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태
김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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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겨울(체험판)

담장 안으로는 철지난 담쟁이덩굴로 뒤엉킨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낡은 건물이 보였다. 정문을 통과한 지프가 건물 앞에서 멈추자 안에서 군인 한 명이 뛰어 나왔다. 곧이어 차문이 열리고 큰 키에 덩치가 제법 좋은 남자와 말랐지만 단단해 보이는 남자 하나가 차례로 내렸다. 『기다리고들 계십니다.』 안내된 회의실로 두 사람이 들어서자 앞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장교가 연단 앞으로 나갔다. 『충성, 기무사령부 부산지부 최연식 대령입니다.  지금부터 사건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사건 현장은 오늘 오후 2시에 발견됐습..

겨울자리

<겨울자리>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단 한 가지만 빼고 내가 가는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끝이 있기는 한 것일까? 꿈틀거리는 호기심으로부터, 오만과 착각으로부터 천천히 다가오는 죽음의 목소리 옥상의 바닥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아침부터 내린 겨울비 때문이었다. 대기 중이던 헬리콥터의 프로펠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고, 곧장 북쪽으로 방향을 틀 었다. 일을 매듭지을 시간이었다. 셋은 말없이 녹색의 산과 음지에 남아 있는 하얀 눈들이 발아래로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민통선 너머 공터를 찾아 헬리콥터가 내려앉을 때까지……. 프로펠러의 회전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 때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군용 지프 한 대가 쏜살같이 달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