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람
토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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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키스

12년. 그 긴 시간 그저 친구였다.생겼다 사라지고 다가왔다 떠나는 사람들 사이로여전히 내 곁을 지키고 걱정해주던 단 한 사람.고백하고 싶다.너를 사랑한다고.너는 내게 언제나 여자였다고.[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솔직하지 못하게

한해의 막바지인 12월 24일.웹디자이너인 수경은 고이 모셔만 두었던연차를 다 찾아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그곳 부산에서 전학생이었던 인혁을 다시 만나게 된다.머리를 부딪치는 바람에 다시 열아홉의 기억으로 돌아가 버린 스물일곱의 주인혁을. -본문 중에서-“……내내 상상했었어.”반쯤 잠긴 목소리로 인혁이 속삭였다. “저 손을 잡으면 어떤 기분일까.” 입꼬리가 위로 끌어올려지고 그의 입가에 비웃는 듯한 표정이 나타났다. 상대를 비웃는 것인지 스스로에 대한 조소인지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의 미소였다. “널 볼 때마다 계속.”그에게 붙잡힌 손목이 뜨거웠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잡힌 손목을 빼내려 힘을 썼지만 그럴수록 커다란 손이 여린 살갗을 더욱 옥죌 뿐이었다. [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심장을 부수다

“잘 지낸 모양이네.”“누가 그래? 내가 잘 지냈다고.”가슴 언저리로 울컥 슬픔 같은 것이 스쳐지나갔다. “……그리웠어.”한때 모든 것을 다해 사랑했던 남자. 8년이 지난 후 태혁이 다시 희연의 삶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심장을 부숴버리고 싶었다. 비록 그 때문에 내 마음이 산산조각 날 지라도.[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탐닉

그는 내게 말했다. 자신은 떠날 사람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나와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는 걸.나는 호텔 바의 7년차 바텐더였고 그는 유명한 영화감독이었다. 우리 사이의 접점은 죽은 내 여동생밖에 없었다. -본문 중에서“나는 2년 전, 화영 씨의 동생과 함께 작업을 했던 영화감독입니다.”“…….”“……유고 작 말입니다.”“……탐닉 말이에요?”“압니까?”내가 가진 동생에 관한 가장 뚜렷한 기억은 소란한 사고 기사였다. 나는 그 사고에 대한 기사는 다 기억하고 있었다. 2년 전의 사고 당시에 동생은 ‘탐닉’이라는 영화의 주연을 맡고 있었다. 영화가 완성이 되었다면 동생에게는 첫 주연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알아요.”하지만 동생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아, 아는군요.”내가 동생의 작품을 안다는 게 남자를 기쁘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남자가 기쁠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용건이 있어 오신 건가요?”손해배상 청구라도 하려는 건가? 의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능력이 없다는 건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 이 잘생긴 남자의 얼굴에다 내 잔고가 텅텅 빈 통장을 집어 던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남자는 고민이라도 하듯 말을 끌었다. 나는 남자의 선이 뚜렷한 입술에 시선과 신경을 곤두세웠다.‘키스를 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순간 미친 욕망의 화신 같은 생각이 멋대로 머리에 떠올랐다. 미숙 언니 때문이야. 나는 애꿎은 사람을 원망했다.“한 가지 제의를 하려는데.”“제의……요?”순식간에 온갖 제의들이 머릿속에 꽉 들어찼다. 하지만 남자가 말한 제의는 내 허무맹랑한 상상 속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이었다. [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