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文貞)
문정(文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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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셀

조부의 유지에 따라 사라진 한민족의 전설을 파헤치는 '토월회土月會'의 회장 강윤재.  그 비밀의 열쇠를 손에 쥔 채 살해당한 사학자의 외동딸 신민영.   비밀을 가로채 한국의 역사를 말살하려는 일본의 극우단체 '아사셀Azazel'의 총수, 겐지 모리스.    타호시아 왕국의 비밀, 그리고 그녀를 사이에 둔 두 남자의 물러섬 없는 핏빛 전쟁!          푸른 달빛 아래 황홀히 모습을 드러낸 한 마리 아름다운 짐승 같은 남자.  만약 꿈이라면 지독히도 달콤하고 잔인한 꿈.    숨겨진 선조의 마지막 비밀, 열쇠는 ‘유동적’이다, 열쇠가 죽거나 사라지면 다른 열쇠가 나타난다.  눈처럼 새하얗고 순결한 아름다운 불꽃의 표식. 바로 ‘백염(白炎)의 인(印)’은 누구에게로?    “너란 여자는 끝까지…….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일 수 있지? 어째서!”    어둠 속에서 자작나무의 수피가 별빛을 받아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광경이 마치 눈이 내린 것 같기도 하고 수정이 뿌려진 은빛의 숲처럼 보이기도 했다.  밝은 시계(視界) 아래 있을 때와는 달리 밤의 장막 아래 다소곳이 서로에게 몸을 기대며   서 있는 숲의 모습은 꼭 검은 베일을 쓰고 깊은 슬픔에 잠겨있는 미모의 미망인처럼 느껴졌다.    “삼나무의 녹림과 섞인 눈도 멋지지만 자작나무의 화사함엔 미치지 못하지.   그곳엘 가고 싶었다. 겨울의 희망이 서린 그곳에 너와 함께…… 신민영.”    피부를 뚫을 만큼 강렬한 시선이 여전히 그녀에게 머물러 있었다.    별목련. 고집스럽게 봉우리를 감추고 있다 다른 나무들이 다 숨을 멈췄을 때야   홀로 개화를 한 유별난 별목련 한 그루.   그 별목련을 보여주며 아무도 믿지 말라고 어깨를 아프게 부여잡던 겐지, 겐지 모리스.    천근만근 무거운 발을 막 떼어내려던 찰나,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나도…… 기억할거다. 얼마큼의 세월이 흐른다 해도 그것만큼은 아무도 가져갈 수 없어.   오직 너와 나만의 것이니까. 그렇지?”    단단히 인(印)이 박힌 남자의 체취와 뒤섞인 향이 마치 마약처럼 그녀의 전신을 단숨에 옭아매었다.   한순간 비틀거리는 그녀를 등 뒤에서부터 단단한 두 팔이 뻗어와 와락 껴안았다.  뇌리에 각인되어 결코 잊히지 않았던 그녀의 향기가 파도처럼 콧속으로 스며들자   몸 속 어딘가에서 뜨거운 것이 폭발하는 것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