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표정 짓지 마. 모르고 시작한 거 아니잖아? 난 분명히 말했어. 너에게. 내가 널 배신한 것처럼 날 보지 말란 말이야.”그저 그런 여자였다. 모든 것이 적당한.하지만 웃는 모습이 참 예뻤다.그 웃음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그 웃음이 그를 두고 떠나간 어머니를 닮아서.그 해사한 웃음이 다른 곳을 향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져버렸다.‘그냥 물어볼래. 꼭 물어볼래. 정말 이렇게 끝내도 그 사람은 아무런 상관없는지.’그가 참 좋다.모든 시선들이 언제나 그를 향해 있을 때, 그녀의 시선도 꽂혔다.하지만 언제나 그에게 부족하다.차갑고 도도한 그 남자에게 늘 부족하다.그토록 사랑했었다. 하지만 이젠 그를 놔야한다.내 가슴이 찢어지고 모든 것이 한 순간의 꿈만 같다.그렇게 놔 버린 것이 무엇인지 언젠가는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고는 싶지만, 온몸의 세포가 절규한다.“저예요. 만나고 싶어요. 지금 당장.”이미 그의 숨결에 갇혀버린 노예라고.<[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네 번의 우연은 유통기한 99년 36,135일. 어디선가 낮고 깊은 소리에 휘감기자 혼이 쏙 빠지는 것 같았다.“아, 정말 완벽한 꿈이야.”꿈이지만 너무 완벽한 여운조차도 혼이 나갈 정도로 좋았다.“정말 완벽했어.”서서히 몸의 열기가 가시는 것 같았다. 몸이 이젠 한결 편안해졌다 생각하며 채은은 흡족하게 미소를 지었고, 그 황홀했던 꿈에서 나와 깊은 잠 속으로 기꺼이 들어갔다. 꿈결에 몸을 기댈 수 있는 온기를 찾고 참으로 흡족하여 슬그머니 웃다가.‘이건…….’뭔가 이상한 예감이.[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귀하신 몸 단후를 지키기 위해 키워진 호위 무린.그러나 수틀리면 그 귀하신 몸 볼기짝을 수시로 때리기도 했는데,고작 13년의 시간이 지났다고 달라졌을까?“두려워 마십시오. 제가 있습니다. 제가 지켜드릴 것입니다.”단후의 유일한 호위, 무린. 그가 죽었다.그런데 제 눈 앞에서 잃은 그가 돌아왔다.“무린아. 너 무린이지? 너 무린이 아니더냐! 무린아!”단후는 그녀를 꼭 안았다.13년 만에 비로소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무린아, 너, 너……. 지금 내가 본 게 무엇이더냐?”그러나 순식간에 그 미소가 얼어붙었다.사내였을 그의 호위에게 이상한 것이 있었다.“…….”‘사내에게 가슴이 있어. 사내인 무린에게 가슴이…….’<[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난 너에게 꽂혔어. 내가 원하는 건 너라고.”“내가 갈까?”“올 테면 빨리 와. 내 마음 바뀌기 전에. 지금 당장.”꿈이 아니야. 꿈이 아니라고.신여름은 본능적으로 알아버렸다.자신에게 녀석의 흔적이 영원히 남게 되리라는 것을.그럼에도 강미노를 버렸다.각자 가는 길이 달라서 우리 두 사람에게 미래가 없었다. 차라리 떼를 써. 날 책임지겠다고 해. 그러나 미노는 그러지 않았다.“그만 나가줄래?” 그래서 여름은 매몰차게 미노를 버렸다.미노는 순순히 버려졌다.어둡고 어쩐지 위험한 눈빛으로.<[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눈송이가 붉은 꽃잎 같이 스며든 그날,어리야. 기억하느냐?안 돼!아무리 고개를 흔들어보아도여기. 딱 여기, 언젠가 이럴 수밖에 없는 날이 온다면 조금도 빗나가지 않게 단 번에.너를 믿는다.너를 사무치게 사모한다.세자가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천천히 끌어당겨 안았다.아무리 버둥거려도 소용이 없다.여전히 검 끝이 세자의 가슴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가서 네 할 일을 해, 어리야.세자가 검 자루를 쥔 손으로 와락 당겨 안았다.세자가 무너진, 소복이 쌓인 눈 위로 검은 핏물이 번져나간다.내 정인의 피가.“가자, 어미에게 데려다 주마.”넌 내 손으로 끝장을 내어주마.그를 한 번 쯤 돌아봐도 좋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사무치게 사모한다는, 마지막 한 마디 한 마디를 곱씹고 또 곱씹을 뿐.바람이 분다. 그 바람에 나풀나풀 붉은 꽃잎이 날린다.저하, 은애하옵니다, 사무치도록.<[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그날 밤,단아의 영혼에 황금빛 열망이 점령한 그 순간,흐릿한 의식 너머 들리던 그 노래,단아의 집착을 일깨운 그 노래.황금빛 불꽃은 몸 깊숙이 그 밤의 열정만 남기고 떠났다.꿈이었을까? 차라리 꿈이길 바라.그날 밤은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일탈이니까.명준의 영혼은 언제나 고독했고 홀로 떠돌았다.그의 영혼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물질에 찌들었다.명준을 뒤덮은 검은 그림자, 그를 향해 다가온 은밀한 미끼,미끼는 명준의 상상보다 더 매혹적이었다.그냥 당하고 말자. Eat my tongue.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은단아라는 중독 앞에서는 한낱 미약한 꿈틀거림에 불과했으니.<[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