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부의 미끼가 되어 러시아 마피아에게 납치당한 여자. 자신이 납치한 여자를 사랑하고 만 마피아 사내. 보헤미아의 정취가 서려있는 체코에서의 위험한 사랑. 살아남기 위해선 남자에게서 정보를 캐내야 한다. 그가 자신을 사랑하게 해야 하지만, 절대로 그와 사랑에 빠져선 안 된다. 모든 사랑은 치명적이다. 남자의 다정한 회색 눈동자를 본 순간, 그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그가 자신만을 사랑하게 하고 싶었고, 그를 독점하고 싶었다. 밉고도 두려운 남자. 지현은 알렉세이의 것인지 자신의 것인지 모를 땀으로 흠뻑 젖은 두 사람의 몸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어둠 속에 자신의 가는 손목과 그것을 움켜쥔 알렉세이의 억센 손이 보였다. 납치범과 인질, 힘을 가진 자와 종속된 자. 여전히 불평등한 관계다. 지현은 음영이 져서 윤곽만 보이는 알렉세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본 작품은 12/03일 부터 대여 서비스가 중단되고 구매 전용으로 변경될 예정입니다. 이용 시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 결혼은 비즈니스다. 비즈니스는 끝내야 할 때 끝내지 않으면, 결국 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왜 나는 그녀를 잊을 수 없는걸까. “내게 결혼이란, 발렌타인데이 아침에 함께 눈 뜨면서 충만감을 느끼게 해줄 여자를 찾는 거지.” 그녀에게서 뼈에 사무치는 그리움이 뭔지를 배웠다. 숨 막힐 듯한 그리움과 슬픔으로 잠들지 못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웠다. 그녀와 발렌타인데이까지 함께 보내고 싶다. 다음 해 발렌타인데이도, 또 그 다음 해 발렌타인데이도. 계속 그녀와 평생을 함께 보내고 싶다. “우린 대체 무슨 관계일까요? 우린 가짜 결혼을 한 사람들이잖아요. 그저 지금 우리 사이는 사업 계약일 뿐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진짜 신혼부부처럼 행동하고 있잖아요.” “사라지지 마세요.” 수진은 이 남자에게 주문을 걸듯 그의 눈꺼풀 위에 입을 맞추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머리 속에서 나를 지우지 마세요. 나를 잊지 마세요.” 어차피 곧 끝날 결혼이요, 사랑이다. 그녀는 막바지에 다다른 그와의 인연에 이런 작은 우연을 끌어다대며 의미를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의미를 붙이는 순간, 인연의 종결은 견딜 수 없이 힘들어질 테니까. 현성은 갑자기 허둥대는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그녀가 비온데타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에게 강렬했던 하룻밤의 기억만을 남기고 사라진 여자. 자신을 ‘비온데타’라고 불러달라고 했던 여자. “안녕하세요, 류현성 씨. 전 이수진이라고 해요.” 현실에서 마주한 비온데타는 그가 찾던 비온데타가 아니었다. 그가 '알바로'가 아니었듯, 그는 정말로 ‘비온데타’를 찾기를 원했던 걸까. 그녀를 포기해야 할까. 아니면 계속 과거의 추억을 억지로 끄집어내 현재로 가져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