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절벽에서 영약도 좀 얻어서 먹어치우고, 은거한 전대고수의 제자가 되어서 세상을 호령해보기도 하고, 이윽고 백만 교도를 거느리는 천마신교의 교주가 되기도 하고, 천마라는 호칭을 받기도 하고. 그렇게 내가 현대에서 무림에 떨어진 지 어언 40년. "……저거 엘프 아니냐?" 이번엔, 판타지가 중원을 침공했다.
"그 돈으로는 택도 없습니다." "뭐요?" 무림맹에서 뼈빠지게 일하다가 은퇴하고 문파를 세우기 위해 장원을 하나 샀다. 귀신들렸다는 소문탓에 기이할 정도로 싼값에 나온 장원을. 이제 이 장원에 문파를 세워야 하는데. [권리문서의 거래를 확인.] [성장을 시작합니다.] 이 장원. 어딘가 이상하다.
처음 무림에 떨어졌을 때, 나는 내가 소설의 주인공처럼 고수가 될 줄 알았다. 어디까지나, 사람 모가지가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걸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는 뜻이다. “무공 고수는 사람이 할 게 못 되네.” 무공은 포기. 그럼 나는 뭘 먹고 살아야할까?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했다. 나는 작가다. 이곳에 떨어지기 전이든, 지금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