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희
이남희
평균평점
사랑, 그 잔인한 욕망

사랑해. 그러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마.여자는 물론, 사람들과의 접촉 자체를 싫어하는 외과 레지던트 강제헌. 그는 자신의 생일날 간 클럽에서 우연히 미주를 보고 생전 처음으로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 로비에서 여동생의 옷을 가져다주는 미주를 다시 보게 된 그. 황당하게도 태권도 도복을 입은 그녀가 너무도 아름다워 보인다. 그 뒤로 만날 때마다 생기는 불같은 감정에 휩싸여 청혼을 하고 회오리처럼 빠르게 결혼까지 해 버리는데…….▶잠깐 맛보기“뭐요?”“내가 그렇게 존재감이 없나?”그럴 리가 있나? 이렇게 자꾸만 두근거리는데. 심지어 아랫배는 또 왜 이렇게 당겨 오는지. 자다 깬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몸이 반응하고 있는데 그걸 존재감이 없다고 말할 수는 결코 없으리라.“말은 좀 상대방이 알아듣게! 내가 언제 그러니까…….”뭐라고 불러야 하지?“강 선생님.”선생은 무슨. 나에게 자기가 영어를 가르쳤어, 수학을 가르쳤어?“그게 싫으면 제헌 씨.”이 양반이 미쳤나, 내가 왜 그렇게 불러야 하는데?“내가 왜 그렇게 불러야 하는데?”“엄마야! 당신 뭐야? 전직이 총각 도사야?”“그 머릿속 다 보인다고, 이 여자야.”이 여자야?“하!”아, 미쳐. 별로 두근거릴 단어도 아닌데.* 이 소설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할 수 있는 거 다해

눈을 떴더니 타임슬립? 나인 듯, 내가 아닌, 나 같은 게슈탈트 붕괴현상, 혼돈의 카오스?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그의 눈에 한 여자가 들어오는데, 설마 너야?시간까지 거스를 사랑이었나 보다.이 아이를 두고 가야 하다니.운다. 내가 울어.잠깐의 이별일 뿐인데.“또 보자. 너, 꼭 내 뒤를 따라와야 해.”그가 남긴 애절함이 여인의 심장에 남아그 사람이 없는 이 세상에서 혼자 살아 뭘 할까.내가 그분에게 가야겠어.거기가 어디든.400년을 뛰어넘게 했다.<[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친구와 그 옆 사람

<친구와 그 옆 사람> 등단 25년의 중견 소설가 이남희가 다섯 번째 소설집을 펴냈다. 이남희는 1990년대 대표적인 여성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십 세』의 작가로 기억하고 있지만 그녀가 등단 이후 작품에 담아온 한결 같은 키워드는 여성, 몸, 사랑, 그리고 관계로 귀결된다. 심리학에 기초한 자기 치유의 글쓰기에 관한 강의를 꾸준히 해오고 있는 작가의 상처받은 인간, 삶, 관계에 대한 깊고 따뜻한 애도의 마음이 7편의 작품에 오롯이 담겨 있다. 상처받은 영혼과 상실의 시대를 향한 깊고 따뜻한 애도의 몸짓 표제작이자 중편소설인 「친구와 그 옆 사람」과 여섯 편의 단편소설에서 공통적으로 엿보이는 것은 허무에 가까운 상실감이다. 「친구와 그 옆 사람」의 영우는 연하의 연인이었던 김환에게 쓰라린 배신을 당하고, 「낯선 이들의 집」의 정님과 「빛의 제국」의 그녀 그리고 「세 번째 여자」의 은정은 모두 이혼녀다. 「거미집」의 주인공은 어린 시절 성추행을 당한 후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 이 같은 개인적 상실이 문제적인 것은 시대적 차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기도 한데, 특히 「친구와 그 옆 사람」은 이남희의 소설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를 지배했던 이념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이었던 어떤 열망, 혹은 ‘이념적 대타자’를 상실한 1990년이 배경인 이 작품은 ‘살아남은 자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는 상실감에 허덕이는 자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이들은 그 드러내기 곤란(!)한 상실감을 화투를 치는 것으로 채운다. 주인공 영우의 시각으로 대변되는 이들의 상실감의 깊이는 ‘시커멓게 죽은 얼굴을 하고 화투장을 들여다보는 핏발 선 눈’과 “갓난아기의 눈이 그렇듯, 새파랗고 맑고 선명했”던 눈으로 대비되면서 “1990년”의 피폐한 현실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운동권이었던 동료 부부의 이혼이나 밀란 쿤데라의 소설 역시 급작스럽게 달라져버린 시대를 의미하는 기호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남자 주인공인 김환의 입을 빌려 작가는 인생은 결국 “한낱 농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과 “위대한 휴머니즘에서 촉발된 공산주의가 역사 속에 구현되는 과정에서” “괴물스럽게 변해갔”다고 말한다. 한때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이들이 문까지 잠궈둔 채 벌이는 노름판은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히고 있듯 스티븐 킹의 소설 『내 마음의 아틀란티스』가 모티프이다. 월남전 참전에 대한 공포를 잊기 위해 포커에 열중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작가는 1990년, 젊은 영혼들이 처해 있던 상실의 현장을 떠올렸다고 적었다. 이 같은 상실감에 허덕이는 인물들의 피폐해진 정서는 사막의 이미지로 빈번하게 형상화되고 있다. 이를테면 「친구와 그 옆 사람」에서 김환의 외도 현장을 목격한 영우의 귓속에서는 “수증기를 빨아들인 기압대가 통과해 가버리고 거대한 사막만 남았어”라는 소리만 울릴 뿐이고 「남자와 여자」에서 독신녀 이은정은 “사막을 헤매다 모래구덩이에 빠진 꿈”을 꾼다. 「빛의 제국」의 마지막은 “눈앞에 노랗게 메마른 사막이 펼쳐져 있는 것만 같다. 그림자 한 뼘, 물 한 방울 없는 사막. 그녀는 천천히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수분이 증발하듯 그 모습이 서서히 졸아든다”로 끝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상실감에 허덕이는 이들을 위한 작가의 선택에 주목하게 된다. 오랫동안 심리학에 기초한 ‘치유의 글쓰기’를 연구해온 작가의 혜안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것은 “서로를 향한 연대의 부드러운 몸짓”, 바로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그 옆 사람” 나아가 ‘세계’에 가닿는 “애도”의 자세이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이경재는 이를 두고 “우리는 이 시대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또 한 명의 멘토를 가지게 되었다”고 극찬하고 있는데 이 소설집을 본 독자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절대 불가능한 조합

유주는 문득 자신이 사마귀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차가운 본능으로 수컷을 잡아먹는 사마귀처럼, 그녀도 범무한을 자신의 뜻대로 휘두르고 있었다.하지만 만약 그 암컷이 수컷에게 반해버렸다면?냉정했던 마음이 사랑으로 물들어간다면?범무한에게 유주는 삶의 목적이자 이정표였다. 그는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아이가 필요하면 낳고, 그 아이를 위해 죽으라면 죽을 그런 남자."범무한은 한유주의 지시에 무조건 따른다."처음에는 그저 일방적인 복종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유주는 이 관계에서 물러설 수 없음을 깨달았다.그가 자신을 지키듯, 이제는 그녀도 그를 지키고 싶었다.곤충과 달리 사람에겐 감정이 있으니까.<[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내 안에 있는 그 무엇보다

악마에게 간택당했다.간택을 당한 입장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가는 악마와 적이 되는 거다.그리되면 은찬에게 이 집안은 사방이 적인 적진의 한가운데가 된다.이 구역을 지배하는 힘의 논리, 류성오가 그야말로 킹 오브 더 킹, 바짝 엎드려!화무십일홍? 그깟 말이 다 무슨 소용이야?류성오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권세는 아빠가 계시는 한 영원할 것 같은데, 뭘.딸랑딸랑딸랑!그랬는데 헐, 이 악마 같은 인간이 배신을 때리네? 안면 몰수하고 가버리네?자승자박, 이젠 주는 대로 받자. 이건 내 업보고 내가 한 탓이야. 그러니까 그냥 당하고 살자. 설마 평생이야 가겠어?웰 컴 투 지옥 월드!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어쨌거나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 이상 잊으려고 노력했는데.에? 뭐야 갑자기 하늘에서 왜 뚝 떨어져? 그것도 10년 만에!성오의 부모님이 비행기 사고로 그를 홀로 두고 세상을 떠났다.그 비행기 사고가 과연 사고였을까?상관없지 않아?그에게 지옥이었던 부모님, 그 부모님이 없는 세상.약육강식의 정글을 빠져 나오니 또 다른 정글이 기다리고 있다.여기서 필사적으로 살아남아야겠다. 기필코 살아남으려면 어린 양 한 마리가 꼭 필요했다.“꼬리를 친 게 아니라, 원래 내 것이었어요. 류성오도 오재웅도.”그런데 어쩌다 보니 역간택을 당했다.그래,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건 받아들이기로 하자. 저항해봐야 결과는 달라지지 않아. 저 작은 여자가 나를 자기 것으로 천명했으니, 난 그냥 저 작은 여자의 것으로 결정이 났어.<[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