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 스물, 단 두 번째 만남에 그의 부인이 되었다.그리고 어느 화창한 봄날, 4년 2개월의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난 안 되는 거지?”“지금 뭐라고 했어요?”“염치없다는 거 알아. 말이 안 되는 것도 알고…….”“그만 가세요. 난요, 더는 당신 얼굴 보고 싶지 않아요.그리고 앞으로는 일 있어도 찾아오지 말아요. 이건 부탁이에요.”그와 헤어진 이후, 자신은 그를 끊어 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다가오는 그를 밀어 냈다.“지우야. ……한 번만 안아 봐도 될까?”그런데, 그의 품 안에서 거칠게 뛰고 있는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니,가슴 한쪽이 찌르르 아파 온다.아무래도 완전히 그를 끊어 내지 못한 것 같다.누군가가 자신을 지켜 주길 간절히 원했던 여자와,뒤늦게라도 그녀를 지켜 주길 원하는 남자의 사랑 이야기.
“난 여자라고 봐주지 않아. 그러니 까불지 말라고. 너무 나대지도 말고. 죽은 듯이 네 할 일이나 해. 꼬맹아.”나이는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그가 한창 개구쟁이 짓을 할 때 엄마 뱃속에서 꼬물거렸을 주제에 건방지게 비웃는 얼굴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말조심하세요. 제가 나이도 어리고 키도 작지만 분명 당신의 선생님 자격으로 여기에 온 겁니다. 조직을 이끌고 계신 듯한데, 그럼 상하관계가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아실 텐데요.”해란은 제멋대로 나불거리는 주둥이를 꿰매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으며 더욱 당당한 얼굴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꼭 잡은 두 손이 떨려와 재빨리 팔짱을 끼고 그마저도 감춰버렸다. 어쨌든 돈을 받았고, 이제는 물러설 곳도 없었다.자신이 해야 할 일은 이들을 가르쳐 원하는 결과를 만들고 나머지 돈을 받는 것이다. 그러니 주눅 들어 벌벌 떨며 가르칠 수는 없었다.일 년이었다. 처음부터 겁을 먹으면 시작도 하기 전에 이들에게 휘둘려 그야말로 엉망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