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네덕에
니네덕에
평균평점
적당한 회사 생활

‘열심히 하는 척하면서 대충 살자’가 좌우명인 신입 사원 이동수와월요일 아침 6시 20분부터 일요일 저녁 10시 50분까지 완벽하게 스케줄을 짜놓는워커홀릭 박대식 팀장의 위험한 거래가 시작된다.**“잠깐 모이세요.”팀장의 잠깐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잠깐과 달라서 기본이 한 시간이었고,“저번 회의 때 결정된 아이템을 담당할 사람이 필요해요.”게임에서와 달리 회사에서의 아이템은 갖고 있으면 체력, 정신력,심지어 수명까지 줄어드니 당연히 아무도 가지고 싶어 하지 않았으며,“동수 씨가 해 보죠.”나는 개명을 하고 싶었다.“찍혔네.”“뭘요.”“그거 팀장한테 찍힌 거라고요.”그날 저녁 나는 앞다리 살로 김치찌개를 끓이며 복수를 다짐했다.계획은 간단했다. 맡은 일을 교묘하게 망쳐 팀장이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들자.“다들 바쁘니까 컨펌은 저한테 바로 받으세요.”“네?”그리고 팀장은 이참에 나를 스트레스사로 보내버리려는 것이 확실했다.

1201호, 1203호

#현대물 #친구>연인 #조신남 #다정남 #상처남 #짝사랑남 #순정남 #존댓말남 #연하남 #평범녀 #능력녀 #사이다녀 #능글녀 #무심녀 #로맨틱코미디퇴사한 지 수개월째인 정애.간만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같은 오피스텔에 사는 한 남자와 우연히 얼굴을 트게 된다.“이거 분리수거 안 되는 스티로폼인데요.”분리수거라면 모르는 게 없을 것 같은 그 남자와 마주치고, 또 마주치는데.흡연 구역에서도, 편의점 앞 노상 테이블에서도, 심지어는 우연히 들른 전 회사에서도.“두 달 안에 이정수 씨가 회사를 관둔다에 만 원 걸죠.”“그럼 저는 두 달 안에 최정애 씨가 복직한다에 오만 원 걸면 될까요.”이쯤 되면 전생에 무슨 연인 게 아니었을까 싶다.이상한 내기와 시시콜콜한 얘기, 맥주 몇 캔을 같이 마시며이웃에서 친구로, 친구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가장 친한 친구이면서 연인이 되는 두 남녀의 이야기.* * *“심각한 건 아니고요.”1202호 앞에서 이정수가 더없이 심각한 얼굴로,“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가 정애 씨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요. 말은 해야 될 것 같아서.”그러더니 짐을 내려놓고 먼저 들어가 보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가 버렸던 것이다.그 뒷모습을 보는데 뜬금없이 뒤통수가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문제는 그것뿐이었다.

의리 빼면 시체

동갑, 같은 아파트 주민, 어릴 적 같은 복싱장에 다님, 수학을 못함. 최정연과 박선후의 공통점은 단 네 가지뿐이다. 사람 사이에 신의를 중시하는 무심한 최정연과 그런 최정연과 얽히고 싶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휘말리는 박선후.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두 사람은 사귄다는 오해까지 받게 되는데. 사귄다는 오해를 종식시키고자 복싱 스파링까지 뜨면서, 박선후는 ‘동중고 훈남’에서 ‘일미분식 원빈’을 거쳐 ‘잘생긴 한 방 감’이 된다. 이미지를 버려서라도 사귄다는 오해를 풀 수 있어 다행이라고 여겼는데……. 어느 날, 마음에 이상한 바람이 분다. 망했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이건 맞는 것 같아. 진짜 최정연을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사귄다는 소문에 진지하게 스파링을 뜰 만큼 나를 질색하는 최정연을, 그러니까 하필이면 얘를…….

동네 맛집

와, 여기 자주 와야겠네요, 라는 별로 달갑지 않은 칭찬을 듣게 됐다.  그 칭찬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한 달 전, 내 반찬가게 바로 옆으로 들어선 대형 레스토랑의 주인이 바로 그 새끼라서였다. 이 동네 가게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았고 그래서 다들 사이좋게 고만고만한 수입으로 살아가던 와중이었는데 그 레스토랑이 생겼다. 그것도 꽤나 고급, 2층짜리인 데다가 ‘쟝’이라는 희한한 간판까지. 동네 상권 사람들이 술렁인 것은 당연했다. 근데 생각했던 것보다 착하네, 라는 두성이의 말에 반박할 거리가 없었다. 그랬다. 오늘 아침 먼저 인사를 건넨 것도, 열쇠를 찾아 준 것도, 내 반찬에 대해 호평을 해 준 것도 그동안의 소문과는 다른 행동들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 새끼, 즉 김종식이는 거만하기 짝이 없어 이 동네의 그 어떤 가게도 자신의 적수가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머지않아 자신이 이 동네를 접수할 것이라는, 그런 오만방자한 생각을 품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능력 있어 뵈는 놈이 그 따위 시답잖은 생각(동네 접수)을 하고 있을 것 같진 않았다. 나는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새로운 이웃, 그러니까 나랑 비슷한 나이 대에 내 가게보다 열 배는 더 커 보이는 고급 레스토랑의 사장이 된 김종식이를 한번 친구로 삼아 보자고. “진짜 너무너무 좋아해서 묻는 건데요.” 김종식이는 두성이가 말을 반 토막을 내든 세 토막을 내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나를 가리키며 이렇게 물었다.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다가. “비결이 뭐예요.” “뭐요.” “반찬요.” “예?” “뭔데요.” 나는 방금 김종식이가 말한 반찬이 내 반찬을 지칭하는 게 맞는지 잠깐 생각하다가, 그냥 이렇게 답했다. “……재능?”

티쳐쓰

어느 춘곤증이 몰아치는 4월, 나는 자리에 엎드려 자기 위해 옆자리 김종배 선생님에게 당당히 요구했다. “김 선생님, 선풍기 좀.” “아, ‘강’으로 틀까요?” “아뇨, 꺼 주세요.” “네.” 그러더니 끄고 나서 바로 에어컨을 틀더라. “김 선생님. 펜 좀 빌릴 수 있을까요?” “? 네.” 그에 대한 보답으로 5교시 수업 시작 전에 몰래 볼펜심만 빼서 돌려줬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바로 품속에서 멀쩡한 펜이 가득 든 필통을 꺼내놓는 선생님은 확실히 여간내기가 아니었지만. “좀 좋아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뭘요.” “제가 선생님 좋아해서 이러시는 거잖아요, 지금.” “……?” 설마 깜빡이도 켜지 않고 키스를 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물론 그보다 더욱 생각도 못 했던 건 바로 내가 그 손길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상 여자고등학교 1학년 물리 김종배와 사회문화 박진우의 학교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