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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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평점
Anarmonia(아르모니아)

언제나 주목 받고 살아왔던 피아노 천재 리넬 리타르트, 그러나 어느 날 아카데미에서 우연치 않게 한 남자와 합주를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태껏 그녀가 보아왔던 사람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그 남자. 그 다름에 이끌려 사랑하게 되지만, 사랑의 경험이 거의 없는 데에다 다른 점이 너무 많은 탓에 갈등도 여러 번 빚게 된다. 그러면서 한층 성숙한 사랑을 하게 된다. 작품은 4부작으로 구성되어있다. 1부는 서로에 대한 관심이 싹터 사랑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과정, 2부는 사랑의 달콤함, 3부는 성격의 차이로 인해 생긴 갈등, 4부는 그 갈등의 해소와 성장을 보여주며, 이 이야기들을 음악과 연결해 풀어나간다. 머릿속은 끊임없이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있는데도 불구하고, 악보를 그리는 손에는 한 치의 주저함이 없었다. 그만큼 두 곡은 너무나도 쉽게 합쳐졌다. 의도적으로 딱딱 들어맞게 만든 곡인 것처럼, 처음부터 한 곡이었던 것처럼. 그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더 이상 펜을 쥐고 있을 힘조차도 없어질 때쯤, 악보는 완성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악보의 마지막 끝세로줄을 그리고, 나는 탄식을 내뱉으며 펜을 툭 떨어뜨렸다. “아아…….” 처음부터 끝까지 쓰는 데에, 단 한순간도 막힘이 없었던 두 개의 곡. 이런 일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나는 방금 그 말도 안 되는 것을 해내고도 회의감이 들었다. 그 결과물이 떡하니 내 눈앞에 있는데도 마치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처럼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악보를 그리면서 그 이유를 이미 깨닫고 있었다. 두 개의 곡을 합친 이 악보가 왜 이토록 쉽게 쓰인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