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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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서

“서두르지 않을게요.내가 지후 씨 속도에 맞춰서조금씩 천천히 다가갈게요.”조그만 섬 여울도에서수많은 오해와 우연이 만나 악연으로 엮이며서로에게 끔찍한 악몽을 선사하던유건우와 윤지후.아웅다웅하다 어느새 스며든 마음에조심스러운 걸음으로 가까이 다가가파란만장한 썸을 타기 시작했다.상처로 얼룩진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며하나가 되어가는 힐링 로맨...

엠프티 앤 풀

[연재][완결][15세 개정판]모든 것이 시시하기만 한 민재혁.그런 자신과는 반대로 세상 모든 일이 즐겁다는 듯 눈을 반짝이는 그 아이가 귀찮게 제 주변에서 맴돌았다.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며 다가와 어느새 비어 있던 재혁의 마음에 자리 잡은 은조로 인해 멈춰 있던 시간들이 비로소 째깍째깍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소리를 내며 제 속도로 움직였다. 전에 없던 무언가가 제 안에서 꿈틀거렸다. 그때부터 차은조는 영원히 제 것이었다.그런데 그런 그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차은조.그런 자신과는 다르게 세상 무서운 것은 없다는 듯 시크한 얼굴을 하고서는 제 길을 가는 그 아이를 닮고 싶었다.돌아오는 건 냉랭한 반응뿐이었지만 무작정 쫓아다녔다. 그리고 무심한 얼굴 뒤에 숨겨진 따뜻한 그의 마음에 반하고 말았다. 재혁이 있다면 이상하게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솟았다. 그때부터 오랜 시간 마음속에는 언제나 민재혁뿐이었다.그런데 그런 그를 만날 수 없게 돼 버렸다.재혁과 은조는 긴 이별 끝에 다시 만나, 오랜 사랑으로 서로를 가득 채울 수 있을까?

뻔뻔하지만 사랑스러워

[연재] [15세 개정판]“지, 지금 뭐 하는 겁니까?”“키스를 하려고 했는데…… 지서준 본부장님이 입을 꾹 다물고 있어서 뽀뽀가 됐네요.”사색이 된 서준이 가방에서 꺼낸 손세정제를 짜내 미친 듯이 입술을 닦아 냈다.“미쳤어요? 이거 엄연한 성추행인 거 모릅니까?”“그래서 고소할 거예요?”허, 기가 막힌 서준은 헛웃음을 터뜨렸다.“무슨 사람이 이렇게 뻔뻔합니까?”“이왕 부끄럽게 된 거 그냥 말할게요. 삼 개월, 나한테 딱 삼 개월만 당신 몸 좀 빌려줘요. 그저 나를 여자로 안아 주기만 하면 돼요.”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하윤의 뻔뻔한 유혹 앞에 서준은 과연 소중한 제 몸을 지켜 낼 수 있을까?

커트

<커트> 문학동네소설상 수상 작가의 첫 소설집 출간! 꿈에서 현실로, 현실에서 다시 꿈으로 이어지는 세계 이유의 첫번째 소설집 『커트』가 출간됐다. 2010년 『세계일보』로 등단한 이후 7년 만의 소설집이다. 2015년 장편소설 『소각의 여왕』(문학동네, 2015)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으며, 당시 2012년 이후 3년 만에 선정된 수상작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커트』에서 작가는 꿈을 꾸고, 이루고, 실패하고, 다시 꿈을 꾸는 반복적인 상황에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했다. “꿈이 그대로 현실이 되어버리는 황당한” 세상 혹은 “이건 진짜 현실이지만, 꿈이라고 열심히 생각하면 정말 꿈이” 되는 더 황당한 세상이 이유의 소설을 통해 실현된다. 특히 꿈이 이뤄졌다는 기쁨과 그 이후에 오는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하면서, 꿈과 현실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이들의 고뇌를 고스란히 담았다. 꿈이 이루어진 다음,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꿈이 현실이 된다면 우리는 감당할 수 있을까. 길을 잃었다고 생각한 그곳에 그가 있다. 아무도 그를 찾지 못한다고 해도 그가 길을 나선 순간부터 그는 길 위에 있다. 이유의 소설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이 이것이다. 악몽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쉬지 않고 한 악몽에서 다른 악몽으로 이행하는 몽유록을 쓸 것이다. 바로 그 기록이 악몽의 탈출기가 될 것이다._양윤의(문학평론가)

소각의 여왕

<소각의 여왕> 3년 만의 쾌거, 제2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이유 장편소설 『소각의 여왕』 출간 한국문단의 가장 공신력 있는 장편소설의 산실 ‘문학동네소설상’의 제21회 수상작 『소각의 여왕』이 출간되었다. 무려 삼 년 만의 수상작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날카로운 통찰력과 섬세한 문장으로 사랑받는 은희경의 『새의 선물』, 에너지 넘치는 서사를 통해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보인 천명관의 『고래』, 신선하고도 불온한 상상력을 뿜어냈던 김언수의 『캐비닛』, 그리고 ‘특촬물’이라는 생소한 제재를 통해 현 젊은 세대의 내면 풍경을 탁월하게 그려낸 이영훈의 『체인지킹의 후예』까지, 언제나 문학의 최전선에서 세계와 인간을 향한 날카롭고도 깊이 있는 시선을 보여주었던 전통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어진다. 이유의 『소각의 여왕』은 고물상을 운영하는 지창씨와 유품정리사인 그의 딸 해미, 두 부녀의 이야기이다. 누군가 쓸모없어 함부로 버린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잇는 소중한 수단이 되고 또 그렇게 모여진 것들은 분류작업을 거쳐 쓸모 있는 것들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 순환과정 안에는 비참한 세계에 기거하는 부녀의 일상, 그들이 꾸는 꿈의 다소 허황된 속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텅 빈 꿈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버텨갈 수밖에 없는 산다는 일의 슬픔이 비친다. 고물상 주인 지창씨와 유품정리사 해미가 쓸모없어진 것들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속살 재수생인 해미는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1톤 포터를 몰고 다니며 고물상을 운영하는 아버지 지창씨의 일손을 돕는다. 지창씨의 고물상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두 부자는 대를 이어서 반짝이는 보물이라도 되는 양 낡고 쓸모없는 고물을 소중히 다룬다. 해미는 골목마다 자신을 마중하는 듯한 모습으로 나와 있는 폐지와 고물들을 수거하고, 그것들을 동일한 속성을 가진 재료로 분해하는 작업을 통과하면서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고물상 일의 진리를 터득하게 된다. 해미는 지창씨가 언제부턴가 자신 몰래 출장을 다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고물상과 관련된 일이라면 도대체 그녀에게 숨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해미는 지창씨가 두고 간 휴대폰 속에서 그 비밀을 찾아낸다. 휴대폰 문자함에는 지창씨에게 유품정리 일을 부탁하는 누군가의 문자가 들어 있었다. 그제야 해미는 지창씨가 왜 그토록 수상하게 행동했는지 알게 된다. 죽은 이들이 머문 공간을 새것처럼 정리해야 하는 자신의 일을 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지창씨 대신 유품정리 일에 뛰어드는 그녀. 해미는 유품정리가 마치 오랫동안 해온 일인 것처럼, 혈흔과 시취가 짙게 밴 공간을 깨끗이 지워내고, 망자의 물건들을 거침없이 분류하고 소각한다. 그사이 지창씨는 초등학교 동창인 정우성이 주고 간 설계도면을 받아들고 새로운 꿈을 꾼다. 고물들로부터 그 어떤 것들보다 값이 비싸게 나가는 희귀 금속 이트륨을 분리해내어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는 꿈 말이다. 그는 설계도면에 따라 기계를 하나 제작해내고, 그 기계를 가동하여 고물들로부터 순수한 이트륨을 뽑아내고자 한다. 하지만 번번이 그의 손에 쥐여지는 것은 빛나는 이트륨이 아니라 불순물이 섞인 검은 돌덩어리일 뿐이다. 고물상의 호황기는 빠른 속도로 저물어가고, 지창씨와 해미의 삶도 그 기울기에 따라 한층 낮은 곳으로만 향해 간다. 삶이 나락으로 떨어질수록, 결코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꿈은 어째서 더욱 강력히 그 위력을 떨치는 것일까. 지창씨는 순수한 이트륨을 얻기 위해 생계마저 내팽개친 채 기계 앞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이제 해미는 유품정리 일에 더욱 매진할 수밖에 없다.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옥에서의 삶에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는 삶. 해미는 유품정리 일을 하면서, 자살을 계획하고는 사후 자신의 방정리를 부탁하는 청년, 산달을 앞두고 남편이 남긴 혈흔과 시취를 지워달라는 여자, 죽은 사연과 방법이 알려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호텔 투숙객 등 세계의 슬픈 표정을 마주하게 된다. 소설가 이유는 마음이 무너질 것 같은 장면에서도 감정을 충분히 절제하여 이 비참한 세계를 꼼꼼히 직조해냈다. 담담하면서도 날카로운 문장들로 이루어진 이 세계를 들여다보는 우리의 눈에는,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숨쉬고 있는 현실세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한쪽밖에는 보이지가 않아서 한쪽으로밖에 갈 수 없는 사람들. 죽음이 아니면 달리 편안해지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란 바로 우리, 만약 지금 그렇지 않다면 곧 그렇게 되고야 말 우리의 비극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이들의 곁에 머무르고자 한 소설가 이유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애써 외면해온 세계의 슬픔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