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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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잡아 두지 못해 왜 그렇게 안달 났어요? 사랑, 아니라고 했잖아요. 아니면 제 몸이라도 원해요?”그녀는 가시 박힌 말들을 내뱉으면서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까지 상처 받는 완벽한 독설가였다. 그의 흔들리는 시선에 수경은 말을 멈추고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 하루빨리 그가 정신을 차리고 ‘내가 미쳤었지.’라고 웃으며 넘어가길 바랐다. “몸? 그래, 원해. 박수경이라는 여자. 갖고 싶어 미치겠어.”그가 무너졌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온갖 이유를 가져다 붙인다고 해도, 답은 하나였다. 그녀를 원하는 것. 몸을 원해서 붙잡아 두는 거라면 옆에 있어 줄까,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면 마음이 편해질까. 그 이유라면 붙잡아도 되는 걸까? 수경은 뛰어날 정도로 아름다운 몸매를 소유한 것도 아니었고, 한눈에 반할 만큼 미인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세상에서 가장 예뻐 보이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건 행복했던 기억의 조각을 함께 공유한 유일한 사람이라 그럴지도 모르고, 딱한 처지에서 생긴 연민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녀가 그의 모든 걸 가져간 남자의 여자라 더욱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그녀가 죽을 만큼 갖고 싶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