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요.” 자신을 보며 칭얼거리듯 말하는 여자에게 경한이 냉정하게 말했다. “머리를 다치면서 간도 부은 모양이군.” 위압적인 말투에도 경한의 부드러움을 감지한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으로 넘기려는 잔꾀를 부렸다. 하지만 그의 굳은 입매를 보며 말꼬리를 흐렸다. “잠시 제정신이 외출했구나, 라고 생각하면 안 될까……요?” 제 눈빛에 금세 기가 죽은 여자를 보며 경한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감돌려는 입매를 슬쩍 감추고 말을 이어갔다. “은근슬쩍 반항하는 것은 원 성격인가? 어쩔 수가 없군. 당분간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까 앞일을 생각해서 미래라고 하는 게 좋겠어. 이름만 부르면 이상하니까 여기 있는 동안은 장미래라고 생각하고 살아.” “장미래?” “왜, 더 좋은 이름 있어?” “아뇨.” 여자가 재빠르게 부인했다. “함부로 집 어지럽히지 말고 얌전히 있어.” ‘내가 고양인가? 얌전히 있으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