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 미안하긴 한데 그렇다고 다 죽일 필요는 없잖아?] 전세, 혹은 월세였지만 내 집인 줄 알고 살았었다. 그러다 갑자기 집주인이 나타나서 내쫓겠단다. 물론 그동안 내 집인줄 알고 너무 험하게 집을 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무작정 내쫓아버리면 우리는 어찌 사누? 그리고 그 동안 나타나지 않은 네 잘못도 있잖아? 게다가 지금 주인인 네 집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주인하겠다고 난리치는데, 우리가 대신 막아주고 있었는데 이렇게 뒷통수 치다니. 잘못한 건 알지만 그래도 적당히 봐주고 하자. 낯선 세입자보다는 그래도 우리가 나을껄? [지구 : 이것저것 귀찮고 짜증나니 다 꺼져버렸으면 좋겠다] 지구의 반격.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고통 받고, 괴롭힘 받던 지구의 인내심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 440만년이나 참았으면 됐지, 뭘 더 참아? 1945년 인류 최초의 핵폭탄이 일본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때, 지구의 인내심은 동이 났다. 지구가 자신의 것인양, 으쓱이면서 사는 인간은 지구에게 있어서는 암세포나 다름 없다. 그래서, 지구는 스스로의 정화작용을 위해 암세포를 잡아먹는 항암제를 풀기로 했다. 인간의 무의식 저편, 지구가 만든 인간의 무의식 저편에 존재하는 괴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니네끼리 아동바동 싸우는 건 모르겠는데, 남한테까지 피해는 주지 마라. 칼을 갈던 지구의 단죄가 인간들에게 떨어진다. 지구는, 인류를 존재하면 안 되는 ‘변이체’로 인지하였다.
이십 년 청춘을 바친 대가로 돌아온 것은 차가운 죽음 뿐이었던 47세 부장 이무준. 그러나 20년 전 27살 신입사원으로 회귀한 이무준의 눈에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총천연색 ‘라인’이 거미줄처럼 펼쳐진다! ‘회사에 모든 것을 바치는 순교자도, 승리자도 되지 않겠어. 이제는 나만을 위해 살겠어!’ 학연? 지연? 혈연? 다 필요없다! 조직이라는 거대한 기계의 일개 부품으로 사는 것은 이제 지친다! 이무준에게만 보이는 ‘라인’으로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그에게 죽음을 안겨줬던 애증의 회사의 새로운 신화가 되기 위한 그의 활극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