하면 가해자인 아줌마가 아저씨의 살을 물어뜯어 질겅질겅 씹어 먹더라는 것이다. 십 층 아줌마는 임신 중이었다.  그후, 철호는 지하주차장 사건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부부의 자식이 옥상에서 투신자살하는 것을 담배를 피러 갔다가 보게 되어 경찰서에 가게되는데..  그곳에서 또 다른 임신한 부인에게 공격을 당해서 부인을 죽인 남자를 만나고, 잠시 뒤 취조실 안에선 끔찍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온다. 괴물로 변한 남자가 다른 경찰의 살을 물어뜯고 있다. 아수라장이 된 경찰서에서 철호는 꼬박 밤을 새워야 한다. 이상한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갑자기 급증한 사건사고에 도시의 기능은 완전히 마비가 되고 만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원인은 바로 임신부들이다. 새 생명을 잉태한 그녀들이 갑자기 좀비와 같은 괴물로 변해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어떤 논리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이상현상이다. 세상은 드디어 종말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소개> 김형준.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한국공포소설특선집 『버그데이』(화남)에 단편소설 「초상화」가 수록되었으며, 이듬해 2010년 소설집 『샤방샤방한 나의 스토커』가 교보문고에서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다. 2011년 네이버에 장편소설 『자유로에 귀신은 없다』를 연재했고, 같은 해 종말단편집 『종말대환영』(바로북)에 단편소설 「미래는 없다」가 수록되었다. 경장편소설 『무덥고 끈적끈적한』으로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 단편소설 「도둑고양이」로 영남일보 문학상 소설부문에 당선되었다.

제 5구역

★ [북팔 웹소설 작가 지원 서비스 작품] ★ 호러 소설 전문! 김형준 작가의 야심찬 신작! [제 5구역] MT를 떠난 홍수와 친구들. 그들은 근처 군부대에서 탈영병이 나왔다는 속보를 접하게 되는데... 그로부터 불길한 그림자가 점차 그들을 둘러싸게 되며 한 명씩 죽음을 맞이한다. 치밀하게 짜여진 사건과 복선! 추운 겨울 당신을 더 차갑게 만들어 줄 소설이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고스트 하우스

리얼 버라이어티 쇼 <고스트 하우스>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그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욕망이 억울하게 죽은 영혼을 불러들인다! 강원도 오지마을에 있는 한 별장. 한 차례의 화마로 불타 없어진 뒤 다시 지어진 그곳은 죽은 사람들의 혼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으로 인해 흉가로 방치되어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한 케이블방송국의 ‘고스트 하우스’라는 공포 버라이어티 쇼의 촬영이 진행된다.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는 참가자들에겐 상금과 상품이 주어지는 흉가체험 이벤트. 미션을 수행한 뒤 그곳에서 날을 새야 완벽하게 그날의 이벤트를 끝마칠 수 있다. 쇼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든 갖가지 사연의 다양한 사람들. 하지만 그곳에선 의문스런 사건들이 일어나는데……. “만약 이 저주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당장 촬영을 접으세요. 모든 계획을 포기하고 출연자들을 돌려보내야 합니다.”

디지털 유목민

현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13가지 색다른 이야기!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 보았을 법한 익숙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색다른 재미.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 유목민들의 생생한 삶을 다룬 13편의 단편선!

백룡공작 팬드래건
3.0 (2)

<백룡공작 팬드래건> 하급 귀족 가문의 차남으로 태어난 레이븐 발트. 반역에 연루되어 홀로 살아남은 그는 사면을 대가로 '악귀 부대'에서 싸우게 된다. 대부분이 1년을 버티지 못하는 곳에서 10년의 사면기간을 채울 때까지 살아남은 레이븐 발트. 사면을 목전에 둔 어느 날, 어려운 임무를 받고 팬드래건 공작가문의 후계자인 엘렌 팬드래건과 함께 임무에 투입되는데…

사자의 귀환

사자는 왕이요, 왕은 잔혹과 자비, 용기와 지혜를 모두 갖추고 있는 존재다. 사자는 용사요, 용사는 수풀에 스치는 바람 소리에 놀라지 않으며 뒷걸음질을 알지 못한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사자가 돌아왔다!...

신탁의 대군주
2.0 (1)

한때 FPS 게임의 유명 프로게이머로 활약했던 강세희. 은퇴 후 개발 중인 게임의 테스터로 참여하던 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이계로 가게 된다.영주의 사생아 세이엘로아 메이헴의 몸으로 전장 한복판에 떨어진 세희.가진 것이라곤 악과 깡, 잔머리뿐!<일곱 번째 기사> 김형준 작가의 또 다른 이계 생존기가 지금 시작된다!...

뱀파이어 로드로 사는 법
3.1 (21)

반년간의 도주 생활 끝에 결국 성기사의 명성을 위한 제물로 살해당한 뱀파이어 유진.후회 속에서 삶을 마감한 그에게 회귀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절대로 또 그렇게 죽진 않을 거다. 정말 과거로 돌아온 거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두 번 다시 후회하지 않겠다.”

월광의 알바트로스

일곱 번째 기사, 사자의 귀환, 그리고 월광의 알바트로스. 드래곤 지스카드의 세계에서 운명적으로 맞물려지는 장대한 대서사시, 지스카드 연대기 그 네 번째 이야기. 세계에 정면으로 맞서며 역사를 바꾸어 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피의 알바트로스라 불리게 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한 소년의 걸음이 시작된다.

일곱 번째 기사

대한민국 퓨전판타지의 올타임 넘버원 리얼리티와 감동이 살아 숨 쉬는 판타지 걸작 김형준(프로즌) 퓨전 판타지 장편 소설 [일곱 번째 기사 개정판] 가진 것이라고는 책 두 권과 맥가이버 나이프뿐... 평범했던 현대인 한지운의 중세 생존기!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하여 한 세계의 역사를 바꾼 ‘한 포를란 지스카드 데 지운’의 위대한 여정! 당신이 만약 일곱번째기사를 읽었다면 더 이상 읽을 퓨전판타지는 없다.

뱀파이어 로드로 사는 법

반년간의 도주 생활 끝에 결국 성기사의 명성을 위한 제물로 살해당안 뱀파이어 유진. 후회 속에서 삶을 마감한 그에게 회귀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절대로 또 그렇게 죽진 않을 거다. 정말 과거로 돌아온 거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두 번 다시 후회하지 않겠다."

감옥섬 ver 2.0

<감옥섬 ver 2.0> 십오 년 전에 있었던 이 차 서해 대참사는 북한 군부에서 벌인 최후의 발악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북한은 너무나 자연스레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결국 북한은 붕괴되었고 많은 수의 인민들이 한꺼번에 남한으로 내려오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태에 어떠한 대비도 하지 못한 남한의 위정자들은 이들을 받아들이길 꺼려했고, 급기야 군의 판단에 맡기기로 암묵적으로 동의하게 되었다. 군 통수권자의 판단은 무기한 보류였다. 이에 북한 인민들은 항의하기 시작했고 그 불씨는 빠르게 번져나갔다.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의 소요 사태가 일어나자 군은 그들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댔다. 아직 통일에 대한 절차가 해결되지 않았던 시점에 벌어진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그중엔 혜민이의 부모님도 끼어 있었다. 오빠인 기철과 함께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지게 된 혜민이는 남한에 적응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처음엔 자신의 부모님을 죽인 남한을 증오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오심도 차츰 누그러졌다. 그러면서 혜민이는 한 가지 꿈을 키웠다. 바로 가수가 되고자 하는 꿈이었다. 북한에 있을 때도 예술단 단원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가수를 꿈꾸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빠는 그런 여동생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면서도 꿈을 이룰 수 있게 열심히 뒷바라지해주었다. 그렇게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던 와중에 혜민이에게 한 남자가 접근을 해왔다. 남자는 혜민이를 가수로 데뷔시켜주겠다면서 명함을 주고 오디션 볼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었다. 이 기쁜 소식을 혜민이는 오빠에게 바로 알렸지만 그는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들어 동생을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부모님을 대신하고 있는 오빠 말을 고분고분 들을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약속한 시간에 맞춰 남자를 만나러갔다. 동생이 어떻게 나오리라는 걸 기철은 잘 알고 있었다. 한편으론 자신이 너무 과잉보호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동생을 찾아 그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 연예기획사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모텔 건물이 보란 듯이 기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예감이 맞았다는 생각에 기철은 무작정 건물로 들어가 주인을 닦달했다. 호수를 알아낸 기철은 동생이 있는 방으로 뛰어 올라갔고, 동생이 남자에게 몹쓸 짓을 당할 뻔한 순간에 문을 박차고 현장을 급습했다. 혜민이에게 그때 일은 정말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 중에 하나였다. 급습해 들어온 오빠 덕분에 혜민이는 무사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기철은 죄인 신세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칼로 공격해 들어온 남자가 어이없는 실수로 죽게 된 결과 기철이 가해자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하필이면 그 순간에 경찰이 들어왔고, 북한 출신 노동자는 어떠한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종신형에 처해지고 말았다. 법정에선 아무도 남매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국선변호사마저 남매의 편이 아니었다. 적당한 선에서 대충 일을 마무리 지으려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오빠는 그렇게 감옥섬에 있는 교도소에 갇히게 되었다......

롤리

<롤리> 팬데믹 사태가 선언된 지 십여 년이 흘렀다. 기 사장은 오늘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성인용품점에 오는 손님들을 맞았다. 세 차례에 걸친 변이 이후 사태가 좀 진정되었다곤 해도 그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잊지 않는 쪽이었다. 술에 취해 맨얼굴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을 보면서 기 사장은 오늘도 십 년 전 그날을 떠올렸다. 함께 가게를 운영했던 여동생은 이 차로 변이된 바이러스에 의해 허망한 죽음을 맞이했었다. 그때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떠올리다 보니 짜증이 치솟았다. 그는 손님이 없는 틈을 이용해 지하층으로 내려갔다. 스트레스 해소방에서 물건을 부수고 나온 그를 배 사장이 붙잡았다. 동갑내기 친구인 배 사장은 이제 곧 꿈에 그리던 여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일주일 동안 크루즈를 타고 세계 여러 나라를 구경할 수 있는 여행이었다. 기 사장으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으나, 배 사장은 앞으로 겪게 될 일들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떠나기 전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자신이 갖고 있는 리얼돌이었다. 일 층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 점주가 자신의 리얼돌을 노리고 있다는 생각에, 배 사장은 기 사장한테 리얼돌을 맡기는데...

영혼 분리기

<영혼 분리기> 이십 년 전에 지구로 망명한 외계인들로 인해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피지배 계급으로서 노예보다 못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구로 도망쳐 왔음을 알렸고, 각 나라의 정부는 그들과 모종의 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망명을 받아주었다. 그로부터 십일 년쯤 지난 어느 날, 세계 곳곳에 운석으로 가장한 미사일이 날아왔다. 저쪽 태양계에 있는 지배 계급 외계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구 침공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지구의 미래를 걱정한 인간들은 각자 다른 방법으로 전쟁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한 나라는 기존에 있던 징병제를 고쳐서 전 국민을 예비군화시키려는 계획을 실행했다. 남녀 구분 없이 십팔 세가 되면 입대하여 일 년 간 군 생활을 한 뒤 십구 세에 제대하는 식으로 고친 것이었다. 미르 병장은 만기 제대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인간과 외계인의 혼혈인 곰솔 병장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곧 전투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진짜로 외계인의 공습이 벌어진 것일까? 진실을 알아내기 위한 모험이 시작된다.

첫눈 내리는 날에

<첫눈 내리는 날에> 모바일게임 회사 크로노스의 대표인 신철규와 그곳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성희영을 중심으로 악귀의 복수와 동료의 배신, 그리고 오래된 친구와 우정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무명사 보물이야기

<무명사 보물이야기> 마을이 위기에 처했다. 바다와 산을 끼고 있는 조용한 어촌 마을이 관광단지로 재개발될 위기에 처하고 만 것이다.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회사의 사장은 용역업체로 가장한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마을 주민들을 몰아내려고 하고 있다. 추운 한겨울이다. 마을 주민들은 제대로 된 협상도 없이 마을에서 쫓겨나게 될 상황이다. 이대로 쫓겨나게 되면 그야말로 길거리에 나앉게 될 판이다. 어른들이 이들과 대치하고 있는 동안, 아이들도 마을을 지키기 위해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불법영화감상부

<불법영화감상부> 단편소설 2편과 중편소설 1편, 그리고 경장편소설 1편을 모아놓은 창작소설집입니다. 표제로 쓰인 《불법영화감상부》는 제 고등학교 시절을 추억하며 만들어본 이야기입니다. 90년대 초반을 기억하는 많은 분들과 함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합니다.

도둑고양이

<도둑고양이> 돌이켜보면 소설을 쓴 지 올해로 20년이 되었습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동안 저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죠. 잦은 음주와 과도한 흡연으로 인해 몸이 망가지기도 했고, 그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서 영화를 만들어 보겠다고 많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했으며, 결국 소설밖에 길이 없다는 걸 알게 된 후 등단이라는 경험도 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썼던 작품들이 이 책에 실려 있는 12편의 단편소설입니다. 힘들고 아팠지만, 즐겁고 자랑스러웠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 20년 동안의 세월이 기록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부디 재밌게 읽어주신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써브웨이

<써브웨이> 김형준씨의 『써브웨이』는 환상성이 가미된 작품이었는데, 판타지나 환상소설로 분류하기는 어려운 글이었다. 환상소설은 비현실적인 요소가 무작위로 등장하는 글이 아니라, 그 비현실적인 요소가 등장하는 규칙을 통해 다른 세계를 이야기하는 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작위로 등장하는 비현실성을 설명하기 위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널리 활용되는 원형을 고르는 것은, 해법이라기보다는 빠져들기 쉬운 함정이라고 밝혀두고 싶다. 순차적으로 글을 읽는 독자에게는 그렇게 읽히지 않겠지만 글의 후반부에서 유도하듯, 환상 부분을 환각으로 처리하고 이야기를 사실적인 것으로 바꿔서 읽을 때에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결말에서 제시된 사건은 왜 전날 밤 모텔에서 일어나지 않고 지하철 종점에서 일어나야 하는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라는 말을 꺼내지 않고서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p.588 김형준씨의 『써브웨이』는 근사한 이야기였지만 그것을 봉합하는 데 실패한 소설이 되었다. 뒤로 갈수록 이야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지하철에서 꿈을 꾸는 장면에서 이 소설의 매력이 발산되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그렇게 되지 못했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장면을 쓰기에는 문장이 지나치게 거칠었다. - p.597 김형준씨의 『써브웨이』는 습작 경험이 비교적 많은 사람의 작품 같다. 시나리오작가인 일인칭 남성 서술자는 그의 성별, 직업, 세대, 정황에 들어맞는 말을 힘있게 구사하는 가운데 서스펜스 창출 효과가 있는 추리적이고 몽환적인 화술을 보여준다. 또한 그가 자기도 모르게 휘말려 목격한, 약 이십 년의 간격을 두고 벌어진, 한 여성의 복수(復讐)의 전말에 관한 그의 서술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모티프들의 능청스러운 패러디를 포함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미스터리와 구경거리가 함께 갖추어진 한 편의 음모와 복수 드라마를 접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것이 재미의 전부다. 이 소설에서 인간 행위나 세계 속의 사물이 다뤄진 방식을 보면 그것들을 단지 자극과 선정(煽情)을 위한 재료로 보는 경향, 진지한 분석이나 탐구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서술된 모든 사건들의 원점에는 서술자가 군 복무기에 만난 최상병이라는 인물이 자리잡고 있지만 그 악한에 대한 서술자의 발언은 피상적인 논평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으며, 악이라는 철학적 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소설은 재미가 있어야 하지만 그 재미는 오락물의 재미 이상이어야 한다는 말을 누군가의 귀에는 꼰대 같은 소리로 들릴지 모름에도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 p.602 이상 2016년 문학동네 여름호, 제21회 문학동네작가상 발표 중에서 발췌

당나귀들

<당나귀들> 나는 대필작가다.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뒤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작가의 꿈을 키웠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지금은 기획 출판사에서 대필작가로 일하고 있는 중이다. 나에게 이쪽 일을 소개해준 건 대학교 선배인 박 실장이었다. 영화사가 망한 걸 어떻게 알았는지 그는 졸업 후 처음으로 나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걸 계기로 박 실장과 나는 학교 선후배가 아닌 직장에서 갑을관계가 되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가 원하는 모든 걸 처리해줘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었다. 자존심을 접어가며 그와의 관계를 유지해온 덕분에 올해도 나는 일을 하나 받을 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전에 시작된 일은 자서전을 집필하는 것이었다. 대한민국 땅 정가운데에 있다는 중앙빌딩의 운영자 미스터 센터가 자서전의 주인공인데, 이상하게도 그는 본명이 언급되는 것도 싫어했고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도 극도로 꺼리는 성격이었다. 하물며 자서전 대필을 맡긴 작가와의 만남도 거부했던 그가 오늘 중앙빌딩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물론 나에게 직접 전화를 한 건 아니었다. 소식을 전해준 박 실장과 함께 나는 지금 중앙빌딩 지하주차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과연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 하며 약속장소에 가보니 주인공 대신 이 교수가 나와 있었다. 대학교를 다닐 때 학과장이었던 그는 교수직을 그만둔 뒤 지금은 기획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 나를 이쪽 업계로 끌어들인 박 실장이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이었던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사실에 놀란 것도 잠시뿐, 우리가 들어와 있는 유흥주점 룸 안으로 아가씨들이 들어왔다. 그중 한 명인 엘르가 내 옆에 앉고 나서 나는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셨다. 밤이 지나고 또 다시 날이 밝은 다음, 나는 엘르의 도움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술기운이 아직 남아 있는 가운데 그녀는 오늘 하루 일정에 대해 알려주었다. 아침 아홉 시부터 오후 세 시까지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오후 세 시까지인지 알아보니까 그 시간에 예식이 하나 잡혀 있었다. 중앙빌딩 팔 층은 예식장이었던 것이다. 재밌는 건 간밤에 약속장소였던 곳은 지하 일 층에 위치한 유흥주점이었다는 점이다. 예식장과 유흥주점이 같은 건물 안에 있다는 게 나로선 흥미롭게 여겨졌다. 사 층에 있는 여관에서 나온 뒤 우리는 일단 일 층에 있는 분식집으로 내려왔다. 음식을 주문하고 나서 허 씨 성을 가진 사장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주문전화가 걸려왔다. 허 씨는 주방으로 들어가 김치찌개를 끓이기 시작했다. 그 음식을 시킨 사람이 일 층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아저씨라는 걸 알게 된 나는 허 씨를 대신해서 음식을 배달해주겠노라고 나섰다. 어차피 인터뷰 대상자에 속해 있던 사람이니까 이런 식으로 자연스레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한 것인데, 김치찌개를 들고 경비실에 가보니 그곳에는 뜻밖에도 양 교수가 있었다. 대학을 다닐 때 그는 희곡을 가르치던 시간제 강사였다. 내가 졸업을 한 이후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양 교수는 경비원이 되어 있었다. 과거를 돌이켜보던 중 그가 라 조교를 기억하는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라 조교가 이 층에서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 모든 인연이 이 교수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달으며 나는 라 조교를 만나러 이 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 있는 노래방으로 모여든 허 씨, 양 교수, 라 조교 등은 지금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나 역시도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린 다음, 그걸 해결하기 위해선 세 사람과 마찬가지로 미스터 센터를 직접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스터 센터, 그분을 만나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분은 중앙빌딩 구 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에서 기거하고 있지만, 그런 그분을 직접 만나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건물을 지어올린 지 십 년이 지나가는 시점인데도 상황이 이렇다면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우리의 공통된 목표는 이제 그분을 만나러 가는 것이 되었다.

미친 者들

<미친 者들> 프리랜서 기자인 김수철은 큰빗이끼벌레와 관련해서 기사를 쓰기 위해 지방에 내려갔다가 지금 막 집으로 돌아왔다. 일주일 동안 집을 비운 사이에 어머니와 아내는 또 다시 냉전 상태가 되어 있었다. 일 년 전에 수철의 아들이 죽은 이후 두 사람은 그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항상 싸움을 반복해왔다. 이러한 가정사와 별개로 국회에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탄핵 심판이 열리던 날, 정권을 계속 이어 가기 위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던 것이다. 집시법을 비롯해 많은 것이 정권 유지에 유리하도록 바뀌고 난 지금, 수철은 집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또 다시 밖으로 나갔다. 큰빗이끼벌레와 관련해서 제보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한강에서도 발견되기 시작한 큰빗이끼벌레가 집 근처 하천에서도 발견되었다는 제보였다. 그곳에는 흉측한 모양의 큰빗이끼벌레가 물속에서 자생하고 있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문제의 생명체를 뜰채로 건져 올리는 순간, 수철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자신이 보았던 큰빗이끼벌레보다 훨씬 더 둥근 모양이었으며 냄새도 나지 않았던 것이다. 혹시 새로운 종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수철은 표본을 채집해서 집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욕조에 표본을 넣어두는 과정에서 어머니와 또 다시 갈등이 생겨났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수철은 서울역 근처에 있는 신문사로 향했다. 수철은 편집장과 술잔을 기울였다. 시간이 지나 이 차를 마친 편집장은 삼 차로 좋은 곳에 가자며 그를 꼬드겼다. 그는 편집장의 강권에 못 이겨 유흥주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을 파트너로 선택한 두 사람은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렸다. 성적인 유혹으로 수철의 시선을 분산시킨 그녀가 큰빗이끼벌레와 똑같이 생긴 물체를 그의 머리에 씌우려고 시도한 것이었다.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난 수철은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을 의아하게 여기면서 편집장이 옮겨간 곳으로 가보았다. 그곳에 있던 편집장의 머리에는 이미 그 이상한 물체가 씌워져 있었고, 젤리처럼 변한 물체가 피부로 흡수되면서 감정을 강탈당하는 과정을 수철은 현장에서 목격했다. 놀란 그는 그곳에서 빠져나와 자동차를 훔쳐 달아났다. 서울역 앞을 지나치면서 그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서울역 앞 광장을 중심에 두고 차벽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버스는 물론이고 일반버스까지 동원해 서울역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감정을 강탈당한 괴물들은 서울역을 통해 지방 각지에도 그 이상한 물체를 바이러스처럼 퍼뜨리고 있었다.

월드컵 자살사건

<월드컵 자살사건> 이기철은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신문기사를 검색해보던 중, 이십 년 전에 일어난 자살사건을 눈여겨보게 된다. 한일 월드컵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 있던 시기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기철은 먼저 기사가 실린 신문사에 전화를 건 뒤 사건과 관련해서 타살의혹을 기사로 작성한 기자를 찾는다. 그 기자는 자살로 마무리된 사건을 타살일지도 모른다며 의문을 제기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에게 직접 사건에 관해서 얘기를 듣고 싶었지만, 기철은 작년 이맘때 기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낙담한 기철에게 죽은 기자의 후배라는 사람이 대신 만날 것을 제안한다. 시내에 있는 다방에서 김 기자와 만나기로 약속한 뒤, 기철은 경찰서에 전화를 건다. 죽은 기자에게 타살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던 오 형사가 근무하고 있는 곳이었다. 다음날 아침 오 형사를 만난 기철은 그를 통해 죽은 기자에 대해 얘기를 듣는다. 그는 이십 년 전에 기자와 함께 술을 마시면서 자신이 맡았던 자살사건에 대해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여관방이었고 남녀가 함께 발견되었다. 단순한 자살사건으로 마무리를 지었지만 정황을 다시 들여다보니 타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었다. 이 생각을 떨칠 수 없어 오 형사는 기자 앞에서 주정부리듯 그 얘기를 떠들었던 것이다. 다음날 조간신문에 자신이 떠들었던 얘기가 기사로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그는 말한다. 기철은 두 번째 약속장소인 길다방으로 향한다. 서울에 아직도 이런 곳이 남아 있나 싶을 정도로 오래된 다방에서 김 기자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다방 마담이 죽은 기자와의 친분을 알려주면서 명함을 한 장 보여준다. 만약 나중에 자신에 대해서 묻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이 명함을 보여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명함에는 신철규라는 사람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작가와 기자는 한 회사의 부사장인 그와 점심약속을 잡고 그곳으로 향한다. 세 번째로 만난 신철규는 자살사건의 주인공 중 한 명인 김동언의 애인이다. 알고 보니 신철규와 김동언은 동성애자였던 것이다. 그런 김동언이 어째서 여자와 함께 여관방에서 자살을 했다는 것인지 신철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방희영이란 이름의 여자는 신철규와 김동언이 군 생활을 함께하고 있을 때 만났던 다방 레지였다. 그녀가 일했던 곳이 군부대 근처에 있는 역전다방이라는 걸 알게 된 기철과 김 기자는 그곳에 직접 내려가 본다. 역전다방에 갔다가 서울로 올라온 기철은 신철규의 친구인 이동훈의 연락을 받는다. 대학교 인근에 있는 호프집에서 이동훈을 만난 기철은 자살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에 있었던 일들을 들은 뒤, 자살사건이 일어났던 실제 현장에 가보게 된다. 그곳에서 믿기 힘든 진실을 눈치 챈 순간 기철은 여관 주인의 공격을 받고 정신을 잃고 만다. 낯선 곳에서 정신을 차리지만, 그에겐 소름 끼치는 진실만 남아 있다.

프랑켄플라이

<프랑켄플라이> 우주장례라는 문화가 생겨난 지 올해로 십이 년째 되었다. 고인을 특수한 금속관에 안치하여 우주로 쏘아올리는 장례식은 일부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문화였다. 만만치 않은 비용 탓에 일반인은 꿈도 꿔볼 수 없는 이 장례문화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일반인은 우주장례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이유는 해가 바뀔수록 일반인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첫 번째 사례가 발생한 건 벌써 십 년 전이었다. 그날 밤, 아파트 단지 안으로 로켓의 잔해가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금속관을 실어 우주로 날아갔던 로켓은 원래 공해상으로 떨어지도록 설정해놓았지만 가끔 발생하는 오류로 인해 전혀 엉뚱한 곳으로 추락지점이 바뀌기도 했다. 첫 번째 사례가 발생했을 때는 무려 세 번에 걸쳐서 잔해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특권층과 언론은 이 일을 사건이 아닌 단순 사고로 처리해버렸다. 그곳에 살던 쌍둥이 남매는 졸지에 그날 밤 고아가 되어버렸다. 어린 남매를 서로에게 떠넘기던 일가친척들은 할머니에게 두 아이를 맡겨버렸다. 할머니는 가난한 살림살이에도 두 아이를 사랑으로 감싸 안았지만 남매가 모두 착하게 자라준 건 아니었다. 쌍둥이 오빠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개망나니였던 반면에 여동생은 학교에서도 알아주는 우등생이었다. 특히 그녀는 과학 분야에서 특출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에 한국유전자연구재단에서는 그녀를 과학영재 지원프로그램에 포함시켜주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곳에 갈 수가 없었다. 이유는 할머니의 불치병 때문이었다. 그즈음 증세가 더욱더 악화되었던 상황이라 여동생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삼 년 전이었던 그때, 연구원인 조명준 박사가 그녀의 집에 찾아갔다. 그는 할머니에게 연구재단에서 진행하는 임상실험에 참여해주는 조건으로 모든 치료비용을 무상으로 제공해주겠다는 제안을 건넸다. 연구재단이 있는 건물엔 종합병원도 있었다. 그녀는 드디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기쁨은 일 년 만에 끝이 나고 말았다. 건강을 많이 회복하고 있던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 원인을 할머니가 죽기 두 달 전에 연구재단 측에서 이식한 관찰용 전자칩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연구재단 측에서는 불치병과 노환을 이유로 들었다. 아무도 그녀의 주장을 믿지 않는 가운데 전자칩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전자칩에 들어 있던 진실을 그녀는 드디어 알게 되었다. 할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은 전자칩이 원인이 아니었다. 대신 할머니가 죽기 보름 전에 이상한 약물이 투약되었으며 그로 인해 모든 장기가 망가지기 시작했다는 진실이 데이터로 남아 있었다. 그로부터 이 년 동안 쌍둥이 남매는 오로지 복수만을 꿈꾸며 살아왔는데…….

자유로에 귀신은 없다

<자유로에 귀신은 없다> 석두는 요즘 룸메이트인 호철 때문에 화가 나 있었다. 취직이 안 돼 빌빌거리는 친구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고 있는 자신에게 커다란 실수를 연달아 벌인 것이었다. 양복 한 벌 장만할 여유가 없는 호철에게 석두는 자신의 옷을 기꺼이 빌려주곤 했다. 취직을 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간다는 친구에게 그까짓 것쯤 얼마든지 빌려줄 수 있었다. 며칠 전 그날도 호철은 면접을 위해 석두의 옷을 빌려 입고 나갔다. 특히 그날 빌려준 옷은 석두가 평소 아끼던 것이었다. 석두 자신이 첫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입었던 옷으로, 지금 다니는 회사에 취직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 행운의 옷이었다. 그러나 행운은 석두에게만 적용이 되는 모양이었다. 술에 취해 들어온 호철은 낡고 유행이 지난 석두의 옷 때문에 자신이 떨어졌다고 불평하면서 옷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호철은 필름이 끊겨 간밤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며 라면으로 해장을 할 뿐이었다. 그런 호철에게 석두는 옷을 세탁소에 맡겨달라고 부탁하곤 출근을 했다. 며칠 뒤 일요일에 세탁소에 가게 된 석두는 호철이 세탁소에 들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화가 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는데, 석두의 또 다른 옷을 입고 면접을 보러가는 호철과 길에서 맞닥뜨렸다. 면접을 보러가는 친구에게 뭐라고 할 수 없었던 석두는 속으로 화를 식힐 뿐이었다. 면접에 떨어진 호철은 그날 밤에도 만취한 상태로 돌아왔다. 이런 일련의 일들로 인해 석두는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다. 꼴 보기 싫은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집에 발을 들여놓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쩌랴? 내일을 위해 쉬긴 쉬어야 했다. 차에서 내린 석두는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갔다. 어쩐 일인지 불은 켜져 있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이 녀석이 또 어딜 나갔나 생각하며 열쇠로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섰다. 이불을 뒤집어쓴 호철이 인기척에 벌벌 떨고 있었다. 알고 보니 녀석은 사채를 빌려 쓰고 못 갚는 처지였다. 휴대폰으로 최후통첩을 보낸 사채업자들의 문자메시지가 수십 통이나 되었다. 석두는 친구의 한심한 꼬락서니가 답답할 노릇이었다. 술이라도 한 잔 마셔야 할 것 같았다. 석두는 호철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데…….

미트볼 대작전

<미트볼 대작전> 얼마 전에 수능시험을 보았던 규철은 며칠째 PC방에 들락거리고 있었다. 평상시 집에서는 부모님 말 잘 듣는 착한 아들이었고, 학교에서는 조용하고 내성적이어서 있는 듯 없는 듯 선생님 눈에 띌 만한 짓은 하지 않았던 학생이었다. 그런 그가 생각지도 못했던 재수라는 난관에 부딪치게 된 것이었다. 난생 처음 좌절을 맛보게 된 그는 복잡해진 마음을 게임이라도 하면서 풀어보려고 했다. 칼과 방패로 몬스터를 죽이고 저격용 라이플로 적을 사살하기 전에 그는 먼저 필후와 함께 운영하는 카페에 들어가 보았다. ‘우리의 집’이라고 이름 붙여놓은 카페에 들어가 규철은 오래된 친구와의 추억을 살펴보았다.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 같이 살면서 중학교 때까지 붙어 다녔던 필후는 가수가 되기 위한 꿈을 위해 예술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규철과 떨어지게 되었다. 비록 다른 학교로 가게 되어 자주 만날 순 없게 되었지만 두 친구는 카페를 통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예전에 올려놓았던 게시물을 보면서 규철이 추억에 잠겨 있는 동안 새글이 올라왔다는 표시가 생겨났다. 필후가 남겨놓은 게시물에는 오늘 시간이 되면 만나자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3년 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2등을 차지했던 필후는 기획사에 들어가 트레이닝을 마친 뒤 이번 크리스마스에 정식 앨범을 발표하고 데뷔를 하게 되어 있었다. 그 이후엔 만나고 싶어도 당분간 어려울 테니까 지금 여유가 있을 때 만나자는 것이었다. 규철은 그렇게 하자고 댓글을 남긴 뒤 블로그에서 나와 메일을 확인해보았다. 수많은 스팸메일 중에서 이상한 제목의 메일이 하나 눈에 띄었다. 규철이 그 메일을 클릭하자 모니터가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화면 중간에 버튼이 나타났다. 어쩔 수 없이 그 버튼을 누르자 규철은 평행우주를 넘어 다른 버전의 지구로 가게 되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는 규철 앞에 최 하사라는 여자 군인이 나타나 필후에 대해 물어보았다. 얼떨떨한 상황에서 그는 묻는 말에 대답을 했다. 사지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금방이라도 천장이 무너질 것처럼 사방이 흔들리고 있었다. 겁에 질려 당장 풀어달라고 외치자 그는 하얀빛에 휩싸여 원래 자기가 살던 세계로 돌아왔다. 그 과정이 마치 악몽을 꾸었던 것 같았다. 규철은 멍한 정신으로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그는 요즘 들어 여러 가지 힘들고 복잡했던 일들 때문에 악몽을 꾸었던 걸 거라고 생각했다. 필후와 만나면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고 다짐하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갑자기 군용 지프차가 나타나더니 중앙선을 넘어 버스를 향해 돌진했다. 승객들이 모두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지프차가 사라지면서 버스가 앞차를 들이박는 사고가 났다. PC방에서 겪었던 악몽에 이어 이번엔 또 무슨 일인가 싶어 규철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승객들뿐만 아니라 버스기사도 방금 전에 지프차가 사라지는 걸 보았다. 백미러에 비친 불가사의한 일 때문에 사고를 낸 것이었다.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만 그 장면을 본 것도 아니었다. 주말을 앞두고 종로3가에 놀러 나온 많은 사람들도 그걸 보았다. 그 주위는 순식간에 경찰과 기자들로 복잡해졌다. 규철은 버스에서 빠져나와 가까스로 길을 건너가 피아노거리로 향했다. 필후가 저쪽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뛰어가려고 하는데, 두 친구 사이에 빛으로 만들어진 벽이 나타났다. 왜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이에 거대한 로봇 손이 벽을 뚫고 나와 규철을 위협했다. 놀란 마음을 수습하기도 전에 벽 건너편에선 필후의 절규가 들려왔다. 규철한테 빨리 도망치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로봇 손에 붙잡혀 벽으로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규철은 필후를 찾아 피아노거리는 물론이고 그 일대를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어디에도 친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헬싱의 후예들 上

<헬싱의 후예들 上> 철기는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에 잠을 못 자고 있었다. 어떻게든 자보려고 누워서 눈을 감긴 했지만 밤까지 이어진 불볕더위에 짜증만 날 뿐이었다. 중간 세기로 해놓은 선풍기에선 급기야 뜨거운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짜증이 극에 달한 철기가 바람의 세기를 강으로 조절하기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때마침 휴대폰이 울렸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할 사람은 영식말고는 없었다. 이 시간에 웬일일까 생각하면서 휴대폰 폴더를 열었다. 귀에 갖다 대고 친구의 이름을 부르는데, 낯선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 그 낯선 목소리는 자신의 이름을 김덕규라고 소개한 뒤 지금 당장 텔레비전을 켜보라고 말했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철기는 텔레비전을 켰다. 텔레비전에선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오던 비행기가 서해상에서 추락했다는 것이었다. 망망대해에 화염이 불타고 있는 장면 위로 자막이 떴다. 자막의 내용은 탑승객 명단이었다. 그 명단엔 철기의 아버지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속보를 전하는 아나운서는 추락사고의 생존자가 한 명도 없을 것 같다는 암울한 소식을 전해주었다. 철기는 충격과 슬픔에 빠져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거의 잠도 자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한 그는 친구인 영식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혹시 시간이 되면 인천으로 함께 가주지 않겠느냐는 부탁에 영식은 당연히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혼자선 도저히 갈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다행이라고 여기며 전화를 끊었다.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간밤에 속보를 본 지인이 위로를 해주려고 전화한 거겠지 싶었다. 통화 버튼을 눌러 누군지 확인해보았다. 연희가 건 전화였다. 예전에 사귀다가 헤어진 애인이지만 지금으로선 그녀의 위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이 알아서 함께 가주겠노라고 말했다. 일 호선 창동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창동역으로 나간 철기는 친구인 영식과 옛 애인인 연희와 함께 만나 인천으로 향했다. 셋은 같은 대학에서 만난 사이로 한때 삼각관계에 빠진 적이 있었다. 영식이 연희를 좋아했지만 연희의 마음은 철기에게 가 있었다. 친한 친구였던 영식과 철기는 불편한 관계인 채로 각자 군대를 가게 되었다. 제대 후 철기와 연희는 헤어지게 되었고, 영식과 철기는 다시 친구 사이로 돌아갔다. 친구 사이는 금방 봉합되었지만 영식 입장에서는 한때 마음을 줬던 여자에 대한 앙금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는 불편한 마음으로 열차에 올라탔다. 가는 내내 불편한 심정이었지만 철기를 생각해서 영식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연희 역시 영식의 등장으로 인해 마음이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그 사이 두 녀석은 철기에게 전화한 김덕규라는 인물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인천 지역에서 꽤 크게 사업을 하는 사람인 듯했다. 한일월드컵을 일 년 앞둔 시점에서 김덕규는 차이나타운에 쇼핑몰을 오픈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가을 오픈을 목표로 지금은 마무리 공사 단계에 들어갔다는 기사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큰 사업을 하는 그가 이번에 비행기 사고로 죽은 희생자들을 위해서 합동장례식을 주관하게 된 모양이었다. 철기는 바로 그곳에 가려고 인천행 지하철을 탄 것이었다. 하지만 철기가 제일 먼저 가야 할 곳은 합동장례식장이 차려진 인하대학교 부속병원이 아니라 월미도였다. 그 이유에 대해선 자세히 모른 채 셋은 목적지로 향했다. 인천에 도착한 철기 일행은 버스를 타고 월미도로 갔다. 월미도엔 작은 놀이공원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서 유명한 건 바로 디스코팡팡이라는 놀이기구였다. 연희는 괜히 그걸 타겠다고 떼를 썼다. 어이없어하는 두 남자를 남겨놓은 채 그녀는 놀이기구에 올라탔다. DJ가 놀이기구를 작동시키려고 하는 순간, 불한당들이 나타나 돈도 안 내고 놀이기구에 올라탔다. 올해 여름이 시작되면서 간간이 나타나 놀이공원에 놀러온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그들이 이번에 목표물로 잡은 건 연희였다. 무리의 리더인 남자가 그녀를 괴롭히고 있는데 영식이 그러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칼로 무장하고 있는 불한당들의 표정이 일그러진 순간, 이들을 물리치기 위해 한 남자가 전광석화 같은 빠르기로 달려왔다. 근처 횟집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남자는 불한당들을 내쫓고 연희를 구해주었다. 철기 일행이 김덕규와 만나기로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는 자기 가게에서 기다리라며 일행을 데리고 갔다. 가게에서 기다리다가 일행은 연락을 받고 밖으로 나갔다. 합동장례식장 일 때문에 오지 못한 김덕규 대신 리무진을 타고 온 건 쿠다라상이었다. 제일교포 삼 세인 그녀는 김덕규의 비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아름다운 그녀를 두 남자는 넋이 나간 듯 바라보았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연희는 쿠다라상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2013년 대한민국 e작가상 공모전 무협/판타지부문 수상작

클론

<클론> 십 년 전, 인간의 생체 장난감으로 삼십 년이란 세월을 살아온 클론이 인간의 손에 의해 버림을 당했다. 클론은 아동형으로 아홉 살 나이 이상으론 자라지 않도록 유전자가 변형되어 있는 모델이었다. 아이러니한 건 겉모습과 달리 지적 수준은 시간과 함께 변한다는 것이었다. 아홉 살 나이의 외모를 한 삼십 년짜리 클론은 결국 지하도시 외곽에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버림을 당한 지 일주일 만에 외곽을 순찰하던 문지기가 소년을 발견해 지도자에게 데리고 갔다. 십 대 후반의 모습으로 유전자가 변형된 지도자도 소년과 마찬가지로 삼십 년이 된 클론이었다. 출시년도가 같은 소년과 지도자는 지하도시를 살 만하게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소년의 제안으로 인간에게서 배운 사업을 시작하게 된 지하도시는 빠른 시간 안에 질서를 잡아갔다. 소년이 제안한 사업은 윤락사업이었다. 인간사회에선 불법으로 지정된 이 사업을 클론은 마음껏 할 수 있었다. 클론은 법적으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사업적으로 성공을 한 클론들을 인간은 곱지 않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급기야 삼 년이 지난 어느 날, 인간은 군대를 동원해 지하도시를 습격하기에 이르렀다. 소년이 있던 G구역도 군대의 습격으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저항을 하는 과정에서 지도자가 죽고, 그 자리에 피에로가 자리하게 되었다....... 2010년 제1회 NHN 게임문학상 입상작

대한영웅전기

<대한영웅전기> 1941년 여름, 주인공 김철기와 그를 돌봐주고 있는 광복군 조성욱이 함께 호차(胡差)섬에 있는 율도국(律島國)의 홍길동을 만나, 일본이 개발한 최첨단 핵잠수함인 앵무조개가 건조 중인 장소와 대략적인 생김새에 대해 정보를 공유한다. 이 정보는 일 년 전, 철기의 배다른 누이인 김영숙과 그녀의 연인이자 파트너인 김 씨가 함께 캐낸 것이었다. 일 년 전 둘은 군마현(群馬縣)에 위치한 노조리 호수에서 앵무조개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던 중, 일본군에게 들켜 다니가와 산으로 몸을 숨기게 된다. 그 와중에 영숙은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인 구미호로 변하게 되고, 김 씨는 그런 그녀를 안전하게 돌봐주기 위해 뒤를 쫓는다.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 영숙은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김 씨와 사랑을 나누는데, 둘을 엿보고 있던 일본군 병사가 쏜 총알에 김 씨가 맞아 그 자리에서 죽게 된다. 구미호 종족인 영숙으로선 삼백사십여 년 전에 이미 인간에게 배신을 당한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었다. 김철기와 조성욱, 그리고 홍길동이 금강산 천선대(天仙臺)를 거점으로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신선 허생의 무리를 찾아 산에 오른다. 허생과 함께 전쟁에 나선 박 씨 부인이 이들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녀는 바로 철기의 생모였다. 한 차례의 생각지도 못했던 전투를 치루고 나서 우여곡절 끝에 천선대에 있는 은신처에 도착하게 되지만, 그곳엔 경찰 신분을 숨긴 채 들어와 첩보 활동을 하고 있는 정형사가 있었다. 삼 년 전에 있었던 끔찍한 사건 이후 악몽에 시달려온 정형사는 드디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철기와 영숙 남매를 보게 된다. 기쁨도 잠시뿐, 두 남매의 무시무시한 정체를 알게 된 정형사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그런 그 앞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두 인물이 나타난다. 바로 김구 선생과 이승만 박사다. 작전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 온 이들의 회의는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이 된다. 그리고 드디어 전개되는 앵무조개 폭파작전!

감염의 속도

<감염의 속도>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조짐은 이미 보름 전부터 있었다. 그 당시 뉴스에서는 독감이 유행하고 있으니 노약자와 어린아이는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에서 반드시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런 내용의 뉴스를 사람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매년 겨울마다 반복되는 뉴스에 사람들은 또 다시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강준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였다. 특히 그는 평상시에도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체질이라서 독감주의보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보름이 지난 어느 날, 그는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비정규직이라서 도움을 청할 데도 없었다. 이 주 후에는 꼼짝없이 쫓겨나게 된 강준은 복잡한 심정으로 친구들을 만났다. 약속장소인 포장마차엔 수영과 철호가 먼저 나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 명은 고등학교에서 만나 친해진 사이였다. 처음 그들이 만났을 땐 장애물이 있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나고 자란 강준과 달리 수영과 철호는 고아원 출신이었다. 강준은 그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이 얼마나 편협한 인간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 후 리더십이 있는 수영을 도와주면서 철호와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때는 그것이 세상의 모든 것인 줄 알았다. 강준은 그때를 회상하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가고 난 뒤에야 수영과 철호는 강준이 해고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준과 티격태격 말싸움을 했던 철호가 그걸 핑계 삼아 갑자기 겨울바다를 보러가자고 제안했고, 수영은 술을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자고 응답했다. 음주운전은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강준은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자신도 뭔가 일탈을 하고 싶은 욕구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차에 올라탄 그들은 가까운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 조수석에 탄 강준은 뉴스를 듣기 위해 라디오를 켰다. 라디오에선 독감과 관련해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귀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이상한 내용의 뉴스 때문에 그들은 DMB방송을 켰다. 속보를 내보내고 있는 방송에서도 라디오와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 전 세계에서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각 나라는 출입국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었다. 이게 뭔 일인가 싶어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을 힐끗거리던 수영이 결국엔 사고를 냈다. 갑자기 도로로 뛰어나온 사람을 피하지 못한 채 차로 들이받은 것이었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모두 불통이었다.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 보니 도로에 쓰러져 있는 건 어린 여자아이였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그녀를 강준과 함께 뒷좌석에 태운 뒤 수영은 병원을 찾아 차를 달렸다. 종합병원은 이미 포화상태라 어려울 것 같아 근처 개인병원을 찾아가 보았지만, 그곳에서도 도움의 손길은 구하지 못했다. 게다가 병원 안에서는 심상치 않은 신음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려와 그들을 두려움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빨리 차를 출발시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만한 곳을 찾던 그들은 해수욕장으로 갈 수 있는 진입로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마을이 있을 거라는 예상에 맞게 민박으로 먹고 사는 주택가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을 찾아 헤매던 그들은 바닷가로 나가 차에서 내리는데, 어딘가에서 날아온 화살이 철호의 허벅지에 박혀 바닥에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라 주위를 둘러보니 멍한 눈빛에 느린 걸음걸이로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왠지 모르게 소름끼치는 그들을 피해 강준 일행은 화살이 날아왔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횟집이었다. 국궁을 하는 횟집 사장이 철호를 이상한 사람들과 착각해서 활시위를 당긴 것이었다. 가까스로 그곳에 들어가 몸을 숨긴 강준 일행 앞에 횟집 사장 말고 다른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횟집 사장의 아내와 딸, 그곳에서 신춘문예를 준비하고 있는 무명작가, 그리고 앵두라는 상호명의 술집을 운영하는 황 마담이 그들이었다. 강준 일행은 그곳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방금 전에 밖에서 만난 그 이상한 사람들은 독감에 걸려 죽었다가 되살아난 바이러스 보균자라는 사실이었다.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된 그들 앞에 인근 부대에서 도망쳐온 군인들이 나타난 뒤, 상황은 또 다시 변화를 맞게 된다. 과연 그들은 보균자를 피해 무사히 마을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예상치 못한 위협이 또 다른 곳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좀비와 햄버거 공장

<좀비와 햄버거 공장> 출석번호 28번은 별다른 사고 치지 않고 조용히 학교생활을 해나가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수도권 내에 있는 사 년제 대학교에 들어갈 만한 성적으로 교우관계도 원만한 편이었다. 정말 평범하기 짝이 없는 아이였다. 집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생활을 반복적으로 하던 28번의 삶에 변화가 생긴 건 인터넷에서 본 동영상 때문이었다. 동영상은 소비자고발 류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올려놓은 것이었다.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평상시 자주 사먹던 매점 햄버거의 패티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패티는 사람이 먹기엔 불편한 재료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보는 내내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지만, 그 다음날 28번은 친구들과 함께 또 다시 햄버거를 사먹었다. 햄버거를 먹으면서 전날 보았던 동영상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모두 그 동영상을 보았지만 위험성까지는 느끼지 못한 모양이었다. 먹고 안 죽으면 그만이라는 말 한마디로 불량 햄버거 문제는 일단락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28번은 달랐다. 먹고는 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가슴 한쪽에 담아두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지만 평범한 고등학생의 머리론 해결책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량 햄버거에 대한 고민도 서서히 잊혀져가고 있었다. 해결책이라고 해봐야 28번이 할 수 있는 건 안 먹는 것뿐이었다. 매점에서 서성대던 28번이 입맛을 다시며 발길을 돌렸을 때였다.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원피스가 매점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친구는 반가워하며 서로의 안부를 챙겼다. 그러면서도 뭔가에 쫓기듯 서두르는 원피스에게 28번이 어딜 가냐고 물었다. 원피스는 28번에게 담배를 피우느냐고 되물었다. 마침 한 개비 피우고 싶었던 28번은 친구를 믿고 그를 따라나섰다.

베이지색 토끼 꿈

<베이지색 토끼 꿈> 소설을 한 편 완성하고 나서 그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면 언제나 항상 내 모습이 드러나 있어 창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떨 때는 나의 어릴 적 시절이 묘사되어 있기도 하고, 어떨 때는 나의 이십 대 혹은 삼십 대 모습이 묘사되어 있기도 하죠.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작품 속에 나의 모습이 들어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그 모습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나면 정말이지 공개된 장소에서 벌거벗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물론 그것도 나의 이야기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창피한 건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4편의 중편소설은 나의 삼십 대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 듯하네요. 그때의 희망과 좌절을 다시 보니 조금은 유치하기도 하고 조금은 슬프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그게 벌써 10여년 전이라는 사실이 가장 슬픈 일이네요.

동시상영관

<동시상영관> 세월이 지나면서 영화를 관람하는 방식도 다양하게 바뀌어 왔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에는 주말의 명화를 흑백텔레비전으로 보았고, 조금 나이가 들었을 때에는 동네에 있던 재개봉관에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종로에 있는 개봉관에서 영화를 처음 봤던 건 중학교에 진학하고 난 뒤였고,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1학년 여름방학 때에는 비디오대여점에 수시로 드나들곤 했습니다. 제대를 하고 난 뒤에는 컴퓨터에 DVD를 넣어서 영화를 보다가, 어느날부터는 파일을 다운 받아서 영화를 보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저가의 빔프로젝터를 사용해 방 안을 극장처럼 꾸며서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극장이라는 공간이 필요없게 된 상황에서 앞으로 또 어떤 형태의 관람 방식이 나올까요? 모르긴 몰라도 지금은 상상도 하지 못한 새로운 방식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인가를 상상한다는 건,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한 권으로 묶어본 12편의 단편소설도 독자 여러분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길 소망합니다.

경계의 가장자리

<경계의 가장자리> 처음으로 소설이라는 형식의 글을 쓰고 나서 합평을 받았을 때 나는 혼란스러웠다. 평소에 상상만 해보았던 재미난 이야기를 문장으로 표현하려고 한 나의 노력을 그들은 장르소설이라며 폄하했던 것이다. 달기지에 있는 천체 망원경으로 지구를 관찰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그렇게 사장되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컨셉 하나만 가지고 억지로 이야기를 진행시킨 탓에 전체적인 완성도가 그리 높다고 할 수는 없는 글이지만, 그래도 장르소설이라는 이유로 평가 절하된 것은 억울하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나에게 순수와 장르의 차이가 무엇인지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소설의 본질은 이야기이며,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는 그 어떤 규제나 한계가 없어야 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계를 나누려 하는 작금의 세태에서 그 가장자리에 위치한다고 여겨지는 단편소설 12편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보았다.

달고나 뽑기 대작전

<달고나 뽑기 대작전>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이 담배와 관련된 추억을 꺼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담배를 끊었지만 그때는 88라이트를 하루에 두세 갑씩 피웠던 제가 그 사람의 금연 시도를 방해한 적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담배를 끊은 지 두 달쯤 되었을 때 저와 만나 술을 마셨는데, 술자리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그에게 제가 담배를 권한 탓에 결국 금연에 실패했다는 것이었죠. 그 사람은 지금도 담배를 피우고 있지만, 저는 어느덧 담배를 끊은 지 10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똑같은 일을 겪은 당사자들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서 그 상황을 다르게 기억하게 마련이죠. 금연을 하느냐 마느냐 옥신각신하면서 서로 다른 기억을 만들었던 것처럼 남녀 사이에 있었던 수많은 일들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른 버전의 추억이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어쩌면 상대방은 기억에서 지웠을지도 모를 그때의 추억을 정리한 11편의 단편소설을 한 권의 책으로 모아보았습니다.

자살나무

<자살나무> 염세주의(厭世主義) : 인간의 삶은 고통뿐이며 따라서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철학적 사유를 나타내는 말.(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발췌) 인간의 삶이 2시간짜리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되어 있다면, 나는 언제쯤 죽음을 바랐던가? 40분 정도 돌아가던 테이프가 비디오 헤드에 씹혀서 재생이 멈췄을 때, 나는 뚜껑을 열고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기억이 저장되어 있는 필름은 더 이상 회생이 불가한 상태. 어쩌면 나는 그때 멈춘 상태로 지금껏 살아오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의심해본다. 뭘 해도 안 되는 것 같았던 그 시절에 썼던 11편의 단편소설을 세 번째 작품집으로 묶어보았습니다.

무희들

<무희들> 이번 작품집과 관련해서 소개 글을 쓰려고 하다보니 문예창작과 재학 시절에 한 교수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떠오르네요. 소설가는 자신의 자서전을 따로 쓰지 않는다는 말. 이유는 자신이 쓴 작품 속에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그때 그 교수님은 말씀해주셨습니다. 지금껏 써왔던 시간보다 앞으로 써야 할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써왔던 것들을 정리해보고자 소설을 하나씩 읽다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좌절하고 방황하다가 결국엔 화를 참지 못해 분노하던 그 시절의 제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21세기라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면서도 희망을 찾지 못했던 그때 그 시절에 썼던 단편소설 11편을 하나의 작품집으로 묶어보았습니다.

장마 전선 이상무

<장마 전선 이상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언가를 강제적으로 해야 한다는 건 어떤 일이든지 고통스럽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앞으로 그런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을 때도 그렇고, 그런 상황 속에서 그 일을 하고 있을 때도 그렇고,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 일로 인한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자가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일을 겪어야 하거나, 겪고 있거나, 혹은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악몽을 꾸고 있는 여러분과 함께 그때 그 경험을 공유하고자 군대가 배경이거나 소재인 10편의 단편소설을 묶어보았습니다.

막히지 아니하고

<막히지 아니하고> 벌써 이십여 년 전 일이다.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일어났던 일이다. 이 학년이 되면서 우린 특별활동부를 선택해야 했다. 어디에 들어가야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는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함께 연극부를 선택했다. 처음엔 내가 연극부를 선택했다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자각이 없었다. 연극부에 들어가기 전까진 진짜 무대에서 공연하는 연극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연극을 처음 본 건 그로부터 한 달 정도 지난 뒤였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하곤 전혀 다른 감동이었다. 함께 연극을 보고 나온 우리들은 연극부의 특성을 살려서 그해 학교축제에서 연극을 공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땐 입시라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그 정도 시간은 낼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학교축제는 여름방학을 지나 가을에 열렸다. 나는 그때 처음 희곡이라는 걸 써보았다. 여름방학이 되기 전에 완성하기로 하고 집필에 들어갔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던 나는 그동안 내가 학생으로서 느꼈던 여러 가지 것들을 극으로 풀어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승전결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학생으로서의 풋풋한 감성은 그대로 녹아 있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희곡을 완성한 뒤에 우리는 방학을 이용해 연극연습에 들어갔다. 연극부 담당이었던 국어선생님의 지도하에 나는 연출까지도 도맡아 하게 되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해 여름방학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지나갔다. 축제일이 다가왔고 우리는 준비한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기억에 의존해 내용을 간단히 간추려보면 이런 것이었다. 문제아라기보다는 공부를 등한시하는 한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공부보다는 만화를 그리는 것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한다. 그런 모습을 죽도록 싫어하는 담임선생과 학생의 재능을 살려야 한다는 미술선생이 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갈등하는 이야기였다. 당시에 유행했던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몇 가지 설정을 보란 듯이 가져와 내 식대로 이야기를 다시 만든 것이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의외로 괜찮았다. 함께 웃고 함께 슬퍼하면서 내 첫 번째 연극은 무사히 끝이 났다. 이 학년을 그렇게 보낸 우리는 삼 학년이 되면서 특별활동부하곤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신경을 쓰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졸업을 할 때가 되었다. 졸업장과 앨범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제일 먼저 앨범부터 살펴보았다. 우리 반 친구들보다 먼저 확인한 건 특별활동부를 찍은 단체사진이었다. 그것은 우리가 이 학년 때 활동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놓은 것이었다. 나는 그걸 찍던 날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 앨범을 넘겼다. 기억에 남아 있는 모습으로 사진은 실려 있었다. 하지만 사진 밑에 적혀 있는 건 ‘연극부’가 아니라 ‘고전답사부’였다. 듣도 보도 못한 고전답사부의 정체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서 나는 한 해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후배는 그때서야 연극부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공부에 열중해야 하는 선배들에겐 절대 말하지 말라는 선생들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에 알려주지 못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이런 경우는 더욱더 자주 겪게 되었다.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나의 무심함에 놀라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후배에게 진실을 듣게 됐을 때 느꼈던 그 분노가 가끔 그리워지기도 한다. 결국 현실이란 벽에 부딪쳐버린 많은 분들과 함께 이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

창업군주는 흑막이 되었다

실존하는 세상인지 아니면 게임 속 세상인지 모를 이계에 떨어진 장 시온.일개 용병에서 시작해 세상을 구한 용사이자 대영지의 공작이 되어 모든 것을 이뤘지만,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여행을 떠난다.하지만 반 세기의 탐색 끝에 다시금 공작령과 가문의 힘을 되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는데...위대하고 전설적인 창업군주의 귀환이 세상에 폭풍을 몰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