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우는 아가씨한테 주는 내 선물, 울지 마, 수진아,네가 울면 어떻게 달래 줘야 할지 난 아직 잘 모르거든.“수진의 눈물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며 승호의 입술에 닿았다 사라졌다.“야, 저기 너희 나이키 지나간다.”현주가 눈으로 설 과장을 가리켰다. 마침 민혁이 점심 식사를 일찍 끝냈는지 사무실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웬 나이키 운동화 타령이야?”수진이 심드렁하게 물었다.“몰라서 물어? 너네 과장 말이야.”“우리 과장이 나이키면 우린 뭔데?”“우린 짚신.”황당한 현주의 대답에 수진의 눈이 동그래졌다.“뭐라구?”“그나마 9급은 맨발이라구. 우린 짚신이라도 신지. 7급은 나막신, 6급은 검정 고무신, 너희 과장 같은 행시 패스 사무관인 5급은 나이키 운동화, 그리고 우리 청장님 같은 4급 서기관은 롤러스케이트.”현주는 공무원 계급도를 신발로 풀어 진지하게 설명했다.“푸하하하.”“야아, 그렇게 웃지 마. 커피 튀잖아.”현주가 뒤로 한 발 물러서며 수진을 나무랐다.“너무 웃겨서 눈물이 다 나온다.”수진은 미령을 능가하는 엽기적인 친구가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에 전율했다.“너 짚신이 나이키랑 달리기 경주해서 이기는 것 봤어?”“아니.”“그러니까 알아서 기라고. 너 우리 같은 8급이 5급 되려면 20년 이상은 근속 근무해야 되는 거 알지? 우리가 죽으라고 뛰어 봐야 나이키랑은 게임이 안 돼. 그러니까 잘난 나이키한테 대들지 말고 적당히 져 줘. 그래야 사회생활 하기 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