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이 머물고 있었던 위치를 어림짐작으로 살펴보았다. 다양한 필기체가 가득한 낙서 사이에 단정한 글씨체를 발견했다. 우진의 글씨체는 모르겠지만 분명 우진이 쓴 것이 틀림없었다. 우진의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며 단 한 줄 적힌 글귀를 읽은 하연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눈동자가 일렁이며 그녀의 눈 밑에 물기가 조금씩 고이기 시작했다.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요. -연우 아빠- ] 8년 간 단 한 번도 생각할 수도 없었던, 그녀에게는 사치라고만 생각했던 ‘행복’이라는 단어에 하연의 가슴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행복을 두려워하는 여자, 성하연 연우가 있기에 사랑에 조심스러웠던 것도, 예전 수연을 생각하며 가지게 된 여자에 대한 편협한 시각도 다 잊었다. 그 순간 딱딱하게 얼어붙은 마음속에 봄이 찾아오며 그 공간을 오로지 하연만이 차지하게 되었다. 하연에 대한 사랑을 인정하는 그 순간만큼은 아들 연우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성과 감성이 오직 하연을 향했다. 그리고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하연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봇물 터진 것처럼 와르르 쏟아져 우진을 장악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하연으로 채워지는 듯한 기쁨은 강심장 우진마저 바들바들 떨리게 했다. 다시는 찾아오지 못할 것일 생각했던 그 희열에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다는 건 죽을 때까지 숨겨야 할 그만의 비밀이 되었다. 행복을 선물하고 싶은 남자, 차우진 “엄마한테 프러포즈하고 싶어요. 연우도 엄마 사랑하니까. 엄마와 가족이 되고 싶으니까.” “하연아, 연우 무거울 거야. 받아줘야지.” 어느새 등 뒤로 돌아온 우진이 흐느끼는 하연의 등을 감싸 안았다. 파르르 떨리는 몸을 숙여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던 하연은 겨우 진정하며 손을 뻗을 수 있었다. 연우가 들기에는 벅차 보이는 장미 꽃다발을 받아 무게를 덜어주자 그 때를 기다렸다는 듯 연우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마지막 말을 힘차게 외쳤다. “엄마, 연우의 엄마가 되어 주세요!” 행복을 잇는 고리가 되는 아이, 차연우 사랑에 상처를 받았지만 사랑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세 사람의 이야기. 상처 입은 사람들이 만나 행복한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