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산 지도 벌써 3년이 되었지만 말 한 번 붙여보지 못한,그 남자.여느 때처럼 섹시한 눈매로 나를 보던 그에게 말을 걸고 말았다.“한 잔 할래요?”수업시간에 늦은 설이는 급하게 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 그 와중에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고개를 돌려보니 그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진한 쌍꺼풀이 자리 잡고 있는 관능미 넘치는 눈매, 곧은 콧날 밑에 살짝 벌려진 입술까지… 색기가 넘치는 그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설이는 하마터면 그에게 다가가 얼굴을 만져볼 뻔 했다. 하지만 설이는 둘이 같은 집에 산 지 3년이 다 되도록 말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사이임을 생각하며 아무 말도 없이 빤히 남자를 쳐다보다가 학교로 향한다.수업을 마치고 술이 고파 소주를 사들고 집으로 들어오던 설이는 남자와 마주친다. 순간, 미묘한 정적이 감돌고…… 섹시함을 마구 풍기는 그의 눈을 보고 있자, 설이는 홀린 듯 입을 뗐다. “한 잔 할래요?” 3년의 기나긴 침묵을 깨뜨린 첫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