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우
송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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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마리아인의 법 (미스터리 노블 008)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해 주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는 법인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의 부재에 맞서, 뺑소니 교통사고로 여동생을 잃은 오빠가 여동생의 죽음을 방관한 목격자에 대하여 복수를 계획한다.

세상에 단 하나 (미스터리 노블 013)

모든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것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이길 원한다. 나는 세상에 단 한 장 뿐인 폴라로이드 사진을 들고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세상에 단 하나인 진실은 날카로운 비수가 된다.

구하는 조사관

<구하는 조사관> “죽음보다 삶이 낫다는 확신은 어디에서 오는 거죠?” 소외된 이들을 바라보는 가장 진실한 시선 한국 사회파 미스터리의 새로운 기준, 송시우의 신작 2008년 『계간 미스터리』 겨울호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한 송시우는 2014년 첫 장편 『라일락 붉게 피던 집』으로 대형 신인 작가의 등장을 화려하게 알렸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발간과 동시에 다수의 미디어에서 경합을 벌이며 영상화가 확정되었고, 이후 『달리는 조사관』, 『검은 개가 온다』 등의 출간작이 연달아 영상화가 확정되며 한국 장르문학의 기대주이자 검증된 콘텐츠 장인으로 자리 잡았다. 네 권의 장편과 한 권의 단편을 쓰며 활발히 활동해온 작가는 2019년 『대나무가 우는 섬』 이후 3년 만에 ‘조사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구하는 조사관』을 통해 다시 돌아왔다. 『구하는 조사관』은 2015년 출간되어 2019년 OCN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달리는 조사관』의 후속작으로, 전작에 등장했던 매력적인 인물들이 깨질 듯 말 듯 한 아슬아슬한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며 사회 전반에 만연한 혐오 범죄를 해결해나가는 내용이다. 작가는 ‘인권증진위원회 조사관’이라는 독특한 포지션의 인물을 내세워 경찰이나 탐정 등이 등장하는 고전적 추리소설의 틀을 깨면서도 범인과의 심리전을 비롯한 전통적 미스터리의 방향성을 잃지 않는다. 송시우의 ‘조사관’들이 탐정이나 경찰과 가장 대비되는 지점은 그들이 사건을 쫓고 해결하려는 목적에 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범인의 검거도, 정의실현도 아니다. 그들이 끝까지 구해내고 지켜내고자 하는 것은 ‘사람’ 그 자체다. 인간이 최후의 순간까지, 더 나아가 죽음 이후에도 인간일 수 있어야 한다는 송시우식 위로는 혐오가 만연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이 작가는 죽음 그 자체에 목적을 두지 않고 삶을 바라보기 위해 죽음을 쓴다. 이것이야말로 송시우가 제시하는 한국 사회파 미스터리 문학의 ‘새로운 기준’이다.

검은 개가 온다

<검은 개가 온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사람들 평생 ‘검은 개’에 쫓기며 끝없는 터널을 달음질해가다 “죽음이 얼마나 달콤한 결론이야.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에 근접해서 저편으로 살짝 넘어가기만 하면 돼. 그러면 더 이상 실망하거나 버림받을 일도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앞으로도 계속 불행할 게 뻔한데 왜 사는 거지?” -본문 중에서 평소 우울증을 앓으며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던 여대생이 산속에 묻힌 채 반백골로 발견된다. 비슷한 시기, 평범한 회사원이 조퇴를 하고 일찍 귀가하던 길에 빌라 계단에서 우연히 부딪친 이웃을 그야말로 죽을 때까지 때렸다. 범행이 일어난 시간도, 장소도, 범인도 모두 다른 두 사건을 유일하게 잇는 인물이 있다. 바로 ‘항우울제를 반대하는 모임’ AAD 사무실을 운영하는 반탁신이다. 평소 우울증을 겪고 있던 전학수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반탁신에게 항우울제 음모론에 대해 듣고, 조언에 따라 약을 끊은 지 17일 만에 이웃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범행을 저질렀음이 밝혀진다. 한편 작은아버지를 도와 전학수 사건을 조사 중이던 대학원생 박심은 반탁신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과 마주친다. 동창과 대화를 나누던 중, 시체로 발견된 여대생이 속했던 우울증 환우 모임 ‘공탈’을 알게 된다. 항우울제 없이도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 ‘공탈’의 회원은 총 5명. 아들이 우울증 진단을 받고 항우울제를 복용하다 그 부작용으로 자살했다고 믿는 반탁신을 중심으로 죽은 설리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겨주던 박이음, 모임을 통해 새로운 삶의 의지를 다져나가는 임나민, 반탁신을 도와 사무실에서 잡무를 보는 취업준비생 김열이다. 경찰이 설리사를 죽인 범인을 ‘공탈’ 회원들로 한정하며 수사망을 좁혀오자, 우울증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전 회원 조노훈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공탈’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른다. 로스쿨 학생과 노련한 강력계 형사가 각기 다른 사건에서 출발하여 같은 진실을 쫓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우울과 불안이 넘쳐나는 데도 이를 방치하는 사회 분위기,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다양하고 복잡한 태도, 실제로 병을 겪는 환자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병의 유무와 관계없이 인간 본연에 존재하는 악의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검은 개가 온다》는 평생 ‘검은 개’에 쫓기며 끝없는 터널로 달음질해가는 사람들과, 그들을 묵인함으로써 세상과 격리될 수밖에 없는 사회의 부조리를 담은 수작이다.

대나무가 우는 섬

<대나무가 우는 섬> 2014년 송시우 작가는 첫 장편소설 『라일락 붉게 피는 집』으로 대형 신인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장르소설의 문법과 한국적 리얼리즘의 성공적인 만남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경합 끝에 영상화 제작이 확정되었고, 당시 추리소설로는 드물게 세종도서 문학나눔 부문에 선정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공무 중인 작가의 실무경험이 투사, 가상의 기구 ‘인권증진위원회’를 배경으로 인권위 조사관의 활약상을 통쾌하게 그린 중단편집 『달리는 조사관』은 장르 드라마의 명가 OCN에서 2019년 9월 동명 드라마가 방영되며, 서울도서관의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도서로 선정되는 등 재미와 작품성 모두 인정받았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이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닌 심신의 고통과 사회적 기능 손상을 일으키는 질병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장편소설 『검은 개가 온다』 역시 출간 즉시 영상화가 확정, 명실 공히 한국 장르문학계의 기대주임을 증명하였다. 매번 시의성 있는 소재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추리소설이라는 장르 안에 녹여낸 송시우 작가의 신작 『대나무가 우는 섬』은 전작과는 달리 트릭과 수수께끼 풀이에 집중한 본격 미스터리다. 최근 그 구분이 모호해졌지만 사건의 동기보다는 범죄 과정을 밝혀내는 것을 중시하는 클래식 미스터리에 가까운 이 작품에서 작가는 탄탄한 기본기와 영리한 구성력을 토대로 기발하면서도 빈틈없는 트릭을 선보이는 데 성공한다. 사실 사회파 미스터리로 분류된 작가의 전작에서도 다소 인위적인 트릭과 풀이 과정은 늘 존재했으며 『라일락 붉게 피던 집』에서는 밀실 미스터리가, 『달리는 조사관』에서는 불가능 범죄, 거울 트릭 등이 등장했다. 『대나무가 우는 섬』에서는 추리소설의 고전적인 기법을 전면으로 내세웠는데 ‘폭풍우가 몰아쳐 고립된 섬’과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로 죽은 사람’, ‘사건 해결을 도맡은 안락의자 탐정’이 그것이다.

달리는 조사관

<달리는 조사관> 《라일락 붉게 피던 집》 2014년 세종도서 선정, 출간 즉시 영화화 확정 한국 장르문학의 새로운 가능성 송시우의 두 번째 이야기 2014년 송시우 작가는 첫 장편소설 《라일락 붉게 피는 집》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 작품은 장르소설로는 드물게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었으며, 출간되자마자 경합 끝에 영화화가 결정되는 등 화제를 낳았다. 이후 송시우 작가는 2012년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4》(황금가지)에서 선보인 바 있는 단편소설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를 개작, 이야기를 확장하여 그의 두 번째 단행본 《달리는 조사관》을 발표하게 되었다.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는 ‘인권증진위원회’의 조사관들을 다룬 이 작품은,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를 고전적인 추리 방식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진정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움직이는 ‘인권위 조사관’은 공무원이긴 하지만 형사나 경찰과는 달리 공권력을 동원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닌 탐정이기도 하다. 관련자들이 서로 엇갈린 증언을 헤치고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모든 추리소설의 공통된 부분이지만, 《달리는 조사관》에서의 진실은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가 과연 침해되었는가?’ 하는 문제에 있다. 이런 설정은 탐정에게 피해자가 선인이고 가해자가 악인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다층적인 구도를 형성하고, 조사관들은 그런 선입관에 구애받지 않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하기에 미스터리의 부피는 더 풍성하게 불어난다. 오락으로서 수수께끼 풀이가 부각되기는 했어도 소설은 실화의 사건들을 비틀어 묘사하며 현실감을 부여하고 있다. 가상의 기구인 인권증진위원회는 실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국을 모델로 하였고 절차나 구성도 실제의 조직을 꼼꼼하게 참고했다고 한다. <승냥이의 딜레마>에서 사용된 공동정범이라는 소재에서는 16년 만에 재점화된 이태원 살인사건이 연상되기도 하고, 2000년 익산에서 택시 기사를 살해한 죄로 체포되어서 억울하게 10년 동안 갇혀 있다 출소한 ‘10대 배달부’ 최 모 군 사건과 유사한 점도 엿보인다. <푸른 십자가를 따라간 남자>에서는 참고로 열거한 연쇄살인범들의 모습 위에 최철수의 얼굴을 겹친다. 그 외 소재로 쓰인 민간인 사찰, 노조 내 성희롱, 이별 폭력, 강압 진압 논란 등은 모두 뉴스에서 만났던 사건들이었다. 《달리는 조사관》은 21세기 초의 한국 범죄사의 간략한 스크랩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판단하지 않는다, 단죄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보고서를 작성할 뿐 《달리는 조사관》에 실린 총 다섯 편의 중·단편은 각각 전형적 미스터리의 주제를 탐구한다. <보이지 않는 사람>은 사건현장에서 어떠한 편견 없이 진실을 목도한 증인의 존재 문제를 다뤘다. 보이지 않았던 증인이 모습을 드러낼 때 사건의 속사정도 모습을 드러낸다. <시궁창과 꽃>은 범인 찾기가 주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 범인이 저지른 일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을 다뤘다. 사건 현장을 재구성하는 공간 미스터리인 <거울 얼룩>은 가해자와 피해자, 증인이 모두 밝혀진 상황에서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 하는 이유, 즉 동기의 문제를 추적한다. G. K. 체스터턴의 브라운 신부 단편 중 가장 유명한 <푸른 십자가>를 오마주한 <푸른 십자가를 따라간 남자>는 범인이 이미 알려진 상황에서 그가 저지른 범죄의 대상, 희생자의 문제에 집중한다. 그리고 마지막, <승냥이의 딜레마>는 승냥이로 은유되는 조사관들의 내적 갈등에 대한 이야기로, 진실을 밝혀내는 데 있어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탐정의 문제가 그려진다. 탐정은 추리소설에서 이성적인 판단자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달리는 조사관》의 조사관들은 고전 비극의 인물처럼 필연적인 결함이 있다. 이달숙과 배홍태, 부지훈은 자신들이 하는 일의 대의명분에 함몰되어 진실을 놓치고, 그들의 선의가 심리적 맹점이 된다. 이를 꿰뚫어볼 수 있는 입장인 윤서의 발목을 잡는 건 집중력을 흩트리는 아토피라는 병과 내적인 갈등이다. 인간은 자신의 성격적 결함, 인지적 착각, 공동체의 요구로 인해 실수하고 잘못을 범한다. 탐정과 가해자, 증인 모두 어떤 면에서는 같은 결점이 있어서 인간이라는 우리 안에 갇힌다. 그리하여 《달리는 조사관》을 관통하는 정서가 있다면 일종의 성실함이다. 조사관들이 달리고 있는 것은 성실하게 자기 일을 해내겠다는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송시우 작가가 추리소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이런 성실함을 찾아볼 수 있다. 전통적 퍼즐의 틀 안에서 당대에 직면한 문제를 가지고 보편적 도덕의 문제를 탐구한다는 것, 두 번째 작품을 내면서도 송시우 작가는 늘 대중 추리소설의 존재 의의를 성실히 조사하고 있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

<라일락 붉게 피던 집> 한국 장르문학계가 주목한 대형 신인 송시우 작가의 첫 장편소설 지난 2012년 2월 일본 하야카와쇼보에서 출간되는 미스터리 전문 월간지 《미스터리 매거진》에 신인 작가 송시우의 데뷔작 <좋은 친구> 전문이 번역 소개되어 화제가 되었다. 《미스터리 매거진》은 올해로 700호 출간을 맞이하는 유서 깊은 잡지로,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거장 시마다 소지가 중심이 되어 기획한 특집 기사 ‘아시아 미스터리로의 초대’에서 송시우 작가는 한국 미스터리의 젊은 기대주로 소개되었던 것이다. 이후 송시우 작가는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4》(황금가지, 2012년)에서 단편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를 발표하여 국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자동차 공장 노조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인권위원회 조사관을 다룬 이 작품은, 작가가 지향하는 바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법과 가치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는 송시우 작가는 정교한 트릭과 범인 찾기를 중시하는 본격 미스터리보다는 범죄의 동기와 인물들의 내러티브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사회파 미스터리를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첫 장편소설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작가의 의도가 가장 잘 반영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장르소설의 문법과 한국적 리얼리즘의 성공적인 만남으로 평가받고 있는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우리 장르문학의 가능성, 그중에서도 한국형 미스터리 소설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최근 외국 장르문학의 양적 팽창으로 인한 독자들의 피로와,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편중된 선인세 경쟁, 오랜 경제 침체로 성장이 멈춘 시장 상황에서 그 해답을 국내 장르문학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 결실로 상당수의 작품들이 출간되었으나 독자의 기억에 자리한 작가와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로 여전히 국내 장르문학의 환경은 척박하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미스터리 독자뿐만 아니라 19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30~40대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박하면서도 일상적인 소재로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점이 새롭다. 또한 사건의 나열에 집중하기 보다는 사건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던 인물 하나하나의 사정을 묘사하여 마치 TV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생동감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뉴스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극악한 범죄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주변에서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를 다룬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내게도 그들처럼 미스터리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되돌아보게 되는 일상 미스터리의 대표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시대를 불문한 인간의 욕망을 그린 한국형 사회파 미스터리의 성공적인 시작 대중문화 평론가이자 인기 강사인 수빈은 신문사의 의뢰로 어린 시절을 주제로 한 칼럼을 쓴다. 여러 세대가 한집에 살았던 그 시절, ‘라일락 하우스’라 불리던 다세대 주택에서의 가난하지만 정겨운 이야기는 대중을 사로잡는다. 그러던 어느 날, 수빈은 당시 연탄가스 중독사고로 사망한 옆방 오빠가 사실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제보를 듣는다. 칼럼 소재를 얻기 위해 옆방 사람들을 수소문하던 수빈은,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기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수빈의 애인이자 라일락 하우스에서 함께 살았던 소꿉친구 우돌은 협조적이었던 초반과는 달리 ‘그 시절이 싫었던 사람도 있다’며 수빈을 만류하고, 살갑게 반겨주었던 옛 이웃들 역시 무언가를 감추는 기색이다. 곗돈을 타자마자 야반도주를 한 참한 새댁, 자매도 아니면서 한 방에서 지낸 세 젊은 여자들, 늘 방에서만 지내던 옆방 오빠, 그리고 동생의 병 때문에 불행했던 우돌이네. 옆방 오빠의 연탄가스 중독사고 혹은 살인사건을 둘러싼 이웃 간의 갈등이 실체를 드러내자 행복했던 어린 시절은 산산조각 난다. 지금은 두 세대가 살기 힘들 정도로 작은 주택 안에 대여섯 가족이 좁은 단칸방에 지내면서도 오순도순 행복했던 1980년대. 너나할 것 없이 이웃 아이의 끼니를 내 아이와 함께 챙기는 등 가난하지만 정을 나누면서 살았던 그 시절을 많은 이들이 아름답다고 추억하지만 그때에도 사람들 간의 어두운 그림자는 있었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1980년대 다가구 주택에서의 생활상을 시각적으로 사실적이면서도 정겹게 묘사하여 독자의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옆방 오빠의 죽음에 얽힌 이웃들의 사정을 입체적으로 전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복잡한 트릭보다는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벌어지는 사건이 중심이 되며, 무엇보다 어떤 시대에도 존재했던 인간의 욕망과 선악 사이에서의 갈등을 정서적으로 접근하여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신문기사 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로 흔했던 그 시절 연탄가스 사고의 진실에 대한 복선을 차근차근 쌓아올려 마지막에는 독자를 놀라게 하면서도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한국형 사회파 미스터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추천의 말 “1980년대를 관통하는 먹먹한 이야기. 장르소설의 문법과 한국적 리얼리즘의 성공적 만남. 30년 전 다가구 주택에서의 연탄가스 중독사고라는 단순한 소재에 무한한 상상력을 꽃피웠다.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의 지도를 타박타박 밟아나가다 보면 어느새 진실 앞에 서 있을 것이다.” -최혁곤(《B컷》, 《B파일》 작가) “오순도순 한집에 여러 가족이 모여 살았던 1980년대. 가난했지만 온정이 있던 시대라고 흔히 기억하겠지만 짙은 그림자는 언제 어디에나 있다. 유명인이 되어, 유년의 기억을 되살려 칼럼을 쓰던 수빈이 도달한 진실도 어둡고 쓰라리다. 굳이 들추지 않았어도 되었을 과거. 그 기억의 재생과정을 함께하는 독자 역시 1980년대라는 시대를 생생하게 목격한다. 처절하다기보다는,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사람들의 욕망이 발산되며 뒤틀리기 시작했던, 찬란했던 그 시절을.” -김봉석(대중문화 평론가, 영화 평론가,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작가) “<한 지붕 세 가족>에 살인사건이 더해진다. 가난해도 웃으며 서로를 의지했던 것 같던 추억 속 얼굴들이 용의자의 물음표를 머리 위에 얹고 회상 속에 재등장한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29년 전 ‘추억’을 유행 따라 한번 꺼냈다가 그 안에 숨어 있던 미스터리를 발견하는 이야기다. 여러 입을 탈수록 과거는 알던 것과 달라지고, 추억 놀이는 현재의 새로운 살인을 부른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근사한 일상 미스터리 소설이다. TV 드라마를 보는 듯 생동감 있는 인물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높이며 독자에게 다가온다. 오래된 사진첩의 낯익은 얼굴이 낯설어지게 만드는 묘미의 소설. 누구에게나 미스터리 하나쯤은 있기 마련 아니겠는가.” -이다혜(북칼럼리스트, 《씨네21》 기자) 내용소개 1980년대 서울의 한 다가구 주택 가족 같았던 이웃들이 숨겨온 어두운 진실 대중문화 평론가이자 인기강사인 수빈은 신문사의 의뢰로 어린 시절을 주제로 한 칼럼을 쓴다. 여러 세대가 한집에 살았던 그 시절, ‘라일락 하우스’라 불리던 다가구 주택에서의 보낸 가난하지만 정겨웠던 어린 시절 이야기는 대중의 공감을 얻으며 크게 성공한다. 승승장구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수빈은 그러던 어느 날, 당시 연탄가스 중독사고로 사망한 옆방 오빠가 사실은 살해됐을지도 모른다는 제보를 듣는다. 당시 아이였던 수빈은 알 수 없었던 어른들의 진실과 거짓이 드러나자 ‘행복했던 그 시절’은 산산조각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