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내앞에 찾아온, 새아빠의 딸.밝은 머리카락에 호박빛 눈동자를 지닌 연약한 세주언니. 이 집에서 언니를 진정으로 위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걸 기억해요. 호박빛 눈동자에 나를 한 번도 담았던 적이 없던걸 원망하세요. 나를 사랑하지 않은 당신에게 이제부터 벌을 줄거니까.사고로 사랑하는 연인잃고 또 다리한쪽마저 잃은 언니를 보살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어요.나를 사랑해보도록 하세요.김세주, 너는 사랑하던 새가 주인도 모르는 사이 새장을 벗어나버리면 그 주인이 얼마나 절망적이고 슬퍼할지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을 거야. 그저 새로운 주인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만을 가슴 속에 품고 떠나는 작은 새처럼 그렇게 나를 떠났겠지.-새장을 떠난 작은 새는 안타깝게도... 새 주인과 다리를 잃어버렸다. 연약한 당신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당신에게... 마음은 아프더라도 조금은 벌을 줘야하지 않을까?그래 좋아해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언니를, 당신을, 너를. 그래서 네게 지금 벌을 주는 거잖아. 아무것도 못 한다는 자괴감과 무력감을, 내가 없을 때는 혼자 있어야 된다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나를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절망감을. 너에게 잘해주는 나를 미워해야만 하는 지독한 애증을. 사랑하는 주인의 손을 피가 나도록 쪼아대는 어린 새라니…얼마나 비극적이고 가여운 새겠어요? 하얀 손을 다독이며 언니에게 말했다. “네, 저는 언니를 좋아해요, 언니를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