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여희(돼랑이)
송여희(돼랑이)
평균평점
순수의 시절

〈강추!〉희원은 안절부절못하며 불안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텔은 지저분했다. 핑크색 벽지는 오래되어 바래고 헤져 있었으며 좁은 방 안에 떡하니 들어차 있는 침대에서는 낡고 퀴퀴한 냄새가 났다. 어지럽게 방 안을 훑던 희원의 눈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쌍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 가라앉은 탁한 눈빛에 희원은 겁이 나 몸을 돌렸다. 당장 이곳을 나...

렛 미 노우 와이 (Let me know why)

할아버지 대의 인연으로 가당치 않은 사람과 인연이 닿았다. 하지만 그뿐 어디하나 정붙일 곳 없는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그녀가 떠나고 나서야 그것이 사랑임을 알았습니다. 늘 어딘가로 떠나려는 그녀를 이젠 제 곁에 잡아두려 합니다.바람같은 여인과 굳건한 바위 같은 남자의 로맨스!...

십년지기

송여희 장편소설 『십년지기』. 십 년 전, 처음 만났다. 좋아했으나 그 마음을 접었다. 라이벌로, 친구로 십 년을 살아왔다. 그를 향한 말에는, 항상 많은 의미가 담겼다. 그녀를 향한 말에는, 항상 많은 의미를 담았다. 친구가 되고 싶었고, 연인이 되고 싶었다. 거절했으나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십 년 전, 처음 만난 이후로....

셔터맨과 우렁각시

〈강추!〉전라북도 정읍 산외면에 가면 300년 된 아흔아홉 칸 고택이 있었으니.심율 김습은 어느 해에 외지를 떠돌던 백 씨를 거두고, 달조차 희미하던 칠흑 같던 정월 초하루의 밤, 그 집에 계집아이가 태어나는데, 마을 아낙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범띠 해, 새벽닭이 홰를 칠 무렵 태어나니, 그 팔자 참 기구하겠구나, 말을 한다. 김습은 마을 어귀에 자리 잡...

신의 성실의 원칙

“민법에 이런 게 있어. ‘신의 성실의 원칙’이라고. 뭐냐면… 흐흠!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에 있어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지 않도록 성실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법원칙이야.”“…….”처음 그의 집에 온 소녀의 슬펐던 얼굴이 왜 그때 스쳐 갔는지 모를 일...

소매치기(무삭제판)

‘혹시, 나를 알아요? 나 생각나요? 그러니까 말이죠. 그쪽도, 나를…… 좋아해요?’지하철 2호선 안에서 소매치기로 살아가던 권수찬. 2001년 겨울 어느 날 그의 눈에 가녀린 그녀가 들어왔다. 그리고 잔잔한 봄바람이 지하철 안까지 살랑대던 그 봄, 이영원이란 여자를 향한 수찬의 가슴앓이는 시작되었다&helli...

프레임 Frame

이 이야기는 6개의 단편을 묶은 글입니다.1. 갓 구운 크루아상처럼2. 신의성실의 원칙3. 나의 어린 연인에게4. 그 시절, 버스정류장5. Only you6. 2호선 열차는 순환합니다.-신의성실의 원칙 中-“지, 지우거나 이, 입양……보내요?”이런 경우는 분명 여자가 서운해해야하는데 그때 왜 그렇게 그녀에게 서...

Let me know why

할아버지 대의 인연으로 가당치 않은 사람과 인연이 닿았다. 하지만 그뿐 어디하나 정붙일 곳 없는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그녀가 떠나고 나서야 그것이 사랑임을 알았습니다. 늘 어딘가로 떠나려는 그녀를 이젠 제 곁에 잡아두려 합니다. 바람같은 여인과 굳건한 바위 같은 남자의 로맨스!

러브 플라세보

“이제 우리 그만 만나요.” 나현은 보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태신이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나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현은 불안으로 인해 양손을 맞잡은 채로 생각했다. ‘진즉에 이랬어야 맞는데.’ 처음에는 당연히 자신을 만나고 있으므로 태신이 약혼녀와 끝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이야기로 미루어 봤을 때 그는 약혼녀와 끝낸 것이 아니었다. 결국 나현은 의도치 않게 태신의 그녀에게 죄를 짓고 있는 셈이었다. ‘이런 남자와는 끝내는 게 맞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태신에게 끌린다는 게 나현은 이상하기만 했다. 아니, 그를 사랑하기까지 한다는 것이 기이했다. “방금 그 말, 내 얼굴 보고 할 수 있나?”

봄의 이유

그가 한참 봄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 시선에 옴짝달싹할 수 없게 사로잡힌 채로 봄은 그만 달아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이상한 일이지. 그가 너무 가까이 다가올 때면 자동으로 겁이 나 버리니까.“또 그러지.”그답지 않은 말투였다. 사랑이라는 게 이렇게 길고도 집요한 걸까?<[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사로잡힌 황비

유나는 남자에게서 빠져나갈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하나, 둘, 셋!번쩍 몸을 돌렸다.나중에 엘자와 동료 단원들에게 원망의 소리를 들을지라도 지금은 이 이상한 치로부터 도망을 가야 했다.어떤 춤을 출 때보다 사력을 다해 커튼 너머로 달려갈 때였다.“악!”허리가 붙잡히나 싶은 순간, 확 몸이 꺾였다. 고개를 들었을 때는 지척에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뭘까?’유나는 한순간에 변해버린 푸른 눈동자에 사로잡혀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남자의 얼굴에는 새파랗게 타오르는 불길이 번져있었다. 매서운 분노를 접한 순간, 유나는 죽음의 그림자를 본 듯했다. 무서워서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남자를 살피는데 그가 천천히 표정을 이완시키더니 그녀를 아래로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손을 잡아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