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서 온 토끼> #판타지물 #동화풍 #오해 #잔잔물 #성장물 #힐링물 <본편> 한적한 마을의 커피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토끼는 북극에서 왔다. 아버지토끼와의 갈등으로 자존감마저 흔들리는 위기를 겪은 토끼는 고향을 떠나서 낯 모르는 마을에 자리잡은 것이다. 그런 토끼가 일하는 커피가게에는 일상처럼 드나드는 손님들이 있다. 자신의 돈과 장식품을 자랑하지 못해서 언제나 안달인 여우, 지친 얼굴로 와서 사랑과 희망, 고통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노루, 성실한데다 예의까지 바른 치과의사인 악어, 집착으로 보일 정도로 어린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 곰. 그리고 커피가게의 주인이자 세상을 달관한 듯한 늑대 할아버지. 잔잔하고 담백한 문체로 그려낸, 우리의 삶과 아픔, 이별, 실연, 순정, 슬픔과 극복의 이야기. 북극 여름의 해가 지지 않는 백야와 겨울 밤을 장식하는 오로라를 옮겨 적은 듯한 차분한 단편. <외전> 카페를 경영하는 늑대 할아버지와 부모와의 갈등으로 집을 떠나온 토끼를 중심으로, 몇 개의 사랑 이야기들이 이어졌던 '북극에서 온 토끼" 의 외전. 여우와 악어 부부의 과거 이야기, 이혼으로 떠난 아빠는 그리워 하던 아기 곰이 성장하는 이야기, 죽음의 그림자로 어두운 안색의 고슴도치를 사랑한 노루 이야기, 그리고 토끼의 부모의 옛날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순수한 감성으로 그려진 잔잔하고 물방울처럼 투명한 짧은 사랑의 이야기들. 시간과 비용은 줄이고, 재미는 높여서 스낵처럼 즐기는 로맨스 - 한뼘 로맨스 컬렉션.
<시간 도둑> 인생을 바꿔 산다는 흥미로운 설정 속에 타자성에 대한 성찰이 녹아든 단편 소설. 평범한 직장인인 시완은 과로에 시달리다 탈출구를 찾는 마음으로 사표를 내고 별다른 일 없이 빈둥거리고 지내고 있다. 그러던 중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고 병원을 가다가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깨어난 병원에서 듣게된 것은 자신이 영양실조라는 어이없는 말. 그런데 도중에 정신을 잃은 자신을 누군가 병원까지 데려왔다는 말을 듣고, 그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해 한다. 그렇게 가벼운 치료를 받고 병원을 나서는 시완에게 한 젊은 남자가 다가온다. 자신의 이름도 시완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젊은 남자가 바로 시완을 병원까지 옮겨준 사람이었다. 그 젊은 남자가 시완에게 특이한 제안을 하나 한다. 인생을 바꿔 살자는 제안을. <추천평> "영혼을 바꿀 수 있다는 흥미로운 소재를 배경으로 삶의 의미와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은 단편 소설."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
<청춘, 그리고 소년 2010> 부모님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병든 할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는 경호. 현재의 삶이 너무 가혹하기에 경호는 자신의 미래라든가, 공부를 잘한다는 것 따위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런 경호에게, 집안도 잘살고 공부도 잘하는 유이란은 아주 먼 나라의 아이처럼 보인다. 어느 날 그런 경호에게 쭈볏거리며 다가온 이란이 운동으로 흘린 땀을 닦으라며 손수건을 건넨다. 그렇게 경호는 이란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게 되고, 몇 가지 우연들이 겹치면서 둘 사이는 가까워져 간다. 깨끗한 물을 한가득 담은 물통에 붓을 적시고, 잘 섞인 물감을 붓에 묻힌다. 그리고 하얀 캔버스 위에 그린 맑은 하늘의 풍경. 청춘은 그렇게 맑고 찬연하지만, 동시에 아프고 슬프다. <추천평> "청량한 맑은 하늘 아래, 웃음소리가 높이 울리는, 고등학교 운동장. 아이들이 활기차게 뛰어놀고, 가끔씩은 서로에게 험한 소리를 퍼부으며 다투고 싸운다. 그 무리 속 소년 하나가 우정과 세상을 배우고, 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 <미리 보기> “유이란!” 선생님의 호명에 또래보다 키가 작고 마른 몸의 소년이 교탁 앞으로 나와 섰다. 선생님의 손에는 흰 종이 한 장이 들려있었고 선생님은 소년에게 그 종이를 건네며 말했다. “이번 수학경시대회에서 이란이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모두 박수!” 박수소리가 교실을 울렸고 아이들의 눈동자는 부러움으로 가득 찬 채 이란을 향했다. 그런 눈빛들마저 익숙한 듯 이란은 조용히 상장을 받아들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는 녀석의 표정을 살폈다. 우월감에 찬 표정도, 기쁨에 찬 표정도 아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독한 표정. 병원장 아버지에 학교운영위원장인 어머니를 둔 잘난 놈의 표정에 늙은 할머니와 단칸방에서 단둘이 사는 내가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면, 내가 이상한 것이겠지. 집안 환경도, 학업도 남부러울 것이 없는 아이, 유이란. 머릿속에서는 저런 놈의 표정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외치지만, 마음속에서는 왠지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유이란에 대해 더 생각하려는 찰나, 누군가가 내 등을 퍽하고 주먹으로 치며 말을 걸어왔다. “강경호, 인마. 또 무슨 생각하냐? 여자 생각? 너 여자 생각하지? 으하하하.” “최두식, 너 같은 소리 작작 지껄이고 꺼져라.” 두식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지금까지 10년 지기인 만년 꼴등 녀석이다. 녀석도 나와 마찬가지로 선생들이 제일 싫어하는 유형의 학생이다. 싸움질에 툭하면 경찰서로 끌려가는, ‘문제아’들 말이다. “유이란 저 새끼, 또 상 받았다며? 아주 상으로 집을 도배하겠다. 에이, 재수 없는 기생오라비새끼. 정나미 여사가 또 한바탕 난리를 치겠네. 우리 이란이, 우리 이란이~” “시끄럽다. 네 반으로 가라, 최두식.” 두식의 툴툴거림에 진저리가 나서 툭 내뱉듯이 말했다. 두식은 유이란을 벌레 보듯 한다. 두식이 사고칠 때마다 자신의 반 담임인 정나미 선생이 이란과 두식을 비교하며 두식을 저능아 취급하기 때문에 더 그러는 듯하다. “넌 내가 유이란 욕만 하면 가라 그러더라. 네가 그러고도 친구냐? 에이, 나쁜 새끼. 간다, 가!” “잘 가라.” 두식은 퉤, 하고 교실 바닥에 침을 뱉고는 뒷문 너머로 사라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그 순간 유이란과 눈을 마주쳤다. 우연일까? 아니면 아까부터 보고 있었나?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유이란이 먼저 놀란 듯 휙 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내게 남은 건 유이란의 뒤통수가 전부였다. 그대로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나는 교과서를 베게삼아 누웠다. 이제는 선생들도 나를 깨우지 않는다. 그냥 없는 존재 취급한다. 나는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왠지 유이란을 볼 때마다 그것이 나쁘게 느껴졌다. 왜일까. 내 스스로도 의문이 들었다. 생각도 잠시,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호야, 경호야! 강경호!” 의식의 저편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강경호, 이 새끼. 또 새벽까지 알바 뛰었나보네. 아침엔 쌩쌩해서 나한테 꺼지라고 지랄하더니. 지훈아, 이 새끼 깨우긴 글렀어. 그냥 가자.” “안 돼. 밥은 먹여야지. 경호야! 일어나!” 박지훈. 최두식과는 달리 정 많고 착한 친구 녀석이다. 지금 이렇게 날 깨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친구 먹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부스스 일어나자 코앞으로, 둥근 안경을 쓴 지훈의 얼굴이 보였다. 그 뒤로 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한쪽 발을 의자 위에 올려둔 채 서 있는 두식의 얼굴도 보였다. “벌써 밥 먹을 시간이야?” “응, 얼른 가자. 두식이 너도.” 내 물음에 지훈이가 대답하며 두식을 잡아끌었다. 나와 두식, 지훈은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반대편에서 혼자 올라오는 유이란이 보였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지 10일정도 지난 3월 초라 그런지 급식을 같이 먹는 친구가 없어보였다. 혼자 먹고 올라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정면으로 이란을 보자 또 눈이 마주쳤다. 유이란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또 흠칫 놀라 시선을 피한다. 내가 계단 중간에 멈춰 서 있자 먼저 계단을 다 내려간 지훈과 두식이 소리친다. “경호야, 뭐해? 빨리 와!” “계단에서도 자냐? 빨랑 와라.” 두 녀석의 성화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계단을 내려갔다. 식당에 도착해서 급식을 먹으면서도 계속해서 유이란의 눈빛이 생각났다. 뭔가를 갈구하는 듯한 눈빛. 단순한 나의 착각일까? 급식으로 배를 채우고 남은 점심시간 동안 1학년들 몇몇과 어울려 농구를 했다. 3월 초라 조금 풀린 날씨에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수돗가에 가서 차가운 물에 세수를 하고나자 점심시간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렸다. 나는 턱을 타고 뚝뚝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손으로 대충 닦으며 교실로 향했다. 지훈과 두식은 5교시가 체육시간이라서 혼자 계단을 올라오는데 교실 문 앞에 유이란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또다시 눈이 마주쳤다. 또 흠칫 놀라서 시선을 회피할 것이라고 생각한 내 예상과 달리 내가 다가서자 유이란은 나를 쳐다본 채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이, 이거,,, 쓰라고...” “?” 유이란이 내게 내민 것은 잘 개진 손수건이었다. 나는 적잖이 놀랐다.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미리 알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도 잠시, 나는 손수건을 받아들고 얼굴을 닦았다. “고마워. 이건 세탁해서...” “아니야. 그냥... 그냥 너 가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