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규
주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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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빛

비겁한 자여. 갈 테면 가라! 20XX년. 한반도는 연방제 통일로 인해 비로소 남, 북이 하나가 된다. 그러나 한반도는 막대한 통일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참담하기만 하다. 통일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미국의 52개 주의 하나로 편입된 굴욕의 역사를 맞이하게 된 대한민국. 이러한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엄청난 음모의 소용돌이.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미국의 식민지가 된 통일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크리스마스 캐럴

<크리스마스 캐럴> 반인간선언 두번째 이야기『크리스마스 캐럴』. 거대 기업과 종교 집단의 횡포와 부패를 고발하며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파헤친 『반인간선언』 두번째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번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폭력성’에 주목한다. “사회라는 이름의 학교, 그 학교로부터 이탈된, 추방된 열외들이 쏟아내는 폭력의 도가니 속에서 우리들은 어느새 괴물이 되어 있는 우리 자신과 조우하게 된다”는 작가의 말처럼 비뚤어진 폭력의 문법 속에 잠식당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강렬하고, 또한 우울한 색채로 그려내고 있다.

메이드 인 강남

<메이드 인 강남> 이 세상은 보이지 않는 설계자에 의해 움직인다! 화려한 강남에서 비열하고 무정한 존재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열외인종 잔혹사』 『반인간선언』 등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삶의 표면 위로 끌어 올리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주원규의 신작 장편소설 『메이드 인 강남』. 이번 작품은 우리 사회의 모든 자본과 욕망이 몰리는 강남을 배경으로, 헤어날 수 없는 욕망의 덫에 빠져 좀비처럼 도시를 떠도는 사람들을 통해 ‘대한민국의 오늘’을 이야기한다. “철옹성처럼 보이는 그들만의 리그가 견고하게 자리 잡은 곳도 강남이며, 배금주의가 낳은 자본의 노예들이 괴이한 동경과 애증을 갖고 모여드는 곳도 강남”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욕망과 천민자본주의로 점철된 강남의 모습을 화려하지만 어두운 색채로 그려내고 있다.

아지트

<아지트> 거침없는 문체와 발랄한 상상력을 높이 평가받으며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주원규의 첫 청소년 소설이 출간되었다. 최근 폭발적으로 보여준 그의 작품들은 여러 계층의 구조화된 사회문제와 인간들의 왜곡된 욕망을 그려왔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우리 사회가 고질적으로 떠안고 있는 청소년 문제를 다루었다. 이번 작품 『아지트』에서는 ‘노스페이스 잠바’ 현상보다 심각한 청소년층의 계급화와 부모들에게 이끌려 학원과 과외로 시달리는 입시경쟁, 놀이문화와 공간의 부재 등등의 문제들을 들고 나왔다. 어른들의 권력관계가 자식들에게까지 세습되는 모순된 사회 구조 속에서 친구는 단지 허울에 불과하며, 사랑하는 여자 친구마저 빼앗기는 비극적 관계를 통해 우리 청소년들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내면 갈등이 내러티브에 녹아들어 소설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살아 숨 쉬고 있다. 우울한 청춘들이 장전되어 있는 아지트 소설은 법정 재판 과정이라는 현재의 시점과 민우의 회상이 날줄과 씨줄처럼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주인공 김민우는 우유부단하고, 매사에 ‘글쎄’라는 말을 달고 사는 답답한 성격의 소유자다. 인근 지역에서 바이크를 가장 잘 타는 아이로 소문이 나 있다. 또한 사진을 잘 찍어 미혜의 호감을 산다. 반면 민우의 친구 선빈은 재벌 아들이로 불량 서클인 에이 클럽의 회장을 맡고 있다. 남들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며, 친구들 위에 군림하는 모습을 보인다. 민우와 선빈은 표면적으로는 친구 사이지만 실제는 주종관계를 맺고 있다. 민우의 아버지가 선빈의 아버지 회사에서 근무했고, 죽은 이후에도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사이에 미혜라는 친구가 등장하며 삼각관계가 이루어진다. 이들은 미혜가 살고 있는 동작동 재건축 예정구역에 있는 다세대주택에 아지트를 마련하고 술과 약을 먹는 탈선을 행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혜가 권총으로 죽게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선빈의 부모는 사건을 은폐하고, 미혜와 살던 할아버지 장은수에게 누명을 씌운다. 재판이 진행 될수록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며 마지막으로 민우가 증인석에 앉아 진실을 밝힌다. 과연 미혜는 누가 죽인 것인가? 그날 밤 아지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광신자들

<광신자들> 한국의 대표 작가들로 시작된 소설락小說樂 시리즈 한국 문학계에 새로운 장을 마련해온'소설향'을 잇는 새로운 한국 소설 시리즈이다. 중견 작가의 웅숭깊은 신작에서 신진 작가의 재기발랄한 달작達作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들로 영상 매체의 화려하고 극적인 서사를 뛰어넘는 매혹적인 이야기의 힘과 진한 감동이 담겨 있으며 독자들에게는'소설 읽는 즐거움'을, 한국 문단에는'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일금 삼백만 원에 눈이 멀어 가방 운반책을 자처한 불량 청소년 기. 그런데 꾸물거리다가 잠깐 들른 고속터미널 화장실에서 가방 속에 든 폭탄이 터져버렸다! 일이 좀 꼬여 돌아가게 됐지만, 세 아이는 저마다 다른 식으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구루의 가르침대로 위정자들을 심판해야 하고, 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삼백만 원을 받아서 여자친구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해야 하고, 도는 엉뚱한 곳에 무기를 들고 가서 화풀이를 한다. 점점 복잡하게 꼬여가는 사건 속에 세 아이는 뉴스를 화려하게 장식한 테러 용의자로 지명수배자 신세가 되고, 기, 농, 도 세 아이의 비틀거리는 행보 속에 웃으며 울고 싶은 블랙코미디가 펼쳐진다. 서울 한복판에서 폭탄이 터졌는데, 웃어야 되나 울어야 되나?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열외인종 잔혹사』를 기억하는가? 날렵한 글놀림과 예상을 깨는 재치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주원규 작가가 신작 『광신자들』에서 또 한 번 신들린 입담과 혼을 빼놓는 상상력을 줄줄이 터뜨렸다. 『열외인종 잔혹사』에서'가치의 혼란의 혼란'을 보여 준 주 작가가, 이번엔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숨겨 둔 걸까? 하루에도 수만 명의 인파가 오고 가는 서울 고속터미널 화장실, 그곳에서 갑자기 폭발물이 터졌다. 폭발 사고 후 언론에서는 시시각각 이런 속보를 내놓았다. “고속터미널 폭파사고. 인명피해 눈덩이처럼 늘어나. 단순 사고인가. 희대의 테러극인가 혹은 북한의 도발인가.' 그런데 폭탄테러 용의자가 의외다. 가미가제 특공대도 알 카에다도 그 비슷한 류도 아니다. 그저 생물학적으로 전두엽이 덜 발달되어 좀 충동적일 뿐인 10대 청소년들이다. 테러나 도발 같은'거국적이고 국제적인 대의'와는 거리가 멀고, 미심쩍은 점이라면 고등학교 자퇴생인 것, 그리고 아주 조금 삐딱하고 불량하다는 것 정도? 아이돌 뺨치는 미모의 여친에게 명품 백을 선물해야 한다는 투지에 일을 저지른 기, 왕따에다가 남자친구가 들끓는 얼짱과는 전혀 상관없는 운명으로 태어났으나 수제 무기 하나는 끝내주게 만드는 농, 셋 중에 가장 이성적이고 침착한 듯하나 한번 돌면 물불 안 가리는 똘끼의 소유자 도. 이들이 어떻게 각종 채널의 뉴스 속보를 도배한 폭탄 테러범이 된 걸까. ◆ 혼란한 세계를 뒤집는 유쾌찜찜한 블랙코미디 사건의 발단은 사이비 종교에 빠져 국회의사당을 폭파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오른 농에게서 시작되었다. 중학교 때 우연히 알던 세 친구는 농의 계획대로 각각의 임무에 착수한다. 하지만 명품 백을 사기 위해 일금 삼백만 원을 받으려고 가방에 든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운반하던 기는 “조금만 내장기관의 자극을 받아도 배변욕에 견딜 수 없어하는 특이체질” 때문에 고속터미널 화장실에 갔다가 가방을 두고 나와 폭탄이 엉뚱한 곳에서 터지게 해 일을 그르치고 만다. 기와 달리 침착하고 용의주도한 도는 플랜 A가 실패할 경우 국회의사당에 침입해 발사해야 하는 수제 산탄총을 가지고 있지만,'플랜'따위에는 안중에도 없이 자신을 무시했던 클럽 정크를 찾아가 손에 쥔 무기로 쑥대밭을 만들어 놓는다. 계획이 실패하자 농은'인류를 구원할 막중한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는'거룩한 종교심'에 직접 중무장을 하고 국회의사당 앞까지 간다. 그러나 이미 대기하고 있는 특공대원들과 경찰들은 차치하고, 사타구니의 가려움증이 재발해 스스로 철갑을 해제하고 만다. 한편 이러한 사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농을 부추긴 사이비 교주는 찜질방에서 한가롭게 삶은 달걀이나 까 먹고 있다. 뒤엉킨 세상에서 뒤엉킨 인물들이 펼치는 테러 범행, 싱겁거나 우습지도 않고 웃을 수도 없는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달고 쓴 웃음을 입가에 달게 된다. 주인공들의 어이없는 테러 해프닝으로 서울 시내가 들썩이고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생각해 보라. 범행 동기는 참으로 단순하고 상식 이하인 반면, 그것에 임하는 주인공들의 자세는 비장하기 그지없다. 또한 주인공들의 폭탄테러 소동(?)에 대처하는 국가의 병력들은 주인공들과 어떠한 인격적, 감정적 교류 없이 그저 방탄조끼와 총을 들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을 뿐이며, 그들을 바라보는 시민들 역시 주인공들과 분리된 바깥의 존재들로 등장한다. 테러라는 무거운 단어를 희화화시켜 분열되고 혼란한 이 세계를 가볍게 뒤집는 작가의 블랙코미디가 주객이 전도되고 꼬리가 머리가 되는 세상에 경종을 울린다. ◆ 거룩한 것을 개에게, 진주를 돼지에게 던지라! 우리 사회에서 거대 담론을 형성하는 정치와 종교가 『광신자들』에서는 중심에 서지 못한다. 종교는 테러의 동기로, 정치는 테러의 목표물이 되면서 어떤 의미를 형성하는 듯하지만, 작가는 그것들이 의미를 얻기 전에 배변 욕구나 사타구니의 가려움증, 사이비 교주의 변태적 성욕과 같은 신체 하부의 것들로 그 의미를 무화시키고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독자의 시선이 옮겨 가게 한다. 폭탄이 계획대로 국회의사당에서 터졌다면 테러가 되었을 테지만, 기의 배변에 의해 고속터미널에서 터져 사고가 되었다. 농의 철갑 무장과 비장한 종교심도 사타구니를 벅벅 긁어대는 행위 앞에서 코미디의 한 장면이 되어 버렸다. 인간에 의해 인간이 죽음을 맞게 하는 살상 무기도 마찬가지다. 기가 농에게서 빼앗은 무기로 서울 시내를 동서분주 하는 것도 여자친구에게 선물할 명품 백을 사기 위함이고, 도가 마트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것도 단지 자장라면 두 개를 계산하기 위함이었다. 이들에게는 공포, 두려움, 경계 등 무기가 가진 기존의 의미가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가 가치와 의미를 부여했던 것들이 흔들리는 현대 사회에서 그 가치가 또 한 번 혼란해지는'가치의 혼란의 혼란'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부려놓은 것이다. 작가는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마태복음 7장 6절)'는 성경의 내용을 멋지게 뒤집어 현대인들에게 결정타를 날린다.

서초동 리그

<서초동 리그> 서초동 검찰을 둘러싼 권력 투쟁과 갈등을 첨예하게 조명하는 사회파 드라마 동시대 사회의 어두운 이슈를 가장 원색적이고 첨예하게 다루는 작가 주원규. 그의 전작 『메이드 인 강남』은 상류층의 일그러진 욕망이 날것 그대로 발산되는 강남 클럽을 중심으로 그들의 추악한 반인간성을 다룬 작품으로, ‘버닝썬’ 사건으로 인해 사회파 리얼리즘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가 ‘강남’에 이어 이번에는 ‘서초동’의 민낯을 공개한다. 예리한 필체와 대담한 접근으로 검찰과 정‧재계의 유착 비리를 생생히 파헤치는 이번 작품 『서초동 리그』는 “정의구현을 목표로 하는 서초동”에서 벌어지는 검찰 권력 투쟁의 부조리를 그려낸다. 오늘날 검찰은 언론 매체에서 다양하게 뉴스화되고 있다. 검찰총장의 검찰 개혁에 반발해 항명하는 특수부 부장검사, 정계와의 야합을 통해 검찰을 굴복시키려는 검찰총장 등의 표현은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가 않다. 소설보다 더한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고, 권력 투쟁으로 얼룩진 서초동의 모습은 마치 그것이 검찰의 본질인 듯 냉소적인 무력감을 주기도 한다. 『서초동 리그』는 정의의 집행관이 되는 대신 왜곡된 권력욕으로 그들만의 리그에 집중하는 대한민국 검찰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동시에 진정한 검찰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한다.

반인간선언

<개정판 | 반인간선언> “인간이기 위해 반인간을 선언하다!” OCN 오리지널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 원작소설 『열외인종 잔혹사』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주원규의 『반인간선언-증오하는 인간』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올해 초 ‘버닝썬’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인 주목을 받으며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된 『메이드 인 강남』은 강남 클럽을 중심으로 한 상류층들의 자본과 욕망, 권력의 카르텔을 다뤄 사회적 리얼리즘 소설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드라마로 제작되어 매회 화제성을 낳고 있는 OCN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의 원작소설인 『반인간선언-증오하는 인간』 역시 ‘손’ ‘발’ ‘귀’ ‘입’ ‘눈’ ‘머리’ ‘심장’으로 일곱 토막 난 시신이 연달아 발견되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통해 거대 기업과 종교 집단의 횡포와 부패를 폭로하며 경제, 정치, 종교 권력의 왜곡된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도심에 전시된 일곱 토막 난 시신 누가. 왜. 그들을. 죽였는가? 광화문 광장에서 발견된 잘린 손, 난자당한 시신 옆에 놓인 의문의 발, 현직 국회의원 앞으로 배달된 전남편의 귀와 입, 호텔에서 발견된 훼손된 시신의 사라진 머리……. 도심 한복판에서 토막 난 신체의 일부분이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서울 광역수사대 강력계 형사 주민서는 이번 사건이 최근 자신이 조사하고 있는 사망사건―한 조선소에서 열 명의 직원이 한날한시에 한꺼번에 사망한 사고―과 연관성이 있음을 강하게 확신하고 탐문 수사를 시작한다. 정확히 네 명이 죽었다. 서울 시내 곳곳,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살해 수법도 각양각색이다. 추락사를 가장한 사고, 뺑소니 교통사고로 위장되어 사체 수습조차 어려운 피해자도 있었다. 사건의 단선적 나열만으로 볼 때 공통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네 명의 피해자에겐 피하기 어려운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CS 그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들이란 사실이었다. _23쪽 의문의 교통사고로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아버지 김승철 의원을 대신해 해능시 지역구 보궐선거에 당선된 김서희는 선거 당일 강력계 형사 주민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광장에서 절단된 채 발견된 손이 전남편 정상훈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 CS 화학 수석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조선소가 들어서 있는 해능시에서 민관 합동으로 진행하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남편 정상훈이, 아버지의 교통사고가 있었던 날 갑자기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서희는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의문을 품게 된다. 경제, 정치, 종교 권력의 부조리한 야합을 파헤친다 우리는 한 번이라도 인간이었던 적이 있는가? 미궁에 빠진 사건을 뒤쫓던 주민서 형사는 사건의 희생자들이 하나의 거대 기업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과 그 뒤에는 권력 이상의 추악한 욕망이 뒤엉켜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극도의 혼란에 빠진다. 그 거대하고 견고한 장벽 앞에서 주민서 형사는 다시 한번 진실을 확인하게 된다. “진실은 법과 원칙 그 너머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을 확인하거나 폭로하기 위해 필요한 것도 법과 원칙의 프레임 너머에 있다는 사실까지도.”(220쪽) 선언하는 인간, 저주의 상징이 된 반인간(反人間)은 오늘의 우리일지도 모릅니다. 스스로를 저주하여 우리의 숨 막히는 현실을 이야기하려는 것일지도. 과연 이 지독한 독설을 남기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이 끝없는 유예로 남아 있지만 후회하진 않습니다. 스스로 인간이기 위해 반인간을 선언하는 이야기에 대해 말입니다. _작가의 말 도심에 전시된 일곱 토막 난 시신이 말하고자 하고, 밝히고자 하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손’ ‘발’ ‘귀’ ‘입’ ‘눈’ ‘머리’ ‘심장’처럼 분절된 이야기들은 서로의 연결 지점들을 찾아가며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반전의 결말에 도달한다. 이러한 결말을 통해 작가는 ‘인간’과 ‘반(反)인간’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비애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처럼 『반인간선언-증오하는 인간』은 깊이 있는 주제와 치밀한 이야기 구조를 바탕으로 기업 윤리와 경제 시스템, 정치와 종교가 얽혀 있는 첨예한 사회 문제를 파헤친다. 뿐만 아니라 왜곡된 욕망이 투영된 종교 집단의 부패를 신랄하게 보여주며 종교 본연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눈빛을 지닌 이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보통의 삶 바깥을 상상하지 못한다.” - tvN 〈아르곤〉 OCN 〈모두의 거짓말〉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주원규의 도시의 뒤안길을 탐사하는 논쟁적인 르포소설 - 선의와 온기가 무색해지는 길 위의 폭력과 체념의 세계 알고 싶지 않아서 애써 외면했던 우리가 모른 척 지나쳐온 이야기

기억의 문

<기억의 문> 서울의 지옥도(地獄道)가 시속 200킬로미터의 속도로 펼쳐진다! “우리가 서 있는 땅을 낯설게 만드는, 강력한 소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주원규의 신작 장편소설 《열외인종 잔혹사》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주원규 작가의 열두 번째 장편소설 《기억의 문》이 출간되었다. 코엑스에서 벌어지는 게임 같은 현실을 통해 승자도 패자도 모두 ‘열외인간’이 되고 만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열외인종 잔혹사》를 지나, 이번 장편소설 《기억의 문》에서 작가는 기억 전달이란 특수한 능력을 가진 아이 ‘조민’, 그를 뒤쫓는 택시 운전사 ‘정인’, 경찰 ‘재우’, 비밀단체 ‘A’의 각기 다른 욕망을 통해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폐되어야만 했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이야기를 잔뜩 가진 낯선 작가’라는 수식어를 입증이라도 하듯 특유의 압도적인 서사에 ‘추리소설 기법’이란 엔진까지 장착하고 이야기의 터널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 소설은 시속 2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구형 소나타 택시에 올라타 거대한 지옥도로 묘사되는 대한민국의 곳곳을 누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를 향한 비판적 시선과 함께 ‘돈 앞에서 무엇으로 나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추리적 재미와 분명한 주제의식, 세밀한 스토리가 더해진 《기억의 문》은 하드보일드적인 매력과 사회파 미스터리의 진정성이 합쳐진 보기 드문 작품이다. 장강명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우리가 서 있는 땅을 낯설고 두렵게 만들고야 마는, 강력한 소설”임에 틀림없다. “그걸 알고 싶어서 찾는 거예요. 뭘 말이야? 내가 왜 살인 기계가 되었는지. 그걸 묻고 싶어서.” 참혹한 현실에서 살아 돌아왔고 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기억의 문》에 나오는 인물들과 단체에게는 ‘과거’라고 불리는 ‘역사’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 과거를 은폐하고 망각하며 돌아보지 않는다. 그중 유독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피하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유령처럼 살았던 주인공 정인이다. “그녀의 유년은 공포와 두려움, 그 자체였다.”, “자신을 낳아준 이가 누구인지, 자신이 어째서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정인은 옆집 아이 조민을 만나면서 묻어두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화재 사고로 조민이 죽자 자신의 숨겨왔던 과거와 대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궁금증을 느끼기에는 죽음이 너무 가까이 있었다” 고 고백했던 정인이 조민의 죽음을 통해 잃어버린 자신의 과거를 찾기로 결심한다. 정인은 평범한 택시 운전사의 일상에서 다시 피가 낭자하는 잔인한 과거의 삶으로 돌아간다. 과거를 찾기 위해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예전의 정인은 한사코 과거에서 멀어지려고 총알택시를 몰았다면 이제 정인은 과거에 가까워지려고 구형 소나타 택시의 속도계를 끝까지 끌어올린다. 사당-수원만을 오갔던 정인의 거리는 안산, 정선, 거제도, 오대산, 시흥, 지리산, 인천 송도로 확장된다. 정인이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회적 기준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괴물로 보여진다. 알코올중독자 ‘조강윤’, 정선 카지노 관리자 ‘강폴’, 다단계 회사의 ‘백영광’, 통나무 장수 ‘양순구’, ‘야왕’, ‘붓다’, 면허취소된 의사 ‘카르멘’, 비밀단체 ‘A’의 ‘함문형’과 ‘정 부장’, 종교단체 ‘기적도화회’의 ‘윤철우’ 등은 영화에 나오는 잔인하고 색깔 짙은 인물들에 가깝다. 그러나 《기억의 문》이 보여주려는 건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괴물이 되어야만 했던 인물들이 아니다. 정인을 발목이 부러지고 부메랑에 손목이 베이고 기력이 죄다 휘발되면서까지 ‘무자비한 액션을 난사’하게 만든 것은, 잔인한 학살의 현장에서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이 짧게나마 자신들의 과거를 마주하고 돌아봤으면 하는 작가의 진심 때문이다. “문제는 그 모순을 받아들이는 태도겠죠.” A는 무엇일까? 단체? 개인? 결사단체? 비밀조직? 주인공 ‘정인’과 ‘재우’는 ‘조민’의 뒤를 쫓다가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정체불명의 단체 ‘A’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A’의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도대체 A는 무엇일까? 단체? 개인? 결사단체? 그도 아님 비밀조직?” 재우는 실체를 알 수 없는 ‘A’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설령 그 아이를 찾는다 해도 A가 자신을 놓아줄지 재우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이용 가치가 떨어지자 살해해버린 고동식 검사의 운명이 자신의 미래가 될 수도 있었다.” ‘A’의 수문장 격인 함문형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A에 대해 조금 알게 된다. “A라는 말. 편의상 붙여진 이니셜에 불과합니다. 우두머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시하는 자도, 지시받는 자도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해요.” ‘A’는 한 단체에 의해 구체화되는데 그 구성원은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대한민국 원로회, 퇴역 장성, 전경련 간부 같은 꼰대 노릇 한다는 인물들” 이다. 우리는 이것이 한국 사회에서 돈과 권력을 쥔 계급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다. 소설은 ‘A’의 모든 기록을 왜곡의 역사로 보며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한다. “원래 A들은 진실을 감추려는 속성을 가져요. 말한다 해도 절반의 진실만 밝힌다고 해야 하나.” ‘A’에 대해 끈질기게 기록하려는 이 소설이 ‘A’의 반대편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소설에 나오는 생생한 대사와 인물,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정인과 조민의 정체가 드러나고 A의 음모가 공개되고, 재우를 곤경에 빠뜨렸던 배후가 밝혀지면서 소설은 더욱 흥미진진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소설을 읽는 우리에게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기억의 문》은 ‘A’를 탓하는 소설도 ‘B’를 위한 소설도 아니다. 그저 사건의 실체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하는 작가의 진지한 고찰이 담긴 진실의 전달자 같은 소설이다. “살아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켜내는 게 중요해.” 파국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이 어디인지도 알지 못했다. 원점으로 되돌아온 기분이었다.” 소설의 막바지에 나오는 정인의 독백은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사는 인생 또한 작중 인물들이 숱하게 피워 뱉는 담배 연기처럼 허공으로 흩어지는 거라고 말하는 듯하다. ‘유토포스’도 ‘토포스’도 아닌 장소에 서 있는 느낌이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인이 서게 된 곳은 원점이 아니다. 정인이 아파트 복도에서 조민을 만났던 때부터 직속상관인 한창민이 했던 “살아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켜내는 게 중요해”라는 말을 떠올렸던 그 순간부터 정인이 서 있는 곳은 결코 원점이 될 수 없었다. 작가는 아픈 과거를 혹은 누군가를 아프게 했던 과거를 그저 잊으려고만 하며 도돌이표처럼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정인이 그랬던 것처럼 조민을 찾아 나서라고, 결코 지나치지 말고 마주하라고 말이다. “난 누군가의 기억이고 누군가의 희망, 기다림” 이라고 말하는 각자의 ‘마음속 아이’를 만나라고 말이다. 《기억의 문》은 마지막 장을 덮는 우리에게 유토포스든 토포스든 그곳이 어디든, 지키고 싶은 과거가 있고 참혹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그것이 희망이건 아니건 따위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성장강박증에 걸리고 부조리로 흥건한 이 파국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고 한 발짝 더 나아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추천의 글> 이 소설에는 두 가지 큰 매력이 있다. 한국소설에선 쉽게 만날 수 없었던 강렬한 캐릭터의 여주인공 ‘정인’과 2010년대 서울의 지옥도(地獄圖)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었던 《열외인종 잔혹사》에서 《기억의 문》에 이르기까지 그의 소설은 21세기 서울에 대한 파국의 지리지(地理誌)라 평할 수 있다. 박태원의 《천변풍경》이 그랬듯이, 훗날의 독자들이 이 시대 서울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알고자 한다면, 주원규의 소설을 찾아 읽게 될 것이다. 《기억의 문》은 소설가이자 신학자이며 건축평론가인 주원규 작가의 이력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작품이다. 서울의 바벨탑을 싸늘히 주시하는 무교회주의 액션 신학자의 얼터 에고(Alter Ego)가 총알택시를 몰며 무자비한 액션을 난사하는 여주인공에 투사돼 있다. 파국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짓 희망이나 허황한 종교적 계시가 아니라, 비루하기 짝이 없는 현실의 실상을 외면하지 않고 똑똑히 마주하는 용기임을 전하는 이 소설의 메시지도 강렬하다. _임태훈(문학평론가) 일단 재미있다. 주인공 정인이 모는 총알택시처럼 시속 200킬로미터의 속도로 이야기가 질주한다. 화끈하다. 주인공도, 이야기도, 작가의 문장도, 자비심이라곤 없다. 암울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이어지는데도 읽는 동안 속이 오히려 개운했던 건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쇼킹하다. ‘주원규’라는 이름 앞에서 웬만한 독자들은 당연히 마음의 각오를 할 테지만 와, 이번에는 진짜.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정말 멋있다.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프트도, 〈어벤저스〉의 블랙 위도우도, 〈킬 빌〉의 더 브라이드도, 정인을 만나면 “언니, 우리 말로 해요”라며 슬슬 눈치를 살필 거다. 우리가 서 있는 땅을 낯설고 두렵게 만들고야 마는, 강력한 소설이다. _장강명(소설가) <줄거리> 신분을 숨긴 채 평범한 택시 운전사로 사는 ‘정인’과 알코올중독자 아버지 ‘조강윤’의 폭력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사는 아이 ‘조민’은 서울 외곽의 한 임대 아파트에 사는 옆집 이웃이다. 조강윤의 폭력으로부터 조민을 구해내던 날 정인에게 의문의 사건이 일어나고 그날부터 정인은 조민을 멀리한다. 며칠 뒤, 조민의 아파트에 불의의 화재가 일어나고 조민과 조강윤이 죽는다. 경찰은 이 사고를 부자 동반 자살로 종결짓는다. 하지만 조민의 아파트 벽에서 'XP바Q'라는 의문의 글자를 발견한 정인은 사건의 뒤를 캐기 시작하고 조강윤이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정인은 조민의 복수를 위해 조강윤의 뒤를 쫓는다. 한편, 비리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던 경찰 재우에게 정체불명의 단체 ‘A’의 누군가가 찾아와 거래를 제안한다. 혐의를 무마해줄 테니 ‘조민’을 찾아달라는 것. 희귀 질환에 걸린 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재우는 그 제안을 수락한다. 정인, 재우, 조민, 조강윤, 그리고 A 컨소시엄이란 단체를 둘러싸고 사건은 점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열외인종 잔혹사

<열외인종 잔혹사> <추천평> 종말론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인물들의 발작적 행위들은 우리 현실의 ‘잔혹성’과 맞닿아 있다. 군복 노인의 편집증적 ‘애국심’, 컴퓨터 게임에서 현실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청년의 치명적인 놀이, 중년 노숙자의 외전(外傳)적 예언으로의 이끌림, 젊은 여성의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이 그렇다. 이러한 삶의 단면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분출하는 사건들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밑그림으로 수렴되어 간다. 그리고 ‘최악의 쿠데타’로 폭발한다. 거침없는 문체와 발랄한 상상력이 새로운 형태의 ‘총체성’을 빚어내고 있다. - 황광수 (문학평론가) 이야기를 잔뜩 가진 낯선 작가가 나타났다. 이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최인석 (소설가) 『열외인종 잔혹사』를 읽는 동안 내면에서 깨어나는 낯선 인격들과 만나는 듯한 기시감을 느낀다. 매혈로 생계를 꾸리는 노숙자, 정규직을 꿈꾸는 임시직 노동자, 서바이벌 게임에 몰입하는 청소년이 낯익고 정겹다. 그들이 욕망의 집결지인 거대 쇼핑몰에서 양머리 집단과 빚어내는 폭동의 해프닝은 그러므로 개인의 내면, 집단 무의식의 밑바닥에서 출렁이는 분노와 불안 충동을 선연하게 드러내 보이는 효과가 있다. - 김형경 (소설가) 때때로 현실은 코미디보다 더한 코미디다. 너무 웃겨서 기가 막힌다. 숨이 가빠 입을 벌려도 웃음이 아닌 신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구시대의 퇴물들이 벌이는 입맛 쓴 헛소동, 희망 없는 신세대의 오두방정 좌충우돌, 新카스트 시대의 천민들이 벌이는 밥그릇 쟁탈전, 난세일수록 전염병처럼 창궐하는 거짓 종교의 헛된 믿음까지. 그토록 웃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웃기는 세상이 소설 속에 고스란하다. 『열외인종 잔혹사』는 웃기는 소설이다. 아니, 웃겨서 더욱 잔혹한 소설이다. - 김별아 (소설가) 다시 수상한 계절이 찾아왔다.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분노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프로이트의 말을 빌리면, “사회가 강요하는 좌절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정신질환에 걸린다”라고 했다. 그렇기에 『열외인종 잔혹사』는 지금의 기록이다. 이 작품은 소설적으로 뛰어난 기술이나 장치를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일그러지고 뭉개진 인물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과장되고,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자면, 정신질환자다. 그러나 이는 불편한 현실의 모습이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현실에 대한 새로운 풍자가 가능할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 박성원 (소설가) 우리가 아는 도시는 이 소설에 존재하지 않는다. 서울은 이제 기묘하고 낯선 마콘도로 재탄생한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서울이라는 폐허에 대한 잔혹하고도 흥미로운 기록이다. - 손홍규 (소설가) 문학과 오락의 경계선 위에 대자로 누워버린 파렴치한 정체성부터, 『열외인종 잔혹사』를 읽는 내내 어안이 벙벙했다. 코엑스에서 벌어지는 살육극이라는 게임적인 설정 안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시대인의 다각적인 삶의 얼굴을 녹여낸 작가의 솜씨가 만만치 않다. - 심윤경 (소설가) 가상현실과 착종된 어처구니없는 서바이벌 게임의 희극이 자본주의의 상징적 건물 안에서 벌어진다. 그런데 게임은 어디까지나 게임일 뿐, 게임을 통해 현실은 결코 전복될 수 없다. 도리어 그 게임 안에서도 열외인종들(극우 수구파, 노숙자, 백수, 비정규직)의 현실적 입장은 극명하게 부각될 뿐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사회의 끔찍한 지옥도(地獄圖)이다. 이 지옥도를 유쾌하면서도 재치 있는 언어로 속도감 있게 그려내는 것이 『열외인종 잔혹사』가 뿜어대고 있는 소설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한국문학사에 또 하나의 기억할 만한 ‘유쾌한 지옥도’의 서사가 등재되는 순간이다. - 고명철 (문학평론가, 광운대 교수) 혼돈으로 가득 찬 난동과 봉기의 장소가 코엑스몰이라는 것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바벨탑은 언젠가 무너지게 되어 있다. 열외인간들이 뿜어내는 생기 있는 방언과 행동주의는 한국소설에서의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이명원 (문학평론가) 이것은 일종의 테러 소설이다. 9?11이 미국의 상징이었던 쌍둥이 빌딩을 무너뜨렸다면, 11?24는 자본주의의 타지마할인 코엑스 몰을 아수라장의 카니발로 내몬다. 《열외인종 잔혹사》에는 개인을 사육하는 시스템에 대한 울분, 세속도시에 대한 분노가 문장 곳곳에 갈무리되어 있다. 게다가 이 소설은 전통적 소설 문법을 유린하는 문학적 테러까지 감행한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절정으로 치닫는 구성, 결정적인 순간에 토해지는 너스레, 우발적이고 불확정적인 사건 전개는 한국 소설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흔든다. 이 소설을 읽고 당혹스러웠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 오창은 (문학평론가) 『열외인종 잔혹사』는 혁명의 소요에 말려든 ‘열외인종들’의 무용담이다. 극우파 퇴직 군인, 정규직을 꿈꾸는 된장녀, 게임에 청춘을 파묻어버린 백수청년, 그리고 노숙자가 그들. 그러나 비극적인 것은, 이 21세기형 신종 열외인종들이 반란을 꿈꾼 적도 없고, 그들을 둘러싸고 벌이지는 일들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것. 혁명을 일으킨 양의 무리들은 거대한 자본주의 메커니즘에 갇혀버린 이 시대의 왜소하고 무력한 개인들이다. 혁명의 꿈조차 ‘망상’에 차압당하고 개인의 목소리는 거대한 권력과 미디어의 음모에 압살당한 우리 시대를 통렬하게 풍자한 《열외인종 잔혹사》는 그리하여 지독하게 웃긴, 그러나 슬픈 잔혹극이다. - 정은경 (문학평론가) 욕망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비루한 것들의 카니발! 1996년 한국문학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제14회를 맞았다. 2회 김연의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3회 한창훈의 [홍합], 4회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6회 박정애의 [물의 말], 7회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8회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9회 권리의 [싸이코가 뜬다], 10회 조두진의 [도모유키], 11회 조영아의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12회 서진 [웰컴 투 언더그라운드], 13회 윤고은 [무중력증후군](1회, 5회 당선작 없음)까지 10년이 넘는 기존의 당선작들은 한국 문단의 주목을 받고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제14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작(상금 5천만 원 고료)은 주원규의 [열외인종 잔혹사]이다. 이 작품은 심사위원들에게 “거침없는 문체와 발랄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총체성을 빚어냈다”, “이야기를 잔뜩 가진 낯선 작가가 나타났다”는 평을 받으며, 210여 편의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소설은 11월 24일 하루 동안, 퇴역군인 장영달, 노숙자 김중혁, 외국계 제약회사 인턴사원 윤마리아, 게임을 좋아하는 청소년 기무 네 주인공이 우연히 코엑스몰에 모여 양머리 탈을 쓴 집단들과 벌이는 소동을 그렸다. 지독하게 웃긴, 그러나 슬픈 잔혹극. 서울이라는 폐허에 대한 잔혹하고도 흥미로운 기록! [열외인종 잔혹사]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열외인간 넷을 통해 잘 형상화하고 있다. 무공 훈장을 단 군복을 입고, 탑골공원에서 왼쪽의 냄새만 풍겨도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시국강연을 펼치는 노인 장영달, 코엑스몰에서 한 달간 88만 원을 받고 용역 회사에서 설비기사로 일하다가 해고당하고 점심 무료 급식 배급을 찾아다니며 서울역 역사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는 김중혁, 명품 같은 짝퉁을 애용하며, 미국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자격증은 다 땄으나, 아직 외국계 제약회사 인턴사원인 윤마리아, 여자 친구와 거리낌 없이 걸쭉한(?) 대화를 나누고 학교를 중퇴하고는 게임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17살 청소년 기무, 이들은 먼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 소설은 그들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슬픈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11월 24일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결국 한 장소(코엑스몰)로 모아지고 거기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시간 순서에 따라 네 명의 교차적인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작가가 각각의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촘촘히 구성해서 하나의 장소에서 일어날 수 있게 사건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 명의 주인공들은 서로 기억하지 못하지만, 다른 상황과 장소에서 마주친다. 지하철 안에서 만나는 장영달과 기무, 용산역 피시 이용실에서의 김중혁과 윤마리아의 만남, 제약회사 인턴과 실험 아르바이트로 만나는 코엑스몰 푸드코트에서의 장영달과 윤마리아, 압구정역 맥도날드에서 전혀 모르는 사이지만 콜라와 햄버거를 나눠 먹는 기무와 윤마리아까지, 네 명의 주인공들은 우연히 마주친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되는 시간적 구성과 코엑스몰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간적 구성, 그리고 인물들끼리 우연히 스치게 한 구성은 이 소설의 뛰어남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코엑스몰이라는 욕망의 상징 공간에서 벌어지는 게임처럼 느껴지는 현실 이야기를 통해, 경쟁과 착취, 혼돈과 모순 속에서 바로 우리들이 ‘열외인간’이며, 지독한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조차 ‘열외인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모두 ‘열외인간’이 되고 만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일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되어버리는 신기루 같은 결말 또한 현실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당했을 때 구상했고, 노통 자신이 비주류이자 크게 보면 ‘열외 인간’ 아니었겠냐며, 이 소설에서는 열외인간들의 지도자로 떠받들어진 노숙자가 결국 희생되는 것으로 처리되었는데,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보면서 그 결말이 생각나서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주요 내용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야외 시국강연을 즐기는 퇴역군인 장영달, 노숙자 김중혁, 외국계 제약회사 인턴사원으로 일하는 윤마리아, 고등학교를 중퇴한 17살의 기무. 이 네 명은 11월 24일, 우연하게도 각각의 일로 인해 비슷한 시간에 코엑스몰에 모이게 된다. 장영달은 윤마리아와 약속한 건강 의약 헬스 식품 ‘헬스큐’의 임상 체험 고객 아르바이트를 위해, 김중혁은 광록이 벌인 용산역의 노숙자 집회 후에 도망치다가 삼성역 코엑스몰로 오게 된다. 기무는 게임 머니 2만 포인트가 걸린 리얼 서바이벌 이벤트 ‘최악의 쿠데타’에 참여하기 위해, 윤마리아는 정규직 인사권을 가진 데이비드교(다윗 말세 교회)의 본부장 론의 카니발을 쫓아서 코엑스몰에 온다. 오후 4시, 갑자기 코엑스몰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불이 꺼지면서 손에 총을 쥔, 검은 연미복 차림에 양머리 인형을 뒤집어쓴 복장의 무리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코엑스몰에 모여 있던 일반인들을 푸드코트 쪽으로 모두 몰아넣고 인질극을 벌인다. 그 상황에서 네 명의 주인공은 모두 다른 관점으로 이 사태를 받아들인다. 장영달은 옥 선녀의 점괘를 떠올리며 좌익 빨갱이 집단의 출현으로, 김중혁은 노숙자 친구 광록이 말한 격암유록 외전(外傳)에 등장한 메시아로, 윤마리아는 인질극을 본부장 론이 속한 데이비드교의 ‘양머리 카니발’의 일종으로, 기무는 게임 업체에서 마련해놓은 실제 서바이벌 이벤트 ‘최악의 쿠데타’로. 그리고 얽히고설킨 네 명의 열외인종 잔혹사가 시작된다.

특별관리대상자

<특별관리대상자> 광화문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 지 3년 서울 일대에 해적이 활동한다는 루머가 퍼지기 시작했다 * 강남의 민낯을 드러내 큰 화제를 모았던 《메이드 인 강남》의 주원규가 심판하는 자와 심판당하는 자의 운명을 다룬 《특별관리대상자》로 돌아왔다 《반인간선언》, 《메이드 인 강남》 등의 작품을 통해 종교계와 정계, 화류계의 어두운 뒷면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던 주원규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특별관리대상자》로 돌아왔다. 《열외인종 잔혹사》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주원규 작가는 그동안 다수의 장편소설과 tvN 드라마 〈아르곤〉, OCN 오리지널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에서 박진감 넘치는 사회파 누아르의 세계를 선보였다. 데뷔작 《시스템》에서부터 《기억의 문》을 거쳐 최신작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도시의 이면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설계자들의 세계에 주목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한국 사회를 컨트롤하는 ‘컴퍼니’라는 막강한 세력을 등장시키며 주원규표 시스템 세계관의 결정판을 선보인다. 소설은 광화문 테러 발생 후 3년 뒤의 한국 사회를 그리고 있다. 목숨을 걸고 비밀조직 해적에 가입하려는 오단과 피치 못할 이유로 해적이 된 두목 해이수, 그리고 해적 멤버들, 해적을 용역으로 부리며 모든 것을 통제하는 초법적 합의체 컴퍼니와 그 수장 정인구, 그리고 이들 모두의 뒤를 쫓는 전 9시 뉴스 앵커 차인까지. 시스템의 완벽한 질서를 향한 광적인 맹신은 선함이 거세된 무정한 살육으로 이어지고 그 현장의 한복판에서 독자들은 ‘특별관리대상자’의 진실과 마주한다.

아나락사스

<아나락사스> <열외인종 잔혹사>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주원규 작가의 전자책 문법 실험! <아나락사스>는 주원규 작가의 작품 최초로 전자책 단독출간한 작품으로, 작가는 낯선 제목과 함께 ‘과잉 욕구와 거식’이라는 소재를 택했다. 아나락사스 anaraxas(αναλαξα?)란 ‘비좁아지는’, ‘점점 더 무너져가는’, ‘거부하는’, ‘몰락하는’이라는 뜻을 가진 헬라어 ανα와 λαξα?를 저자가 조합한 합성어다. 제목에 담긴 어두운 이미지에 걸맞게 우리는 풍요로움에 중독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타인의 욕망을 억압하고, 스스로 욕망을 충족할 길이 없어 자신의 다른 욕망을 극단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로마 귀족들이 검투사 시합을 즐겼던 것이나, 러시아 귀족들이 쾌락의 중독을 이기지 못해 나중에는 극단적인 ‘러시안룰렛’이라는 방법까지 고안해 낸 것처럼 말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라고 하는 현대에 사람들은 가장 불행하다고 말하고, 엄청난 자살률과 충격적인 범죄의 형태가 이를 방증한다. 대체 왜일까?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몰아가는 것일까? 작가 주원규는 현대사회 문제의 근원을 ‘욕망’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인류 욕망의 가장 근원이 되는 두 가지, 먹는 것과 성합을 주된 메타포로 삼았다. 극단적인 거식을 실현함으로써 세상의 모든 추잡한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마리, 그리고 세상 모든 욕망을 다 채우려는 듯 살아가는 ‘장’, 그리고 추잡한 욕망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거부할 용기도 지니지 못한 채 극단적인 탐닉으로 살아가는 ‘루’. 극단화된 인물들이지만, 이들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이루고 있다. 작품 속 문제적 인간인 루는 자신을 차라투스트라라고 주장하며 온갖 엽기적인 행태를 보이며 살아간다. 마리는 그의 곁에서 비정상적인 사랑을 받으며 반려동물처럼 살고, 나와 철규 역시 루에게 기생한다. 루에게서 이득을 취하는 대신 그의 엽기적 취향에 봉사하거나, 최소한 침묵한다. 모든 인물은 저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결핍을 똑바로 보지 않은 채 흘러가는 것이다. 작가는 이야기를 과감하게 생략하며 빠르게 서사를 전개하고 있다. 사건이 서사의 중심이 아니라, 이야기를 지배하는 분위기와 색채적 요소가 이야기를 주도한다. 전통적 방법의 서사에 익숙한 독자가 아니라 전자책 텍스트를 소비하는 독자를 위한 배려다. 그 덕분에 속도감 있는 이야기가 펜트하우스라는 공간으로 집중되면서, 마치 독자가 영화의 인상적인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빠르게 풀리는 서사와 간결한 인물 접근 방식을 쓴 덕분에, 영화적 감각으로 인물들과 사건의 단면을 건드릴 수 있다. 강렬한 직선의 맛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 남녀가 유별한 조선 땅에 태어난 천재 여성화가, 차별을 뚫고 일궈낸 치열한 생의 미학을 재현한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역사 인물 중에 요즘 가장 ‘핫한’ 이는 사임당일 것이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역사 속 여성에 대해서도 재평가와 재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사임당 같은 경우 ‘현모양처’ 이미지가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낡은 이데올로기로 전락하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녀의 새롭고도 진정한 면모, 즉 예술가로서의 면모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조선시대라는 질곡의 시대를 살아간 천재 여성예술가로서의 삶이 새로이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천재 여성화가 사임당의 일대기를 사실적으로 재구석한 소설이다. 사임당은 최고액권인 5만원권의 주인공이자 현모양처의 대명사로도 유명하지만, 정작 그녀의 그림이나 화가로서의 삶은 크게 조명받지 못했다. 물론 조선시대에 여성으로 태어난 죄(?)다. 사임당에 관한 자료는 아들 율곡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 쓴 행장이 유일하며, 심지어 이름조차 남아 있지 않다(세간에 떠도는 신인선이라는 이름은 문헌이나 자료적인 확실한 근거가 없다).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는 ‘율곡의 어머니’로만 기억되던 그녀의 나머지 반쪽의 삶을 복원하면서 화가로서,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질곡을 뚫고 피워낸 삶과 예술혼을 재구성한다. 1인 4역 조선의 슈퍼우먼, 깊은 수심과 그리움을 붓 끝에 담다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는 사임당의 일생을 소설적으로 충실하게 재현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곱 살에 안견의 그림을 모사했다든지, 열아홉 살에 한양의 이원수와 혼인했다든지, 검은 용의 꿈을 꾸고 강릉에서 현룡(이율곡)을 낳았고 일곱 남매의 교육에 힘을 기울여 큰딸 매창, 셋째 아들 율곡, 넷째 아들 우 등을 훌륭한 예술가와 학자로 키워냈다는 등의 에피소드를 군데군데 삽입하면서 46년이라는 길지 않지만 충실했던 삶의 연대기를 시간의 흐름에 맞춰 서술한다. 큰 줄기는 전기(傳記)처럼 ‘팩트’를 토대로 하면서 지은이는 사임당이 예술적 재능을 한량인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는 ‘밥벌이’ 수단으로 삼았고, 그럼으로써 가장 노릇을 하면서 오히려 많은 예술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력을 덧입힌다. 조선시대에 뛰어난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그러나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오늘날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인 수많은 고통들을 사임당도 고스란히 겪었을 것이다. 혼인하고도 오랫동안 친정살이를 하며 효를 다하고, 한양으로 올라와 시어머니와 남편을 수발하며, 공부에 뜻이 없는 남편 뒷바라지와 일곱이나 되는 남매들의 교육에다 식구들의 생계까지, 1인 4역을 군소리 없이 해낸 ‘조선의 슈퍼우먼’ 모습 뒤에는 그만큼 짙은 그늘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내면의 깊은 수심을 그녀는 나비와 개미 같은 미물들 하나하나까지 세심한 눈길을 주고 그 존재들을 붓으로 풀어냄으로써 달래지 않았을까.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는 사임당은 무능한 남편의 외도와 방황, 시어머니와의 갈등 등 조선시대에 혼인한 여성이 겪어야 하는 질곡들을 고스란히 겪었으나, 그것을 승화시켜 완전한 인간으로, 역사에 남을 어머니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 깊이 있는 예술가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반듯한 여군자’와 ‘섬세한 예술가’의 초상, 두 개의 퍼즐이 만났을 때 작가의 말에서 지은이는 사임당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안팎으로 소용돌이치는 격동의 역사, 그 한복판에서 우리가 사임당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조선시대를 제법 훌륭하게 살아낸 여성의 미덕 때문이 아니다. 누구의 어머니나 누구의 아내가 아닌, 한 여자, 한 예술가로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생의 미학을 이끌어낸 인물로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특별히 사임당이 보여준 예술혼이 조선시대 여성이 겪어야 했던 온갖 차별을 뚫고 일궈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사임당이 여성으로서 받을 수밖에 없던 구조적 차별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준 높은 예술의 세계로 승화시킨 내적 인고의 순간들, 그 치열함을 역사는 기억해내야 한다.” 역사소설이라는 장르는 역사적 실존인물에 대한 사료와 그가 남긴 업적을 실마리로 삼아 귀납적으로 추리를 해가면서 인물의 삶과 내면을 상상하고 복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인 장르다. 남성 작가임에도 지은이는 사임당이라는 한 여성의 섬세한 내면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그녀의 삶을 지탱하던 ‘반듯한 여군자’의 초상과 ‘섬세한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두 개의 기둥을 정교한 퍼즐처럼 끼워 맞춤으로써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는 한 편의 소설로 완성했다. 모던한 문체로 다시 태어난 사임당의 치열한 삶과 예술세계를 그려낸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는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가’라는 고민하게 만드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의 독자들에게 작은 위안과 희망을 안겨주는 롤 모델로서 사임당이라는 캐릭터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나쁜 하나님

<나쁜 하나님> 목사이자 ‘이야기를 잔뜩 가진 낯선 작가’로 통하는 저자가 이번에 한국 교회의 무너져가는 현실을 리얼하게 드러내는 작품 <나쁜 하나님>으로 찾아왔다. 저자는 종교를 양면적으로 바라보며 쾌락이란 말로 대표되는 돈, 명예, 권력, 섹스에 대한 욕망과 그 쾌락을 심판하고 정화시키려는 종교적 금기를 하나의 소설에 녹여내고 있다. 쾌락과 금기.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두 단어의 맨얼굴이 동일할 수도 있다는 종교 근본주의의 살풍경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십수 년 만에 율주제일교회 담임목사로 고향에 돌아온 정민규는 자신의 오점을 지우고 묵묵히 새로운 신앙 인생을 이어가고 싶다. 그러나 율주시의 절대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김인철 장로와 교회가 운영하는 장애인 복지시설을 둘러싼 비밀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민규에게 접근하는 또 다른 장로 한영호. 그는 과거 율주제일교회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초대담임목사 유재환을 구명해줄 것을 요구하는데...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소설 속 힘없는 목사가 마주한 교회의 타락은 종교를 떠나 인간이 사회에서 마주하는 부도덕하고 불합리한 문제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지만 아무도 보려 하지 않는 세상의 무수한 그늘들. 작가 특유의 거침없는 문체로 단숨에 읽히는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더 이상 현실의 어두운 면을 함부로 외면할 수 없다.

천하무적 불량야구단

<천하무적 불량야구단 > 2009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주원규의 제대로 된 야구 소설 “이야기를 잔뜩 가진 낯선 작가”라는 평과 함께 『열외인종 잔혹사』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주원규가 이번에는 야구 이야기를 들고 나타났다. 감동적인 불량소설『천하무적 불량야구단』이 바로 그것이다. 작년 한 해의 프로야구 총 관중 수는 약 600만 명. 직접 경기장을 찾은 야구팬이 아니더라도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부를 결정지은 한국시리즈에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최근에는 한 오락프로그램에서 사회인 최고 야구단을 목표로 출범한 ‘천하무적 야구단’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렇듯 야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가진 독자들을 위해 제대로 된 야구 이야기가 나왔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다룬 이 소설은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야구인들의 땀냄새 나는 ‘야구 이야기’이다. 아니,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웃음과 재미, 눈물과 감동이 살아 있는 ‘인생 이야기’이다. 야구를 몰라도 좋다, 야구를 알면 더 재밌다! 매력적인 스포츠 야구를 통해 우리의 삶을 말하는 소설 낄낄대며 웃다가 마지막엔 눈물이 고인다 프로 선수들임에도 고교 선수 대하듯 욕설을 서슴지 않고, 지옥 같은 훈련을 시키는 김인석 감독은 스포테이먼트(운동과 오락을 겸하는 새로운 오락거리)의 역할 같은 것엔 관심이 없다. 8점 차의 다 이긴 경기에서조차 끝까지 물고 늘어져 15점 차 이상의 대승을 거두어야 직성이 풀리는 그를 두고 사람들은 승리만능주의에 빠진 아마추어 감독 혹은 불량감독이라고 부른다. 강속구 투수로 활동하던 선수 시절부터 불량선수로 이름을 떨친 그였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런 불량감독 김인석이 이끄는 삼호 맥시멈즈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그런데 개막을 사흘 앞둔 날, 김인석을 불러낸 팀의 단장 맹호성은 엉뚱한 제안을 한다. 과연 이 제안을 받은 불량감독 김인석의 선택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경기 전날 술에 취해 경찰서에 갈 정도로 트러블메이커이지만 첫사랑을 위한 순정도 있는 스물한 살 괴물 투수 강태환, 한때는 홈런타자였지만 희귀병인 아들을 치료하느라 훈련은 뒷전일 수밖에 없는 한물간 슬러거 장석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38세의 나이로 퇴물 취급 받는 용병 투수 데니스, 좁은 어깨로 투수를 계속하는 무표정의 사나이 2군 김태식 등. 불량감독을 만난 이 오합지졸 불량선수들의 미래는 어찌될 것인가? 불량? 누가 진짜 불량인 거지? 타협을 모르는 고집불통 성격에다가 실력은 형편없는 불량선수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을 이끄는 불량선수보다 더한 불량감독까지. 승리를 향한 집념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량 야구인들의 싸움을 보며 누가, 무엇이 진짜 불량인지 되묻게 된다.

너머의 세상

<너머의 세상>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주원규가 그리는 체제 전복 소설. 매일매일 보내는 비슷한 일상. 이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일상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지옥과도 같은 일상이 무한 반복될 뿐이라면? 여기 그런 일상을 보내는 한 가족이 있다. 강남 8학군의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뜻하지 않게 겉돌게 된 아들 우빈, 아빠의 빚을 갚고 자신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마트의 파견 직원으로 일하는 큰딸 세영, 하루 종일 TV만 멍하니 바라보는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인보, 그런 시아버지를 쪽방에 가둔 채 안쓰러운 마음으로 일을 나서는 엄마 지수, 본사의 느닷없는 계약 해지에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새아빠 현수. 이토록 팍팍하고 지긋지긋한 이들의 하루가 여기 있다. 어차피 더 나아질 게 없다면, 우리는 최악을 꿈꾼다. 그래서 모든 게 뒤집어진 곳에서 다시 한 번 시작하고 싶은, 그런 위험한 상상을 하게 된다. 그런데 한순간 그게 현실이 되어 버렸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진도 9.0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이 끔찍하고 무서운 대재앙 앞에서 우빈의 가족은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저 살아서 빠져나가기를. 그저 다시 한 번만 볼 수 있기를,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