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램
진램
평균평점 3.38
가이드의 조건

다섯 살, 가이드로 판정받은 이후 스물 여덟이 될 때까지 자신의 에스퍼를 찾지 못했던 최태훈은 어느 날 동생의 부탁으로 간 톱스타 지관영의 사인회에서 그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데……. “역시 최태훈 당신 입에서 먼저 하자는 말이 나오게 만들어야겠습니다.”가이드의 얼굴이 뒤늦게 새빨갛게 익었다. 그렇지 않아도 같은 사내에게 안겼다는 사실을 센터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것도 민망하고 부끄러워 죽겠는데……뭐, 울며 매달려? 몸이랑 머리가 따로 놀아? 최태훈은 지난밤 저를 안았던 사내에게서 휙 떨어지며 바득바득 소리를 질렀다. 살짝 갈라져 있는 자신의 목소리에 발갛게 익으면서도 도저히 소리를 안 지르고는 버틸 수 없었다.“전 말입니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게이는 안 될 겁니다!”“얼마든지 그러세요.”“우린 필요 때문에 하는 겁니다! 지관영 씨 당신이 에스퍼고! 제가 가이드니까!” “네에.”지관영은 근사한 미소를 입에 걸었다. 최태훈은 빨갛게 익은 채로 이를 악물고 뻔뻔한 웃음을 짓고 있는 사내를 노려보았다. 그의 이름이 새겨진 등이 화끈거렸다.[개정판]

나이트를 잡는 방법

이연우와 임태호는 그 누구보다 좋은 선후배 관계다. 앞으로도 늘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후배, 아니 알파 이연우가 ‘베타’ 임태호의 비밀을 알기 전까지는. “선배.”“으, 응?”임태호는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흠칫 떨며 대답했다.신경 쓰이는 게 너무 많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로는 처음 보는 것 같은 잠에서 막 깬 얼굴의 후배도, 간질간질한 숨이 닿는 거리도, 서로 피부가 닿는 부끄러운 감촉도,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 말한 것도 아닌 어제의 해명도.늘 다정한 온기를 품고 있던 연갈색 눈동자가 가로로 느긋하게 휘었다. 그건 조금 비현실적일 정도로 나른하고 또 근사해서, 태호는 잠시 그 모습에 멍하게 시선을 빼앗겼다. 약간 헝클어진 머리를 한 채로 자신의 침대에 느슨하게 누워 있는 사람이 그 이연우라는 게 새삼 실감 나기도 했다.하얗고 긴 손가락이 어설프게 이불을 쥐고 있던 통통한 손가락 위를 마치 깃털처럼 살살 건드리자, 태호의 동그란 어깨가 저절로 튕기듯 떨렸다.“형이라고 불러도 돼요?”“…….”“안 돼?”세상에서 가장 근사하고 또 예쁘다고 생각했던 후배의 낯선 말투였다.임태호는 눈을 느리게 깜박이다가 조금은 얼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힐, 힐, 힐!
3.38 (4)

*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재편집한 콘텐츠입니다.개강 첫날.고신재는 개강 총회를 맞아 끌려온 술집에서 옆 테이블의 넋두리를 귀에 담는다.“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그러니까 소개팅 못 해.”만나 본 적도 없는 게임 친구의 목소리가 너무 좋다고.자기에게 웃어 주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는.조금은 독특하고, 고신재가 듣기에는 한심하기 그지없는.“……그런데 걔는 내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하나도 안 궁금할까?5년이잖아. 5년인데…….”그냥 웃고 넘길 옆자리의 취중 고백이 조금 이상하다.저 술 취한 남자가 좋아하는 사람이 어쩐지, 나인 것 같다.

사랑하는 나의 악인에게

※본 작품은 동일한 작품명으로 15세 이용가와 19세 이용가를 구분하여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연령별 기준에 맞추어 삭제 혹은 수정된 부분이 있으므로 구매에 참고를 부탁드립니다. 뿌리 없이 표류하는 삶을 살던 수현을 한국 땅에 묶어 둔 다정한 속박, 이교한. 그는 무채색 수현의 일상을 온통 총천연색으로 바꾼 완벽한 애인이다. 유기견 센터에서 만나 그린 듯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었지만 사귄 지 5년 되는 해. 그들은 서로에게 행했던 모든 기만과 마주한다. 평범한 미술관 큐레이터가 아닌 비밀 정보 단체 ‘백우’의 요원인 이교한. 느림보 번역가가 아닌 청부업자 에이프릴 고스트, 속칭 ‘4월 유령’ 김수현. 모종의 음모가 교한의 주위를 맴도는 걸 알게 된 지금. 수현은 선택해야만 했다. 애인으로 남아 그의 위험이 될지 타인이 되어 그를 안전하게 할지. 고민 없이 선택한 결과에 따라, 이제 수현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상처 입혀야 한다. 그를 위해 죽을 각오는 했어도 헤어질 각오는 해 본 적 없는 상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