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는 햇빛을 보면 타버린다느니 밤에만 활동할 수 있다느니. 사람들은 뱀파이어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건 맞췄지만. 사람들이 또 하나 오해하는 사실이 있는데 뱀파이어들은 꼭 목만 물지는 않았다. 여린 살결의 손목을 더 선호한다. 요즘 대세는 뭐니 뭐니 해도 손목이지. 로헨은 헤론의 가느다란 손목을 응시했다. 헤론은 정말 물고 싶은 손목을 가졌다. 따지고 보면 말랑해 보이는 귓불도 그렇고 깨끗하게 내려오는 목선도 그렇고 매끈한 다리에서 이어지는 가는 발목을 보아도 그러했다. 어느 한 군데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헤론 너에게 단내가 나. 정말 무서울 정도로.
네가 있는 아침, 그곳에서 나는 너를…피아니스트를 꿈꾸는 고등학생 이우주는 가녀린 몸과 곱상한 얼굴을 소유한 병약한 남자아이. 같은 반 정한을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떨리는 우주는 급기야 정한과 기숙사 룸메이트가 된다. 자신의 마음을 애써 부정하며 살려는 그에게 정한은 알 듯 모를 듯 묘한 행동들을 보이는데….한편 우주에게는 남다른 능력이 있다. 남들이 보면 기면증이라고 할 수도 있고 발작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우주는 그것을 ‘슬로우 모션’이라는 능력이라 생각하는데…우주의 정한을 향한 마음과 그의 기묘한 초능력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울지 마.”“….”“내 소중한 사람이 울면 당연히 싫잖아.”“…응.”아니었지만 아닌 만큼 위로가 되었다. 적어도 나는 다른 애들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나는 한이에게 소중한 존재였으니까. 가슴 안에서부터 뭔가가 끓어올랐다. 부글부글 끓는 것보다 조용히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아, 이게 뜨거운 거구나. 이런 게 바로 따뜻한 거구나…. 고마워, 한아. 고마운 만큼 네가 너무 좋아, 정한.
* 이 작품은 <불꽃놀이>의 15세 개정판입니다. 막 전역한 복학생 최이현은 수강신청 때 무작정 끼워 넣은 교양 수업에 들어간다. 알고 보니 인기 절정이라는 그 강의의 이름은 ‘연애와 결혼’. “무작위로 커플을 이루어서 연애를 합니다. 남자들이 훨씬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남남 커플도 나오겠어요.” 여자친구 만드는 데 별로 관심도 없고 강의에 흥미도 없던 이현에게, 짝이 되었다며 다가와 번호를 물어 오는 한 남자. 그는 부드러운 미소에 잘난 얼굴, 똑똑한 머리, 플러스로 짱짱한 배경까지 가지고 있는 교내 스타 이현우 선배였다. “…음, 선배는 남자답고 멋있으니까 남친 하고 나는 귀여우니까 여친 할게요.” 가상 연애로 인해 두 사람은 서서히 서로에게 가까워지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