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사건! 군 헌병대 수사관 강민규는 모종의 사건에 연루되면서 반강제로 전역하고 탐정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외가 쪽 친척인 원종대가 찾아온다. 그는 개성공단 안에 의류 사업체를 운영 중인데 재고와 원자재가 계속 사라진다면서 범인을 잡아달라 고 부탁한다. 그가 막대한 보수를 약속하자 현장을 둘러본 강민규는 조직적으로 원재료나 혹은 완성품이 사라지고 있다고 확신하지 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한다. 일이 복잡하게 돌아간다고 느낀 강민규는 서울로 나와서 원종대에게 손을 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손 을 떼고 싶으면 받은 돈을 돌려달라는 얘기를 듣게 되는데..
고구려 한성의 시장에서 불에 탄 시체가 발견된다. 사건을 조사하던 문달과 설천은 이 사건이 십 년 전에 벌어진 시장의 화재사건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문달 시리즈의 첫 단편인 <불의 살인>의 마침표를 찍는 기념비적인 작품. Mystery Noble은 차세대 한국 추리문학을 이끌어 갈 <한국미스터리작가모임>과 교보문고가 함께 선보이는 미스터리 단편 시리즈입니다. ### 미스터리 작가 도전 프로젝트 ### cafe.naver.com/openhanmymo 미스터리의 문을 두드리십시오. 두드리는 자에게 열릴 것입니다. 한국미스터리작가모임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패기로 똘똘 뭉친 신예 작가들의 작품을 기다립니다.
얼굴도 이름도 바뀐 복수의 화신이 돌아오다!병조판서의 아들 조유경은 한양의 이름난 한량이다. 친구들과 모여 《삼국지연의》나 읽으며 심심파적으로 지내던 평화로운 나날은 속에서 곪는 중이었다. 조유경이 친구라 믿었던 사람들은 작당을 해서 조유경이 무심히 던지 세자에 대한 이야기를 역모로 고변하였다. 친구들과 하인까지 입을 맞춘 상황에서 조유경은 속수무책으로 멸문지화를 당하고 만다. 그나마 아버지가 조선 개국 과정에서 세운 공으로 사형만은 면했으나, 적진을 염탐하는 체탐인의 신분으로 굴러떨어지고 만다.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백면서생에서 난데없이 야생의 현장에 떨어진 조유경.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자신의 모든 것과 사랑하는 약혼녀까지 앗아가버린 원수들에게 복수를 해야만 한다. 조유경은 악착같이 살아남고자 노력하고 실낱같은 기회를 잡아채는데 성공한다. 이제 그의 복수극이 펼쳐질 시간이다.# 등장인물조유경 : 병조판서의 아들로 한양에 널리 알려진 한량. 황덕중 : 늦은 나이에 성균관에 들어왔다. 영의정이 꿈이라 별명이 영상대감. 김온 : 아버지 대에 한양에 입성한 한미한 집안 출신. 출세에 대한 야망이 강하다. 김매읍동 : 조유경 집안의 하인. 조유경을 배반하고 경강상인이 된다. 석란 : 조유경의 약혼녀. 김거리차리 : 체탐인 우두머리. 울매 : 여진인으로 조유경의 주인. 월하 : 조유경과 함께 노예로 있는 조선인 여자 아이.
<코드 블루> 기계들의 도시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그 뒤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먼 미래, 오만했던 인간들은 인공지능에게 문명을 빼앗기고 황무지로 내쫓겼다. 로봇들이 지배하는 ‘도시’에 들어갈 수 있는 인간은 선택된 극소수의 예술가뿐이다. 어느 날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휴먼 아트 센터에서 미켈란젤로-15가 시체로 발견된다. 인간이 인간을 파괴한 전대미문의 상황. 도시를 다스리는 인공지능 마더의 지시에 따라 치안 유지 로봇 XG-331A와 도시에 불려온 인간 강선태가 함께 사건의 배후를 조사하게 된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한 로봇과 한 인간이 힘을 합치게 되는데…….
<재생> 일상 속에 침투해 전염병처럼 번지는 좀비의 공포, 그리고 끝나지 않는 연옥의 세계 혼자 사는 평범한 회사원 장현우는 어느 날 이상한 꿈을 꾸고 깨어난다. 그날은 비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이었는데, 퇴근 후에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출근길 지하철 입구에서 한 여자가 키 큰 남성에게 덤벼드는 것을 목격하면서 평범했던 일상이 180도 바뀐다. 공격당한 남자의 목에서 피가 터져 나오며 눈이 회백색으로 변한 것이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거리엔 좀비들이 우글거리고, 여자 친구가 떠오른 장현우는 좀비들을 피해 그녀를 구하러 가기로 하는데……. 깨어나지 않는 악몽처럼 반복되는 미로에 빠진 남자. 빠르게 확산하는 좀비의 공포. 서서히 풀리는 수수께끼와 충격적인 반전. 호러, 스릴러, 미스터리 그리고 SF의 장르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엔터테인먼트, 정명섭 장편소설 『재생』. 첫 페이지를 펼친 순간부터 몰아치는 스릴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끝까지 달리게 될 것이다.
<청소부> -저거 버섯구름이잖아요, 핵폭탄! -‘데프콘 1’이 발동된 초토화된 서울, 그 한복판의 청소부들 -아수라장이 된 도시, 정부가 숨기고 있는 건 도대체 무얼까? 경기도에서 환경미화원을 하는 오명섭과 홍지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쓰 레기차를 운영하는 그들 앞에, 돌연 ‘버섯구름’이 보이며 도시가 무너지기 시작한 다. 도로의 건물들이 무너지고, 사람들의 시신이 산처럼 쌓인다. 갑자기 도래한 이 재난 가운데, 두 사람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군의 통제를 받으며, 경기도에 서 재난의 진원지인 서울로 이동하는 오명섭과 홍지운. 그들은 과연 무사히 ‘청소 부’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과연, 서울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아수라장 이 되어버린 도시 한복판, 그곳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생존기가 펼쳐진다!"
<기억서점> 한국추리문학상 대상 수상작가 정명섭이 선보이는 장르를 넘나드는 노련한 상상력의 정점! 역사 추리소설, 역사 인문서, SF, 청소년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온 작가 정명섭이 오랜 준비 끝에 자신의 작가적 원점이자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추리소설 신작을 펴냈다. 대학 교수이자 문학 박사, 고서적 수집가로 한창 유명세를 떨치다가 돌연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고서적 전문 서점을 운영하게 된 한 남자의 ‘기억’과 얽힌 추리 미스터리 《기억 서점》이다. 작품 중심에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선망하기 마련인 부, 명예, 권력 등을 내던지고 동네에 소규모 독립 서점을 여는 한 남자가 있다. 남자의 목적은 단 하나, 바로 살인자를 기다리는 것이다. 남자가 서점을 열어가면서까지 살인자를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남자와 살인자에겐 특별한 공통점이 있었으니, 두 사람 다 고서적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남자가 보유하고 있는 책들은 특별하다. 조선 후기 남자들 사이에서 책을 읽을 수 없기에 서당 밖에서 추위와 더위를 견디며 책장을 넘겼던 여인의 『언간독』, 일제의 문화 통치가 시작되며 숨쉬기조차 어려웠던 사람들 삶을 위로해줬던 『홍 낭자전』……. 작가 정명섭은 역사 인문학적 지식이라는 자신만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단순히 고서적으로 머물 수 있는 사물에 그 시대 서민들의 삶과 우환을 덧입혀 숨결을 불어넣었다. 단 한 줄의 문장으로 한 권의 책을 완성할 정도로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집필력을 자랑하는 작가는 서울의 한 골목길에서 독립서점을 운영 중인 지인에게서 영감을 얻어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 ‘NEW 크리에이터상’, ‘한국추리문학 대상’ 등을 수상하며 이미 탄탄한 필력을 인정받은 작가 정명섭이 오랜 방황 끝에 펴낸 《기억 서점》은 추리소설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 장르문학의 저변을 확대하는 새로운 가능성이 되어줄 것이다. 《기억 서점》은 저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작품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책과 살인은 거리감이 아주 멉니다. 하지만 외국의 어느 연쇄살인범이 고서적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그 두 개를 연결시켜볼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노명우 교수가 문을 연 ‘니은서점’을 보면서 그 이야기를 구체화할 수 있게 되었죠. _작가 후기 중에서 정겹고 살가운 동네 서점에서 마주하는 평범한 이웃의 악마적 민낯! 뺏고 뺏기는 우리 삶에 대한 감각적 통찰이 빛나는 추리소설가 정명섭 작가표 현실 밀착형 미스터리 15년 전 불의의 사고로 두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유명우 교수는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사회적 명사이다. 최근 지나치게 유명인 노릇을 해서 이를 못마땅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다방면으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은 데다 뼈아픈 과거와 불구가 된 몸으로 인해 연민의 시선 또한 받고 있다. 최근 들어 TV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여 고서적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하며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그런 그가 생방송 도중 모든 일에서 하차하고 그동안 수집해온 희귀 고서적만 취급하는 ‘기억 서점’을 열겠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충격을 받는다. 그의 말을 믿지 못하는 일부 사람들은 보다 높은 인기를 얻기 위한 주작 아니냐는 비난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었으니, ‘기억 서점’은 바로 유 교수가 자신의 삶을 파탄으로 내몰았던 살인자를 기다리기 위해 만든 공간이라는 것이다. 기대에 부응하듯, 유 교수의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기억 서점을 찾는다. 말주변이 없는 목수 김성곤, 카메라부터 들이대며 함께 책을 쓰자는 작가 겸 유튜버 조세준, 썰렁한 농담이나 건네며 사생활을 캐묻는 김새벽, 어디를 가든 아들 손을 꼭 잡고 있는 오형식…….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법한 이들의 이면에는 과연 어떤 모습이 숨겨져 있을까. ‘기억 서점’을 찾는 온갖 사람들의 언행을 프로파일링하여 가면 뒤 정체를 밝혀내는 유 교수의 이야기와 함께, 고서적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살인자의 독백이 교차 서술되는 《기억 서점》은 우리 주변에서 우연히 마주할 법한 이웃의 악마적 민낯에 전율하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혹할 법한 진귀한 고서적 이야기는 덤이다. 살인의 가장 큰 아픔은 (희생자의 가족과 지인에게) 준비하지 못한 이별이라는 것입니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함께 기억의 무게감에 짓눌려버리는 것이죠. 기억 서점의 주인 유명우 교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무거운 기억을 덜어버리려고 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상처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억 서점》이 그들의 아픔과 함께했으면 합니다. _작가 후기 중에서
<악플러> <악플러> 정명섭 -편집장의 수상한 제안, 하지만 거절할 수 없다! -수상한 펜션에 모인 ‘더 수상한’ 사람들 -베스트셀러 작가를 집요하게 쫓는 악플러 ‘블랙 엘리펀트’, 그는 대체 누굴까? 지금까지 책을 단 한 권도 내지 못한 작가 윤상현은,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데스티니 출판사의 책에 얹기 위해 매번 도전하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신다. 이번에도 역시 출판사 편집장의 씁쓸한 피드백을 듣고 생각에 잠겨 있는 윤상현에게, 편집장은 베스트셀러 작가 ‘나준현’을 알지 않느냐며 기상천외한 제안을 해온다. 뛰어난 추리소설가인 정명섭 작가의 새로운 단편이자 정명섭 작가의 장점이 완벽하게 녹아있는 소설이다. 서로 다른 저의를 가지고 한자리에 모이게 된 다양한 사람들의 긴장감 넘치는 대화, 예기치 않은 사건이 벌어지는 제한된 공간 등 소설의 모든 요소가 긴장감 넘치는 서사의 전개를 돕는다. ‘악플’이라는 시의성 있는 소재는 단순 소설을 읽는 재미에서 그치지 않고, 작중 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을 통해 좀 더 넓은 곳까지 생각하고 바라보게 만든다.
<유품정리사> 남편과 가족과 사회에 의해 죽어간 여인들을 위한 진혼곡 “죽음조차 존중받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던 것이 이 이야기의 시작점이었다. 실제로 조선 시대에는 죽은 자의 물건을 따로 정리해주는 직업이 없었다. 하지만 소설에서 다룬 사연들은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조선 시대, 죽은 여인들을 위한 유품정리사가 있었다면? 장편소설 《유품정리사: 연꽃 죽음의 비밀》(이하 《유품정리사》)은 짧은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유품정리사’는 2000년대 초반 고독사가 늘어난 일본 사회에서 성장하며, 4차 산업시대의 신(新)직업군으로 꼽히는 직종이다. 정명섭 작가는 21세기 직업군을 18세기로 옮겨와 새로운 여성 서사 소설을 선보인다. 죽은 여인들의 지난 삶이 고스란히 담긴 유품을 대신 정리하는 유품정리사. 작가는 이러한 직업적 특성을 미스터리한 죽음의 비밀을 푸는 열쇠로 사용한다. 《유품정리사》가 지금까지의 역사소설과 다른 이유는 죽은 여인들의 이야기라는 데 있다. ‘과부’와 ‘열녀’라는 단어로 알 수 있는 남성에게 종속된 여자들의 삶, ‘계집’과 ‘여편네’라는 단어에 들어 있는 여성을 낮잡아 보는 사회적 인식. 소설 속 사건들은 과부와 열녀로 축약되는 여성의 삶과 계집과 여편네로 일컬어지는 여성들의 위치를 보여준다. 누군가는 일찍 죽은 남편에 대한 수절을 강요받고, 또 다른 누군가는 노름에 빠진 남편의 판돈을 대신해야 했다. 불공평한 사회구조 속에서 억울한 희생자가 되어야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는 오늘날의 여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200여 년이 지난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했지만 더 많은 것이 변해야 함을 이 소설은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유품정리사》에서 주인공 화연이 수습하고 정리하며 지켜봐야 했던 건 과거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여성들의 삶에 대한 세상의 불공평한 관념이었을지도 모른다.
<장영실> “과인의 눈과 손이 되어 주게. 그래서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어 주게.” “이것이 바로 전하와 제가 힘을 합쳐 만든 시간입니다!” 조선의 독자적인 하늘과 시간을 찾으려는 세종대왕. 밀명을 받고 인재를 천거한 이천. 왕의 기대에 부응해 마침내 조선 과학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일대기! _ 장영실과 세종의 만남 장영실은 세종 시대 빛나는 업적을 이룬 과학자이다. 시대를 앞선 천재성이 눈에 띄어 세종에게 발탁된 이후 왕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자격루, 앙부일구, 혼천의, 측우기 등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 냈다. 2016년 장영실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분의 한계에 좌절하지 않고, 백성을 위한 마음으로 백성을 위한 업적을 남겼다는 데 있을 것이다. 노비 신분에 불과했던 장영실이 과학자로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세종의 넓은 식견과 백성을 향한 마음에 감동을 받고, 그 뜻을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또한 세종은 출신에 관계없이 능력 있는 자를 적재적소에 중용하고, 역시 최선을 다해 지원했다. 이 두 사람의 만남이야말로 조선 초기를 태평성대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_ 소설 장영실, 사실과 상상력의 조화 이 책은 장영실이 관노였던 시절부터 시작된다. 통신사로 내려온 무신이자 과학자였던 이천을 만나 신문물을 접한 것은 장영실의 눈을 뜨게 한 계기였다. 이 만남을 기억했던 이천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인재를 발탁하라는 명을 내린 세종의 기대에 부응하여 동래 관청에 있던 장영실을 한양으로 불러올린다. 여러 시험을 거쳐 마침내 능력을 인정받은 장영실은 세종의 뜻을 받들어 일하게 된다. 더욱 새로운 지식을 접하고자 명나라 유학을 다녀온 뒤 그는 본격적으로 백성을 위한 과학기구를 만드는 데 착수한다. 작가 정명섭은 이 모든 과정을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를 결합하여 상상력 넘치게 묘사했다. 장영실이 발명을 완성하는 과정은 실록의 기록에 근거하여 생생하게 그려지고, 어려운 고비마다 그 실마리를 찾아내며 한 단계씩 성장하는 과정은 마치 드라마틱한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또한 조정 대신들과의 대화, 회회인과의 만남, 제조소 장인들과의 협업 등은 작가적 상상력을 한껏 발휘하여 마치 실제 그 광경을 엿보는 것과 같은 착각까지 일으키게 한다. 특히 당대 명나라와의 외교관계에 대한 묘사는 물론이고, 원나라 기술자로만 알려진 장영실의 아버지 이야기까지 보는 이가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담고 있다. 우리는 이 책 한 권을 통해 장영실이 당시 인물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교류했으며, 그의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을지 흥미진진하게 상상할 수 있다. 또한 세종대왕과 장영실이 오늘날까지 존경받고 기억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국민을 위한 국가와 지도자, 기술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
<바실라> 나라를 잃고 신라까지 쫓겨 온 페르시아 왕자 전쟁으로 얼룩진 그에게 다가온 운명의 연인 신라 공주! 그들이 들려주는 천 년 전 페르시아와 신라 이야기 페르시아의 대서사시 <쿠쉬나메>에서 신라 이야기가 발견되었다. 그 안에는 ‘신라’를 뜻하는 ‘바실라’가 등장하고,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이 중국과 전쟁을 치르고 쿠쉬를 무찌르며, 신라 왕 태후르의 딸 프라랑 공주와 혼인하여 훗날 페르시아를 구하는 영웅 페리둔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를 모티브로 하여 소설 《바실라》가 탄생했다. 나라를 잃고 아랍인의 왕 쿠쉬를 피해 신라로 쫓겨 온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 삼국 통일 전쟁이 한참이었던 시기, 아비틴은 김유신의 둘째 아들이자 신라의 화랑 원술과 힘을 합해 삼국 통일을 이룬다. 여기에서는 실제 역사의 한 장면인 석문 전투, 나당 전쟁 등을 소설의 배경으로 삽입하여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창작을 적절히 섞어 재미를 더했다. 한편 사랑 이야기도 빠뜨릴 수 없는데, 문무왕의 막내딸로 등장하는 은석 공주는 아비틴의 운명의 연인인 프라랑으로 그려지며 국경과 인종을 넘나든 사랑을 보여 준다. 이 책은 7세기 중엽 페르시아와 신라의 교류 관계가 어떠했는지도 놓치지 않고 보여 준다. 아비틴과 프라랑은 부부의 인연으로 사랑의 결실을 맺는데,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이 신라공주와 혼인을 한다는 것은 우리 역사의 개방성을 보여 주는 동시에 글로벌한 신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비틴과 프라랑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문천교와 아비틴과 원술, 문무왕이 한 데 모여 연회를 펼치는 포석정 등의 역사적 장소는 역사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한층 자극한다. 더불어 페르시아군과 신라군이 대결을 펼치는 격구 경기, 아비틴이 음진대소(술잔을 비우고 크게 웃기)를 따라하는 모습 등은 두 나라의 문화 융합을 보여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작가가 <쿠쉬나메>를 처음 접하고 《바실라》를 완성하기까지 대략 2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작가는 <쿠쉬나메>를 발굴하여 한국어로 번역한 이희수 교수에게 자문을 구해가며 원전을 충분히 파악한 후, 창작을 더해 작품을 완성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사랑, 전쟁, 승리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며 신라와 페르시아의 문화가 어떻게 어우러졌고, 그들이 역사와 문화 속에 남긴 자취를 알아보는 흥미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별세계 사건부> 역사 추리의 새로운 반향 『적패』 『명탐정의 탄생』 정명섭의 경성 정탐소설 정명섭 작가를 하나의 단어로 수식하기란 쉽지 않다. 역사 추리소설 『적패』, 좀비를 소재로 한 논픽션 『좀비 제너레이션』, 역사 인문서 『조선의 명탐정들』, 장편 창작동화 『사라진 조우관』 등 그 누구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져왔으며, 집필 외에도 소위 좀비 장르물의 전문가로 혹은 강사, 답사가로 출판계는 물론 방송, 학회를 종횡무진 오가며 활약 중이다. 장르문학계에서는 드물게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명섭 작가는 자신의 시작점이자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장르소설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오랜 준비 끝에 장편소설 『별세계 사건부: 조선총독부 토막살인』(이하 『별세계 사건부』)을 출간, 작가로서의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작가가 꾸준히 추구해온 점, 즉 역사의 이면을 포착하고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그만의 방식으로 끄집어낸다는 일관된 정신이 빛을 발하는 이 작품은 흉내 낼 수 없는 깊이와 재미까지 더했다. 추리소설 이전의 명칭인 ‘정탐소설(偵探小說)’로 불리길 바란다는 『별세계 사건부』는 일제 강점기의 경성을 배경으로 실존 인물과 가상의 인물이 함께 등장하여 그 현실성을 더한다. 통속잡지 ‘별세계’ 기자 류경호의 ‘사건수첩’에 담긴 이야기를 의미하는 ‘별세계 사건부(別世界事件簿)’는 평소 다양한 역사적 편린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가 우연히 접한 실존 취미잡지 『별건곤』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언론인이자 작가인 육당 최남선, 조선총독부에 근무, 화신백화점을 설계한 박길룡 건축사, 근대 일본의 대표적인 언론인이자 A급 전범인 도쿠토미 소호 등 역사적 인물들과 함께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총독부 청사의 당시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사된다. 독자는 시공을 뛰어넘어 개방과 억압, 자유와 환락, 그리고 곰방대를 든 한복 차림의 노인과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모던 보이가 공존하는 경성 거리를 등장인물들과 함께 활보할 수 있을 것이다. 완공을 앞둔 조선총독부에서 대한제국을 암시하는 토막살인이 일어나다 10년간의 공사 끝에 완공을 앞둔 조선총독부에서 조선인 건축사가 참혹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낙성식이 며칠 남지 않은 중요한 시기에 그 어느 때보다 삼엄한 경비를 뚫고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것, 무엇보다 일제의 상징과도 같은 조선총독부에서 대한제국을 암시하는 형태로 시신이 토막 나 흩어져 있었다는 사실에 총독부는 본격적인 조사는커녕 이 일이 조선인들을 자극하게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워하며 쉬쉬할 뿐이다. 한편 이 일로 조선총독부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조선인 건축사가 부당하게 탄압당하자 육당 최남선은 과거 <시대일보>의 엘리트 기자였으나 지금은 통속잡지 《별세계》에서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류경호에게 사건을 조사해달라고 부탁한다. 일본 명문대 게이오 대학을 졸업한 수재 류경호는 비상한 두뇌와 남다른 관찰력으로 사건의 전말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3?1운동 이후 문화통치로 방향을 튼 일제와 그것을 기회로 입신하려는 조선인들,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방황하는 류경호는 조선총독부 토막살인사건을 통해 자포자기했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시금 품게 된다. 《별세계 사건부》에서 묘사되는 경성 시민들의 생활은 오늘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좁은 취업문을 돌파하기 위해 양복을 빌려 입고 거리로 나서는 청년들, 춤판이 벌어지는 기와집 문밖에서 거적 한 장에 의지하여 노숙하는 걸인, 외상값을 갚지 않는 신사의 소매를 붙들고 하소연하는 인력거꾼 등을 통해 독자는 독립운동가와 친일파만 존재했을 것 같았던 당시에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위해 살아남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또한 류경호와 최남선으로 대표되는 지식인들이 그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고민했는지, 또 어떻게 저항했는지를 들여다보면서 일제 강점기라는 암흑 속에서 빛을 만들어낸 것은 결국 사람임을 알게 된다. 한편 일제 권력의 정점인 조선총독부 건물을 유린한 엽기적인 토막살인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놀라운 반전이 거듭되고 적과 동지가 뒤바뀌는 상황이 연이어 일어나는 등, 역사를 다루면서도 추리소설이 마땅히 갖춰야 할 재미 또한 놓치지 않은 《별세계 사건부》는 역사 추리소설에 있어 새로운 풍조를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역작이다. 내용 소개 “이 경성 땅에 친일파와 독립운동가만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통속잡지 《별세계》의 기자 류경호에게 한동안 소원했던 육당 최남선이 찾아온다. 10여 년의 공사 끝에 완공이 코앞인 조선총독부 건물에서 조선인 기수 이인도가 살해당한 후 토막 나,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대(大)’ 자 형태로 흩뿌려진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열흘밖에 남지 않은 조선총독부 낙성식을 앞두고 일본 경찰은 조사는커녕 쉬쉬하는 상황이며, 이 일로 죄 없는 조선인들이 탄압당하자 최남선은 류경호에게 범인을 밝혀줄 것을 은밀히 부탁한다. 조사차 이인도의 하숙집에서 지내게 된 류경호는 묘한 시선을 느끼고, 그러던 중 이인도의 직장동료 박길룡에게 조선총독부 설계 시 조선인 건축사들이 배제된 어떤 공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조선변호사 왕실 소송사건> 조선변호사, 약자들의 땅을 되찾기 위해 국가를 제소하다! 한국 팩션의 기대주 정명섭 신작 장편소설 출간 해박한 역사 지식과 유쾌한 필치로 다양한 역사추리소설과 인문서를 써온 정명섭 작가의 신작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이 출간되었다. 장장 330년 동안 이어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긴 소송이자 조선의 대표적인 농민항쟁으로 기록된 ‘하의도 토지반환소송’을 모티프로 한 이번 작품은 18세기 영조 때를 배경으로 조선 변호사 외지부(外知部)의 활약상을 그리며 흥미롭게 전개된다. 정명공주에게 복속된 왕실의 하의도 토지 수탈과 억압에 반대해 왕실을 제소할 목적으로 한양에 올라온 하의도 주민들과 그들의 소송을 맡게 된 몰락한 외지부 주찬학, 소송의 피고가 된 홍씨 일가의 서자 홍신찬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장면 장면마다 영화적 구성과 강렬한 흡인력으로 무장한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은 국가의 폭압과 폭정에 반기를 든 백성들의 투지를 보여주며, 조선 시대의 법정을 들여다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2014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완성화 지원사업 선정작. “눈 딱 감고 모른 척해. 왕실을 무슨 수로 이겨?” “두고보게. 아주 폭풍이 몰아칠 테니.” 한때 한양에서 가장 잘나가는 외지부였다가 몰락해 선술집에서 일하고 있는 주찬학에게 어느 날 전라도의 외딴섬 하의도 주민 윤민수와 두 사내가 찾아온다. 백 년 전 정명공주와 혼인한 풍천 홍씨 집안의 토지수탈과 억압이 극에 달해 왕실을 제소하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것. 이에 주찬학은 왕실과 겨룬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보다 더 불가능한 일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내 얘기가 농담 같아? 풍천 홍씨 집안은 지금 대제학 홍유한을 비롯해서 조정에 출사한 관리가 열 명이 넘어. 그런 상황에서 소지를 들이민다고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은가? 거기다 지난번 정소했던 문제도 있으니까 이번에는 아예 싹을 잘라버리려고 할 거란 말이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르시죠? 지금 하의삼도 사람들이 딱 그 꼴이에요. 매일 마름들의 행패에 시달리고, 바쳐야 할 세금은 날로 늘어나요. 거기다 사람 취급 못 받고 개돼지 취급을 받으면서 글자 그대로 죽지 못해 살고 있어요. 우리들은 땅을 찾을 때까지는 절대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요.” 주찬학은 내심 이번 소송을 기회로 재기에 성공해 ‘한양 최고의 외지부’라는 왕년의 명성을 되찾고 싶은 욕망도 슬그머니 꿈틀거리지만 섣불리 나설 용기를 내지 못한다. 나랏법을 모른다고 무시하고 소지(소장)를 접수조차 해주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며 이대로 고향으로 내려가야 할 위기에 처한 하의도 주민들을 본 주찬학은 결국 마음을 바꿔 소송 대리인이 되기로 한다. 홍씨 집안에서 뎨김(피고의 출두를 명하는 문서)을 무시하자 주찬학은 바깥에 거주하는 노비를 시켜 뎨김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소송이 시작되자 풍천 홍씨 집안에서는 온갖 훼방을 놓는다. 하지만 찬학은 번번이 그들의 방해를 뿌리치고 재판을 진행한다. 홍씨 집안의 수장인 대제학 홍유한은 야심차고 똑똑하지만 서자인 홍신찬에게 재판을 맡긴다. 소송의 요지는 이렇다. 백 년 전 홍씨 집안이 정명공주와 혼인하면서 하사받은 하의도 땅이 이십 결인지 아니면 섬 전체를 말하는 것인지, 또 하의도 주민들이 수탈을 피해 스스로 개간한 토지에 대해서까지 세금을 거두는 일이 정당한지에 대해 겨뤄보자는 것이다. 아울러 이 땅의 소유권이 4대째로 끝나는 무토사패지인지 아니면 영구히 지속되는 유토사패지인지도 논의의 대상이다. 문제는 이미 백 년 전의 일이라서 당시 일을 기억하는 생존자가 없고, 관련서류들은 칠 년 전 올라왔던 주민들이 그것을 소지한 채 귀양을 가면서 분실되고 말았다. 주찬학은 하의도 주민들이 스스로 개간한 토지는 왕이 하사한 땅이 아니므로 세금을 거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에 맞서 홍신찬은 백 년 전 저술된 <속대전>의 규정을 언급하면서 옛일을 지금의 법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며 개간지 역시 왕이 직접 하사한 땅의 일부라고 반박한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송사를 맡은 한성부는 상급기관인 사헌부로 판결을 넘기는데…… 왕실 가문의 절대권력에 맞서기로 한 주찬학과 하의도 주민들은 과연 이 재판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철저한 고증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역사적 진실 전남 신안군 하의면에 속한 작은 섬 하의도(荷衣島).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이며 물 위에 뜬 연꽃의 아름다운 자태를 닮아 ‘연꽃섬’이라 불리지만, 땅을 빼앗긴 농민들이 삼백여 년 간 지속된 토지반환운동에서 승리한 한국농민운동사의 기념비적인 땅이기도 하다. 사건은 민가에 시집 간 선조의 딸 정명공주로부터 비롯됐다. 하의도 주민들은 임금이 맘대로 공주의 집안에 넘겨버린 자신들의 땅을 되찾기 위해 삼백여 년을 싸웠다. 계속되는 수탈을 피하기 위해 땅을 개간하기도 했지만 국가와 정명공주의 시댁인 홍씨 집안은 양쪽에 이중으로 세금을 바칠 것을 요구했다. 이른바 일토양세(一土兩稅)였다. 수탈이 극에 달하니 저항은 거셀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새로 개간한 땅마저 빼앗긴 주민들은 다시 땅을 되찾기 위해 대를 이어가며 싸웠다. 하지만 권세를 지닌 홍씨 가문에 번번이 패했다. 하의도 주민들은 조세 납부 거부와 각종 소송, 농민조합운동 등을 통해 끊임없이 저항하고 투쟁했다. 그러다 해방 후 국회의 유상반환 결정을 얻어내 1956년에야 비로소 농토를 되찾을 수 있었다. 물경 330여 년 만의 일이었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농민항쟁의 쾌거였다. 작가는 몇 년 전 역사실학회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연구자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들 속에서 하의도 소송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후 조선왕조실록과 여러 연구 자료를 탐독하며 서사의 얼개를 갖춰나갔다. “나는 그런 역사를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다. 그런 역사가 존재하리라는 것조차 생각해보지 못했다. 소설은 사실과 허구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 내가 하의삼도의 토지 소송이라는 현실에 조선시대 법률 대리인 외지부 이야기를 결합시켰을 때, 사람들은 오히려 전자를 허구로 보았다. 수백 년간의 소송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실제라는 것을 아무도 믿지 않은 것이다.” _<작가의 말>에서 하의도에서 올라온 섬주민들이 한양 물정이나 소송절차에 대해 잘 알았을 것 같지 않다. 분명 그들을 대신해 어떤 정의롭고 실력 있는 외지부가 소송을 진행했을 것이다. 그게 누구였고, 조선시대의 소송은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이 소설의 시작이었다. 조선 시대 소송 절차에 대한 철저한 사료 고증, 기발한 상상력과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쓰인 생생한 서사로 전개되는 《조선변호사 소송사건》, 수백 년 전 그 투쟁의 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쓰시마에서 온 소녀> 화약 비법서를 빼앗으려는 일본인 스승과 그것을 지켜 조선을 구하려는 제자, 해산의 이야기 이국에서 찾아온 신비로운 소녀, 사라진 화약제조법의 비밀 역사 속에서 펼쳐지는 기발한 상상력! “야사에 따르면 최무선은 아내에게 《화약수련법》이라는 책을 주면서 아들이 장성하거든 이 책을 읽고 화약을 계속 만들게 하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 최무선은 고려에게 필요한 것이 화약이라고 믿었고, 그것을 위해 일생을 바쳤습니다. 최해산 역시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화약을 만드는 데 일생을 바쳤습니다. 최해산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록은 없으며, 이 소설은 그런 최해산의 삶에 상상력을 불어넣은 것입니다.” 믿었던 이들과 칼을 겨눈 싸움 뒤에 나누어 가진 평화와 화해, 성장의 진정한 의미 오늘의 청소년문학 시리즈의 열 번째 권인 《쓰시마에서 온 소녀》는 고려 후기 화약을 들여와 개발한 최무선의 아들 최해산의 청소년 시절을 상상력을 불어넣어 재구성한 것이다. 최해산은 조선 초기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으면서 화약제조법과 화약 무기를 개발하고, 왜구를 무찌르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정명섭 작가는 야사에 기록된 해산의 어린 시절을 소설적 재미와 반전, 역사적 상상력을 덧입혀 모험 가득한 청소년소설로 변화시켰다. 예상치 못한 반전, 놀라운 상상력과 재미 아버지의 존재를 모르고 영주(영천)의 작은 마을 내림골에서 살아가던 해산은 계림부(경주)에서 같은 마을로 이사 온 설유와 설린 남매의 신비로움에 이끌린다. 그리고 눈처럼 하얀 얼굴에 복숭아 빛 뺨을 한 설린에게 호기심을 느껴 설유가 하는 천자문과 소학 수업에 참가하게 된다. 내림골은 산과 계곡, 강으로 둘러싸인 폐쇄적인 마을로 해산 역시 사 년 전에 이곳으로 흘러들어 온 외지인이다. 그래서 해산은 또래 친구들은 물론 마을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따돌림을 당한다. 설유의 글공부 수업과, 말을 잃어버린 소녀 설린과의 만남은 해산이 느꼈던 빈자리를 채워 주고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하지만 어느 날 마을로 들이닥친 이진유가 이끄는 관군은 설유와 설린을 왜인으로 의심하면서 수사망을 좁혀 오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이진유의 편이 되어 움직이고, 처음으로 친구가 되어 준 설유와 설린을 보호하던 해산은 실제로 그들이 왜인이었음이 밝혀지면서 혼란스러워한다. 조용하고 작은 마을에서 살던 소년의 눈앞에는 갑자기 조선인으로 변장한 왜구들이 나타나거나 어머니가 숨겨 온 아버지의 정체가 밝혀지는 등 사건이 연이어 펼쳐지고,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어떻게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질문하던 소년은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과 아버지가 걸어 온 길 사이에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선다. 정명섭 작가는 이러한 해산의 성장 과정을 긴박한 사건 전개와 반전이라는 장르소설적인 면을 배치하여 흥미진진하게 풀어 나간다. 모든 것과 교차해 어른이 되는 순간 열다섯 해산과 같은 나이인 설린 또한 소설 속에서 격심한 성장통을 앓는 인물이다. 가문의 치욕을 갚아야 한다는 오빠의 말에 따라 아무런 의심 없이 조선에 왔지만, 믿음과 온기로 자신을 대해주는 해산을 만나며 그 ‘옳은 길’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선을 약탈해야 한다는, 화약제조법을 빼앗아야 한다는 당위에 반대해 스스로의 옳은 길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것은 곧 ‘어른이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라는 해산의 질문과 맞닿아 있고, 부모와 형제들이 알려 주는 방향에서 한걸음 물러서 자신의 길을 찾는 독립성의 발현이기도 하다. 온정을 베풀어 주고 마음을 나눈 이들을 배신하고 왜구들의 앞잡이로 화약제조법을 찾으려 했던 설린은 점차 평화와 화해를 도모하는 인물로 성장해 간다. 다양한 역사서로 쌓아 온 내공이 발휘된 청소년 역사소설 《조선전쟁 생중계》 《조선의 명탐정들》 등 다양한 역사서를 집필한 작가답게 이 소설 구석구석에는 조선 건국 초기의 복식부터 제도와 사회 변화상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또 섬세하게 형상화된 상상의 공간 내림골은 이야기의 구조와 맞물려 마치 해산의 마음을 반영하듯 외부와 차단된 닫힌 공간에서 점차 외부와 영향을 주고받는 열린 공간으로 변화한다. 더불어 추리와 장르소설을 아우르는 작가의 지난 작품들처럼 속도감 있는 전개와 다양한 재미 요소들 역시 이 소설의 큰 특징이다. 정명섭 작가는 주인공 해산의 성장과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를 보여주는 청소년소설에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은 반전과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을 담아냈다. 독자들은 해산이 이국에서 온 소녀 ‘설린’과의 만남으로 잊고 지낸 성장의 의미를 재발견해 나가는 모습과, 온정을 주고받던 스승과 친구를 적으로 만나고 마침내 다시 마음을 확인하는 치열한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평화와 화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추천의 글> 이 소설에는 역사의 빈틈에 스며들어 이야기를 체험하는 즐거움이 있다. 시대와 공간은 다르더라도 ‘또래’의 아이들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 가는지 함께 호흡하며 체득할 수 있다면 청소년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화약 비법서를 빼앗으려는 일본인 스승과 그것을 지켜 조선을 구하고자 하는 제 자의 이야기라니! 온정을 주고받던 이를 적으로 만나고, 마침내 화해를 도모하는 치열함 속에서 자 연스럽게 우리 삶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_한정영(소설가, 서울여대 겸임교수)
<한성프리메이슨> 살해당한 서양인 부부의 죽음 뒤에 대한제국과 프리메이슨이 있다? 서양인 연쇄살인사건을 통해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은 대한제국에 살았던 외국인들의 활동에 주목하고, 황제를 보좌하던 이름 없는 밀사들이 모인 대한제국판 국정원이라 불리는 제국익문사의 은밀한 활동과 그들의 존재 이유, 그리고 지금껏 명확한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프리메이슨은 누구이며 그들이 대한제국에 온 이유를 보여주는 소설 『한성 프리메이슨』. 을사늑약이 체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06년의 봄날, 평리원 검사 이준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貞洞 洋人刺殺(정동 양인척살)’. 정동에 사는 서양인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알리는 짤막한 한 줄이 전부였다. 호기심에 사건 현장을 찾은 이준은 피투성이가 된 서양인 부부의 시체를 보며 두 사람이 잔혹하게 살해당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경무청부터 부부의 지인인 헐버트 박사까지 이 사건을 부부의 자살로 몰고 가려 한다. 게다가 거실 벽에 피로 그려낸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양까지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일본인 감독관의 부당한 지시에 항거했다는 이유로 정직 중이었던 이준은 직접 사건을 알아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며칠 뒤, 한성에 사는 또 다른 서양인이 처참하게 살해당하는데…….
<멸화군> "과거의 영웅, 초자연, 연애, 무용담 로맨스의 조건을 온전히 갖춘 『멸화군 불의 연인』 서구 문학의 역사에서 로맨스는 지금 여기와는 다른 아득한 시대나 장소를 배경으로 하며 초자연적인 요소를 포함한 중세의 기사모험담에 원천을 둔다. 캐나다의 비평가인 노드롭 프라이는 『비평의 해부』에서 소설과 로맨스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소설의 주인공이 사회성을 지닌 인간을 모델로 한다면, 로맨스의 주인공은 인간 심리의 원형과 본질을 반영한 ‘개성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로맨스의 인물은 공상 속에 존재하며, 몽상에 의해 이상적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보통 개성을 가진 영웅이나 악당이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과 악역을 담당한다. 덕분에 로맨스는 독자들의 이상과 상상을 투영하기 안성맞춤인 픽션의 한 유형으로 꼽힌다. 우리가 기사도 로맨스와 연애 로맨스의 대표작인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주인공과 동일시될 수 있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문학 비평가 황종연의 말에 따르면, 로맨스는 수많은 신들과 영웅들, 악당들이 서사를 이끌어간다. 그들의 주요 무대는 현실이 아니라 현실이 추출한 원형이자 현실이 만들어낸 알레고리인 다른 시간과 장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로맨스는 과거와 이국적인 역사적 무대를 빌리는 경우가 많으며, 등장인물들 역시 화려하게 부활한 과거의 영웅들을 모델로 선택한다. 이렇듯 로맨스의 다양한 시각과 정의에 입각해볼 때, 『멸화군 불의 연인』은 그 조건을 온전히 갖춘 소설이다. 지나간 조선시대 배경에 초자연적인 존재인 ‘화귀’와 ‘불의 영웅’을 등장시켰다는 점, 이야기의 큰 줄기가 ‘영웅들의 모험’이라는 점, 작품 속 주인공은 평범한 사회적 인간이 아닌 개성적인 존재라는 점이 로맨스 소설임을 뒷받침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초능력을 가지고 있고, 불에 지배당한 악당과 싸운다. 이 개성적인 인물들이 치열한 혈투를 펼치는 전개도 흥미진진하지만, 또 한편에서 그려지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도 놓칠 수 없는 재미 요소다. 『돈키호테』와 같은 기사모험담과『마담 보바리』같은 연애담이 공존하는 한국판 로맨스 『멸화군 불의 연인』이다. 원한을 품고 화귀가 된 아버지 정의로운 멸화군으로 세상을 구하려는 아들 2대에 걸쳐 벌어지는 대단히 다채롭고 드라마틱한 이야기 이야기는 멸화군 길환의 사연에서 시작한다. 제1부에서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길환은 화귀와 싸워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영웅으로 태조 이성계의 신임을 얻어 멸화군을 진두지휘한다. 멸화군으로 활동하던 중 불길 속에서 연모하는 기생 홍연을 구하고 부부의 연을 맺는다. 궁궐에 불이 난 것을 핑계 삼아 궁 안으로 은밀히 무기를 가지고 들어온 역모 누명을 쓰고 처형당한다. 제2부는 길환의 아들 길우에 대한 이야기다. 길우 역시 멸화군으로 정의롭고 위엄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처형당한 아버지 길환이 원한을 품고 화귀가 된 반면, 아들 길우는 끝까지 인간을 돕는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를 처단하려는 아들의 분투가 생생히 펼쳐진다. 실존했던 조선시대 멸화군을 소환하여 영웅이라는 옷을 입히고, 아버지와 아들을 악과 선으로 대비했다. 인간에게 원한을 품은 탓에 악인이 된 아버지와 아버지인 줄 알지만 세상을 위협하는 악인이기에 처단하기로 결심한 아들의 가슴 아픈 싸움. 2대에 걸쳐 전개되는 이야기는 점점 다채로운 사건들로 풍성해진다. 태조 이성계에서 태종 이방원의 실제한 역사 속에 가미된 길환과 길우의 이야기는 매우 드라마틱하다. 증오와 두려움, 자포자기와 같은 인간의 마음을 ‘화귀’로 대변한 주제의식 영웅이었으나 화귀가 된 길환에게 주목하자. 그는 처형당하는 마지막 순간, 인간에 대한 증오를 품었다. 죽음이 두려웠다.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는 생을 포기하며 화기를 집어삼켰다. 그러고 나서 화귀가 되었다. “태초에 불과 물이 존재하고, 균형을 이룬 것은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탐욕스러워지면서 그 균형이 깨지게 되었지. 나는 인간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깨닫게 해줄 생각이다.” 화귀가 된 길환이 아들에게 한 이 말 속에 이 소설의 주제의식이 깃들어 있다. 인간의 악한 심리는 마음의 균형감을 깨뜨리는 ‘화귀’ 와도 같다. 선한 마음은 영웅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지만, 나약함에 빠지는 순간 불에게 영혼을 빼앗긴다. 조선시대에 펼쳐진 정치 세력 싸움의 희생양인 길환이 화귀가 된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폄하할 수만은 없다. 우리 역시 그 시대 그 상황에 처하면 그와 같이 증오, 두려움, 자포자기라는 마음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누명을 쓰고 처형당하는 순간, 의연하게 마음의 균형을 가질 수 있는 인간이 되기란 쉽지 않다. 길환이라는 존재에게서 연민이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위기의 순간 모든 것을 앗아가는 ‘화귀’가 될지도 모르는 ‘나’가 투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1부 _길환은 태조 이성계와 부하들을 화귀로부터 구해준 인연으로 멸화군의 수장이 된다. 사실 그는 대대로 화귀와 싸워야 하는 운명으로, 예사롭지 않은 무협 능력을 가졌다. 멸화군으로 화귀와 싸워 승승장구하던 어느 날, 월선루에서 불이 난다. 그때 기생 홍연을 구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오른쪽 얼굴에 화상을 입는다. 그 인연으로 길환과 홍연은 부부의 연을 맺는다. 이후 청동용이 사라진 틈을 타 궁궐 연못에서부터 불길이 올라와 경회루를 집어삼킨다. 이때 길환은 무사히 불길을 누그러뜨렸음에도 불구하고 태조의 반대 세력인 이방원의 음모로 멸화군들이 궁 안으로 은밀하게 무기를 가지고 들어오고 있다는 역모 누명을 쓴다. 이방원은 멸화군들을 모두 노비 신분으로 강등하고 죽을 때까지 불을 끄는 일을 하며 역모에 가담했다는 증거로 이마에 낙인을 찍는다. 주모자인 길환은 처형한다. 심마니에게 처형당하는 순간, 길환은 “내 아이……”라고 작게 되뇌며 죽음을 맞이한다. 제2부 _20년 후, 길환의 아들 길우는 멸화군이 모여 사는 곳을 찾았다. 그 역시 아버지와 같은 운명으로 술법과 부적 쓰는 법을 익혔다. 멸화군들과 함께 화귀와 싸워나가던 그는 동료 군배로부터 처형장으로 끌려가던 아버지 길환의 사연을 듣는다. 알고 보니 길환은 그때 술법을 부려서 궁궐로 들어와 연못에 몸을 날렸던 것. 원한을 품었던 길환이 형장에 끌려가기 전날 불에 감염되어 화귀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길우는 아버지인 그를 없애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 세상을 태워버리자는 화귀가 된 길환의 끊임없는 유혹에도 길우는 멸화군인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그와 대적한다. 아무리 아버지라 할지라도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그를 없애는 것이 정의라고 여긴다. 길우는 화귀와 싸워 이기고, 멸화군과 함께 고향으로 향한다. 또 다른 시작 _해안가에 떠내려온 이상한 배를 군졸들이 확인하러 간다. 죄다 불탄 흔적들뿐인 배의 꼬리 부분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모두들 정신없이 도망치느라 배를 집어삼킨 불길이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타오르는 것을 아무도 미처 보지 못한다."
<폐쇄구역 서울> 『적패 1, 2』, 『조선 전쟁 생중계』 정명섭 신작 장편소설 북한 핵폭탄이 휩쓸고 간 죽은 자들의 도시, 서울 돈과 주소만 준다면 그 지옥을 뚫고 의뢰품을 찾아온다! 영혼을 잃어버린 채 살육 본능만 남은 좀비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배달하는 트레저 헌터와의 혈투 좀비가 우글대는 ‘최악’의 서울이 ‘돈줄’이고 삶이다! 소중했던 것들이 사라져버린 폐허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살아남은 자들의 몸부림! 우리는 왜 좀비에 빠져든 것일까? 9ㆍ11 테러나 신종 인플루엔자의 유행 등, 지금 이 세상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은 엉망진창이고, 구원해줄 영웅 따위는 없다는 차가운 현실이 좀비를 괴물로 만들고 유행시킨 셈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폐쇄구역 서울』은 『적패 1, 2』,『한국 추리스릴러 단편선』 등의 추리소설부터 『연인, the lovers』, 『암살로 읽는 한국사』 등과 같은 인문서들을 비롯해 자음과모음의 역사공화국 시리즈까지, 다양한 분야의 도서들을 집필해온 정명섭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2016년 북한의 핵폭탄이 서울 상공에서 폭발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폐쇄구역 서울』은 ‘좀비’, ‘트레저 헌터’라는 이색적인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호러와 스릴러를 적절히 배합한 소설이다. 정명섭 작가는 소설 속에서 모든 것이 파괴된 ‘폐쇄구역 서울’을 무대로 하여 작가 특유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보여주면서 산 자와 죽은 자, 인간과 좀비의 대비를 통해 삶의 의미를 묵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좀비와 인간의 자극적이면서도 단순한 ‘약육강식’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무너지고 파괴된 혼돈의 세기말적 세계관 속에서 살아남는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작가의 진지한 인식을 함께 읽을 수 있다.
<비단의 살인> 「비단의 살인」 정명섭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추리물 -문장을 따라 머릿속에 그려지는 고대 삼국의 세계, 섬세하고 치밀한 묘사 -장르의 쾌감과 교훈적 면모, 두 가지 장점을 동시에 잡은 장르소설 정명섭 작가의 연작 소설 중 두 번째로, 「벽화의 살인」에서 드러난 살인사건의 진상과 그 배후를 좇아가는 문달의 사건 일지다. 이야기는 무덤 벽화공의 사망으로부터 시작했으나, 귀족들과 백성들의 깊어진 갈등이 그 중심에 있었고, 문달은 어느 순간 바꿔치기 된 비단의 행방에 온 신경을 쏟는다. 전편이 사건의 발단이었다면 이번 소설은 그 중심을 면밀하게 파헤치는 본편이자 핵심으로, 흥미진진한 장면 묘사와 인물 간의 고조되는 갈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벽화의 살인> -낯선 시간, 손에 땀을 쥐는 사건의 발단 -고대의 밀실 살인, 그 뒤에 가려진 진실은? -역사물과 추리물 전문 작가의 믿고 보는 사건일지 후대의 안녕과 고인의 추모를 위해 예를 다해 정성스레 무덤을 세우던 시기. 무덤의 벽화를 완성하기 위해 들어간 화공이 돌연 사망하게 된다. 무덤을 둘러싼 사망 사건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 사망한 화공은 포박된 상태였고, 누군가 ‘벽화가 죽였다’는 두려움에 섞인 말을 내놓는다. 「벽화의 살인」은 고대 삼국 시기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로, 화공의 살인사건 뒤에 가려진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정명섭 작가의 연작 소설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살아서 가야 한다> 역사적 사실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정명섭 작가의 장편소설. 이번 작품은 조선에서 임진왜란이 끝나고 10년 뒤인 선조 33년부터 광해군을 지나 인조 15년에 이르기까지, 명나라와 후금 간의 전쟁으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상황에서 신분이 다른 두 남자와 그 가문이 벌이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여기, 두 남자가 있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났지만 한 명은 양반 집안에서, 다른 한 명은 노비 집안에서 태어나면서 운명이 엇갈린다.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아가던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은 전쟁 때문이었다. 1619년, 명나라의 요구에 못 이긴 조선은 만주로 군대를 파견한다. 양반 집안에서 태어난 강은태는 가문의 재건을 위한 아버지의 강권에 못 이겨 신혼의 아내를 뒤로한 채 참전한다. 노비로 살아가던 황천도 역시 밭 열 뙈기를 준다는 주인집 아들을 대신해서 군대에 들어간다. 만주로 출병한 조선군은 심하에서 후금군의 공격에 전멸당하고 두 사람은 포로가 된다. 허투알라 남쪽의 한 농장에 끌려가서 가혹한 노역을 하게 된 두 사람은 신분의 차이를 넘어서 친구가 된다. 시간이 흐르고, 인조반정이 일어나면서 광해군이 쫓겨나고 후금은 청이 된다. 조선의 왕이 청나라 군대에 항복하면서 두 사람에게 귀환의 길이 열린다. 하지만 여기서 20년 동안 친구로 지낸 두 사람의 운명은 엇갈린다. 집안에서 속전을 낸 강은태는 귀환할 수 있게 된 반면, 황천도는 계속 포로로 남아야만 했다. 이 두 남자는 과연 귀환할 수 있을까?
<붕괴> 세화병원 이사장 차재경입니다. 8월 19일 오후 4시 병원은 붕괴됩니다. 어느 날 한 종합병원이 붕괴된다. 그런데, 붕괴가 일어나기 하루 전. 의문의 안내장이 여러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바로 병원붕괴의 예고를 사전에 알리는 안내장. 발송인은 붕괴된 병원의 이사장이다. 붕괴된 건물 안에는 안내장을 받은 이들의 가족과 친구들이 갇혀 있다. 안내장을 받고 붕괴된 건물에 초대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초대한 이사장. 그들이 각자의 이유와 사연을 품고 붕괴된 건물 안으로 향한다. 진실은 붕괴된 건물 안에 있다!! 소설 『붕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채롭다. 아내와 아들을 찾기위해 붕괴된 병원에 들어서는 편의점 주인 나정현,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철인3종 경기 선수 김슬기, 아들을 잃은 전직 권투선수 이대백, 공업사 사장 이무생, 건달 김달호와 그를 형님으로 모시는 윤삼식 등등. 이들 모두는 병원에 가족이 입원해 있거나, 지인의 죽음이 붕괴된 병원과 연관되어 있다. 과연 병원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병원에 들어선 그들이 보게 된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들과 괴물처럼 보이는 괴상한 형태의 사람들이다. 그리고 한 층 한 층 더 깊이 내려가면서 그들은 숨겨진 진실을 목도하게 되는데… 아무도 모르게 병원에서 벌어진 위험한 실험. 그리고 그 위험한 실험을 허락한 절박한 사연의 사람들. 『붕괴』는 대형 병원의 갑작스러운 붕괴와, 그 안에 갇힌 가족과 친구들을 구하기 위한 각각의 사람들의 사투를 담고 있다. 재난물이라기보다는 우리 안의 악몽과 욕심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저자는 ‘엑토컬쳐’라는 독특한 소재를 이용해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도를 한다. 그리고, 남들에게는 보일 수 없는 인간의 심연을 붕괴된 건물과 대비하여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숨겨진 비밀은 각자의 사연만큼이나 끔찍하다. 저자 정명섭은 특유의 속도감 넘치는 필체로 몰입도 있게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 인간 내면의 공포와 고통을 그려낸 소설 『붕괴』는, 붕괴된 건물만큼이나 망가진 인간의 마음에 주목하고 있다. 인간의 깊고 어두운 심연과 마주하며 한 단계 한 단계 진실을 파헤쳐가는 주인공들과 동행하다 보면 독자들 역시 손에 땀을 쥐는 여정을 하게 될 것이다.
<짜장면> # 새로운 소재의 연작소설집 출간 # 한국음식 짜장면에 대한 추리, 역사, 청춘드라마, 퇴마와 환상소설 # 한국 장르문학의 새로운 가능성 짜장면에 대한 서로 다른 다섯 가지 이야기 짜장면은 흔하고 일상적인 음식이지만, 이 한 그릇에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담겨 있다. 짜장면은 중국음식 작장면에서 왔으나 한국 입맛에 맞게 변형되어, 이젠 누구나 짜장면이 한국음식이라고 말한다. ‘자장면’, ‘짜장면’ 논란은 20년 넘게 이어지다가 2011년에야 복수표준어 인정으로 끝을 맺었다. 부산에선 달걀 프라이가 없으면 서운해하고, 세 그릇 이상 있을 땐 군만두가 따라오는 짜장면. 이 한 그릇의 짜장면에 얽힌 충격과 감동의 이야기들을 만나보자.
<체탐인> 얼굴도 이름도 바뀐 복수의 화신이 돌아오다 체탐인 - 조선 스파이 병조판서의 아들 조유경은 한양의 이름난 한량이다. 친구들과 모여 《삼국지연의》나 읽으며 심심파적으로 지내던 평화로운 나날은 속에서 곪는 중이었다. 조유경이 친구라 믿었던 사람들은 작당을 해서 조유경이 무심히 던지 세자에 대한 이야기를 역모로 고변하였다. 친구들과 하인까지 입을 맞춘 상황에서 조유경은 속수무책으로 멸문지화를 당하고 만다. 그나마 아버지가 조선 개국 과정에서 세운 공으로 사형만은 면했으나, 적진을 염탐하는 체탐인의 신분으로 굴러떨어지고 만다.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백면서생에서 난데없이 야생의 현장에 떨어진 조유경.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자신의 모든 것과 사랑하는 약혼녀까지 앗아가버린 원수들에게 복수를 해야만 한다. 조유경은 악착같이 살아남고자 노력하고 실낱같은 기회를 잡아채는데 성공한다. 이제 그의 복수극이 펼쳐질 시간이다. # 등장인물 조유경 : 병조판서의 아들로 한양에 널리 알려진 한량. 황덕중 : 늦은 나이에 성균관에 들어왔다. 영의정이 꿈이라 별명이 영상대감. 김온 : 아버지 대에 한양에 입성한 한미한 집안 출신. 출세에 대한 야망이 강하다. 김매읍동 : 조유경 집안의 하인. 조유경을 배반하고 경강상인이 된다. 석란 : 조유경의 약혼녀. 김거리차리 : 체탐인 우두머리. 울매 : 여진인으로 조유경의 주인. 월하 : 조유경과 함께 노예로 있는 조선인 여자 아이.
<대한 독립 만세>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6권.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 청소년소설 작가 다섯 명이 의기투합했다. 1919년 3월 1일부터 5월까지, 백두에서 한라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난 3·1운동 현장을 소설로 담기 위해서다. 그중에서도 만세운동의 중심에서 큰 역할을 한 청소년들 이야기를 소설집 형태로 엮자는 데 다섯 작가 모두 뜻을 모았고, 이 소설집은 그 결과물이다. 특히, 각 소설 끝에 작가들이 소설의 중심이 된 만세운동과 그 후 이야기를 짤막하게 덧붙여, 소설에 미처 담지 못한 역사 이야기와 만세운동 현장의 현재 모습을 잘 이어서 보여 준다. 또한 책의 부록으로 실은 ‘쉽고 바르게 읽는 3·1독립선언서’를 작가들의 글과 함께 읽으면 좀 더 입체적으로 3·1운동을 이해할 수 있다.
<미스 손탁> 청소년소설과 추리소설, 역사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 정명섭의 신작! 손탁호텔의 주인, 손탁 여사가 사라졌다! 사라진 손탁 여사를 찾는 호텔 보이 배정근과 이화학당 학생 이복림, 그리고 둘을 뒤쫓는 비밀스러운 소년 황만덕 손탁 여사 실종사건에 숨겨진 비밀은? 청소년소설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 정명섭의 신작이자,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세 번째 책. 손탁호텔은 1902년 서울 정동 거리에 정식으로 문을 연 서구식 호텔로, 한국 근대사의 현장에서 큰 의미를 갖는 공간이다. 《미스 손탁》은 실재했던 역사적 장소를 무대로, 가상의 사건을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특히 작품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이 이야기 전개에 흥미를 더한다. 《미스 손탁》은 가상의 사건을 다루지만 공간과 장소, 그리고 등장인물의 상당수는 실제입니다. 우리의 아픈 근대사를 손탁호텔을 통해서 들여다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상처가 보기 싫다고 외면하면 치유되는 대신 더 큰 상처로 이어집니다. 아픈 역사라고 외면한다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구한말, ‘손탁빈관’이라 불리며 각국 외교관과 정부 관리 들이 드나들며 외교전을 펼치던 손탁호텔. 호텔의 주인은 러시아 공사 베베르의 친척으로 알려져 있고, 대한제국 황실과도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프랑스계 독일인 손탁 여사다. 법어(프랑스어)학교 학생 배정근은 손탁 여사와 친분이 있던 형의 소개로 손탁호텔에서 보이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손탁 여사가 중국 청도(칭다오)에 다녀온다는 편지를 남긴 채 사라진다. 편지에 쓰인 글의 필체는 손탁 여사의 것이었지만, 갑자기 사라질 이유가 없었던 손탁 여사의 실종에 의문을 갖게 된 배정근은 그녀를 찾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배정근은 평소 마음에 두었던, 호텔 옆 이화학당 학생 이복림에게 그 일을 같이하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둘은 사라진 손탁 여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둘은 우선 평소 손탁 여사와 친분이 있던,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와 대한매일신보사 사장인 영국인 배설을 찾아가 손탁 여사의 흔적을 찾는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흔적은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손탁 여사에게 무언가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둘의 행선지마다 나타나는 황만덕의 존재마저 의심스럽다. 황만덕은 배정근과 함께 호텔에서 일하던 보이였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손탁호텔에서 쫓겨난 소년이다. 그러던 중 손탁 여사의 방에 누군가 침입한 흔적이 발견되면서, 호텔 손님들도 의심스러워진다. 둘은 과연 손탁 여사를 찾고, 그녀의 실종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까?
<마이너리티 클럽> 《홍길동전》, 《요술 항아리》, 《우렁각시》, 《장화홍련전》 청소년 필독 고전문학 4편을 현대적으로 각색, 과거와 현재의 시대상과 가치를 비교해보는 고전의 재해석 〈십대를 위한 고전의 재해석〉 시리즈는 논술 혹은 시험 대비용으로 소모되는 고전문학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예전에는 보편타당했던 가치가 시대상이 변하고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얼마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 여러 장르의 소설로 읽는 재미와 함께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마이너리티 클럽》은 〈십대를 위한 고전의 재해석〉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고전소설 《홍길동전》, 《요술 항아리》, 《우렁각시》, 《장화홍련전》을 모티브로 새롭게 각색한 네 편의 단편을 선보인다. 미스터리, 스릴러, SF, 로맨스, 동화, 드로잉 등 다양한 장르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4명의 작가가 앤솔로지로 엮은 <내 이름은 길동이>, <연금술 항아리>, <우렁각시 도슬기>, <두 자매>는 현대 사회의 사회적 이슈이자 청소년 시기에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할 ‘차별’, ‘자아정체성’, ‘친구관계’, ‘가정폭력’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전하고 있다.
<무덤 속의 죽음> 희대의 명콤비 을지문덕과 이문진 앞에 던져진 충격적인 연쇄살인사건 각기 다른 살인의 냄새를 좇아가는 그들을 향해 ‘지금, 누군가’ 웃고 있다! 미스터리, 서스펜스, 로맨스 장르를 아우르는 〈미스티 아일랜드〉 시리즈의 신간. 이번 작품 『무덤 속의 죽음』은 2020년 2월에 출간된 『온달장군 살인사건』의 후속편이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온달장군의 무덤이라는 점과 을지문덕이 탐정으로 활약한다는 점 외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축을 이룬다. 전작(前作)이 운명이라는 허명(虛名) 아래 고뇌한 개인 온달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풀어가는 작업이었다면 신작 『무덤 속의 죽음』은 불세출의 화공 거타지를 중심으로 당대 화가들의 각기 다른 예술관과 인간적 욕망이 격돌하는 치열한 현장을 ‘무덤 벽화’와 ‘연쇄살인’이라는 틀 아래 풀어낸 수작(秀作)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후기에서 밝혔듯이 실재하는 고분 환문총 안에 그려진 벽화를 소재로 삼은 것이다. 중국 길림성의 집안(集安)에 있는 고구려의 무덤 중에 ‘환문총’이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곳 무덤에는 비밀이 하나 있는데 바로 널방의 벽에 그려진 둥근 무늬 아래 희미하게 춤추는 것 같은 사람의 모습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다른 형태의 그림을 그렸다가 그 위에 다시 회칠을 하고 둥근 무늬를 그려 넣었거나 잘못 그린 것을 덮으려고 덧칠한 후 동그라미를 그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환문총처럼 그림 자체의 양식이 변경된 경우는 처음”이라면서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였다고 말한다. 상상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작가는 이 사소한 흔적에 인간과 예술, 기술(奇術)과 욕망, 미의 본질과 예술의 본질 등 첨예한 대립구조를 적용하여 한 편의 멋진 소설로 탄생시켰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르네상스의 기운이 막 피어나던 그즈음의 분위기를 감지한 것은 아마도 ‘사람’ 중심의 서사 때문일 것이다. 특히 벽화 작업의 당위성을 두고 각 화공들이 갑론을박 하는 장면, 시력을 거의 다 잃은 화공 거타지가 죽음을 앞두고서야 ‘남길 그림’과 ‘남겨야 할 그림’ 사이에서 결단을 내리는 장면, 천재라는 이유로 동료들의 시기를 한 몸에 받았던 담징이 인간의 탐욕 앞에서 좌절하는 장면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또한 이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대목인 살인자의 독백과 반전(反轉) 씬은 독자들에게 추리소설 읽기의 진정한 즐거움을 안겨 주리라 확신하면서 〈미스티 아일랜드〉가 엄선한 신작 『무덤 속의 죽음』을 자신 있게 권한다. 네 구(具)의 시체에서 풍기는 각기 다른 살인의 냄새! 희대의 화공 거타지가 온달장군의 무덤에서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거타지는 널방의 벽화를 그리는 화공 집단의 수장이자 스승으로서 사신도(四神圖)를 마감하던 중이었다. 거타지에게서 화상을 입은 흔적이 발견되긴 했지만 부검 결과 그의 사인(死因)은 독살로 최종 마무리된다. 이에 탐정 을지문덕과 태학박사 이문진 콤비는 거타지의 제자 모두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개시한다. 그러나 거타지의 제자들은 평소 눈엣가시 같았던 천재 소년 담징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담징이 스승 거타지의 시중을 들면서 그가 쓸 물감을 관리했다는 것이지만 실상은 스승의 살아생전 애정을 독차지했다는 괘씸죄 때문이었다. 과거 인연과 더불어 담징의 성정을 잘 아는 을지문덕은 담징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태학박사 이문진과 진범 찾기에 돌입한다. 연태조의 계략으로 수사시간을 단 5일밖에 얻지 못한 을지문덕이 전전긍긍하는 사이 무덤 주변 숲속에서 또 한 구의 시신이 발견된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뒤이어 무덤의 널길에서 또 다시 두 구의 시체가 나오는데……. 그는 과연 주어진 시간 안에 이 끔찍한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밝혀낼 수 있을까? 살인자는 정말 한 사람뿐인 걸까? 역사 소설의 소재는 ‘역사’이지만 이야기는 ‘상상력’의 산물이다 무덤에 그려진 벽화의 양식이 변했다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이 변했음을 뜻한다. 이야기의 소재가 된 ‘환문총’도 그런 흐름을 담고 있다. 문제는 왜 이미 그려진 벽화를 지우고 다른 그림으로 바꿨는지 혹은 왜 그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렸는가 하는 점이다. 추론 가능한 이유로 무덤을 만드는 사람(자손들)의 생각이 변했을 거라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그렇다면 벽화를 그리던 화가들의 생각은 어떠했을까? 작품을 의뢰한 귀족들의 입장을 저항 없이 받아들였을까? 작가의 아이디어는 이 지점에서 시작되었고 그 오랜 고민의 결과물을 담은 것이 바로 『무덤 속의 죽음』이다. 작가가 “명확한 기록은 없지만 고구려에는 무덤에 벽화를 그리는 전문화가 집단이 존재했을 것이고, 그들은 어떤 그림을 그릴지 고민하고 번뇌했을 터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극단적이고 파멸적인 행동이나 사건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무덤 속의 죽음』은 그런 상상을 형상화한 것이다”라고 말한 배경이다. 스승 거타지의 죽음을 두고 백일하에 드러난 제자들의 암투와 음모가 읽을 재미를 주는 요소라면, 용의선상에 오른 제자들이 각기 다른 예술관과 세계관을 격하게 논하는 장면은 다른 역사소설에서 읽기 힘든 우미(優美)와 비장함을 안겨준다. 올 여름 『무덤 속의 죽음』과 함께 고급한 역사소설의 진수를 느껴보자.
<온달장군 살인사건> 적군과 아군의 화살이 뒤엉켜 쏟아지는 혼란스러운 전장 그곳에서 의문의 화살을 맞고 사망한 온달장군, 그의 죽음이 수상하다! 이야기꾼 정명섭이 들려주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온달장군의 진짜 이야기!! 미스터리, 서스펜스, 로맨스 장르를 아우르는 〈미스티 아일랜드〉 시리즈의 신간이다. 〈미스티 아일랜드〉는 2011년부터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 중인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출간해온 시리즈로 2020년부터는 특히 문학 간, 장르 간, 작가 간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 매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신인작가들에게 문을 활짝 개방함과 동시에 장편뿐 아니라 주제별 소재별 작가들의 개성을 담아낸 앤솔러지 발간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한 『온달장군 살인사건』은 한국 역사추리소설과 종말소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정명섭 작가의 타이틀로 “남들이 볼 수 없는 은밀하거나 사라진 공간을 말할 때 이야기가 특히 빛난다”라고 고백하는 그의 작가적 신념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다. 고구려 영양왕 1년(서기 590년) 팔월, 역사 속 인물이자 문학 속 인물로도 사랑 받는 온달장군이 사망한다. 장군들과의 작전회의 다음 날 병사들을 이끌고 학고재로 향했다가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온달장군의 죽음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한 참군 을지문덕은 주변 인물들을 하나하나 탐문하며 개인의 진실과 역사의 진실을 함께 파헤친다. 이 소설의 특장 중 하나는 작가가 살수대전 승리의 주역 을지문덕에게 전대미문의 의문사 사건을 파헤치는 탐정 역할을 맡겼다는 것이다. 작가의 역량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을지문덕과 온달이 함께한 시기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는데도 두 사람을 하나의 무대에 올려놓았다는 점, 그리고 실제로 을지문덕은 지략과 무용에 뛰어났으며 시문에도 능했던 터라 ‘고구려의 홈즈’ 역을 맡기기에 손색이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작가 정명섭은 후기에서 “역사 속에 존재했던 인물 중에 내가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인물은 온달장군”이라고 하면서 그 이유로 “평강공주가 가져온 재물로 말을 사서 열심히 무예를 연마해 눈에 띄었다고는 하나 말을 자유자재로 몰면서 활을 쏘려면 아주 오랜 기간 연습해야 한다. 몇 달 연습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는 점을 짚어낸다. 더 나아가 “온달은 본디 말과 활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집안의 자제가 아니었을까?”라고 의문을 던진다. 온달장군이 비록 왕실과 혼인을 맺을 정도의 귀족 집안 자제는 아니었다고 해도 회자되는 것처럼 남루한 집안의 자제는 아니었을 거라는 뜻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부터 작가 정명섭은 독보적인 상상력으로 온달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빚어나간다. 청년시절은 어떠했는지, 어떤 집안의 자제였는지, 그가 왜 뜬금없이 왕의 사위가 되어야 했는지, 평강공주는 그를 정말 사랑했는지, 온달의 결혼생활은 행복했는지, 그는 어떤 인간이었는지에 대해 역사라는 씨실과 탐문수사라는 날실을 활용해서 점층적으로 탐구한다. 그 결과 독자들은 ‘바보 온달’이라는 껍질을 벗어던진 ‘인간 온달’과 만나게 된다. 정명섭 작가의 신작 『온달장군 살인사건』은 역사 속 인물들을 색다른 시각과 상상의 힘으로 탐색하게 해주는 흥미로운 렌즈이자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명제가 여전히 ‘참’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단단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오랫동안 〈미스티 아일랜드〉의 신작을 기다려온 들녘의 소설 독자들에게 『온달장군 살인사건』을 자신 있게 권한다. 고구려 영양왕 1년, 전대미문의 의문사가 발생하다! 신라에게 잃었던 아리수 남쪽의 영토를 찾기 위해 출병한 고구려는 쇠도 녹일 것 같은 무더위와 적군의 끈질긴 저항 때문에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태다. 장군들을 감시하는 참군의 자격으로 전장에 와 있던 젊은 을지문덕은 선봉에 선 온달장군과 만난다. 작전회의에서 온달은 우유부단한 총 사령관 고승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뛰쳐나가고 중심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온달의 모습에 을지문덕은 깊은 불안감을 느낀다. 다음 날 온달은 간밤에 출현한 신라의 원군을 정찰하기 위해 병사들을 이끌고 학고재로 향했다가 갑작스러운 신라군의 공격에 화살을 맞고 전사한다. 온달의 죽음으로 전의를 상실한 고구려는 결국 철군을 결정한다. 그런데 남편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쟁터에 나타난 평강공주가 을지문덕에게 온달의 몸에서 나온 화살촉이 고구려의 것이라면서 그의 죽음에 분명 음모가 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운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도성으로 돌아온 을지문덕에게 온달장군의 어머니 오씨 부인이 찾아와 아들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며느리 평강공주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이에 을지문덕은 상관의 허락을 받아서 사건의 진상을 탐문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진실은 좀처럼 밝혀지지 않고 급기야 을지문덕 본인도 정체불명의 적에게 공격을 받게 된다. 사건을 조사하던 을지문덕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 사건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고구려를 대표하는 용장의 의문사를 넘어 나라의 운명을 뒤흔들 만한 중대한 음모가 배후에 도사리고 있음을 암시해주는 징후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되었기 때문인데…. 참군 을지문덕은 과연 위기를 넘기고 온달장군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낼 수 있을까?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온달장군의 길고도 짧은 생애 『온달장군 살인사건』의 모티브인 ‘의문사’는 오롯이 작가 상상력의 산물이다. 그러나 소설에서 ‘팩트인가 아니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온달장군 살인사건』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온달이라는 개인에 대한 작가의 속 깊은 탐색이다. 온달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구전(口傳)에 등장하는 대로 어눌하고 가난하고 볼품없는 사람이었을까? 요즘 말로 걸크러쉬인 평강공주와 혼인하여 신분상승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았을까? 평강공주와 결혼한 후 온달은 남편 역할에 충실했고 평원왕의 사위 노릇에도 충실했다. 평강공주와의 슬하에 아들을 두었고, 북주의 침략에 맞서 싸웠는가 하면 신라에게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해 출정해서 싸웠다. 그리고 기어이 북한산성 전투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어디 그 뿐인가? 죽은 이후에 관을 실은 수레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일화를 남겨 수많은 고구려 백성에게 빼앗긴 땅을 되찾아야 한다는 명분을 심어주었다. 그런데 온달장군의 이야기 어디에서도 당사자인 온달의 심정이 어땠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주인공의 목소리 대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만 울려퍼진다. 『온달장군 살인사건』은 바로 이 점에 반기를 든다. 작가 정명섭이 “온달장군이 과연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였을까? 혹시 온달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당시 고구려 관료들은 온달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어느 날 갑자기 흙수저에서 금수저로 신분상승한 낙하산이라 여기지는 않았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하게 된 배경이다. 이 소설은 감춰진 것들을 탐색하고자 언제나 신선한 물음을 제기하는 작가 정명섭의 인간 온달에 대한 충실하고 따뜻한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