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 얀
일리 얀
평균평점
화가

[개정판]갑작스런 사고로 시간을 거슬러 환생하게 된 도연.우연인지 필연인지 화가 카르기와 관계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전생에 그토록 집착했던 카르기와 만나게 되는데…….“나는…… 너를 위해 태어났으니까.”‘암연(黯然)의 화가 카르기 제라스’제 숨마저 차갑게 느껴졌던 삶의 겨울.그 겨울을 몇 번이고 봄으로 돌려놨던, 구원과도 같은 이름.“거짓말.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위해 태어나진 않아요.”대상을 잃은 증오, 어둠과 함께 찾아오는 막연한 공포,새벽부터 어깨를 짓누르는 외로움과 불신.그 모든 것을 홀로 견뎌 온 카르기에게 그의 말은믿고 싶지만 믿을 수 없는 진실이었다.“난 그로 인해 구원받았어. 삶의 절망에서 그가 날 이끌어 줬어.내 온갖 추악한 감정과 죄악을 그만이 이해할 수 있었고죽음의 순간까지 함께 있었던 것도 그야.난 그에게 내 삶을 빚졌어.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그의 눈에 서린 이채가 짙어졌다. 그 눈빛은 명백한 광기였다.전생에서는 만날 수 없다는 현실에 벽에 부딪쳐 반쯤 포기해 버렸던,그래서 통제할 수 있었던 것들이 한 번의 만남으로 무너져 버렸다.카르기의 아픔, 카르기의 고통, 카르기의 괴로움, 카르기의 감정.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생각이 비합리적이고 광적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내가 어떻게 그를 위해 살지 않을 수 있겠어.”

히스트 타르쉬 2부

비스티아타 제국의 황자 라딘과 그의 시종장 진채윤.그들의 필연적인 헤어짐,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라딘은 오싹할 정도로 기묘한 빛을 띠는 보라색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봤다.분노를 삭이는 듯 그의 눈동자는 진득한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곧 라딘은 눈을 감고 내 오른쪽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그리고는 그 상태 그대로 긴 한숨을 내뱉었다.라딘은 조금 떨어져 한쪽 팔을 들어 내 머리카락을 가볍게 훑어 내리다그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나는 차라리.”라딘의 목소리가 조금 잠겨 있었다. 라딘이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대가 추하게 생긴 백치였으면 좋겠어.”내 머리카락이 라딘의 손가락 틈 사이로 빠져나가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가 고개를 살짝 숙여 내 귓가에 비밀을 속삭이듯이 말했다.“그럼, 아무도 너를 넘보지 않을 테니까.”“…….”“……나에게서 뺏어 가려 하지 않을 테니까.”말을 마친 라딘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정신이 멍해져 라딘을 잡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문이 닫히는 소리에 나는 라딘이 한 말의 뜻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벽을 타고 무너지듯 주저앉았다.심장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두근거렸다.★ 본 도서는 15금 개정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