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의 사촌이자 왕실 근위대 사령관이기도 한 클라우드 공작 이안은 이복동생 메를린에게 품어서는 안 될 마음을 품고 있다가 들킨 후 메를린이 집을 나가 버리자 주위와 담을 쌓고 고독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다못한 그의 숙부는 이안의 먼 친척뻘 되는 몰락한 시골 귀족 출신의 고아 시엘을 그에게 보내 말상대라도 하게 하려고 한다. 먼 친척이라고는 해도 남이나 다름없는 시엘은 공작가에 와서 이안의 시중을 드는 시종으로 일하게 되지만, 저택에 도착한 첫날부터 왕세자와 함께 있는 이안 앞에서 실수를 저질러 크게 야단을 맞고 만다. 그 후로도 시엘은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안으로부터 온갖 구박과 설움을 당하지만, 막상 시엘은 그런 이안이 왠지 싫지 않다. 이안은 강아지처럼 자신을 따라다니는 시엘이 이유 모르게 계속 신경에 거슬리던 차에 홧김에 시엘을 겁탈하게 되고, 그후 시엘에게 끌리는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몸뿐인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집을 나갔던 메를린이 돌아오면서 둘의 위태롭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데...... 시대물, 서양풍, 왕족/귀족, 할리킹, 첫사랑, 재회, 애증, 신분차이, 나이차이, 미인공, 강공, 냉혈공, 집착공, 후회공, 미인수, 순진수, 소심수, 헌신수, 순정수, 상처수, 병약수, 시리어스물, 피폐물, 사건물, 애절물, 3인칭시점
「저는, 꽃 같은 사람이 좋습니다. 형님.」 800년간 휴가 한번 없이 근속한 명계의 워커홀릭, 저승차사 차설영. 어느 날, 한 남자 아이돌의 혼을 명계로 데려가기 위해 인간계로 내려온 그는 충동적으로 첫 휴가를 결심한다. 본디 저승차사의 휴가란, 원래의 수명이 다하기 전 목숨을 끊은 이들의 몸에 들어가 그들의 남은 인생을 대신 누리는 것. 명을 다한 남자 아이돌 청년의 비실비실하긴 하지만 남 부러울 것 없는 '꽃 같은' 외모에 잠시 마음이 끌린 것도 잠시, 빙의한 청년 민서준의 인생은 기획사 사장이며 어머니며 주변 사람들은 죄다 개차반이라 10억이나 빚을 지며 있는 대로 호구잡혀 살며 욕만 배부르게 먹던 망돌 보컬인 데다, 앞으로 남은 수명도 1년뿐이었다. 게다가 기획사 사장의 강요로 재벌 회장의 스폰을 받기 위해 접대를 가야 하게 된 설영. 실은 재벌 회장의 정체는 꿀맛 같은 휴가를 즐기고 있던 후배 저승차사 혜강이었다?! 설영이 쾌재를 부르며 회장에 빙의한 후배의 조공을 받아 편하게 살아 보려 한 순간, 재벌 회장 이창석의 호랑이 아들 이태검이 등장하며 설영의 탄탄했던 휴가 계획은 물 건너가게 되는데......
A급 에스퍼로 적당히,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는 르노어의 앞에 S급 가이드 레이븐이 나타난다. 어떤 에스퍼와도 매칭률 10%가 넘지 않았다던 레이븐은 보란 듯이 르노어와 98.7% 매칭률을 선보이며 르노어의 전담가이드가 된다. 르노어는 그런 레이븐을 마땅치 않아 하던 중, B급 몬스터 토벌을 가볍게 나갔다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고 크게 다치게 된다. 폭주 직전이 된 르노어에게 레이븐은 묘한 말을 흘린다. 그제야 르노어는 레이븐이 과거에 자신이 구했던 소년이었으며, 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넌, 진짜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네?” 레이븐이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일순 르노어의 창백한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게, 무슨 뜻이지?” 되묻는 르노어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자신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기시감을, 위화감을 고스란히 들킨 것만 같았다.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들은 기분이었다. “이것 봐. 난 너에 관한 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기억하는데, 넌 전부 잊어버렸잖아. 아! 불공평해.” “지금 무슨 소리를……. 내가 잊어버렸다니?” “조금 서운해지려고 하네, 어쩌지?” 싱글거리는 얼굴로 서운하다고 지껄이는 그의 말을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내가 저 애송이를 잊어버렸다고? 그럴 리가 없다. 저토록 눈에 띄는 생김새를 기억하지 못할 리도 없었고, 독특한 보석 같은 눈동자를 잊어버렸을 리도 없었다. 그런데 애송이는 왜 이렇게 당당하게 아는 척을 하는 걸까? 자신은 또 왜 이렇게 불편한 기시감을 느끼는 것일까? “어쩔 수 없지 뭐. 전부 생각날 때까지 친절하게 하나씩 짚어주는 수밖에.” . “예쁘게 울어 봐, 그때처럼. 전부 삼켜줄 테니까.”
오랜 기간 아이돌이 되기 위해 달려왔던 이호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꽃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가던 때, 강무헌을 만난다. “이상하네. 내가 회사 사장이라면 너부터 데뷔시켰을 텐데.” 체육관 뒤쪽. 언제나 호수의 대나무 숲이 되어 주던 그곳에서 담담한 한마디를 건네준 무헌에게 시선이 떨어지질 않는다. 결국 꿈이 좌절되고 프로듀서로 새롭게 이름을 떨친 이호수는. 호구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무헌의 일이라면 무리하며 나섰다. 성격에 맞지도 않고 귀찮기만 한 일일지라도. *** “그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으면 차라리 병원으로 갔어야지.” 무헌은 여전히 날 선 투로 추궁했다. 찔리는 게 있어서 눈치를 보던 호수도 슬슬 번지는 불쾌를 참을 수가 없어졌다. “좀 쉬면 나을까 했어. 근데 생각보다 더 안 좋아져서 꼼짝없이 혼자 좀 앓았어. 그뿐이야.” 목소리가 뾰족해졌다. 그제야 무헌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곧, 조소를 흘리면서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얼굴이 코앞으로 드리워졌다. 호수는 물러날 데도 없으면서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물렸다. 그렇다고 거리가 멀어진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고개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더 가까워질 뿐이었다. “혼자 앓은 건 맞고?” 호수를 빤히 들여다보던 무헌이 입매를 비틀며 물었다. 그의 숨결에서 씁쓸한 담배 향이 흩어졌다. 바싹 긴장한 호수가 무심결에 마른침을 삼켰다. “무슨 소리야.” “누구랑 뒹굴다가 전화 받았던 거 아니냐고. 왜 모르는 척이지? 계속 시치미 떼고 있으면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나? 아니면 잠깐 잊었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어?” 호수가 어떻게든 피해 가려고 했던 화제를 무헌은 태연히 끄집어 올렸다. 호수는 눈도 깜박이지 못한 채 그를 망연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실수한 건 인정한다. 히트 사이클로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 전화를 받았던 것부터 잘못된 일이었다. 무헌에게 전화로 그런 소리를 들려줬으니, 충분히 다른 누군가와 뒹굴었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가 있던가? “야, 강무헌. 선 넘는다?” 말투가 절로 삐딱해졌다. 무헌의 눈매가 꿈틀, 구겨졌다. “혼자 있었고, 아프고 정신없어서 네 전화를 어떻게 받았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해. 내가 너한테 실수한 게 있으면, 그래서 기분 상했다면 내가 사과하마.” “…….” “지금은 다 나았고, 일하러 작업실에도 왔어. 너도 확인했으면 그만 돌아가. 바쁜 사람 매일 찾아오게 해서 미안하다.” 호수는 엉덩이를 붙이고 있던 돌담에서 재빨리 내려섰다. 그대로 돌아가려고 했다. 무헌이 호수의 어깨를 붙들지만 않았으면, 속에서 끓는 감정을 어떻게든 누르고 참아 내려 했을 거다. “이호수.” 어깨에 악력이 서렸다. 그래서 그런 거다. 호수는 고개를 돌려 무헌을 노려보았다. “아니, 근데, 생각하니 열받네? 설령 내가 다른 새끼랑 붙어먹고 있었다고 해도 그렇지. 네가 무슨 상관인데? 내가 미성년자도 아니고, 나이 서른에 다른 새끼랑 좀 붙어먹을 수도 있지. 그게 뭐 어떻다고 예민하게 굴어?” 무헌의 낯이 시시각각 굳어져 갔다. 그 표정을 뻔히 보는데도 제어가 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눌러 왔던 울분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 네가 뭔데. 나도 이렇게 참고 있는데, 네깟 게 뭐라고. “넌 꼭 다른 여자랑 안 붙어먹는 것처럼.” “…….” “정작 하반신 가벼워서 뻔질나게 붙어먹는 게 누군데 나한테 염병이냐고. 내가 누구랑 뭘 하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튀어나왔다. 선을 넘은 건 자신일지도 모른다. 참아야 했는데. “나랑 사귈 것도 아니잖아? 신경 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