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그만 만나요.” 나현은 보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태신이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나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현은 불안으로 인해 양손을 맞잡은 채로 생각했다. ‘진즉에 이랬어야 맞는데.’ 처음에는 당연히 자신을 만나고 있으므로 태신이 약혼녀와 끝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이야기로 미루어 봤을 때 그는 약혼녀와 끝낸 것이 아니었다. 결국 나현은 의도치 않게 태신의 그녀에게 죄를 짓고 있는 셈이었다. ‘이런 남자와는 끝내는 게 맞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태신에게 끌린다는 게 나현은 이상하기만 했다. 아니, 그를 사랑하기까지 한다는 것이 기이했다. “방금 그 말, 내 얼굴 보고 할 수 있나?”
유나는 남자에게서 빠져나갈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하나, 둘, 셋!번쩍 몸을 돌렸다.나중에 엘자와 동료 단원들에게 원망의 소리를 들을지라도 지금은 이 이상한 치로부터 도망을 가야 했다.어떤 춤을 출 때보다 사력을 다해 커튼 너머로 달려갈 때였다.“악!”허리가 붙잡히나 싶은 순간, 확 몸이 꺾였다. 고개를 들었을 때는 지척에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뭘까?’유나는 한순간에 변해버린 푸른 눈동자에 사로잡혀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남자의 얼굴에는 새파랗게 타오르는 불길이 번져있었다. 매서운 분노를 접한 순간, 유나는 죽음의 그림자를 본 듯했다. 무서워서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남자를 살피는데 그가 천천히 표정을 이완시키더니 그녀를 아래로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손을 잡아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