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텄어요. 그냥 집에 돌아가는 게 낫겠어요.” “그냥 쓰십시오.” “간다고요, 집. 여긴 그쪽이 쓰시면 되잖아요.” 얼떨결에 끌려가게 된 호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 “그럼, 나랑 동침할 의사는 없어요?” 타협할 수 있었던 적절한 절충안. 그렇게 둘은 동침을 선택했다. 위로 같았던 그 날의 밤. 외롭게 지내던 그 여자와 그 남자는 온기를 계속 나눌 수 있을까.
지금이 기회였다. 이 가녀린 생명체를 꿀꺽할 기회. 무준은 야살스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때? 입안에 사탕처럼 잘 굴려질 자신 있는데.” 순간 하윤의 입안으로 박하 향이 퍼졌다. 뜨거운 두 혀에 사탕은 금세 녹아 사라졌다. “해요, 결혼. 백무준 씨가 가진 권력, 제가 쫌 써먹을게요. 제게 이용당해주세요.” 하윤은 세상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널 이용하겠노라고.
도준은 정연을 감싸 안을 듯이 팔을 뻗어 의자를 짚었다.“조금만 방심하면 좋을 텐데. 핑곗거리도 많잖아요. 오늘 당한 실연이라든가. 술, 분위기.”숨이 섞일 듯 가까운 거리에서 멈춰선 도준이 정연과 시선을 맞추었다.“아니면 서정연만 바라보고 있는 나.”도준은 키스할 것처럼 천천히 고개를 비틀었다.“나 정도면 괜찮은 핑곗거리 아닌가요?”그는 정연이 눈 한번 질끈 감으면 바로 먹어 치울 심산인 듯했다.-본문 발췌[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