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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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꽃은 밤에 지고

<붉은 꽃은 밤에 지고> 묘한 꽃향기에 이끌린 그날, 마음을 주고 싶은 여인을 만났다. 짙은 혈향이 나는 비가 내리던 그날, 기대고 싶은 사내를 만났다. * * * 하백이 손가락으로 유현의 가슴에 있는 흉터들을 슬슬 긁듯이 만지다 흉터에 입술을 가져다댔다. 탄탄한 가슴에 낙인을 찍듯 반복해서 붉은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제가 무슨 선택을 하든 받아주신다 하셨지요.” “그러했지.” “그리하면… 저 역시 나리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사옵니다. 부디…….” 유현이 입술을 떼고 하백의 얼굴을 보았다. 하백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눈물은 자국만 남고 마른 뒤였다. 유현의 혀가 눈물자국을 닦아내듯 핥았다. 하백은 유현의 체취를 힘껏 들이마셨다. 유현에게선 흙냄새가 났고, 비의 냄새도 났다. 항상 옅게 배어 있던 피 냄새는 나지 않았다. “더… 더…….” 이때만큼은 하백은 죄책감 따윈 잊었다. 자신에겐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 여겼던 행복이 무엇인지도 알 것 같았다. 유현은 하백의 위에서 열띤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긴 속눈썹 아래 눈동자가 지닌 건 단지 욕망만은 아니었다. 달빛은 여전히 하백의 흰 살을 빛내주었다. 흐트러진 하백의 머리카락을 유현이 손으로 모았다. 달이 기울어 산등선을 넘어갔다. 겨울의 밤은 길었다.

여주지만 결말을 모릅니다
0.5 (1)

“아 거 더럽게 질질 짜네. 이래가지고 뭘 길들인다는 거야.”수능을 앞둔 고3 이서현.울보에 소심함에 고구마 100개쯤 먹은 듯한 주인공 레이나, 첫 편 읽고 덮은 소설 속 여주에 빙의됐다?주인공이면 뭐해? 책 빙의면 뭐해? 난 뒷내용도 모른다고!“왜냐면 공작님이 저한테 고백하셨거든요. 예전에.”분명 내가 본 건 평범한 로판이었는데 장르가 실은 BL이었나. 그럴 리가 없는데.“농담입니다.”“……이봐요!!! 사람 갖고 장난하나!”개초딩 공작을 비롯해 하나같이 이상한 주변 사람들과…‘왜 내 주위엔 저런 나사 하나씩 빠진 사람들만 모이지?’―주변에 이상한 사람들만 꼬이면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거 아닌지 의심을 해보아야 합니다.‘어이, 작가 씨. 이런 거 함부로 내 머릿속에 주입하지 마요. 확 그냥!’사사건건 시비나 걸어대는 마음의 소리… 아니, 작가의 소리까지.나 집으로 돌아갈래!!

아이언 고스트(Iron Ghost)

후작가의 여식, 사교계의 꽃, 타인의 모범이 되는 완벽한 숙녀.그리고… 밤의 길을 걷는 도둑. 레이첼 듀 폰 페슬린.가죽장인의 아들, 시인이자 소설가, 술집의 매상을 올려주는 손님.그리고… 혁명군 부대를 이끄는 지도자. 리비에라 엘 에니히스.***“레이첼.”리비에라가 슬며시 그녀의 앞으로 가더니 무릎을 꿇고 앉았다.기사들이 자신의 주군에게 충성을 맹세할 때 취하는 그런 자세였다.레이첼이 약간의 당황과 약간의 설렘이 담긴 눈으로 리비에라를 보았다.리비에라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입을 열었다.“당신은 제게 소중한 사람입니다.”“리비엘.”소중한 사람이란 말에 서운함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리비에라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Tu es ma enihs(당신은 나의 빛입니다).”

마법 고양이에게 집사로 간택받았습니다

“안냥?” “히이이이이익!” “말하는 고양이 처음 보냥.” “당연히 처음 보지!” 고양이가 말을 하잖아! *** “난 마법소녀가 되고 싶지 않아.” “캬옹. 내가 언제 마법소녀가 되어 달라고 했냥! 내가 그딴 부탁을 할 거 같냥?” “그럼 뭔데.” “내 집사가 되어라 인간.”

나는 당신을 사랑했을까요

“마법사님이시죠? 저는 레이나라고 해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무시무시한 소문의 주인공인 마법사의 앞을 그 어린 꼬맹이가 당돌하게 가로막을 줄은. 그리고, “가장 쉽고 빠르고 덜 고통스럽게 자살하는 방법이 뭘까요?” 믿기 힘든 질문을 하는 아이의 눈은 호기심 어린 순수함과는 거리가 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 “오랜만이네요.” 마법사인 그의 힘을 이용할 계획을 숨기고 정략결혼의 상대라며 그의 앞에 다시 나타난 레이나. 그는 그때보다 더 당돌해진 레이나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그 호기심은 점차 애정으로 변모하게 된다. “제가 당신께 청혼해도 되겠습니까?” 하지만 정작 그에게서 고백을 받게 된 레이나는 본래의 계획과는 다르게 흔들리는 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는데. 여태껏 갖은 고난을 겪으며 살아온 레이나에게 사람의 마음을 눈치껏 짐작하는 건 쉬운 일이었지만, 정작 본인의 마음만큼은 그러지 못했나 보다. 훗날 그가 받을 편지를 써 내려가던 레이나는 잠시 망설이다 마지막 한 문장을 덧붙였다. [나는 티안 당신을 사랑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