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力)! 환우지간에서 가장 무서운 힘은 무엇인가? 그것은 하늘에서 불어오는 하늘의 바람, 천풍(天風)이다. 하늘의 바람은 부드럽고 포근하다. 하지만 분노하면 삼라만상(森羅萬象)을 파멸시킬 정도로 가공할 대폭풍(大爆風)으로 변한다. ― 천풍미랑(天風美郞)! 바람처럼 형체가 없는 인물. 그의 탄생은 하늘의 뜻이었다. 그리고 그의 탄생과 더불어 천하무림(天下武林)은 거대한 대풍운(大風雲)을 맞이하게 된다. 가난한 자와 힘없는 자, 불행한 자와 버림받은 자들은 그를 신(神)처럼 섬기고 정신적 지주(支柱)로 삼았다. 또한 그를 보는 순간 천하의 모든 여인들이 그의 품에 단 한 번이라도 안기기를 갈망했고, 그와 함께 있고 싶어했고, 그와 함께 숨쉬기를 원했으며, 그와 같은 길을 택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천풍미랑(天風美郞)! 대체 그는 어떤 신비로운 마력을 지닌 인간인가? 하지만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하늘의 바람답게 자신의 존재를 세인 앞에 드러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해서, 그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천풍미랑 본인뿐이었다.
칼과 죽음을 운명처럼 벗삼으면서 살아가는 무림인(武林人)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무적(無敵)의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 되는 것이오! 그리고 다시 무엇을 가장 갖고 싶느냐고 물으면 무림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천하에서 가장 훌륭한 병기(兵器)와 파천황(破天荒)의 무공기서(武功奇書), 단숨에 내공을 조화(造化)의 경지까지 끌어올려주는 영약(靈藥)이오! 전설(傳說)! 하늘 아래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무림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버리지 못하고, 버릴 수도 없는 꿈의 전설이 있다. 그것은 무림인들이 꿈속에서라도 찾기를 갈망하는 다섯 개의 천병(天兵)과 아홉 종류의 무공(武功) 기서(奇書)와 두 가지의 영약(靈藥)에 관한 전설이었다. 그 전설은 말한다. -하늘 아래, 파천(破天)의 힘을 지닌 다섯 개의 병기가 있으니, 그것들을 일컬어 파천오병(破天五兵)이라 하노라!
오백 년전(五百年前), 약관(弱冠)의 청년(靑年) 하나가 중원에 나타났다. 그는 중원(中原)에 일보(一步)를 내딛으면서 먹이를 눈 앞에 둔 야수(野獸)처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핫! 나 천마조종(天魔祖宗) 동곽후(東郭候)는 천마(天魔)의 후예(後裔)다. 금후(今後)로 천하는 나 천마조종 동곽후에 의해 지배되리라! 당시 천하는 소림사(少林寺)를 중심으로 정도십파(正道十派)에 의해 평화(平和)를 구가하고 있었다. 당시 정도십파는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성세(盛勢)를 이룩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천마조종 동곽후의 광언(狂言)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러나, 마천루(摩天樓)처럼 영원할 것만 정도십파가 어이없게도 천마조종 동곽후의 천마교(天魔敎)에 의해 단지 십 년(十年) 만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져 버렸고, 천마조종 동곽후는 자신의 예언대로 무림의 주인이 되었다. 마도통천하(魔道通天下)! 이후 백 년 동안 천하는 천마조종이 이끄는 천마교(天魔敎)에 의해 지배를 당했다. 그것은 미래를 전혀 기약할 수 없는 어둠의 세월(歲月)이었고, 그 시기는 무려 백 년에 걸쳐 계속되었다.
淫妖之手無影死(음요지수무영사) 劍不滅魂貫天地(검불멸혼관천지) 邪界血雲伏萬宗(사계혈운복만종) 毒井噴消太陽殘(독정분소태양잔) 嗚呼天崖蒜天意(오호천애번천의) <음요(淫妖)한 손(手)은 보이지 않는 죽음(死)이요, 신검(神劍)의 불멸혼(不滅魂)은 천지(天地)마저 꿰뚫는다. 사계(邪界)의 혈운(血雲)은 천하만종(天下萬宗)이 굴복(屈伏)하고, 독정(毒井)이 솟구치니 태양(太陽)마저 빛(光)을 잃는데, 천(天)의 벼랑(崖)은 하늘의 뜻(天意)마저 뒤집도다.> 시(詩). 무려 수천 년에 걸쳐서 강호무림에 전해지는 이 한 편의 시에는 무림사(武林史)의 가장 엄청난 비밀이 감춰져 있다. ― 칠언마시(七言魔詩)의 비밀을 푸는 자는 군림천하(君臨天下)할 것이며, 인연을 얻는 자는 천상천하(天上天下) 영세독존(永世獨尊)하리라!
전설(傳說)이었다. 아니, 살아있는 절대적 신화(神話)였다. -용문(龍門)! 하늘의 찬란한 광휘(光輝)를 받고, 땅의 영광(榮光)을 한 몸에 안은, 세상에서 더 이상 위대해질 수 없는 신(神)의 가문(家門)! 그렇다. 용(龍)의 가문(家門)은 지상 최고의 절대적 신화를 창조한 곳이었다. 아무도 도전할 수 없고, 아예 도전할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든 용문의 절대적 신화는 삼백 년 전(三百年前)에 시작되었다. 삼백 년 전, 무림의 역사를 아는 자라면 모두 핏기를 잃고, 공포로 인하여 게거품을 물고 졸도할 혈겁(血劫)이 발생했다. -배교(拜敎)의 겁(劫)! 유사이래 가장 처절했고 참혹했던 대겁란이었다. 무림은 피를 토하고 오장육부(五臟六腑)까지 모조리 쏟아내야만 했다. 천하는 시산(屍山)과 혈해(血海)의 생지옥으로 변했고, 공포로 인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암흑천지(暗黑天地)! 오직 절망 뿐,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공포의 나날들이었다. 바로 그러한 시기에 네 명의 신비(神秘) 기인(奇人)이 나타났다. -천외사성(天外四聖)! 어느 누구도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졌다. 천외사성은 단지 일 년(一年) 만에 영원할 것만 같던 배교를 와해(瓦解)시킨 것이다. 교주(敎主)를 비롯하여 무려 수만에 달하던 교도(敎徒)들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무림은 평화를 되찾았다. 피와 시체만이 존재했던 암흑천하는 사라지고 광명천하(光明天下)가 도래(到來)했다. 세인들은 천외사성을 찾았다. 천하를 구원해준 그들에게 고마움의 뜻을 전하고 그들을 높이 떠받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천외사성은 세인들의 그런 마음을 단호하게 거부한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 한 마디 말만 남기고! - 우리는 용문(龍門)에서 나온 사대천왕(四大天王)이오. 우리 용문이 존재하는 한, 사마(邪魔)는 결코 뿌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오!
백련교(白蓮敎)! 본시 한족(漢族)의 농민(農民)들 사이엔 옛부터 비밀결사(秘密結社)가 보이면서도 보이지 않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러한 결사는 신앙(信仰)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자위수단(自衛手段)으로 세상이 잠잠할 때에는 표면에 나타나지 않다가도 세상이 어지럽고 살기가 어지러워지면 반란(反亂)을 일으켰다. 중국의 역대왕조 말기에는 오히려 이러한 종교적 비밀결사의 반란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 힘은 가히 천하를 뒤덮고, 한 왕조를 뒤바꾸기에 충분한 가공할 것이었다. 그 예로 원조(元朝)가 그러했고 중국 최대의 번성기를 누렸던 대당제국(大唐帝國)도 마찬가지였다. 뿐이랴! 원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전무후무한 비밀결사 조직인 백련교(白蓮敎)의 조직형태가 변질되기 시작했다. 수동적에서 능동적으로 변한 것이다. 최초의 변화는 어떤 특정한 권력(權力)의 형태와 체계(體系)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는 막강한 힘을 구사하는 거대한, 표면화된 집단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도들에게 있어서 교주(敎主)는 신(神)이었고, 그 힘은 황제(皇帝)조차 능가하는 절대적(絶對的)인 것이었다. 점차 농민들로 구성되던 조직의 그 형태가 무림인(武林人)들로 탈바꿈 되었고, 권력과 차부와 명예를 위해선 그 어떤 악랄한 수단과 방법을 마다하지 않았다. - 홍무제(洪武帝) 주원장(朱元璋)! 대명제국(大明帝國)을 건국한 그는 다른 왕조의 태조(太祖)와는 달리 본시 백련교 출신의 서민(庶民)이었다. 그는 지혜와 무위(武威)가 출중할 뿐만 아니라 카리스마적인 기질을 갖추고 있어서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뛰어난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그를 추종(追從)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뛰어난 주원장이라고 해도 백련교의 도움 없이는 나라를 세울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백련교의 절대적인 도움을 받고서야 원(元)을 무너뜨리고 대명제국을 세울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화근(禍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