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작품은 19세 관람가 작품을 15세 이용등급에 맞게 개정한 작품입니다.“뭐라고?”“그렇잖아요. 왜 저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세요?”“뭐 안달? 너 말 다 했어?”지우는 격앙된 목소리로 그를 노려보았다.“아니요. 사람 좀 그만 좀 못살게 굴라고요. 진짜! 씨이.”“뭐라고? 씨이? 너 아주 막 나가는구나.”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었다.“진짜 내가 의사 관두고 만다. 치사하게. 야, 너 얼굴 좀 반반하고 수술 좀 잘한다고 거들먹거리지 마. 정말 역겨워. 네 얼굴 보면 토 나오려 그래. 너, 이 병원 사람들이 다 너보고 뭐라는 줄 알아? 정신병자래, 정신병자! 알아?”“말 다 했나?”그는 오히려 차분한 어조였다.“더 할 말 있지만 내가 더러워서 안 한다, 안 해! 잘 먹고 잘 살아라! 아니다. 못 먹고 못 살아라, 이 정신병자야!”유난히 지우를 괴롭히던 치프 현우와 레지던트 3년차 지우의 사랑 이야기 지금 시작됩니다.***지우는 외과 의사 레지던트 3년 차다.그녀는 십년지기 친구 서준과 술김에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그 일로 서준은 결혼하자고 하고 소꿉친구인 해운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좋아했다며 사귀던 현주와 헤어지고 회사까지 그만두게 된다.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지내던 친구들이 갑자기 남자로 다가오고…같은 병원의 치프인 현우는 정신병자에다가 변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그는 지우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것도 모자라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주는 것도 다반사이다. 그런데 지우의 섣부른 행동으로 인해 현우의 집에서 이주 동안 도우미로 있게 된다.과연 지우는 우정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그리고 현우와는 잘 지낼 수 있을까?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
“그,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난 대표님 한순간도 좋아한 적 없어요.” 태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똑바로 보며 앞으로 한걸음씩 다가왔다.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의 그가 위압적으로 느껴져 시선을 떨군 다음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결혼이 하고 싶은 거라면 내가 해줄게.” “뭐라고요?” “내가 해준다고. 결혼.” 하은이 고개를 들어 멍한 눈으로 태우를 바라보았다. “싫어요, 저는 인하 씨랑 결혼할 거예요.” “그동안 나랑 붙어먹은 거 인하는 알아?” “대표님!” “이제 파트너가 아니라 결혼해준다고.” 그의 눈길이 집요하게 하은의 눈동자에 들러붙었다. 심장이 제멋대로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지금 그에게 흔들리면 안 된다고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다.
그때였다. “차 진욱 씨.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일 년 전에 그녀를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만남이었다. 그녀가 누구인지 생각난 진욱은 여자가 하는 행동을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렇게 만남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지금 뭐 하는 거지?” “이래 주길 바란 거 아닌가요?” “뭐라고?” “진욱씨도 저 여자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잖아요.” “그걸 어떻게 알지?” “표정만 봐도 알아요. 저랑 만났을 때랑은 완전 딴판이잖아요.” 생각해보면 앞에 앉아있는 여자에게 호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때 자신을 거절했다. 그 생각이 나자 미간이 좁혀졌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무슨 일로 날 만나러 왔는지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제 이름은 기억하시나요?” 홍서현, 그 이름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해명하든지, 변명하든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라고.” 자신이 송하정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그는 알고 있었다. 그의 앞에서 하늘은 어깨가 잔뜩 굽었다. “도대체 당신 누구야?” 하늘이 목을 다듬고 나서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이제 더 이상 숨길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그에게 빌어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저는, 송… 하늘이에요.” “안 들려. 크게 말해봐.” 인우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못해 싸늘하게 느껴졌다. 하늘은 좀 더 큰 목소리로 다시 대답했다. “송하늘이라고요.” 인우의 표정으로 봐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무표정하게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게….”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이야기해봐.” 그의 말에 하늘이 무너진다는 것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절실히 실감했다.
“술은 적당히 마셔요.” 그 순간….가영은 보았다! 술이 확 깨는 느낌이었다! 자신을 잡고 있던 그의 손목에서 그날 호텔에서 보았던 시계를 보고 말았다. 한정판 시계. 가영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숨을 들이켰다. 다시 한번 몸이 휘청거렸다. 재현은 그녀를 다시 붙잡았다. “괜찮습니까?” “네. 저, 저는…. 괜찮습니다.” “그럼 주말에 푹 쉬고 다음 주 봅시다. 술은 그만 마시는 게 좋겠어요.” 재현이 나가고 가영은 훅훅 숨을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숨쉬기가 힘들었다. 갑자기 토악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밖으로 나와서는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 남자다! 자신과 호텔에서 질펀하게 밤을 보낸 사람은 바로 신재현 대표였다!
그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만나기로 한 공 채희입니다.” 떨지 않으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떨려 나왔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채이의 얼굴을 보고는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채희는 그가 알아보지 못하기를 바라고 바랐지만, 그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가는 것을 보고 말았다. 못 알아볼 리가 만무했다. “공…. 채희?” 채희는 표정 변화 없이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가슴이 터질 듯이 두근두근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목소리를 내뱉었다.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채희를 바라보는 강해였다. “오랜만이에요, 선배.” 강해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린 후 묘한 웃음을 피워 올리며 한마디 던졌다. “이거…. 재미있네.” 그와는 오늘 첫 만남이 아니었다.
“그날 밤 아무 일 없었기를 바라는 거야?” 당연히 아무 일이 없었다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은호의 대답은 서연의 예상과는 빗나갔다.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뺨에서는 뜨거운 열감이 올라왔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거야?” “도서연.” 은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했다. “우리 더 이상 친구 아니야. 그때 분명히 말했을 텐데.” “그게 무슨 말이야?” “그날 우리 친구 관계 끝났다고.” 3년 전 그날, 우리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그리고. 메모 한 장을 남기고 소리소문 없이 떠났던 은호는 왜 또 서연을 흔드는걸까?
뭐야. 게슴츠레해진 눈으로 뒤를 돌아보니 그녀의 손이 태오의 슈트 모서리를 잡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술에 취한 여자의 힘이 이렇게 센지 오늘 처음 알았다. “이건…. 뭡니까?” “가지 마요….” “지금 나 잡는 겁니까?” 태오는 갑자기 마음이 이상했다. 가슴 한편에 묵직한 게 올라왔다. 갑자기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여자와 호텔 방에 들어와 있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랬는지도 몰랐다. 얼굴이 화끈거리자 자신도 모르게 몸이 달아올랐다. “나 잡은 거 책임질 수 있습니까?” 하지만 세영은 더 이상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건 아니다. 3년 동안 여자를 품어본 적 없는 태오였다. “키스…. 해줘요….” 지금 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세영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의 이성의 끈이 툭 하고 풀어졌다. “이건 차 실장이 먼저 시작한 겁니다.”
“제가 아는 사람과 너무 닮아서요.”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세정이었다. 그러나 지금 보니 얼굴은 똑같았지만, 분위기는 세정과 전혀 달랐다. “왼쪽 팔에 덴 흉터가 있습니까?” “네?” “왼쪽 팔에 흉터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해무의 단호한 어조에 설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팔에 덴 흉터만 있다면 틀림없이 세정이가 맞았다. 그렇다면 더 이상 발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왼쪽 팔 좀 보여 주시면 안 될까요?” “뭐라고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저는 꼭 확인하고 싶어서요.” 설희는 조금은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초면에 이런 부탁은 실례 아닌가요?” “만약 흉터가 없다면 이번 협약은 RK가 원하시는 대로 전부 해 드릴 겁니다. 약속합니다.” 해무는 분명 세정이 맞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가슴을 찌르는 듯 심장 박동이 심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때 설희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정말 저희가 원하는 대로 해주신다는 말인가요?” “네 뭐든지요.” 설희는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왼쪽 소매를 걷어 올렸다. 해무는 주먹을 꽉 쥐고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해무의 예상과는 다르게 왼쪽 팔에…… 흉터는 없었다! 너무나 깨끗한 피부였다. “보세요, 흉터는 전혀 없죠?”
그녀에게 희재는 개나 마찬가지였다. 채영은 희재를 처음 보자마자 첫 마디가 [쟤 나줘] 였다. -아빠 쟤 나 줘. -누굴 달라고? -쟤 얼굴 이쁜 애. 채영은 은숙 뒤에 숨어 있던 희재를 손끝으로 가리켰다. -뭐 하려고? -뭐긴 뭐야, 내 장난감 강아지지. 그때부터 희재는 채영의 친구라기보다는 언제든지 부르면 달려가는 장난감 강아지 같은 존재였다. 짖으라고 하면 짖어야 하는 개의 운명처럼 채영에게 희재는 한마디로 개였다. *** -대표님 오늘 잘래요? 그건 도발이었고 채영에 대한 복수였다. 만약 주강우와 같이 잤다는 걸 알면 너는 어떤 표정일까? 그 상상만으로도 희재는 채영에게 받은 모멸감을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었다. 처음으로 유채영, 네 것을 뺏어버렸다. 이제는 절대로 뺏기지 않을 거야. 절대로!
“우리 같이 잘래요?” 어떻게 호텔로 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그 남자에게 자자고 한 것은 분명했다. 남자가 부축해서 호텔 방까지 들어오기까지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유해랑, 너 미쳤어.” 해랑은 젖은 머리를 말릴 생각도 하지 않고 어젯밤을 기억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직도 다리 사이가 움직일 때마다 빠개질 듯한 통증이 느껴지고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했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더해줘요.” “처음이라 아플 텐데?” “그래도 좋아요, 좋다고요.” 생애 처음 원나잇이었다. 생각해보면 이건 해랑의 일생일대 완전히 미친 짓이었다.
연주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불이 꺼져 있는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연주는 우는 얼굴을 그에게 틀림없이 들켰을 것이었다. 겹쳐지는 서로의 몸이 열기로 인해 점점 달궈졌다. “하아. 오연주.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야한 거야.” “마음에 들어요?” “그럼 언제나 잠자리에서만큼은 최고였지.” 그의 말을 들으며 눈물이 두 뺨을 향해 흘러 내려오고 있었다. 불규칙한 숨소리에 점점 둘만의 시간이 곧 다가옴을 느끼고 있었다. “석진 씨.” “응?” “나랑 헤어져 줘요, 부탁이에요.” 금방이라도 핏줄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눈을 하고 그는 연주를 쳐다보았다. 그때 알았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그것이 그와의 마지막 관계였다.
“그런데 어쩌지.”진영의 목소리에서는 얼음장 같은 찬 기운이 서리어 드는 것이 한기가 들었다.“난 이런 식으로 아들을 갖는 게 싫거든.”“?”“어머니랑 당신은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거야.”윤아는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오억을 주면서까지 무리하게 자신을 집에 들인 것이 아니었던가.오로지 아들을 낳기 위해서 말이다.“당신도 아들을 낳아주겠다고 했다는 것 보니 제정신이 아니군.”날카로운 어조로 그 말을 뱉고는 휭하니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어디선가 찬바람이 휙 하고 부는 것 같았다.얼음장처럼 찬 공기만이 윤아를 감싸고 있었다.[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나랑 같이 자면 안 돼요?”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가 분명 이 밤을 함께 보내자고 애원하고 있었다. 비에 쫄딱 젖은 그녀의 블라우스가 상체에 딱 달라붙어 실루엣이 더욱 도드라졌다. 태윤은 블라우스와 살의 경계가 없는 그녀의 몸매에 시선을 빼앗겼다. 내내 무표정하던 그의 시선이 그녀를 본 순간 복잡하게 흔들렸다. 그의 눈길이 그녀에게 고정된 채 떨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묘하게 엉켰다. “지금 나랑 자자고 했어요?” 막상 태윤이 입을 떼자 윤서의 몸이 굳었다. 이 남자를 만나러 오면서 윤서는 결심했다. 오늘 밤 이 남자와 함께 밤을 보내리라. “오늘 밤, 같이 자요. 자고 싶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태윤의 마음속에서 그녀를 향한 욕망이 불씨처럼 타올랐다. 다른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면 윤서는 눈앞에 있는 태윤에게 자신의 처음을 주고 싶었다. 자신이 첫눈에 반한 남자였다. 그를 본 후로 단 한 번도 머릿속에서 잊어본 적이 없는 남자였다. 이미 부풀어 오른 감정을 인제는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가 점점 거리를 좁히며 다가오자, 마른침이 목구멍을 차고 넘어갔다. “나랑 자고 싶었다는 말이지.” 그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사이, 그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고 그 순간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호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그가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이며 거칠게 입술을 탐했다. 창밖으로는 어둠이 짙게 가라앉고 있었다.
그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만나기로 한 공 채희입니다.” 떨지 않으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떨려 나왔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채이의 얼굴을 보고는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채희는 그가 알아보지 못하기를 바라고 바랐지만, 그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가는 것을 보고 말았다. 못 알아볼 리가 만무했다. “공…. 채희?” 채희는 표정 변화 없이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가슴이 터질 듯이 두근두근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목소리를 내뱉었다.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채희를 바라보는 강해였다. “오랜만이에요, 선배.” 강해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린 후 묘한 웃음을 피워 올리며 한마디 던졌다. “이거…. 재미있네.” 그와는 오늘 첫 만남이 아니었다.
“회장님이 지금 손녀를 찾고 계십니다.” 손녀를… 찾고 있다고? 서리는 문에 몸을 더욱 밀착시키고 방문에다 귀를 바짝 세웠다. 자신도 모르게 다리가 후들거렸고 심장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만약 그 손녀가 자신이라면….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일어났다. 무조건 도하 그룹의 손녀는 ‘윤서리’ 꼭 자신이어야만 했다. *** “지금 우는 겁니까?” “아닙니다….”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지수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윤성의 눈초리가 한결 부드러워졌고 낮게 한숨을 쉬며 지수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비를 맞은 새처럼 애처롭게 떨고 있는 지수의 가녀린 어깨를 자신의 단단한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지수는 그렇게 윤성의 품에 갇혀 한참 동안 슬프게 울먹였다. “제 곁에는 이제 아무도 없어요… 이 세상에는 저 혼자뿐이라고요.” 겨우 입을 연 지수가 울부짖듯이 말을 토해냈다. 지수의 울부짖는 말들이 윤성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혔다. “왜 지수 씨가 혼자예요?” 흠뻑 젖은 눈으로 윤성을 바라보았다. “내가 있잖아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내가….”“?”“얼마나 찾았는지 알아?”“저를요?”강현우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렇게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이 꿈만 같은 사람.그의 낮은 음색이 또 한 번 울렸다.“당신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없어.”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뭘 해줄 수 없다는 건지.“그게…. 무슨 말이에요?”그의 낮은 음색이 해수의 귓가를 가득 울렸다.“내 여자로 살아.”“네?”“그렇게 하면 평생 부귀영화 누리게 해줄게.”그도 분명히 자신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어쩌면 그가 날 찾아 헤맨 것은 고백하고자 함이었을까?이제 심장이 쿵쿵 뛰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그녀의 얼굴이 또다시 새빨갛게 물이 들었다.하지만 곧 들려온 그다음 말은 해수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하지만…. 숨어 살아야 해. 평생.”[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우, 우리… 결혼을 약속했어요.” 애처롭게 떨리는 목소리. 어릴 적 빛바랜 약속에 기대 첫사랑인 차해성을 찾아갈 만큼 홍연서는 절박하게 매달려야 했다. “염치없지만… 돈을… 빌려 달라는 부탁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아버지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으니까. “이런 식으로 돈을 뜯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니 유감입니다.” 그러나, 실망으로 가득 찬 해성의 반응에 연서는 생채기로 가득한 가슴을 끌어안았다. 오랫동안 간직해 온 짝사랑의 멸시 어린 눈빛. 심지어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아버지는 혼수상태에 빠져들었고 연서는 모든 희망을 내려놓은 채 죽음을 선택하려 했다. “홍연서 씨. 우리 결혼합시다.” “결혼…이요?” “결혼 의뢰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갑작스런 해성의, “홍연서 씨, 나랑 결혼해서 딸을 낳아 줘요.” 결혼 의뢰가 아니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