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허용
좌절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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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령기

악귀가 사람들의 영혼을 집어 삼키는 대재앙이 시작되었다.  그날 이후, 세상은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난 반드시 살아 남아 보이겠어. 반드시…!’  죽은 가족의 몫까지 살아남으리라 다짐하는 소년. 로미 새뮤엘.  그리고 그와 함께 여행하는 붉은 머리 소녀. 레드.  ‘난 이 지옥같은 세상에 결코지지 않아!’  절망만 가득한 세상에서 소년과 소녀의 처절한 생존 투쟁이 시작된다!

생령기 1권

<생령기 1권> 나 홀로 머무는 이 작은 공간 안에 마치 나 말고 다른 무언가가 가득 들어 차있는 듯한 기분 나쁜 느낌이었다. 머릴 휘젓고 조금이라도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 음료진열대로가선 자연강장제 한 병을 움켜쥐었다. 그게 시발점이었을까? 강장제를 잡은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분명 내 몸과 정신엔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마치 겉으론 문제없는 컴퓨터의 마우스가 멈춘 것처럼 난 그 자리에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서늘한 공기의 흐름이 등골을 타고 흘러갔다. 식은땀이 더욱 체온을 떨어뜨렸고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난 눈도 깜빡일 수 없었다. “아니야, 아니야…….”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나마 이 적막의 최고점을 치닫는 실내의 위압감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 소리와 자기 최면에 힘입어 난 빌어먹을 한기의 근원지로 몸을 옮길 수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정신을 가다듬을 땐 이미 창고의 내부였다. ‘내가 왜 이러지? 여긴 왜 들어 왔지?’ 여러 가지 잡념이 스쳐지나가자 내 몸을 휘감아 도는 이상한 징후도 더 이상 날 괴롭히지 않았다. 두어 번 심호흡을 하고 전등의 스위치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