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소설! 일제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해방 후 일본 오오사까 야쿠자가 된 한 남자, 마쓰모도(이복기). 그는 조직을 배신 했다는 모함에 자결로 결백을 증명하라는 조직의 명령에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10년 후 서울의 한 여행잡지사 기자로 근무하고 있던 주인공 석현은 어느날 퇴근 후 자신의 아파트에서 여행사 직원이던 형 무현의 죽음을 발견하게 된다. 어떠한 연관성도 없을 것 같은 이 두 사람의 죽음은 국산무기도입을 추진하던 두 기업의 암투와 석현의 개인적 조사를 통해 흩어졌던 퍼즐조각이 하나 둘 맞춰지기 시작한다. 무현과 야쿠자 마쓰모도의 죽음에 감춰진 비밀, 그리고 무기납품을 둘러싼 두 기업의 첩보전 속에 감춰진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전직 불량아이자 고교생이 되는 마미야 오우지는 무전취식범을 쫓던 중 포니테일의 미소녀 후지무로 료우의 도움을 받는다. 그날부터, 료우의 모습을 어째선지 잊을 수 없었던 마미야의 앞에 낯익은 포니테일이 흔들리고 있었고,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려는 예감이―. 전직 불량소년과 미소녀 세 자매가 엮어내는, 청춘×첫사랑×천연 스토리 개막!! Buta ha tondemo tadano buta? ⓒ 2011 by Kou Suzuki First published in Japan in 2011 by MEDIA FACTORY, INC. Korean translation rights reserved by DAEWON C.I. INC. Under the license from MEDIA FATORY, INC., Tokyo.
뺑소니에 강도·강간·살인, 탈옥, 방화를 저지르고 모범수로 풀려난 흉악범 강인구는 어느날 저녁 집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경찰은 그의 죽음이 타살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고 판단하지만 완벽한 범죄에 미제사건으로 검찰로 넘어가게 된다. 4수로 겨우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검사가 된 정규진 검사는 승진도 하지 못한채 자신에게 떨어진 흉악범 살인미제사건을 맡으면서 검찰내부경쟁에서도 점점 뒤로 밀려나는 자신이 처량하기만 하다. 그러나 강인구의 주변인물들을 통해 너무나 평범하고 내성적이던 강인구의 사건 이면에 다른 음모가 있다는 추측을 하게되고, 강인구의 예전 사건들을 하나씩 다시 조사하게 되는데...
밤 깊은 도로에는 짙은 안개와 함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열어 놓은 차창으로 들어오는 11월의 밤바람은 차가웠다. 도로 양옆 어느 쪽으로도 불빛하나 밝혀져 있지 않았다. 맞은편 쪽에서부터 이따금씩 달려오는 헤드라이트의 분사로 들녘을 낀 골짜구니를 가로지르는 2차선 도로가 희뜩희뜩 그모습을 생각난 듯 드러낼 뿐이었다. 영준은 옆좌석에 말없이 앉아 있는 아내 세화의 낮은 숨결을 피하듯 FM의 스위치를 맞췄다. 에디뜨 삐아프의 측축한 노래가 차 안을 금방 가득메웠다. 시계는 9시를 이미 넘어서 9시 2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형이 점점높아지는지 고막이 쨍해지며 한기가 강하게 엄습해 왔다. 들이치는 빗발도 만만치가 않았다. 영준은 천천히 운전석 옆의 창유리를 올려 닫았다. 그와 함께 속도감에서 오는 압력과 바람과의 마찰음으로 어지럽던 소음이 한꺼번에 차단되며 에디뜨 삐아프의 흐느낌이 한층 강한 정감으로 가슴에 와 닿았다. 영준은 액셀레이터를 밟은 발에 힘을 가했다. 80에서 85 사이를 오르락거리던 계기침이 90으로 쓱 올라섰다. "차…… 속도를 좀 줄이는 게 좋겠어요." 세화가 영준을 조심스레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왜, 사고날까봐 겁나?" 영준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밤이 늦은데다 비는 오고, 도로도 심하게 구불거리고 해서……." "걱정 마. 죽기밖에 더 하겠어." 영준이 픽 웃음을 흘리며 액셀을 밟은 발에 힘을 더욱 가했다. 계기침이 바르르 떨 듯이 고동치며 100을 넘어서더니 이내 110으로 올라갔다. 흰 이만 드러내 웃는 그의 표정 없는 얼굴이 싸늘한 데드 마스크와도 같았다. 세화는 알 수 없는 예감과 함께 오싹 전율을 느꼈다. "무슨 말을 그렇게……." 세화가 정색을 하며 영준을 쳐다보았다. "당신은 나와 함께 죽는다면 억울하겠지…… 허지만 난 상관없어." 어느샌가 웃음기를 거둔 영준은 진심으로 말하고 있었다. "여보, 제발 그러지 말아요." 세화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애원하듯 말했다. 영준은 대꾸 없이앞만 똑바로 쳐다보며 등을 곧추 세웠다. 뒷골이 뻐개지는 듯한 통증과 함께 목이 뻣뻣해 왔다. 1주일 가깝게 신경을 바짝 세운 채 잠 한숨 제대로자지 못했던 때문일 것이다. 1주일씩이나 끙끙대다니 내 머리도 별것 아냐! 아니, 아니지. 비 때문이지. 비가 와야 했으니까. 영준은 어깨를 주욱 폈다. 가늘고 예리한 눈 끝에 자신감이 번뜩 지나갔다. 어디쯤 왔을까 생각하며 그는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나 차창 밖은 칠흑같은 어둠뿐 위치를 쉽게 가늠할 수가 없었다. 저녁을 먹고 수안보 온천을 출발한 것이 8시 30분경.
한성봉제공장의 노동쟁의가 사흘째 계속되던 날 밤에 그녀는 죽었다. 그 여자의 죽음으로 인하여 노동쟁의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갔고, 그 여자의 죽음이 자살이나 자연사가 아닌 타살이라는 사실로 해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사회부 데스크의 지시를 받고 그 봉제공장이 있는 소도시로 내려갔다. 그곳은 아담한 호반의 도시로 서울처럼 붐비지 않는 전원적인 분위기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작은 도시였다. 한성공장은 그 도시의 서쪽에 있는 호수를 끼고 산비탈 아래 한갓진 의곽에 자리잡고 있었다. 3백여 명의 여공들과 20여 명의 남자 공원, 그리고 20여 명의 남녀 사무직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중소기업이었다. 내가 살인 현장인 그 회사의 기숙사 제25호실에 갔을 때는 현장은 이미 지워지고 텅빈 방이 보일 뿐이었다. 두 평 정도의 작은 방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그 방에 살해된 여공과 함께 있던 다른 여자들도 다른 방으로 옮긴 후였다. 다른 방을 들여다보니 방의 크기와 구조는 같았으나, 조그만 책상 다섯 개가 벽 쪽에 나란히 있었다. 두 평의 작은 방을 다섯 명의 여자들이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책상은 조그만 찻상처럼 앙증맞게 작았다. 그 위에 주간지가 올려 있기도 하고, 여성지도 눈에 띄었다. 나는 한성회사 공장장의 안내를 받으며 기숙사를 비롯한 공장 안을 둘러보았다. 공장장은 50세 정도의 중년으로 머리가 벗겨지고 아랫배가 나와 있었다. 그의 눈빛은 이상하리만큼 번쩍이고 있었다. 그의 모습과는 달리 친절했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며 기자들을 많이만나고 안내해 본 듯이 그의 태도는 흐트러짐 없이 정연했다. 그는 자신이 사장의 동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 형님인 홍사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누구보다도 노동자들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임금도 만족할 만큼 인상시켜 주었는데, 직공 내부에 위장 취업을 한 불순분자로 말미암아 파업지경에 이르렀다고 불평을 하였다. 농성하는 여공 3백명은 공장 안의 재봉틀이며 재단기들을 베고 누워 있었다. 그녀들의 모습은 지쳐 있었다. 내가 공장장과 함께 공장 안을 기웃거리자 머리에 붉은 띠를 매고 있던 10여명의 여공들이 갑자기 원기를 찾으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내가 기자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수십 명이 입을 모아 소리쳤다. "기자 아저씨, 우리를 외면하지 마세요." "기자 아저씨, 우리를 보세요." 나는 웬지 얼굴이 달아오르며 거북해졌다. 나의 얼굴이 달아오른 것은 그녀들의 말처럼 그 동안 기자인 내가 외면만 하고 시선을 돌린 기분이었다. 나는 사회부 기자로 여공의 살인사건을 취재하러 왔지만, 그것에 앞서 그녀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무엇을 보라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