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다윈
구다윈
평균평점
거스러미

“내가 선배를 좋아해.” 고백하는 재이의 시선은 곧았고, 해준의 귀는 붉어졌다. “미안.” 해준은 거절을 하면서도 기어코 재이의 손을 붙잡아 당겨, 거스러미를 뜯어 피가 번지는 재이의 손가락에 습관처럼 반창고를 붙여 주었다. 재이는 이번에도 마음 는 글렀다고 되뇌었다. 팀 개편은 재이와 해준을 같은 팀으로 묶어 버렸고, 새로 온 팀장 도혁은 첫날부터 재이에게 경고한다. “회사에선 사적인 감정 배제하고 일만 해 줬으면 합니다.” “네? 당연한 거 아닌가요?” “차 주임이 서 대리한테 고백하는 거,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다 접고 홀로서기 하겠다는 재이의 다짐이 무색하게, 도혁과 해준, 두 남자가 재이에게로 다가서기 시작하는데. *** “이렇게 팀원에게 헌신적인 분이신 줄은 몰랐습니다.” 해준이 도혁의 손에서 팔을 빼냈다. 해준이 뒤돌아 가려 하자 도혁이 입을 열었다. “팀장이라서가 아닙니다.” 해준이 빳빳하게 굳은 얼굴로 도혁을 돌아봤다.  “내가 차 주임을 좋아합니다.” 해준의 눈이 흔들렸다. 도혁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밤에 익숙해지면 별이 보인다

학창시절, 유도 외에 어떤 것에도 흥미 없던 도경.무채색의 일상을 보내고 있던 그의 앞에 한 여자애가 나타났다.그의 권세를 빌려 설치고 다니던 김주영 패거리와 대치하던 당돌함이 눈길을 끌었다.그것이 도경과 설령의 첫 만남이었다.혼자 점심을 먹지 못하는 그를 위해 제 도시락을 나눠준 설령.피아노를 누구보다 즐겁게 치던 설령.제게 유도를 배우며 환하게 웃던 설령.단조로운 그의 삶이 처음으로 반짝반짝 물들어가는 순간, 설령이 홀연히 사라졌다.***“아무리 생각해도 익숙한 얼굴인데. 혹시 나랑 잔 적 있나?”“때리기 전에 손 놔, 이 새끼야.”도경은 화를 버럭 내는 리연을 웃으며 바라봤다.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만난 구청 소음 민원 담당 공무원.처음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밌는 반응에 잠깐 어울리려 했다.하지만 언뜻언뜻 그리운 인연의 모습이 이 여자에게서 자꾸만 불거진다.‘언제부터 이렇게 남의 감정을 신경 썼다고, 정말 같이 있을수록 눈치 보게 하는 여자다.’흘러간 시간만큼 그리움은 계속 깊어져만 가고,리연을 대할수록 도경은 설령을 떠올리며 혹시나 하는 희망을 키워 가는데….설령,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넌 어떤 모습일까.어둠에 익숙해지면 밤하늘을 가득 수놓은 별이 보이듯 너 또한 내게 그런 존재였다.* 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

탐련화(耽戀花)

*본 작품은 리디 웹소설에서 동일한 작품명으로 15세이용가와 19세이용가로 동시 서비스됩니다. 연령가에 따라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상이할 수 있으니, 연령가를 선택 후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4년 전, 사호성의 성주에게 팔려 온 은달. 기억을 잃었다는 이유로 쓸모없어졌다며 주막에 내쫓긴다. 떠나온 곳인 도성으로 돌아갈 자금을 위해 은달은 주조꾼이 되는데, 꾸준히 제 특주를 사러 오던 단골 사내가 수상하다. “사호성의 주인…… 그, 그러니까 성주……라고요?” 별안간 자신이 성주임을 밝힌 사내는 특주 의뢰를 구실로 자꾸만 찾아와 추근거리는데……. “은달아. 나랑 불온한 짓 하자.” “……불온한 짓이요?” “그래. 접문보다 난잡하고 부끄럽고, 어디 가서 말 못 할, 그런 거.” 처음에는 기억의 실마리를 얻기 위해서, 그다음으로는 꾸준한 온기에 마음이 약해져서 곁을 살짝 허락하였는데. 어느새 해범은 작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은달의 공간을 전부 사로잡아 버렸다. “천박한 것은 나만 할 터이니 너는 즐기기만 해.” 숨 막히게 거리를 좁혀 오는 그에게서 더는 달아날 수 없도록. “홀로 보내기엔 이 계절이 너무 춥고 길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