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이현
주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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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에게 죄가 있다면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에 괴로워하고, 몸부림칠 수도 없는 현실에 절망하고, 사랑을 갈망하는 것조차 죄가 되는…… 강욱과 은성의 이야기.되돌릴 수 없는 시간 때문에 괴로워한 적 있나? 그 시간들을 반추하고, 반추하며,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느낀 적 있나? 내 피가 마르고, 뼈가 갈리는 한이 있어도, 한 번만, 딱 한 번만 그날, 그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이 목숨 따위 다 내던져 버려도 하나도 아까울 것이 없을 것 같은, 그런 절망을 느껴본 적 있나? - 이강욱

나를 팔다

[15세 개정판]상처가 많은 남자, 사랑을 믿지 않는 한 남자에게 어느 날 운명 같은 사랑이 날아들었다. 거부하려 해도 부정하려 해도 이상하게 자꾸만 그 여자에게 눈길이 간다.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지독한 욕망들, 주체할 수 없는 집착과 광기.한 남자의 처절한 질주, 그것은 과연 사랑이었을까?늪에 빠졌다. 온통 썩은 내가 진동하는 시궁창 같은 늪 속에 빠졌다. 허우적거릴수록 몸은 더욱 처참하게 빨려 들어갔다. 악귀다. 늪 속에 서식하는 악귀의 소행이다. 버둥거리고 네굽질 쳐도 발목에 휘감긴 악귀의 손아귀는 치렁치렁한 머리채가 휘감기듯 악착같이 엉겨 붙고 있었다.떨쳐내고 싶다. 이제는 좀 모른 척 외면하고 싶었다. 그게 기억이든 환영이든 제 마음에 응어리진 죄책감이든. 그러나 숙주에 빌붙은 기생 생물의 발악처럼 머릿속에 단단히 똬리 튼 굳어 든 관념들은 도무지 떨쳐내 지질 않았다. 제 몸에 흡충의 빨판을 붙이고 생기가 다 빠져나갈 때까지 모지락스럽게 생피를 빨아대고만 있었다. 저 멀리 불빛이 보인다. 온통 부패하고 타락하고 악취만 가득한 이 질척한 공간 너머에서 희미하게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수줍게 떨리고 있는 그 빛을 잡아채고 싶었다. 썩은 내가 진동하는 이 더러운 몸뚱이를 그 밝음으로 정화시키고 싶었다. 가지고 싶었다. 마음껏 취하고 욕심껏 삼키고 싶었다. 때론 무참히 짓밟아 파괴해버리고 싶기도 했다. 언제나 공존하는 위태로운 배면의 마음. 주체할 수 없는 집착과 광기.시간이 갈수록 더욱 거대해져만 가는 스스로의 감정이 점점 두려워진다. 그러나 저지할 방법이 없다. 이미 중독은 시작이 되었다.이 어둠 속에서, 이 참혹한 현실 속에서 구원해 준다면, 한 번만 더 손을 내밀어 준다면, 기꺼이 그 발치에 미물처럼 엎드릴 것이다. 벌레처럼 짓밟힌대도 웃을 것이다. 시궁창 같은 이 늪에서 건져내 주기만 한다면...<나를 팔다> 본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