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김유진
평균평점
3%의 로맨스

지독하게 사랑했지만 비참한 이별을 선물했던 남자가 회사 상사로 나타났다.자신과의 관계는 잊고 프로답게 일하자는 다니엘.“내가 원하는 건 하나야. 다신 나 같은 놈 때문에 울지 마.”비즈니스 파트너로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깨닫게 되는 진심.“진심으로… 네가 행복했으면 했어. 지혜야….”헤어진 연인이 다시 이루어질 확률 3%!희박한 가능성으로 다시 시작하는 두 남녀의 재회 로맨스

보이지 않는 정원

<보이지 않는 정원> 작은 기척과 고요한 움직임으로 우리의 감각을 한껏 열어놓는 김유진 세번째 소설집 세련되고 강렬한 이미지와 아름답고 단단한 문장으로 인상적인 소설세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김유진의 세번째 소설집. 이번 소설집에는 "비극을 겪은 당사자의 시선에서 통념을 벗어나 싹 뽑아낸 듯한 작품"(소설가 오정희) "비극을 겪은 이후의 상당히 강렬하고, 그러면서 할 얘기는 다 하는 세련된 소설"(문학평론가 신수정)이라는 호평을 받은 「비극 이후」를 비롯하여, 2012년 여름부터 2018년 봄까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꾸준히 써내려간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이 한 곡의 음악이라면 김유진의 소설은 화려한 멜로디가 아닌 "묵음의 순간들"(「글렌」)로 채워진 음악이고, 소설이 한 점의 그림이라면 김유진의 소설은 "나무의 거대한 뿌리"로도 "들판에 내리치는 번개"로도 보이는(「비극 이후」), 하나의 해석으로 수렴되지 않고 계속해서 달아나는 역동적인 그림이다. 문학평론가 김나영이 적절하게 짚어주었듯이 김유진의 소설은 "말(언어)로 쓰이고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몸짓과 소리를 떠올리게 함으로써 그 의미를 증폭시키는 이야기"이다. 음악, 무용, 미술과 관련한 풍부한 레퍼런스가 녹아들어 있는 그의 소설을 통해 우리는 한껏 민감해진 오감으로, 인물의 작은 움직임 하나, 고요히 떠올랐다 사라지는 감정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전달받을 수 있게 된다.

숨은 밤

<숨은 밤> 마녀가 돌아왔다. 노래는 다시 시작되었다. 2004년 여름, 만 칠 년 전이다. 김유진이 「늑대의 문장」으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등장한 것은. 「늑대의 문장」은 신선한 상상력과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상상력의 신선함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폭사(暴死) 사건이 전염병처럼 섬마을을 덮친다는 설정에서 찾을 수 있다. (……) 인위적인 접속을 생략한 채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단문들의 연쇄가 이 그로테스크한 풍경을 적절하게 담아내고 있다. 소설은 공격성과 적의로 불타오르는 소녀의 어머니와 무시와 조롱의 대상인 이모를 대비시키면서 후자 쪽에서 생명력의 근원을 발견케 한다._‘심사평’ 중에서 2009년 봄, 꼬박 오 년이 걸려 첫 소설집을 묶어냈다. 김유진의 소설은 매우 낯설고 불쾌하다. 소설 곳곳에서 덜 퇴화한 사랑니나 꼬리뼈처럼 귀찮고 성가시게, 그리고 종종 아주 고통스럽게, 고대적 존재들의 흔적이 출몰한다. 그러고는 극심하게 앓는다. 그들의 앓는 모습, 그들이 앓는 소리, 그것을 기록하는 자, 아니 소설쓰기를 통해 그들과 같이 앓는 자, 그가 김유진이다. (……) 김유진이라는 작가가 고결해지고 믿음직스러워지는 이유, 그것은 그가 목소리의 무력함, 말하기의 무력함, 소설이란 장르 자체의 무력함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데 있다.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적인 것들의 후일담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_김형중(문학평론가) 그리고 다시 이 년이 지난 2011년 여름, 첫 장편소설 『숨은 밤』을 선보인다. 만 칠 년 동안 첫 소설집과 첫 장편소설이 각각 한 권씩, 더디디 더딘 속도지만,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은 발걸음이다. 그는 꾸준히 한 편 한 편, 작은 공예품을 만들듯, 뭉개지기 쉬운 생선의 어탁을 뜨듯 조심스레 깎고 다듬어왔다. 결코 짧지 않은 그 시간 동안, 첫 소설 「늑대의 문장」과 함께 그가 가져온 신선하고 새로운 바람의 힘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고, 그 바람 속엔 그의 소설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향기가 더해지고 깊어졌다. 김유진 특유의 단단한 문장들이 담고 있는 시적 분위기는 한층 안정되고 아름다워졌다. 한 소년과 한 소녀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불안과 분노에 관한 정밀한 보고서인 동시에, 사랑의 전조에 관한 은밀한 서사시이다.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다 여기, 희미한 아이들이 있다. 한 아이는 어느 날 헛간의 썩은 볏짚 사이에서 발견되었다. 그 소년의 이름은 ‘기(基)’이다. 다른 아이는 트럭을 끌고 장사를 하러 다니는 아버지가 여관에 맡겨두었다. 그 소녀는 기가 일하는 여관의 ‘404호’에 산다. 소년과 소녀가 어떤 계기로 인해서 친해지고 서로를 좋아하게 된다는 건 김유진의 화법이 아니다. 다만 소년과 소녀는 서로를 의지하게 된다. 그들은 여름 휴양지로 반짝 성수기를 이루는 이 마을에서 거의 유일한 이방인들이다. 그들은 마을에 안착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며, 이윽고 분노한다. 그리고 소년은 마을에 불을 지른다. ㆍ나 “나는 비로소 고통과 비명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눈과 볼 주변에는 눈물 대신 돌처럼 작고 단단한 알갱이들이, 바위에 달라붙은 고둥처럼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잡아떼자, 피부가 떨어져나갈 듯 했다. 눈은 끊임없이 돌눈물을 만들어내었다. 눈 주위에서 밀려나온 돌들이 볼과 턱 주위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었다. 돌눈물은 공포 속에서 태어났다.” ㆍ기(基) “기는 산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농부의 집 헛간에서 발견되었다. 기는 헛간에 숨어 사흘간 잠을 잤다. 어떻게 숲을 벗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늙은 암소가 그의 곁을 지켰다. 눈이 어두운 노인은 마른 볏짚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기를 쉽게 발견하지 못했다. 사흘 뒤에야 썩은 볏짚을 거둬내던 중 잠든 기를 보았다. 기는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머물렀다. 한 달 뒤 노인은 잠든 상태에서 자연사했다. 집은 기의 것이 되었다.” ㆍ안(雁) “안은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암묵적인 몇 가지 규칙이 있을 뿐이었다. 그 규칙은, 우리가 오랜 시간 함께하며 반목하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것들이었다. 어탁을 돕게 된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내가 며칠간 안의 집을 찾지 않는다고 해서, 안이 여관으로 전화를 거는 일은 없었다. 안과의 관계는, 무엇이든 놀랍도록 자연스러웠다. 그것이 안의 미덕이었다.” ㆍ장(薔) “장은 바다 밑바닥에 누워 있는 여자아이를 그렸다. 소녀는 죽은 듯 보였고, 벌거벗고 있었다. 소녀와 비슷한 크기의 커다란 조가비, 해초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소용돌이 형상의 노란 물고기떼가 소녀를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누운 소녀의 메마른 얼굴이 푸르렀다. 나란히 포개어진 두 손이 가슴 위에 있었다.” ㆍ아버지 “나는 때때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애정에서 비롯된 것인지, 단지 아버지가 부재하기 때문인지 의문이 들곤 했다. 빈자리는 본래의 것보다 크게 느껴지는 법이라고, 안은 여관에 홀로 남겨진 내 등을 토닥이며 말했었다. 머릿속에서 멋대로 재단되고 부풀려진 아버지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미완성이다 “나는 사랑의 전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채 형태를 갖추기도 전에 사라지는, 혹은 사라질 미완의 감정에 대해 적었다.” 김유진의 이전 소설 속의 아이들은 평론가 김미정의 말처럼 “어쩌면 인간이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어떤 징조였고, 동시에 결과였다. 첫 소설집에 실렸던 그 무수한 몰주체적 캐릭터들은 『숨은 밤』에 이르러 비로소 어떤 형체를 갖춰나간다. 이 주체들은 스스로 감각하고, 종내 반응한다. 이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인상 깊게 장식하는 방화의 현장은, 분노한 아이가 벌인 직접적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김유진 소설의 한 변화를 뚜렷이 보여준다. 바야흐로 21세기, 우리가 이 시대에서 느끼는 당혹감과 무력감이 담긴 『늑대의 문장』을 지나 어떤 정서적 임계점을 넘어서서 드디어 ‘세계와의 겨루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이방인으로 취급되던 소년과 소녀가 서로의 손을 잡음으로써 시작되었고, 놀랍게도 ‘사랑’이라는 눈부신 단어로 매듭지어진다. 너는 누굴 싫어해? 사람들. 거의 모든 사람들. 그럼 누굴 좋아해? 나는 너를 좋아해.(본문 중) 소년과 소녀가 숨어든 한 동굴에는 커다란 뿔을 들이밀며 자세를 낮추고 있는 황소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제 몸보다 큰 황소에게 망설임 없이 죽창을 겨누는 용맹한 전사가 그려져 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기원은 도대체 무엇인가. 우리는 여전히 미흡하고, 어쩔 수 없이 미완성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좋아’한다. 견딜 수 없는 세상을 견디고 극복하는 김유진의 해답은 이토록 아름답다.

늑대의 문장

<늑대의 문장> 마녀가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노래는 시작된다. 날이 이례적으로 따뜻했던 어느 날, 세 명의 여자아이가 갑자기 폭사한다. 이후 폭사는 예고도 없이 전염병처럼 퍼져 나간다. 집에서 키우던 개들은 방치되거나 버려지고, 결국 늑대가 되어 사람들을 습격하는데…. 이밖에도 <빛의 이주민들>, <마녀>, <목소리>, <움>, <어제>, <골목의 아이>, <낙타 관광>, <고요> 등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각 작품에서 순간순간 깊이 각인된 채 스쳐가는 이미지들은 한데 어우러져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그리고 이야기 속 인물들은 말하는 자가 되어 고대적이고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들을 전해준다.