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평짜리 고시원, 3년간의 임용고시 낙방, 삼시세끼 노량진 컵밥…….짠내 풀풀 인생사를 거쳐 온 방년 27세 이재이, 생애 첫 취직 성공하다! 화정고등학교 3학년 2반! 그녀 생의 첫 직장!그.런.데.새로 들어간 하숙집에, 우리 반 싸가지 왕따 선우준이 살고 있다?! 그것도 5살짜리 딸내미와 함께?! 20살 성인이 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지, 저 맹랑하고 싹수 노란 딸내미의 정체는 뭔지, 진짜 딸은 맞는 건지, 왜 과거에 대해 입 꾹 다물고 감추는지……. 모든 게 미스터리한 남자, 선우준.“그럼 니가 나보다 더 잘 안다고? 내가 너보다 나이가 몇인데?”“나이랑 그거랑 무슨 상관이에요?”“왜 상관이 없어? 나 남자 많이 사겨봤거든? 너보다 경험이 훨씬 많다고!”“과연 그럴까요.” 준은 피식 웃으며, 무시하듯이 말하고는 발걸음을 뗐다. 재이는 다시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둘의 몸이 아주 가까이 밀착됐다. 서로가 뱉는 더운 숨결이 뒤섞였다. “빨랑 인정해라. 내가 너보다 잘 안다는 거.”“뭘 해봐야.”“…….”“인정을 하죠.”“…….”“나보다 잘 아는지, 아닌지.” 준의 낮은 목소리가 재이의 귓전에 맴돌았다. 준은 말을 마치고는 싱긋 웃어 보였다.돌겠다. 배꽃 같은 얼굴로 싱긋 웃으며 냅다 들이대는 요 순정파 직진 연하남을, 진짜 어쩔까? <푼수끼 다분한 속물 여선생과 미스터리한 미혼부 남고생의 아찔발랄 연상연하 동거로맨스!>
어느 날 졸지에 조선의 왕으로 타임슬립 해버린 21세기 톱배우와 그를 제대로 된 왕으로 키워내야 하는 ‘왕 위의 왕’ 궁녀의 본격 전하 육성 로맨스! “됐습니다. 이거 놓으십시오.” “싫다면?” “…….” “네가 원하는 게 그토록 못된 왕이라면, 넌 지금 내 명을 거절하면 안 되지.” 채령은 순간 움찔했다. 윤오의 눈매가 꼭 전의 폭군처럼 매섭게 보였기 때문이다. 윤오는 채령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둘의 숨소리가 가까운 거리에서 뒤섞였다. “내게 글을, 조선을, 왕을, 궁을, 그리고 너를, 가르쳐.” “…….” “내게서 한 시도 떨어지지 말고 날 도와. 어명이다.” 윤오의 목소리가 낮고 깊게 울렸다. 맞닿은 시선이 진득하게 얽혀들었다.
“난 도저히 너랑 친구 못 하겠는데.” 헤어진 지 10년 만에 회사 대표와 해외영업팀 팀장으로 재회한 지호와 은재, 분명 다시 친구 사이가 되자며 다가온 그인데, 점점 아찔하게 선을 넘는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아침에 왜 그랬는지 알아?” 그가 내뱉는 더운 숨이 은재의 동그란 이마를 간질였다. 지호는 한 걸음 더 가까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네가 다른 놈 얘기 꺼내서.” “….” “내가 지금 왜 찾아왔는지 알아?” 그가 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은재는 그만큼 몸을 뒤로 무르려 했으나 단단한 벽이 등에 닿았다. “네가 밤늦게까지 다른 놈이랑 있어서.” 지호의 눈에 푸른 이채가 서렸다. 심해처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은재의 가슴에 뜨거운 파도처럼 밀려들어 왔다. 이내 그가 커다란 손을 들어 은재의 귓불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은재는 저도 모르게 낮게 신음을 흘렸다. “겨우 그것만으로도 미칠 것 같은데. 어떻게 친구가 될까. 내가 너랑.”
식물인간이 된 동생, 그 곁을 묵묵히 지키는 한 여자. 진욱은 자꾸만 그 여자가 눈에 밟혔다. 신경이 쓰였다. 몸에 박힌 가시처럼, 따가웠다. 누군가 목덜미를 꽉 붙잡은 채 한은재만 보라고 명령이라도 내린 것처럼, 그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것처럼, 진욱은 꼼짝없이 계속 은재를 보았다. 그녀의 희고 작은 얼굴에 미소가 잔잔하게 번져가는 것을, 울 듯 말 듯 미간이 조여 드는 것을, 그리고- 갑자기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은재와 진욱의 눈이 마주쳤다. 물속, 혹은 진공 속에서 마주친 듯 주변의 모든 사물과 소리가 지워졌다. 소리도 향기도 형태도 없는 시선만이 또렷이, 그리고 오롯이 서로를 향했다. “나도 알아. 내가 쓰레기라는 거.” “...” “가차 없이 짓밟히겠지. 모두가 손가락질할 거고, 악취도 지독할 거야. 그래도.” 진욱의 까슬한 손가락이 은재의 창백한 입술을 스윽, 부드럽게 쓸었다. “그 정도 값은 치러야지. 당신을 가지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