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용의 눈동자가 사라졌다.경매에 낙찰 받은 용의 눈동자를 맡긴 대리인 부부는 차 사고로 실종. 부부의 큰딸인 문형이 찾아와 봉투를 내던지고.“이것저것 다 정리해 봤지만 10억이 모자라요, 취직해서 갚겠습니다.”“치매 노인이 있어. 1년에 1억. 10년 채우면 이자 붙지 않고 계약 종료.”“하겠습니다.”“못 버티고 나가면 그 10억, 내 식대로 받지.”“대신 조건이 있어요.”기가 막히다는 듯 태진이 웃었다. “갚으러 온 주제에 조건? 배짱 하나는 마음에 드네. 뭔데?”“제대로 된 계약서를 써 주세요.”“계약서?”“안전 이별 청구권이요.”
“쿵!” 범퍼가 부딪치는 소리에 심장이 떨어졌다. 그야말로 정신이 없는 날이다. 중요한 클라이언트의 ‘반’협박과 같은 부탁에 선 자리에 나간 태희는 오는 길에 자신이 접촉 사고를 낸 상대 차주를 다시 만나게 된다. “괜찮으시면 토요일에 점심 같이 하시죠.” “네. 토요일에 점……, 네?” “세 번은 만나봐야죠.” 세 번은 만나 보자던 재하는 그녀의 눈앞에 다시 나타난다. 회사의 상사로. 그리고. “우태희 씨 월급에 손 안 댈 수 있는데.” “제 월급이요?” “내 월급도 줄 수 있고.” “차장님?” “우태희 씨에게 제안하는 겁니다, 결혼을.” 도망칠 수 없는 강력한 결혼을 제안했다.
“이혼해.” 낮고 무거운 음성이 거실 공간을 울렸다. 그녀가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는 다이아를 빼내 탁자 위로 올려놓았다.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것쯤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그동안 힘들었죠? 나 때문에.” 아주 잠깐 목소리가 멈췄다. “좋아요. 이혼해요, 우리.” -본문 중에서- 긴 세월은 그를 피해 간 듯했다. 정갈할 정도로 깔끔한 얼굴선도, 이목구비도 그대로였다. 살이 조금 더 빠져 얼굴이 날카로워 보이는 것만 뺀다면. 잠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던 도화가 고개를 들었을 때 놀란 듯 눈이 커진 신혁과 시선이 마주쳤다.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한 채 앞으로 걸어오는 그를 보며 도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오랜만이야.” 심장이 쿵,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도화는 순간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눈앞이 눈물인지, 뭔지 모를 것으로 흐려진다. “박도화?” 그의 목소리는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깊고, 진중하고 낮다. 그리고 가슴을 서걱거리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손끝이 차게 식는 게 느껴졌다.
강동하-대한민국 최고의 타자. 18세에 프로 입단. 신인 최고의 계약금. 타석에 들어서면 최소 안타. 10년 계약 기간으로 내년이면 메이저리그행이 유력하다. 김현나-정치부의 꽃 기자에서 스포츠 기자로 좌천. 차기 대선 주자로 유력한 국회의원 뒤를 쫓다 좌천을 당하고. 스포츠에 관심이 없지만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서를 옮긴다. *** 차기 대선주자로 유력한 국회의원 뒤를 쫓다 좌천을 당한 현나. 사표를 낼 수는 없어 스포츠부로 자리를 옮기고. 문제는 평생을 스포츠에 대해 관심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 일단 야구라도 파보자 싶어 야구장으로 향했다. “스트라이크 존은 압니까?” “모르는데요.” 뒤에 있던 남자는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진정한 야구광인 것인지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런데 남자가 알려주는 야구가 의외로……재밌다? 열심히 받아 적고 있는데 키스 타임이 시작되었다. 멍하니 전광판을 보는데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말했다. “나랑 잘래?” 대낮에 술을 마신 것도 아니다. 그저, 오늘 처음으로 맛보는 좌절감에 그저 정신이 나간 것뿐이었다. 어차피 한 번 살다 갈 인생. 살다가 한 번쯤 충동적인 게 뭐가 어때서? 남자의 손에 잡힌 채 끌려 간 곳은 지하주차장이었다. 과연 이 충동이 어떤 결말을 불러 올 것인가! 몸이 움찔 거리며 그녀의 움직임이 일순 멈추자 살짝 풀렸던 남자의 검은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왔다. “왜?”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외쳤다. “우리 여기서 해요?”
“그만하자, 우리.” “그래.” 2년을 사귀었던 윤아와 태영은 그렇게 이별했다. 같이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술을 마시고 사랑을 하고. 남들과 똑같은 연애를 한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같이 여행을 한 적도 서로의 집에 가본 적도 없다. 윤아는 뒤늦게 자신의 인생에 태영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됐는지 깨닫고, 태영은 자신이 채울 수 없을 것 같았던 윤아의 공허함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게 되었다.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알게 된 두 사람. 태영과 윤아는 다시 함께할 수 있을까? “한윤아.” “우리 헤어졌잖아. 나 태영 씨 안 붙잡고 싶어.” “붙잡아볼 생각은 해봤어?” “아니.” “왜?” “붙잡혀줄 거야?” “아니.” “그래. 태영 씨는 좋은 여자 만나서 좋은 사랑 해.” “그게 될지 모르겠다.” ▶ 작가 소개 령후 ‘긍정적으로 살자’가 모토. 만화를 좋아하고,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 ▣ 출간작 사랑에 길을 잃다 내가 너를 무드셀라 증후군 그대 천천히 그대는 모릅니다 러브댕(Love Thang) 욕망 혹은 사랑 누군가에게 반한다는 건 겨울여행자 란을 위하여 늪에 빠지다 파이 필 소 굿 결혼적령기 거짓말하는 법 13월의 기억 열: 물들어 너를 열다
보석, 조각, 동양화, 서양화를 가리지 않는 유일무이한 감정사, 신강우. 대외적으로 알려진 일명은 ‘혼을 읽는 감정사’. 그러나 실상은 돈밖에 모르는 자본주의의 최고봉이다. 일본에 빼앗겼다가 프랑스를 통해 건네받은 300년간 잠들어 있던 겸재의 유일한 백두산 산수화의 공개를 불과 이틀을 남겨 놓고 언제나 그렇듯 새벽에 박물관으로 향한 강우. 그림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인 강우의 얼굴이 산수화를 본 순간. 구겨지고 말았다. “이거 뭐야.” 모사화(模寫畵)였다.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골동품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미술을 전공했고, 특채로 경찰이 된다. 대통령 표창까지 받을 정도로 우수한 경찰인 그녀는 살아생전 약탈된 국가 보물을 최대한 다시 가져오는 것이 꿈이다. 그렇게 모사화 사건을 맡게 되었다. 수사를 위해 만난 ‘혼을 읽는 감정사’ 신강우는 승효의 생각처럼 움직여 주지 않아 답답하다. 그런데 이 남자, 왜 자꾸 모호하게 말을 하지? 처음 만났을 때 던지던 돌직구는 어디 간 걸까? 자꾸 신경이 쓰인다.
결혼적령기(結婚適齡期) - 결혼을 하기에 알맞은 나이가 된 때. 이성에 별관심도 없고, 결혼이라는 제도엔 더더욱 관심 없는 남자 이도욱.그에게 결혼적령기가 찾아왔다.“가짜 신부 구하기가 어디 쉽나?”“우리 동생!”“뭐?”“시골 가서 땅 파고 있는 내 동생. 강해원!”해준이 코앞으로 지갑을 가져다 대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지갑을 낚아챘다.사진을 보던 그가 다시 인상을 찌푸렸다.“야, 생긴 거 상관없다면서. 그냥 생물학적으로 여자! XY염색체만 아니면 된다고 했잖아!”잠시 입술을 깨물던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추진해봐.”
집, 회사가 그저 일상인 월화수목금금금을 살고 있는 카피라이터 여해주. 모토는 데카르트의 말을 인용한 우리는 회의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외치며 살고 있는 광고회사 직원. 남들 다 들으면 아는 대학 나오고, 유학까지 다녀와 조건 좋다는 회사까지 입사했지만 여기저기 치이는 인생. 집에서는 동생에게 치이고 회사에서는 팀장에게 치인다. 그것뿐이겠나, 이제는 후배들까지 우습게 본다. 그저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라고 외치며 여기서도 하하, 저기서도 하하 웃고 다닌 게 화근이었다. 그래도 이런 불경기에 밥줄이라도 잡고 있는 게 다행이라고 여기며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당당한 회사원. 대학시절 신병을 앓다 결국 신 내림을 받게 된 무속인 친구는 그녀에게 무조건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갔다 와야 한다며 해주에게 비행기 티켓을 끊어준다. 덕분에 해주는 시드니에 떡하니 떨어지고 중고등학교 동창이자 국민 배우인 이든과 우연히 만난다. 그러나 고장난 캐리어를 가져간 이든의 뺑소니에 시드니 여행은 최악의 추억으로 남는데.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여전히 월화수목금금금을 보내는데 동기 강주원이 돌아왔다. 그녀의 고백에 빙긋 웃으며 우린 동기잖아를 시전하고 해외지사로 갔던 그 강주원이었다.
이 관계를 시작한 건,그가 아닌 그녀였다.그녀는 느껴지는 시선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엔 방금전 갔어야 했던 그가 서 있었다.다시 몸이 긴장으로 굳어져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짙은 남색의 슈트를 입은 그가 그녀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그녀는 입술을 살짝 문 채 차마 그를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네 것은 내 것이 아니었나?”가을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3년 전. 그때부터 그녀는 그에게 갔고, 또한 미래를 포기했었다.“내게 다 주겠다면서……. 이제 와 벗어나려고?”<[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나름 베테랑 기자인 재희는 유난히 머피들이 따라붙는다. 무슨 세상의 머피의 법칙이란 법칙은 모두 재희에게만 오는 것 같다. 갑작스런 부산 출장 행에서 만나야 할 회사의 대표이사가 무려 그녀의 첫사랑이자, 인정사정없이 찼던 남자다. 두 번 다시, 죽을 때까지, 우연이라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그녀는 그를 의대생에 김도현이라 알고 있는데 그는 아니라고 한다. 자신은 김우현이고 법대생이었다고. 이건 기억의 오류인 걸까? 덕분에 우현의 앞에선 실수만 연발하고……. 자꾸만 부딪치는데 어라, 생각보다 김우현이 괜찮은 남자 같기도? 재희는 12년 전의 첫사랑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까?
“제가 위로해 드리죠.”남자는 그녀의 앞으로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태승하입니다.”남자가 이름을 밝혔을 때 희재의 머릿속으로 승하가 누구인지 선명히 스쳐 지나갔다.*“기다리게 해 죄송합니다. 기획 팀 서희재 과장입니다.”서둘러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앞을 보는데 희재는 순간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위협적일 정도로 위험하다 생각하는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리는 것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공기가 사라진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그 단 하룻밤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남자친구와 제일 친한 친구의 바람을 알게 된 후 태어나 처음 해본 짓이기도 했다.승하는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기울였다.“서희재 씨?”표정을 읽지 못할 정도로 승하가 묘한 웃음을 띠었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반갑습니다. 제일통상 우재영입니다.”잠시 머리가 멍했다. 어떻게 무려 1년이나 사귀었던 여자를 10년 만에 만나면서 처음 보는 사이처럼 대할 수 있는 것일까.저도 모르게 초조해서 입술을 슬쩍 깨물었다.“버릇은 여전하네. 그 여름, 잊었어?”*“너 취했어.”“안다니까?”“난 안 취했고.”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지금 술을 마신 건 이수 혼자였다.“그런데 왜 이상하게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다?”“지금 서이수가 먼저 꼬신 거잖아.”“이건 네 탓이야. 냉장고에 맥주만 채워놓은 네 탓.”그 말에 재영이 픽 소리가 나게 웃었다.“자세히 보고 없으면 다른 선택을 했어야지.”“뭐야, 지금 책임을 나한테 돌리는 거야?”“돌리는 거 맞아.”“왜?”“나는 지금 고민 중이니까.”“무슨 고민?”살짝 눈이 풀린 채 재영을 올려다보았다. 알코올 기운이 점점 더 올라오며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무슨 의미일까? 앞으로 우리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덜컥거리는 소리와 야릇한 신음소리. 이건 남녀가 정사를 나누고 있는 소리라는 걸 경험이 없는 혜석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거기다 여자 탈의실에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사람이 하원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거기다 그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다름 아닌 미나였다. 혜석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지금 여기서 나가자니 왠지 두 사람의 밀회를 볼 것 같았던 것이다. 잠시 고민하며 서 있는데 갑자기 탈의실이 적막으로 가득 찼다. 재빨리 손을 뻗어 진동모드로 바꾸었지만 이미 늦은 듯했다. 혜석의 시야에 익숙한 구두가 들어왔다. 그건 바로 하원의 구두였다. 입술을 질끈 깨물던 혜석이 고개를 들자 하원과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는 전혀 당황한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로 혜석이 이곳에서 그런 행위를 하다 들킨 것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액정의 반짝거림이 사라졌다. 하지만 다시 손바닥에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 언제 다가왔는지 하원이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혜석의 입술을 살짝 벌렸다. 그러자 왠지 모르게 그의 손가락에서 비릿한 냄새가 확 풍기는 느낌이 들어 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아 입을 막고 문 바로 옆에 있는 세면대로 뛰어가 헛구역질을 해댔다. “애송이.” 그는 그 말 한마디를 남긴 채 탈의실을 빠져나갔다. 다리에서 힘이 풀린 혜석은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오해가 없는 완벽한 세상> “자신을 전적으로 믿어버린 인물들의 비극이 펼쳐진다” 불안을 연주하는 작가, 최정화의 신작 ‘짧은 소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 열한 번째 도서로 일상 속 균열과 관계의 파동을 예민하게 포착해내는 작가 최정화의 짧은 소설집 『오해가 없는 완벽한 세상』이 출간되었다.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인 최정화는 등단할 당시 “독자들이 ‘최정화’라는 이름을 특별한 소설가의 이름으로 기억하리라”라는 찬사를 받으며 기대를 한 몸에 모았다. 그 후 소설집『지극히 내성적인』 『모든 것을 제자리에』, 장편소설『없는 사람』 『흰 도시 이야기』 등을 통해 기대에 부응해온 최정화는, 『오해가 없는 완벽한 세상』을 통해 짧은 소설에서도 그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16편의 이야기가 수록된 최정화의 『오해가 없는 완벽한 세상』은 다양한 기업과 작업을 하며 작품 세계를 넓혀온 최환욱 일러스트레이터의 개성적이고 디테일한 그림이 더해졌으며, 보다 감각적인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단편보다 더 짧은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의 내면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한층 더 밀도가 높다. 평온한 듯 보였던 일상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으며 익숙한 듯했던 가족과 연인 관계는 기실 낯설기 그지없다는 서늘한 사실을, 최정화만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풀어간다.
<지극히 내성적인 : 최정화 소설집> 2012년 단편소설 「팜비치」로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최정화의 첫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이 출간되었다. 일상 속의 균열과 파동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작가 최정화가 등단 이래 활발한 활동으로 쌓아온 열편의 소설이 묶였다. 온전해 보이는 세계 안에 스며 있는 불안의 기미를 내성적인 사람들의 민감한 시선으로 날렵하게 포착해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자세가 야무지고 미덥다. “독자들이 ‘최정화’라는 이름을 특별한 소설가의 이름으로 기억하리라”는 등단 당시의 심사평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그녀의 첫 책은 독자들에게 각별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메모리 익스체인지>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스물두 번째 책 출간! ■ 이 책에 대하여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스물두 번째 소설선, 최정화의 『메모리 익스체인지』가 출간되었다. 2012년 등단 이래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세계 안의 불안과 불합리함을 예리하게 포착해 그 작가적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최정화의 이번 신작은 2019년 『현대문학』 6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파멸 직전의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한 소녀와 그를 둘러싼 각기 다른 화자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실존적인 질문으로 인간의 자유의지를 새롭게 조명한 소설이다. “독자들이 ‘최정화’라는 이름을 특별한 소설가의 이름으로 기억하리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단한 최정화는 완벽한 소설 구조와 기본기 탄탄한 문장으로 그 작가적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전염병에 휩싸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일들을 그린 전작前作 『흰 도시 이야기』에서 존엄성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는 공간을 옮겨 새로운 삶을 찾아 지구를 떠난 인간들이 지구를 그리워하며 다시 돌아오고 싶어하는 모습을 SF의 문법을 차용해 그리며 참된 삶의 의미를 또 한 번 심도 깊게 파헤치고 있다.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은 각기 다른 ‘나가 등장해 소설을 끌어가는데 1장은 화성에 도착한 ‘나-니키’의 시점으로, 2장은 니키와 기억을 교환하고 수용소로 간 반다의 시점으로, 마지막 3장은 메모리 익스체인지사에서 체인저로 일하는 도라로 살고 있는, 반다의 기억을 이식받은 니키의 시점으로 서술되어 있다.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오게 된 니키와 지구인들은 그곳에서 화성인의 삶을 강요당하고, 가족과 친구를 모두 잃고 수용소에서 외롭게 버티던 니키는 결국 화성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화성인 되기’란 경제 사정이 어려운 화성인의 아이디얼 카드를 사는 것으로 이는 단순 신분증 거래가 아닌, 화성인과 이주민 간의 기억 자체를 교환―‘메모리 익스체인지’―하는 일을 뜻한다. 니키는 화성인 반다와 기억을 교환하고 도라라는 이름으로 화성 사회로 진입하고, 니키의 기억을 갖게 된 반다는 수용소에서 감시와 통제 아래 남은 삶을 살게 된다. 수용인 모두가 매일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수용소의 삶을 살던 반다는 전파 오류 사고로 그곳을 탈출하고, 자신과 기억을 맞바꾼 니키를 찾아간다. 니키를 마주한 반다는 자신의 기억(=자신에게 이식된 니키의 기억)을 니키에게 이야기해주고, 니키 역시 자신의 유년(=니키에게 이식된 반다의 유년)을 반다에게 들려준다. 무장 경비원에 포위된 건물을 탈출하려던 반다는 자신의 과거를 간직한 채 그 자리에서 사살되고, 니키는 비로소 그동안 도라로 살며 안정적인 삶을 누렸지만 늘 불안했던 자신의 지난날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외계인에 관한 SF이자,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외국인/이방인에 관한 이야기 최정화는 이 소설에서 우리는 존중 받고 있는지,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이 작품을 쓰게 된 이유와 직결되는 물음으로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집필 동기를 밝히고 있다. “제주 난민에 대한 우리들의 서툰 반응이 소설을 구상하게 했다. 강연장에서 만난 한 아랍인이 한국에서 사는 곤란함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를 기억하면서 썼다. (……) 언젠가 다시 찾아올 그들을, 어쩌면 지금 바로 내 옆에 이미 와 있는 그들을, 어떻게 맞이할 수 있을까?” 소설은 제주 난민과 우리들의 모습이 지구인과 화성인으로 분扮해, 독자들을 낯선 상황으로 몰고 간다. 아이디얼 카드가 없는 지구인은 기본권을 박탈당하고 차별과 혐오에 무방비로 노출되며, 오직 ‘(값싼) 노동력’으로 사용될 수 있을 때에만 화성에서 받아들여진다. 전쟁·기아·탄압 등으로 살던 곳을 떠난 이들이 난민이 되어 이웃 나라의 입국 허가를 기다리지만 많은 경우 추방되고 일부는 난민 캠프에 수용되어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과 같은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화성에서 하나의 객체로 존중받고 싶어 하던 지구인들이 과연 지금-여기에서 타인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있는지……. 『메모리 익스체인지』는 화성에 도착한 지구 출신 외계인에 관한 SF이자, 지금 여기 지구 전역의 출입국에 존재하는 외국인/이방인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부케를 발견했다> 순식간에 괴이하게 변해 버린 부케를 발견한 남자의 이야기 2030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단편 소설 시리즈 '테이크아웃'의 열아홉 번째 이야기는 최정화와 이빈소연이 전하는 「부케를 발견했다」이다. 인간의 불안과 허상을 표현하고, 그 안에서 새롭게 세계를 창조해 진실을 목도하게 하는 작가 최정화는 이번엔 생물학자 동료의 별장에 머무르며 부케이라는 벌레에 흠뻑 빠져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스스로도 자각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선보였다. 남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하지만 금방이라도 한순간에 폭발해 버릴 것 같은 긴장감은 이빈소연의 기이하게 부드러운 이미지와 대비되며 독자를 끊임없이 불안과 균열의 틈바구니로 유인하고 있다.
<흰 도시 이야기> “당신은 혹시, 과거를 알고 있습니까?” 오직 현재만이 존재하는 새하얀 망각의 도시 “부재와 실재가 교차하는 혼란의 세계에서 진정성을 지켜내고자 하는 인물들의 이 장엄한 기록을 함께 나누고 싶다.” _구병모(소설가) 『흰 도시 이야기』는 감염자의 기억을 삭제하고 왜곡시키는 전염병에 휩싸인 익명의 도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 소설이다. 더이상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이 남지 않은 도시에서,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과거를 잊지 않은 채, 정보를 조작하고 은폐하는 정부에 대항하여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을 이어나간다. 최정화는 전례 없는 재난 상황을 마주한 한 도시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모든 것을 잊었을 때, 우리를 우리이게 만드는 단 하나의 기억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최후의, 혹은 최소한의 보루일지 모른다고, 최정화는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장르적 쾌감은 덤이다. SF의 문법을 차용한 『흰 도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전개와 조금씩 드러나는 의외의 진실들을 통해, 강력한 흡인력으로 읽는 이를 이야기 속에서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든다. 특히 후반부에 드러나는 ‘L시’의 전경은 독자를 전율케 하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최정화는 자신의 장기인 단단하고 탄력적인 서사에 섬세한 감수성과 한층 더 깊어진 주제의식을 담은 장편소설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 단단한 서사 감각, 이야기를 통해 구현해낸 불안의 세계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불안의 연금술사 최정화 신작 소설집 "불안"이라는 키워드로 자신만의 확실한 문학 세계를 공고히 쌓아나가며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최정화가 신작 소설집을 선보인다. 최정화 작가는 2012년 『창작과비평』 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해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 장편소설 『없는 사람』을 출간했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에는 강렬한 결말로 신형철 평론가에게 "하마터면 박수를 칠 뻔했다"라는 평을 이끌어내며 2016 제7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인터뷰」, 페미니즘을 테마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에 실린 「모든 것을 제자리에」를 비롯해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없는 사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나에게 이상하게 보인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본 그 이상한 모습들을 원고지에 담는다.” ―최정화, 첫 소설집 ‘작가의 말’ 중에서 최정화. 그녀에 대해 선배작가들은 말한다. “온전해 보이는 세계 안에 스며 있는 불안의 기미를 내성적인 사람들의 민감한 시선으로 포착해낸다”(정이현, 소설가). “곧 시작될 어떤 사건에 대한 불길한 예감에 이가 저절로 악물린다”(권여선, 소설가). 위와 같은 평가는 이제 막 첫 소설집을 펴낸 최정화가 세상을 향해 날카롭게 벼린 시선으로 준비되어 있는 작가이며 자기만의 소설적 소재를 선택해내는 탁월한 감식안의 작가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최정화는 첫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창비, 2016)을 펴낸 뒤 언론, 문학 독자들, 평단의 고요하고 잔잔한 수면에 파동을 일으켰고 ‘개인의 내면에 도사린 불안을 그리는 데에 탁월하다’라는 평가와 함께 단번에 주목을 받았다. 연이어 단편 〈인터뷰〉로 2016 제7회 젊은작가상을 수상,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작가 중에 한 명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불안’이라는 코드에서 선회하여 ‘사회적 관계에 내재한 불신’을 다루고 있는 첫 장편소설 《없는 사람》을 이제 막 선보이려 한다. “의심받으러 들어가는 건데 당연히 의심받아야지 뭐, 그게 니 역할이다.” 당하지 않으려면 아무도 믿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정작 아무도 믿지 않아서 우리는 끝내 당하고 만다. 2012년 단편소설 〈팜비치〉로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신예 작가 최정화의 첫 장편소설 《없는 사람》이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없는 사람》은 ‘도트’라는 제목으로 잡지 《Axt》의 창간호부터 6호까지 연재된 작품으로, 반년 동안 수정·보완을 거쳐 ‘도트’에서 ‘없는 사람’으로 제목이 바뀌어 출간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조직을 와해시키려는 임무를 받고 투입된 밀정자(者) ‘무오’, 그의 뒤에서 정신과 세계를 조종하는 ‘이부’를 중심에 놓고 세상의 힘의 균형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 또 믿음의 불확정성 속에서 진실은 어떻게 우리와 대면하는지에 대한 소설적 물음이다. 동시에 세상의 외진 한쪽에서 진실과 믿음에 대해 싸우는 노동자·약자들의 면밀한 삶을 통해 선과 악, 정의와 부정을 견주어 바라보고 있다. 또 그런 소시민들의 고통스러우며 진솔한 삶의 모습들이 리얼리티를 획득하고 이를 서스펜스화(化) 하여 무겁게 느껴질 법한 사회문제의 단면을 흥미진진하게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작품을 읽음으로 인해 우리는 그들만의 싸움이 아닌, 당신의 싸움으로. 종내는 나의 싸움으로까지 번져가 전이되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일독을 권한다. 얼음장 같은 비정함과 뜨거운 결핍감이 섬세하게 대립하는 결정적 순간! 소설은 택배회사 상차작업을 하는 무오에게 얼마 전 새로 들어온 동료 이부가 새로운 일자리를 제안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부가 제안한 것은 두 사람이 한 조로 움직이는 일이라 파트너가 필요했고, 그 일은 다름아닌 누군가를 미행하는 것이었다. 미행을 왜 하는지 타깃인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필요가 없는 그 일. 미행의 목표인 ‘도트’를 일거수일투족 면밀히 따라다니기만 한다는 그 일에 무오는 빠져들고 만다. 무오는 모리자동차 정리해고 농성장으로 투입된다. 모리자동차 시위현장에 참여하게 된 무오는 처음으로 자신이 미행해야 할 도트를 만나게 된다. 도트는 오랫동안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모리자동차 노조의 지도부로서 많은 노조원들의 신임을 얻고 있었다. 또 노조 측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리더이자 중심인물이었던 것. 무오는 그를 미행하면서 노동조합 조직의 와해를 돕는 역할을 부여받았음을 직감하게 된다. 반면 무오가 그 도트를 보는 순간 생겨서는 안 될 감정 하나가 슬며시 그에게 머문다. 수많은 대중 앞 연단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노조원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선동하는 그를 보면서 무오는 감정적으로 혹은 처음으로 가져본 정치적 옳음으로 기울고 만다. 밀고자이자 첩자로 활동하기 위해 모리자동차 시위대에 참여하게 된 무오는 이부의 지령을 받아 정보를 전송하고 그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갖가지 굳은 일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면서 무오는 도트와 노동자들의 삶을 좀 더 면밀히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정체와 임무를 혼동하게 된다. 내적인 갈등이 깊어질 무렵, 본인과 같은 첩자 노릇을 하고 있는 도트의 동료였던 ‘긴팔’을 만나게 되고, 조직원이면서 조직을 배신하는 긴팔이란 자를 보면서 무오는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조직을 와해시키고자 하는 음모세력과 척박한 모리자동자 노조를 대비시키면서 갈등은 증폭되고 그 중심에 무오가 큰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세상의 외진 한쪽에서 진실과 믿음에 대해 싸우는 이 소설은 실제 2009년에 벌어졌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파업을 배경의 모티브로 가져왔다. 물도, 전기도, 음식도 없이 77일 동안 감금당한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공장에 갇혀 지낸 악몽 같은 삶의 기록. 그런 힘없는 자들의 삶을 깡그리 무너뜨리기 위해 그 안에 위장 고용된 밀고자들의 세계가 그려진다. 이미 체념 속에 스며들어 묻혀버린 이 작고 힘없는 자들의 세상은 어쩌면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세상과 전혀 다른 공간이었음을 이 소설을 통해 재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망각하고, 잊혔던 그곳에서의 사건들로 인해 다시 선과 악, 정의와 부정, 옳고 그름의 싸움을 목격하게 된다. 그들만의 싸움이 현재로 복원되어 우리의 싸움으로 이야기되고, 전이되고 확대되는 순간, 과거는 거짓을 토해내고 진실 앞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
도헌은 앞에 서 있는 남자를 천천히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결혼 전 유진이 사귀었던 남자였다. 3년을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던.“돌려주세요.”도헌의 손이 허공에서 그대로 멈췄다.“뭘 돌려 달라는 겁니까?”“유진이요.”“하.”도헌이 낮은 웃음을 터트렸다.“유진 씨가 물건입니까?”“두 사람 그냥 정략결혼 같은 것이라는 거 압니다. 유진이도 그냥 포기하고 결혼했다고 알고 있어요. 그건 그쪽도 마찬가지일 것 아닙니까. 유진이 집안을 보고 결혼한 거 아닙니까? 그쪽 정도 실력이라면 더 좋은 여자 만날 수 있을 겁니다.”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남자 앞에서 도헌은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혼란스러운 거 이해합니다. 차재원 씨는 잠깐 자고 일어났는데 강제로 헤어진 느…….”“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와의 결혼생활, 그쪽도 행복할 리 없잖아요.”약간의 웃음기가 얼굴에서 사라졌다.“누가 그래요?”도헌이 살짝 삐딱하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 사무실 안의 공기가 긴장감으로 팽배했다.“내가 유진 씰 사랑하지 않는다고.”<[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다들 이경을 보고 탄성을 쏟아내고 있었다.그녀는 승현의 허울뿐인 약혼녀였다. 승현은 위스키를 다시 한 모금 삼켰다.“그나저나 그렇게 장난이 아니라는데. 신승현 넌 어때?”“뭐가?”“그대로 끝낼 거야? 남자가 자존심이 있지. 명색이 약혼잔데.”“신승현이 우이경 넘어오게 하는데 까지 3개월에 이거 건다.”“난 4개월.”“우리 다 물 먹었거든? 난 6개월.”각자 카드를 꺼내 테이블로 던지기 시작했다. 카드 한도는 아마도 최소 억대는 될 것이다.묘하게 흥미가 당기긴 했다.“우이경은 별론데.”승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에서 보라색 카드를 꺼내 테이블 위로 던졌다.“한 달.”<[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결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이서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앞에 있는 상대는 유치원부터 시작해 중학교까지 같이 나온 친구이자 동창이기도 한 윤강하였다.“지금 뭐라고 그랬어?”“가정 이루면 좀 여유도 찾고, 행복해지지 않을까?”강하의 누나인 세하에게 이런 부탁을 받았을 때 당황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그래서 오랜 인연인 이서에게 이런 부탁을 하지 않았을까?“…좋아.”“그렇지? 역시 잘 생각했어.”“하자, 결혼.”적당한 관계, 적당한 결혼, 적당한 신혼여행.하지만…….역시 이건, 적당히가 안 돼.<[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당장 맞선 준비시켜.”술과 파티에 몇 년째 빠져 있는 막내딸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특단의 조치가 내려졌다.“아빠!”“벌지도 않는 자 쓰지 말라. 결혼을 하든, 아무 것도 쓰지 말든 둘 중 하나 결정해.”“결혼하면 정말 나 자유로워지는 거야?”“당연하지. 결혼하고 나면 그때부턴 네 보호자는 우리가 아니라 남편이니까.”그러니까 문 회장은 이젠 주하의 보호자 자격을 벗고 싶다는 뜻이었다.“할게, 결혼.”*“결혼하라고 하면 하시겠네요?”“나쁘진 않은 자리죠.”주하는 이 남자가 들어올 때부터 쉽지 않은 상대일 것이라고 생각하긴 했었다.그래도 이제껏 그랬듯 대화를 하다 보면 속마음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완전히 틀린 모양이었다.“잘 부탁할게요, 서원우 씨.”“잘 부탁드립니다. 문주하 씨.”<[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74:6의 비율로 건축학부에서 살아남은 여자, 강유하.대기업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한 소장의 설계가 좋아 ‘나무’에 입사를 했다.그러나 회사는 대기업 ‘대하건설’로 흡수되고.동창이자, 실질적인 회사 차기 총수인 이태준과 부딪친 것도 모자라, 결혼이라니.결혼 기간은 3년, 이제 이혼까지는 100일이 남았다.결혼이 필수가 아니었던 남자, 이태준허나. ‘대하건설’을 물려받으려면 결혼을 해야 한다.하지만 자신에게 질척이지 않을 여자가 필요하지만 그런 여자는 세상에 없다.선 회장의 후계 지목을 받으려면 본부장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결혼을 해야 한다.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동창회에서 ‘강유하’를 만났다.“내가 결혼이 필요하거든.”이 결혼에 가장 적합한 여자, 그래서 결혼을 했고 이혼을 향해 달려간다.“거절해도 상관없어.”“뭘?”“나와 결혼하지 않을래?”유하는 눈을 크게 깜빡였다.“3년 동안만.”<[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