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 로우
워너 로우
평균평점
세계를 속인 남자

3개월 전에 작은할아버지인 프랭크 M. 로우가 내 집에서 죽었다. 그때 그는 한 뭉치의 원고를 남겼다. 그것은 그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생의 수기이며 여러 가지 점에서 충격적인 기록이었다. 그 수기를 이렇게 활자로 발표하기로 결심하기까지 나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아마 어딘가의 미술관이나 수집가가 수중에 가치 없는 미술품을 부둥켜안고 있는 것을 어떻게든 알아차리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문제의 수기를 읽기 전에 일단 설명을 해 두겠다. 나는 텔레비전 각본가로 아내 마리아 그리고 두 명의 아이와 함께 헐리우드 힐즈의 상당히 큰 집에 살고 있다. 딸 멜리사는 11살인데 영리하고 귀엽다. 아들 피터는 관심을 소홀히 할 수 없는 6살의 나이다. 그는 '피터, 뭘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지금 곧 그만둬라!' 하고 늘 호통쳐야 할 만큼 철부지다. 작은할아버지에 대한 내 오랜 기억은 가족 각자에게 보내져 오는 생일 카드였다. 그것은 로우 일가의 미국 친척 앞으로 세계 각지에서 보내 오는 것이었다. 작은할아버지는 수수께끼의 인물이었다. 아직 어렸던 나는 그의 일을 할아버지에게 물어볼 때마다 귀찮다고 꾸중 들었다. 당시의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은 그가 내 할아버지의 이복형제 --증조부가 두번째 부인과의 사이에 둔 아들이라는 것뿐이었다. 25세가 됐을 때, 나는 할아버지에게 이제 이 나이가 됐으니 작은할아버지의 일을 가르쳐 주어도 괜찮지 않느냐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망설이듯 한숨을 쉰 다음에 결심한 듯이 말했다. "좋다, 가르쳐 주지. 프랭크는 행실이 나쁘고 주정뱅이 건달이란다. 어머니에게서 상당한 유산을 받았는데도 술과-- 이것이 그의 약점이야--여자에 빠져 모두 탕진했지. 그 놈이야말로 아무런 가치가 없는 허무한 인생을 살고 있는 거야." "지금도 소식은 있습니까?" "있다. 1년에 한번, 거짓투성이의 근황을 써 보내지. 전부터 프랭크는 과대망상과 자기기만에 빠져 있단다." "돈을 얻으러 온 일은요?" "없다. 그 녀석이 원하는 건 이곳 친척들에 관한 상세한 정보뿐이야. 웬지 나는 모르겠다." 1966년 11월 13일, 내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 현관 벨이 울렸다. 아내가 문을 열었다. 살짝 보니 어떤 남자가 그곳에 서 있었다. 상당히 나이가 들어 보였다. 수수한 복장을 한 그는 가방과 보따리를 부둥켜 안고 있었다. 그는 긴 코와 그 밑의 하얀 콧수염을 기르고,키는 중간 정도이고 대단히 말랐으며,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내 집이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3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탓에 언덕길을 올라와 숨이 차서 그런 것 같았다. "무슨 일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