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헌
김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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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FM

어둠조차 나른한 깊은 밤  그녀의 손길은 82.9 MHz의 버튼을 누른다.  흐느끼듯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은 노래를 부르며 한 여인의 광기(狂氣) 를 애무한다.  솜양지꽃 같은 눈물 겨운 사랑과   비정(非情)한 세월의 이중주(二重奏)  그리고  숨을 멎게 하는 살인(殺人) 예술(藝術). 살인 지령을 내리는 FM 방송 어둠의 메신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흐느끼듯 팝은 흐르며 죽음을 예고한다. 김상헌의 장편작!

그녀 그래픽

<그녀 그래픽> 캔버스천과 블루진, 번쩍이는 크롬 도금 냄새, 낡은 가죽 냄새, 그리고 회색빛 슬픔! 프랑스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귀국한 후, 돌연한 사고로 인해 교도소에 수감된 동세. 출옥을 앞둔 어느 날, 교도소 동료인 늙은 죄수 최동기로부터 한 여자를 찾아서 강간을 해주면 3억 원을 주겠다는 놀라운 제의를 받는다. 젊다는 것 외에는 내세울 게 없는 동세는 그 제의를 결국 받아들인다. 교도소를 출감 후, 할리 데이비슨의 로드킹 모터사이클을 타고 강간을 해야 할 여자를 찾아 떠난다. 미모의 그녀를 찾는 와중에 호텔 여직원, 전 미스코리아, 은행원, 상점 여종업원 등 여러 여자와 관계를 갖지만 언제나 스며드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스피드 속에서 가끔 떠오르는 기억도 할 수 없는 어머니, 출생의 비밀, 한때 프랑스에서 사귀었던 이스라엘 여군 장교의 갑작스런 방문 등, 젊음이 빚어내는 행과 불행이 반복된다. 그럴수록 자학하는 동세는 살인적인 스피드와 함께 헬멧 아래로 번지듯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어쩌지 못한다. 끝내 최동기로부터 부탁을 받은 여자를 찾은 동세는 그제서야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