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자의 배신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어 버렸다. 왕녀 로잘린은 동생을 데리고 반역자의 손아귀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망명길 끝에 만난 건 추위와 절망이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추운 어느 날,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난다.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 말해 봐.” 남자는 아래를 내려다보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로잘린은 살기 위해 그에게 매달렸다. “질문을 바꾸지, 내게 무엇을 줄 수 있어?” 남자의 욕망 어린 시선이 로잘린을 핥아 내렸다. 모를 수가 없었다. 그 눈빛이 뜻하는 바를. “…원한다면 무엇이든.” 핏발 선 금안이 다가와 버석하게 마른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삼켜 버렸다. “맛있네.” 남자는 배부른 맹수처럼 웃었다. 포식자의 눈에 띈 건 행운일까, 아니면 또 다른 불행일까.
자다가 눈을 떠 보니,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되어 있었다. 에린 스필렛. 나는 소설 속에서 악랄하기로 소문난 악녀로 빙의했다. 내 남편이라는 남자는 자꾸 다른 여자랑 눈을 맞추며 아련한 표정을 짓는다. 그 상대는 바로 이 소설 속의 여주인공. 남의 결혼식에서 둘이 뭐 하는 거람. ‘이 남자가 뭐가 좋다고.’ 그런데 그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조연이자 불청객인 나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여기 계시겠습니까, 밖으로 나가시겠습니까.” 신발도 없이 얼떨떨하게 서 있는 나에게, 소설 속 황태자는 새 신발을 선물해 주었다. 이 와중에 다정하기도 하셔라. “식이 끝났으니 제가 더 있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그가 우아하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여주인공님, 남주는 그냥 너 줄 테니 가져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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