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서는 15금 이용가입니다.]지금껏 순수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떠오르는 것은 정결한 흰색이나 우유처럼 부드러운 빛이었다.사사로운 욕심이나 못된 생각이 섞이지 않은,다른 무엇은 조금도 섞이지 않은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었기에순수라는 것은 선에 더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다른 것이 섞여 들 티끌만큼의 공백도 허용하지 않으며그 자체로 존재할 뿐 자신을 간직한 사람도, 상대의 순수에 빠져든 사람도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순수는 그만큼 강렬한 맹목이기도 하다.맹목이기에 빠져든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오롯이 스스로의 몫이다.그 모양이 어떤 것이건, 그 감정이 어떤 것이건 간에.무엇도 책임지지 않으며 처절하고 서글플 수도 있기에순수는 마냥 희고 부드러운 색만은 아니다.때론 강렬한 적색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백 년 동안 수많은 주변 열국들을 지배하던 주제국. 열국 중 하나로 단이라는 이름의 큰 강을 끼고 있는 덕분에 제국의 비호를 받으며 무역으로 부를 쌓은 모수국. 모수국의 첫째 공주인 서연은 십여 년 전 폐비당하고 죽은 자신의 생모를 죽게 만든 사람이 이제껏 어머니라 부르며 따랐던 계비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침 매년 이루어진 친선 유람을 명목으로, 모수국을 찾은 손님이 있는데.“공주의 제안에 응하겠습니다.”“공주와 혼인하겠다, 말씀드렸습니다.”벽비리국의 왕세자 태하. “우리 황실에서는 강한 자가 모든 걸 갖는다오.”“나는 공주 같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건 세자가 아니라 나라고 생각하오.”주제국의 황자 서건.서연은 두 사람을 이용하여 어머니의 복수를 하려고 한다.하지만 언제나 자신을 도와주고 구해주는 태하에게 마음이 더 끌리는데….“달은 별 주위를 배회하지 않습니다. 그건 별이 하는 일이지.”“…….”“어쩌면 애초에 나의 항로가 당신에게 향하는 것일지도 모르지요.”“…….”“별이 달을 어떻게 잊겠습니까.”
*이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콘텐츠입니다.* 키워드 : 가상시대물, 동양풍, 궁정로맨스, 첫사랑, 능력남, 사이다남, 다정남, 절륜남, 상처남, 순정남, 카리스마남, 연하남, 사이다녀, 순정녀, 동정녀, 외유내강, 왕족/귀족, 시월드, 권선징악, 이야기중심“방금 내가 정했다.”짧았던 첫 만남만으로내정자를 뒤로하고 초연을 황태자비로 간택한 태.그렇게 황태자비가 된 초연은북방으로 떠나간 태를 독수공방하며 기다린다.그러나 3년 만에 다시 만난 태는초연이 기억하던 소년의 모습과 달리다부지고 관능적인 청년이 되어 있었다.“내가 돌아와서 기뻐?”달라진 그의 모습에 적응하기도 전에욕망을 표출하듯 뻗는 그의 손길을초연은 벅차하면서도 기쁘게 받아들인다.한편 자리를 비웠던 태를 대신하여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안옥공주는태자비를 차지하고 있는 초연을 눈엣가시로 여겨그녀를 폐비시킬 속셈을 꾸미는데…….
사랑이 네가 나를 품은 모양인 줄 알았다면 그것을 미워하지 않았을 것을.황실을 파멸시킬 뻔했던 반란.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 간 반란은 황제와 반역자가 한 여인을 두고 사랑했기 때문이다.아버지인 황제가 사랑을 빌미로 불러온 참화로 인해 사랑을 혐오하던 황태자 자안타.황제의 회복을 위해 제국 남쪽의 아름다운 땅 남섬부주로 피접을 나갔다가 그곳의 영주이자 공신의 딸인 내은비와 만난다.순수하지 않았다면 그냥 두었을 것이나 순수한 사람이었기에 자안타는 내은비를 이용하기로 한다.자기를 사랑하라는 암시를 걸어서.순수한 여인이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할 것이다.사랑하라 걸어 둔 암시는 쓸모가 다하면 깨주면 된다.미처 소탕하지 못한 반역의 잔당들이 도처에 숨어 있고 언제 어디서 누가 다시 황실을 공격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거짓 없이 행동하게 만들자면 모순적이게도 사랑이 최선이었다.본인의 사랑이 암시로 인해 싹튼 것인지도 모르고 헌신하고 노력하는 내은비로 인해 자안타는 전쟁의 상흔을 많이 지우고 오랜만의 평안함을 느꼈으나 거기까지였을 뿐, 그에게 사랑은 인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사랑은 감정놀음이다.암시였으니 깨 버리면 더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니 나는 잊어버리고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기를.하지만 자안타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암시를 깨 주었음에도 내은비의 마음속에 뿌리내린 사랑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3년 후,자안타는 내은비를 완전히 잊기 위해 애썼지만황제의 변덕으로 인해 남섬부주에도 후궁 간택령이 내려지고.내은비는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망설임 없이 도성으로 떠난다.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자안타에 대한 마음 하나로.* * *사랑은 그냥 음욕이다.머리가 돌아서 미친 짓을 벌이게 만드는 실체도 가치도 없는 감정.그것이 자안타가 정의 내린 사랑이다. 그는 절대 사랑을 자기 인생에 들일 생각이 없었다.누구를 사랑하지도 않을 것이고 자신을 사랑할 누군가도 바라지 않는다.지금은 단지 필요할 뿐이다.“네가 어떻게 될 줄 알고?”어쩌면 내은비는 다칠 것이다. 휘말리는 일에 따라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지.“참을 수 있어요.”무모하게 이르는 내은비의 말에 자안타는 쓴웃음처럼 보이는 미소를 머금었다.그게 이 여자의 사랑인가? 인내하는 거? 무엇이든 전부 다?“넌 네가 말하는 게 뭔지 모른다.”굳은살 박인 손이 상기된 뺨을 쓰다듬자 내은비는 자기도 모르게 그의 손에 얼굴을 기댔다.“내가 널 파괴해도 괜찮다고?”단정한 입술 사이로 가라앉은 목소리가 짓씹어진 쇳조각처럼 샜다.내은비는 고개를 끄덕였다.(고원희 작가: ganzosanz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